經典/잡아함경(雜阿含經)

잡아함경 제 44 권

通達無我法者 2007. 12. 24. 10:11
[1791 / 2145] 쪽
  
잡아함경 제 44 권
  
  
  송 천축삼장 구나발타라 한역
  
  
  
1178. 바사타경(婆四吒經)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미치라국(彌絺羅國) 암라원(菴羅園)에 계셨다.
  그 때 바라문 종족의 여자 바사타(婆四吒)2)는 아들 여섯 명이 연속해 죽자, 아들을 생각하다가 미치광이가 되어, 알몸에 머리를 풀어헤치고 길거리를 헤매다가 미치라에 있는 암라원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 때 세존께서는 한량없는 대중들에게 둘러싸인 채 설법을 하고 계셨다. 바라문 종족의 여자인 바사타는 멀리서 세존을 뵙고 곧 제정신으로 돌아와 부끄럽고 창피해 몸을 움츠리고는 쭈그려 앉았다. 세존께서 존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의 울다라승(鬱多羅僧)을 벗어 저 바사타에게 주어 그것을 입고 법을 듣게 하라."
  존자 아난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곧 웃옷을 벗어 그에게 주어 입게 하였다. 그 때 바라문 종족의 여자는 옷을 입은 뒤에 부처님 앞으로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세존께서는 그를 위해 설법하여 가르쳐 보이시어 그로 하여금 기쁘게 하신 뒤에 부처님께서 늘 말씀하시
  
  
1)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5권 9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2) 바라문의 이름. 또는 바사타(婆私吒)·바사체(婆斯搋)로 쓰기도 하며, 팔리어로는 Vasitthi로 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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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는 법을 따라 차례로 설법하시니,……(내지)……그는 믿는 마음이 청정해져서 삼보(三寶)에 스스로 귀의하였다.
  그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시면서 예를 올리고 떠나갔다.
  저 바사타 우바이(優婆夷)는 그 뒤에 또 일곱째 아들이 갑자기 죽었다. 그러나 그 우바이는 전혀 울거나, 근심하거나, 슬퍼하거나, 번민하거나, 괴로워하지 않았다. 그 때 바사타 우바이의 남편이 게송으로 바사타 우바이에게 말하였다.
  
  전에 여러 아들이 죽었을 적엔
  자식 생각으로 근심하고 괴로워해
  밤낮으로 음식도 먹지 않았고
  심지어는 미치기까지 하더니
  이제 일곱 번째 아들을 잃고는
  근심하거나 괴로워하지 않는구나.
  
  바사타 우바이가 게송으로 남편에게 대답하였다.
  
  비록 자손이 수천 명 있다 해도
  인연의 화합으로 생긴 것이라
  오랜 세월 지나면 과거가 되는 법
  나와 그대도 또한 그러하오.
  
  자손이나 또 많은 종족들
  그 수가 비록 한량없이 많지만
  그들도 제각기 태어난 곳에서
  서로서로 잔인하게 잡아먹나니
  그것이 그렇게도 나쁜 줄을 안다면
  근심하고 괴로워할 까닭이 없네.
  
  
[1793 / 2145] 쪽
  태어나고 죽고 있고 없다는 모든 상(相)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 나는 알았기에
  다시는 근심하거나 괴로워하지 않나니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에 들어갔기 때문이네.
  
  그 때 바사타 우바이의 남편이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내 일찍이 들어 보지 못했던 법을
  그대가 연설하는 것 이제 들었다.
  너는 그 설법 어디서 들었기에
  자식 생각에 근심하고 슬퍼하지 않는가?
  
  바사타 우바이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지금 등정각께서
  저기 미치라국에 있는
  암라수원(菴羅樹園)에 계시니
  일체의 괴로움을 영원히 여의신 분.
  
  일체의 괴로움에 대해 설하시고
  괴로움의 발생과 괴로움의 소멸
  현성의 8정도(正道)를 자세히 설하시어
  안온히 열반으로 나아가게 하시네.
  
  그분은 곧 나의 스승님
  바른 가르침 너무나 좋아합니다.
  나 이미 바른 법 알았기에
  자식은 근심이요 괴로움임을 알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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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남편 바라문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도 이제 미치라국에 있는
  암라원으로 가리라.
  저 세존께서는 나에게도
  자식은 근심이요 괴로움임을 깨우쳐 주리.
  
  우바이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마땅히 등정각을 살펴보소서
  부드러운 황금빛 몸에
  길들지 않은 이를 길들일 수 있고
  바다에 빠진 이를 두루 건져 주시네.
  
  그 때 바라문은 곧 마차를 준비해 타고 미치라국에 있는 암라원으로 갔다. 그는 멀리서 세존을 뵙자 믿음과 즐거움이 더욱 더해 스승 앞으로 나아갔다. 그 때 스승은 곧 게송을 읊어 그에게 법안(法眼)을 열어주시고, 괴로움[苦]·괴로움의 발생[集]·괴로움의 소멸[滅]·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道]에 대한 진리를 깨달아 바로 열반으로 향하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그는 곧 법을 보아 평등한 지혜를 얻고, 법을 안 뒤에는 출가하기를 청했다.
  그 때 바라문은 곧 출가할 수 있게 되어 혼자 조용한 곳에서 사색하였고,……(내지)……아라한이 되었다. 세존께서 예언하여 말씀하시기를 '사흘째 되는 날 밤에는 3명(明)을 얻을 것이라'고 하셨다. 그가 3명을 얻자, 부처님께서는 곧 그에게 말씀하셨다.
  "마부에게 수레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 바사타 우바이에게 알리게 하여, 그녀도 따라 기뻐하게 하라. 우바이에게 '바라문은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가서 세존을 뵙고는 깨끗한 신심을 얻어 스승을 받들어 섬긴다. 스승님은 그를 위해 설법해 주셨고, 그는 법안이 열려 괴로움·괴로움의 발생·괴로움의 소멸·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진리와 성현의 8정도를 보고 편안히
  
[1795 / 2145] 쪽
  열반으로 나아가 평등한 지혜를 성취하였다.
  그는 법을 알고 나서는 곧 출가하기를 청하였고, 세존께서 예언하여 말씀하시기를 사흘째가 되는 날 밤에는 3명(明)을 완전히 갖출 것이라고 하셨다'라고 전하거라."
  그러자 마부는 분부를 받고 빨리 돌아갔다. 그 때 바사타 우바이는 마부가 빈 수레로 돌아오는 것을 보고 멀리서 물었다.
  "바라문은 부처님을 뵈었는가? 부처님께서는 그를 위해 설법하시어 법안(法眼)을 열어주고 거룩한 진리를 보게 하셨는가?"
  마부가 아뢰었다.
  "바라문은 세존을 뵙고 깨끗한 신심을 얻어 스승을 섬겼습니다. 스승께서 그의 법안을 열기 위해 네 가지 거룩한 진리를 말씀하시자, 그는 평등한 지혜를 성취하였습니다. 그는 법을 안 뒤에는 곧 출가하기를 청하여 전일(專一)한 마음으로 사색(思索)하였고, 세존께서는 그에게 '사흘째 되는 날 밤에는 3명을 완전히 갖추게 될 것이다'라고 예언하셨습니다."
  그러자 우바이는 따라 기뻐하면서 마부에게 말하였다.
  "수레와 말을 너에게 주고 또 더불어 돈 천냥을 주리라. 네가 나에게 '바라문은 벌써 진리를 깨닫고 3명까지 얻었다'고 소식을 전해주어 나를 기쁘게 하였기 때문이다."
  마부가 아뢰었다.
  "제가 지금 수레와 말과 돈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 수레와 말과 돈은 우바이에게 돌려 드립니다. 저는 지금 바라문에게 돌아가서 그를 따라 출가할 것입니다."
  우바이가 말하였다.
  "네 뜻이 그러하다면 빨리 돌아가라. 오래지 않아 너도 그가 얻은 3명을 완전히 갖추게 될 것이다. 그의 뒤를 따라 출가하거라."
  마부가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우바이여, 그가 출가한 것처럼 저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우바이가 말하였다.
  "네 주인이 출가하였고 너도 따라 출가하려고 하니 나도 오래지 않아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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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리라. 마치 허허벌판에서 큰 용이 허공을 타고 노닐면 여러 다른 용과 용의 아들과 딸들이 다 따라가는 것처럼, 나도 또한 그와 같이 가사와 발우를 가지리니, 몸을 보양하기도 쉽고 만족을 느끼기도 쉬우리라."
  마부가 아뢰었다.
  "우바이여, 만일 그렇게 하신다면 소원은 반드시 성취될 것입니다. 오래지 않아 다시 뵙겠습니다."
  우바이는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을 알아, 가사와 발우를 가지고 사람들이 버리는 것을 구걸해 받아먹었다. 머리를 깎고 물들인 옷을 입어 음(陰)·계(界)·입(入)에 대해서 애욕을 끊고 탐욕의 결박을 여의었으며, 모든 번뇌를 없앴다.
  이리하여, 그 바라문과 마부와 바사타 우바이와 그 우바이의 딸 손타반리(孫陀槃梨)는 모두 출가하여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났다.
  
  
1179. 실우경(失牛經)3)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비사리국(毘舍離國) 대림(大林)정사에 계셨다.
  그 때 비리야바라두바차(毘梨耶婆羅豆婆遮)라는 바라문이 이른 아침에 소를 샀다가 값도 미처 치르기 전에 그 날로 소를 잃고 엿새 동안 찾지 못하였다. 그는 소를 찾아다니다가 대림정사에 이르렀는데 멀리서 세존께서 나무 밑에 앉아 계시는 것을 보니, 풍채가 뛰어나고 모든 감각기관이 청정하였으며 그 마음은 고요하고 지관(止觀)을 성취하여, 그 몸에서 나오는 광명이 불꽃처럼 빛나고 있었다. 그는 그런 현상을 보고 곧 그 앞에 나아가 게송으로 말하였다.
  
  어찌하여 아무 구함이 없이
  쓸쓸하고 고요한 여기에 계십니까?
  
  
3)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5권 10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797 / 2145] 쪽
  혼자 텅 비고 조용한 곳에 계시건만
  그래도 마음이 즐거울 수 있습니까?
  
  그 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얻거나 잃는 일 때문에
  나는 마음이 어지러워지지 않나니
  나는 너와는 같지 않다는 것을
  바라문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얻고 잃음을 마음에 두면
  그 마음 자유롭지 못하리라.
  
  그 때 바라문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가장 훌륭한 범지의 처신
  비구가 말한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내 이제 진실을 말하리니
  비구는 내 말을 자세히 들으시오.
  
  사문은 지금 이른 아침에
  먹이던 소를 잃어버리고
  엿새 동안 못 찾는 일이 없으니
  그러므로 안락하게 지내십니다.
  
  사문은 지금 깨밭을 갈아
  거기다 깨 씨를 뿌려 놓고는
  잡초가 우거질까 걱정하지 않으니
  그러므로 안락하게 지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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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문은 지금 모를 심고
  그 논에 물이 딸려 잎사귀 말라
  이내 죽을까 두려워하지 않으니
  그러므로 안락하게 지내십니다.
  
  사문은 지금 일곱 명의 딸이
  과부가 되어 그들 모두가
  외동 유복자를 기르는 일 없으니
  그러므로 안락하게 지내십니다.
  
  사문은 지금 일곱 사람의
  사랑하지 않는 아들이 있어
  방탕해 많은 빚 진 일이 없으니
  그러므로 안락하게 지내십니다.
  
  사문은 지금 빚쟁이들이
  모두 몰려와 문마다 지키면서
  불어난 이자를 독촉하는 일 없으니
  그러므로 안락하게 지내십니다.
  
  사문은 지금 일곱 벌이나 되는
  침구를 쌓아놓고 좀이 먹는가
  뒤져보는 걱정 없으니
  그러므로 안락하게 지내십니다.
  
  사문은 지금 빨간 눈동자에
  노랑 머리털 사나운 아내에게
  밤낮으로 그 욕설 듣는 일 없으니
  그러므로 안락하게 지내십니다.
  
[1799 / 2145] 쪽
  
  사문은 지금 텅 빈 창고에
  쥐들이 몰려와 들끓음으로
  양식이 떨어질까 걱정하는 일 없으니
  그러므로 안락하게 지내십니다.
  
  그 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확실히 나는 지금 이른 새벽에
  먹이던 소를 잃어버리고
  엿새 동안 못 찾는 일이 없나니
  그러므로 안락하게 지내느니라.
  
  확실히 나는 지금 깨밭을 갈아
  거기에 깨 씨를 뿌려 놓고는
  잡초가 우거질까 걱정하는 일 없으니
  그러므로 안락하게 지내느니라.
  
  확실히 나는 지금 모를 심고
  그 논에 물이 딸려 잎사귀 마르고
  이내 죽을까 두려워하지 않나니
  그러므로 안락하게 지내느니라.
  
  나는 지금 과부가 된
  일곱 딸이 있어 그들이 모두
  외동 유복자 기르는 일 없나니
  그러므로 안락하게 지내느니라.
  
  확실히 나는 지금 사랑하지 않는
  
[1800 / 2145] 쪽
  일곱 명의 아들이 있어
  방탕해 많이 빚진 일 없나니
  그러므로 안락하게 지내느니라.
  
  확실히 나는 지금 빚쟁이들이
  모두 몰려와 문마다 지키면서
  불어난 이자 독촉하는 일 없나니
  그러므로 안락하게 지내느니라.
  
  확실히 나는 지금 일곱 벌의
  침구를 쌓아 두고 좀이 먹는가
  뒤져보는 걱정 없나니
  그러므로 안락하게 지내느니라.
  
  확실히 나는 지금 빨간 눈동자에
  노랑 머리털 사나운 아내 있어
  밤낮으로 그 욕설 듣는 일 없으니
  그러므로 안락하게 지내느니라.
  
  확실히 나는 지금 텅 빈 창고에
  쥐들이 몰려와 들끓음으로
  양식이 떨어질까 걱정하는 일 없으니
  그러므로 안락하게 지내느니라.
  
  언제나 집착하여 버리지 못하므로
  중생들은 안락하게 지내지 못하거니와
  탐욕을 끊고 은애(恩愛)마저 여의면
  언제나 안락하게 지낼 수 있느니라.
  
  
 
[1801 / 2145] 쪽
  그 때 세존께서 정진(精進)바라두바차 바라문을 위해 설법하시어, 가르쳐 보이고 기쁘게 해주신 뒤에, 부처님의 항상한 법을 차례로 설법해주셨다. 즉 보시를 하고 계율을 지키며,……(내지)……그는 바른 법 안에서 마음에 두려움이 없음을 얻었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도 지금부터 바른 법과 율 안에서 비구가 되어 도를 배우고 비구 신분을 얻어 범행을 닦을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부터 바른 법과 율 안에서 비구가 되어 구족계를 받고 온갖 범행을 닦아 아라한이 되어 마음이 잘 해탈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때 정진바라두바차 바라문은 아라한이 되어 스스로 깨달아 앎을 인연해 해탈의 즐거움을 얻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저는 지금 대선(大仙)의 위없는 법을
  기뻐하고 또 즐거워하나이다.
  모든 탐욕과 즐거운 일 여의게 되었으니
  부처님을 뵌 것이 헛되지 않습니다.
  
  
1180. 지자경(智者經)4)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라(娑羅)숲에 있는 바라문의 마을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바라문의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시는데 갑자기 구름이 일어났다. 세존께서는 '내 지금 바라문의 마을에 있는 바라문 장자의 큰 회당(會堂)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하시고, 곧 그 큰 회당이 있는 곳으로 향하셨다.
  그 때 바라문 장자들이 회당에 모여 있다가 멀리 있는 세존을 보고 서로들
  
  
4)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5권 11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802 / 2145] 쪽
  말하였다.
  "저 머리 깎은 사문이 과연 무슨 법을 알고 있을까?"
  그 때 세존께서 그곳에 있던 바라문의 마을에 사는 바라문 장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바라문 중에는 법을 아는 이도 있고, 법을 알지 못하는 이도 있다. 찰리 장자 중에도 법을 아는 이도 있고, 법을 알지 못하는 이도 있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벗은 자기의 벗을 이기려 하지 않고
  왕은 꺾기 어려운 이를 꺾지 않으며
  아내는 그 남편을 이기려 하지 않고
  자식 치고 부모를 공경하지 않는 이 없다.
  
  아는 것도 없고 지혜도 없으며
  지혜가 없어서 법 아닌 말을 하더라도
  탐욕·성냄·어리석음을 모두 끊으면
  그는 곧 지혜로운 사람이니라.
  
  그 때 바라문 장자들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선사(善士) 구담(瞿曇)께서는 훌륭한 장부이십니다. 이 당(堂)에 들어와 자리에 앉으소서."
  세존께서 앉으시자 그들이 곧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설법해 주십시오. 저희들이 듣기를 바랍니다."
  그 때 세존께서는 그 모임에 있는 바라문 장자들을 위해 여러 가지로 설법하시어 가르쳐 보이고 기쁘게 해주신 다음에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어리석고 지혜로운 이 모여 있는데
  말하지 않으면 그 지혜 누가 알리.
  지극히 고요한 길 잘 설명하면
  
[1803 / 2145] 쪽
  지혜로운 사람은 말로 인해 분별하리.
  
  말하는 사람 바른 법 나타내어
  큰 신선의 깃대 건립하였네.
  좋은 말을 신선의 깃대라 하고
  법을 곧 아라한의 깃대라 한다.
  
  그 때 세존께서는 바라문의 마을에 사는 바라문 장자들을 위해 바른 법을 세워 가르쳐 보이고 기쁘게 하신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셨다.
  
  
1181. 천작경(天作經)5)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살라국 인간세상을 유행하시다가 부리(浮梨)라는 마을에 이르러, 천작(天作)6) 바라문의 암라원에 머물고 계셨는데, 존자 우파마(優波摩)가 시자로 있었다.
  그 때 세존께서 등창을 앓고 계셨는데 존자 우파마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가사와 발우를 가지고 천작 바라문의 집으로 가거라."
  그 때 천작 바라문은 중당(中堂)에서 이발사를 시켜 수염과 머리를 깎고 있다가, 존자 우파마가 문 밖에 서 있는 것을 보고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어째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몸에는 승가리(僧伽梨)를 입은 채
  그렇게 문 밖에 서 있는 것인가?
  무엇을 구하기 위해서인가?
  존자 우파마가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5)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5권 12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6) 바라문의 이름인데 혹은 제바비다(提婆比多)로 표기하기도 하며, 『별역잡아함경』에는 천경(天敬)으로 되어있다. 팔리어로는 Devahita로 표기한다.
[1804 / 2145] 쪽
  
  아라한이신 세간의 선서(善逝)께서
  지금 등창을 앓고 계시는데
  혹시나 안락한 물이 있으면 구해
  모니(牟尼)의 병을 고쳐드릴까 해서입니다.
  
  그러자 천작 바라문은 수(酥)를 가져다가 발우에 가득 담아주고 또 기름 한 병과 석밀(石蜜) 한 병을 사람을 시켜 가져가게 하고, 자신은 다시 따뜻한 물을 가지고 존자 우파마를 따라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가서 그것을 몸에 발라드리고 따뜻한 물로 씻어드리고 소와 밀을 마시게 하자 세존의 등창이 곧 나아서 편안함을 얻게 되었다.
  그 때 천작 바라문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나서 한쪽에 물러나 앉아 게송으로 여쭈었다.
  
  어떤 사람을 바라문이라고 하고
  무엇을 보시해야 큰 과보를 얻습니까?
  어떤 것을 시기 적절한 보시라 하고
  어떤 것을 깨끗한 복전(福田)이라 합니까?
  
  그 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만일 전생 일 아는 지혜를 얻고
  분명 하늘에 태어날 줄 알며
  모든 번뇌 다 끊어지게 되면
  성자로서 3명(明)을 얻은 것이다.
  
  마음이 해탈한 줄 잘 알아서
  일체의 탐욕에서 벗어난다면
  그를 일컬어 바라문이라 하네.
  
[1805 / 2145] 쪽
  그에게 보시하면 큰 과보를 얻고
  그에게 하는 보시 때에 맞는 보시이며
  희망 따라 보시하면 그것이 복전이네.
  
  그 때 천작 바라문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를 올리고 떠나갔다.
  
  
1182. 전업경(田業經)7)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살라국 인간세상을 유행하시다가, 어느 날 밤에 사라(娑羅) 숲 속에 계셨다.
  그 때 어떤 바라문이 사라 숲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농사를 짓고 있었다. 그는 이른 아침에 일어나 사라 숲으로 왔다가, 세존께서 어느 나무 밑에 앉아 계시는데 풍채가 단정하고 모든 감관이 청정하며, 그 마음은 고요하고 안정되어 제일가는 지관(止觀)을 완전하게 성취하였고, 그 몸에서 금빛 광명이 환하게 비치는 것을 보았다. 그는 그곳으로 나아가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저는 여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농사를 짓기 때문에 이 숲을 좋아하지만, 구담께서는 무슨 일로 이 숲 속을 좋아하십니까?"
  그는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그대 비구여, 이 숲 속에서
  무슨 사업을 하고 있기에
  혼자 텅 비고 고요한 곳을 지키면서
  이 숲 속을 좋아합니까?
  
  그 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7)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5권 13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806 / 2145] 쪽
  
  나는 이 숲에서 아무 일이 없네
  숲의 뿌리를 끊은 지 오래되어
  숲에서 이미 그 숲을 벗어났으며
  즐거움을 버리고 번뇌를 끊었노라.
  
  그 때 그 바라문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를 올리고 떠나갔다.
  
  
1183. 채신경(採薪經)8)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살라국 인간세상을 유행하시다가, 어느 날 밤에 사라 숲에서 주무셨다. 그 때 어떤 바라문이 그 숲 가까운 곳에서 500명의 젊은 바라문들과 함께 있었다. 그 바라문은 세존을 늘 찬탄하고 흠모하며 한 번 뵙고싶어 하면서 '어느 때에나 이 곳에 오셔서 노니실 것인가? 내가 뵙게 되면 의심나는 것들을 여쭈어 보리라. 혹 한가한 시간이 있으시면 나에게 분명히 말씀해 주실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있던 차였다.
  그 때 그 바라문의 젊은 제자가 나무를 하러 숲 속에 들어갔다가, 멀리 어떤 나무 밑에 앉아 계시는 세존을 뵈었다. 그의 풍채는 단정하고 모든 감각기관은 고요하며, 그의 마음은 안정되고 모습은 금산(金山)과 같아서 광명이 환하게 비치고 있었다. 그는 그런 모습을 보고 나서 생각하였다.
  '우리 화상(和上) 바라문은 늘 구담을 찬탄하고 흠모하면서, 언젠가 뵙게되면 의심스러운 것들을 다 여쭈어보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그런데 이제 사문 구담이 이 숲 속에 머물고 계신다. 나는 빨리 가서 화상에게 알려야겠다.'
  그는 곧 나뭇단을 들고 학당으로 돌아가 나뭇단을 내려놓고 화상에게 나
  
  
8)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5권 14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807 / 2145] 쪽
  아가 아뢰었다.
  "화상께선 꼭 아셔야만 합니다. 화상께서는 오래 전부터 늘 부처님을 찬탄하고 흠모하면서 사문 구담을 뵈려고 애써 왔습니다. 그리하여 혹 이 숲에 오시면 의심나는 것들을 다 여쭈어 보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오늘 구담께서 이 숲에 오셨습니다. 화상께서는 때를 아셔야 합니다."
  그 때 그 바라문은 곧 부처님께 나아가 서로 문안인사를 나눈 뒤에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 두렵고 무서운 깊디깊은
  숲 덤불 속에 혼자 들어와
  굳건하게 머물러 흔들리지 않고
  바르게 부지런히 법을 닦는구려.
  
  노래도 춤도 음악도 없는 곳
  텅 비고 조용한 데에서 묵묵히 살면서
  혼자서 깊은 숲 즐거워하는 이
  나는 일찍이 과거에 보지 못했네.
  
  이 세상의 자유롭고 훌륭한
  증상주(增上主) 되기를 구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33천 천상에서
  자유로운 즐거움을 위해서인가?
  무엇 때문에 깊은 숲 속에서
  괴로운 수행하여 스스로 마르는가?
  
  그 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괴롭게 여러 가지 구하려 하면
  모든 경계에 갖가지 집착이 생긴다.
  
[1808 / 2145] 쪽
  저 일체의 모든 것들은
  바로 어리석음의 근본이니라.
  
  이와 같은 일체 구하는 일을
  나는 이미 버린 지 오래 되었네.
  구하지 않고 아첨과 거짓이 없어
  그 어느 것에도 접촉하지 않노라.
  
  이 세상의 일체 법에 대하여
  오직 하나 청정한 관찰할 뿐이니
  저 최상의 귀한 보리 얻어
  선정 닦으며 즐거워하지 않노라.
  
  바라문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저는 지금 당신에게 경례하오니
  크고 고요한 모니(牟尼) 높으시고
  선정 닦으신 묘한 왕이시며
  위없는 큰 깨달음 깨치신 분이십니다.
  여래는 천상과 인간을 구제하시니
  우뚝이 높은 모습 금산 같아라.
  
  우거진 숲 덤불을 이미 벗어나
  숲에 대해 영원히 집착 않나니
  깊이 박힌 날카로운 가시를 뽑아
  청정하여 남은 자국 다신 없다네.
  
  변론하는 스승들의 우두머리로
  하는 말마다 최상의 웅변이시네.
  
[1809 / 2145] 쪽
  사람 중에서 영걸스런 수사자로서
  깊은 숲에서 우렁차게 외치십니다.
  
  괴로움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와
  그 발생과 소멸과 8정도 밝히시어
  온갖 고통의 무더기 모두 없애고
  거기에서 벗어나 때없이 청정하시네.
  
  자신도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고
  괴로움 받는 중생들 제도하시네.
  그 중생들 안락하게 해주기 위해
  바른 법 두루 펴서 연설하시네.
  
  이미 그 은혜와 애정을 끊고
  온갖 욕심의 그물 멀리 여의고
  일체의 존재에 대한 욕망과
  그 결박을 끊어 버리셨네.
  
  마치 저 물에서 피어난 연꽃은
  흙탕물이 거기에 묻지 않는 것 같고
  마치 허공에 멈추어 있는 해가
  청정하여 구름 한 점 없는 것 같네.
  
  너무도 좋습니다, 저는 오늘
  구살라에 있는 사라 숲에 와서
  양족(兩足) 중에 가장 높으신
  우리 큰 스승님을 뵙게 됐었네.
  
  큰 숲에서 크게 정진하시어
  
[1810 / 2145] 쪽
  가장 많이 중생들 제도하시며
  길들이는 스승의 우두머리인
  두려움 없는 이께 경례합니다.
  
  그 때 바라문은 이 게송을 널리 외워 부처님을 찬탄한 뒤에,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를 올리고 떠나갔다.
  
  
1184. 손타리경(孫陀利經) ①9)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살라국 인간세상을 유행하시다가 손타리(孫陀利)강 가에서 밤을 지내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머리를 깎으신 지 오래되지 않았다. 새벽 시간이 되자 가부좌하고 앉아 몸을 똑바르게 하시고 사색하실 적에,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 옷으로 머리를 덮으셨다.
  그 때 손타리강 가에 사는 어떤 바라문이 밤에 일어나 사당에 제사하고 나서 음식을 다 먹지 못하고 남자, 그는 그것을 가지고 강가에 이르러 대덕 바라문을 찾아 그 음식을 바치려고 하였다. 그 때 세존께서는 강가에서 나는 바라문의 소리를 들으시고 일부러 소리내어 기침하시고 머리에 썼던 옷을 벗어 머리를 드러내셨다.
  그 때 손타리강 가에 있던 바라문은 부처님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사람은 바라문이 아니고 머리를 깎은 사문이구나. 이 음식을 그냥 가지고 돌아가리라.'
  그 바라문은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오직 사문만이 머리를 깎는 것은 아니다. 바라문 중에도 머리를 깎은 이가 있다. 저 사람에게 가서 신분을 물어 보아야겠다.'
  그렇게 생각하고는 손타리강 가를 지나가던 바라문은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가 물었다.
  
  
9)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5권 16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811 / 2145] 쪽
  "성씨가 어떻게 되십니까?"
  세존께서 곧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그대는 어떤 종족인가를 묻지 말고
  하는 일이 무엇이냐고 물어 보라.
  나무를 베어 비비고 비비면
  거기에서 불이 일어나느니라.
  
  천하고 낮은 종족에게서도
  견고한 모니가 태어나나니
  지혜롭고 부끄러워할 줄 알며
  열심히 정진하여 잘 항복 받았다.
  
  큰 밝음 최후의 경지를 이루어
  맑고 깨끗이 범행을 닦았네.
  지금이야말로 가장 적절한 때이니
  그 남은 음식을 보시하거라.
  
  그러자 그 바라문도 게송으로 말하였다.
  
  내 오늘 이 좋은 날에
  복을 구하여 제사를 지냈더니
  마침 보살을 보게 되었네.
  세 세상 통틀어 가장 높은 분
  만일 부처님 뵙지 못했더라면
  아마 다른 이에게 보시하였으리라.
  
  그 때 손타리강 가에 있던 바라문은 더욱 신심을 내어 곧 남은 음식을 세존께 다 바쳤다. 그러나 세존께서는 게송을 말씀해 얻은 것이라 하여 그것을
  
[1812 / 2145] 쪽
  받지 않으셨다.……(게송을 말씀함으로써 음식을 얻은 일에 대해서는 위에서 자세히 말한 것과 같다.)
  손타리강 가에 있던 바라문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 시식(施食)은 어디에 두오리까?"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어떤 하늘과 악마·범(梵)·사문·바라문 등 천신과 세상 사람들 중에 그 음식을 먹고 몸이 안락해질 수 있는 이를 볼 수가 없다. 너는 그 음식을 가져다 벌레가 없는 물 속이나, 아니면 풀이 적게 난 땅에 버려라."
  그러자 바라문은 곧 그 음식을 가져다가 벌레가 없는 물 속에 버렸다. 그랬더니 물은 곧 연기를 내고 끓어오르면서 피식피식 소리를 내었다. 마치 달군 쇠구슬을 찬 물에 던지면 연기가 나고 끓어오르면서 피식피식 소리를 내는 것처럼, 그 음식을 벌레가 없는 물 속에 던지자 연기가 일고 끓으면서 피식피식 소리를 내는 것도 마치 그와 같았다.
  바라문은 두려운 마음이 생겨 온몸의 털이 다 곤두서는 것 같았다. 그는 큰 재변이라 생각하고 언덕으로 달려 올라가 마른 나무를 모아 불을 질러 제사를 지내고 공양하면서 그 재변을 그치게 하려고 하였다. 세존께서는 그가 마른 나무를 모아 불을 놓고 불에 공양하고 제사를 올려 그 재변을 그치게 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시고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너 바라문은 불에 제사 지내려고
  마른 나무를 모아 불사르는구나.
  그것을 온갖 재앙을 물리치는
  깨끗한 도라고 말하지 말라.
  
  그것은 나쁜 공양이건만
  그래도 지혜롭다 생각하나니
  그러한 인연 짓는 것으로
  외도들은 깨끗함을 닦는다 집착하네.
  
  
[1813 / 2145] 쪽
  너는 지금 섶나무의 불을 버리고
  마음 속의 불을 왕성하게 일으켜
  항상 닦아서 방일하지 말며
  언제나 풍부한 공양을 올려라.
  어디서나 깨끗한 믿음을 일으켜
  큰 모임 열고 널리 보시하여라.
  
  마음과 뜻이 섶나무 되어
  성냄의 검은 연기 일으키네.
  거짓말을 껄끄러운 맛으로 삼고
  입안의 혀는 나무국자로 삼아라.
  
  가슴은 불태우는 곳이 되어
  욕심의 불길 언제나 왕성하나니
  마땅히 스스로 잘 항복 받아서
  사람의 불을 소멸시켜라.
  
  바른 믿음을 큰 강으로 삼고
  깨끗한 계율을 배로 삼아라.
  맑고 깨끗이 흐르는 물은
  지혜로운 이가 칭찬하는 것이다.
  
  사람 중에 하늘이신 깨끗한 덕
  마땅히 그 속에서 목욕하여라.
  물을 건너도 몸이 젖지 않고
  편안히 저 언덕에 건너가리라.
  
  바른 법을 깊은 못으로 삼고
  복과 덕을 그 선창으로 삼아라.
  
[1814 / 2145] 쪽
  맑고 깨끗한 물 가득한 것은
  지혜로운 이가 칭찬하는 것이니라.
  
  사람 중에 하늘이신 깨끗한 덕
  그 속에서 마땅히 목욕하여라.
  물을 건너도 몸에 젖지 않고
  편안히 저 언덕에 건너가리라.
  
  진제(眞諦)로써 마음을 잘 길들이고
  거두고 단속해 범행을 닦으며
  자비로써 괴로운 행을 삼으면
  진실한 마음은 청정하리니
  바른 법으로써 목욕하는 것은
  지혜로운 이가 칭찬하는 것이니라.
  
  그 때 손타리강 가에 사는 바라문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왔던 길을 따라 떠나갔다.
  
  
1185. 손타리경 ②10)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구살라국의 인간세상을 유행하시다가 손타리강 가의 총림(叢林)에 계셨다.
  그 때 손타리강 가에 사는 바라문이 부처님 계신 곳으로 찾아와서 서로 문안하고 위로한 다음 한쪽에 물러나 앉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10)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5권 16번째 소경과 『증일아함경』 제6권 제13 「이양품(利養品)」의 5번째 소경과 『중아함경(中阿含經)』 제23권 93번째 소경인 수정범지경(水淨梵志經)과 그 내용이 비슷하며, 이역본으로는 한역한 사람을 알 수 없는 『불설범지계수정경(佛說梵志計水淨經)』이 있다.
[1815 / 2145] 쪽
  "구담이시여, 손타리강에 가셔서 목욕하지 않으시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손타리강에 가서 목욕한들 무슨 쓸모가 있겠느냐?"
  바라문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손타리강은 바로 제도하는 강이요, 길하고 상서로운 강이며, 청정한 강입니다. 만일 누구든지 거기 가서 목욕하면 사람의 모든 악을 다 없앨 수 있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 곧 게송을 설하셨다.
  
  손타리강이나
  바휴다(婆休多)강이나
  가야(伽倻)강이나 살라(薩羅)강
  이와 같은 여러 강들은
  온갖 악하고 착하지 못한 것을
  능히 청정하게 할 수 없다.
  
  항하나 바휴다강이나
  손타리강 따위는
  어리석은 이가 늘 그 속에 살아도
  그 많은 죄악을 없앨 수 없느니라.
  
  그가 청정한 사람이라면
  구태여 목욕해 무엇하며
  그가 청정한 사람이라면
  포살(布薩)은 하여 무엇하리.
  
  깨끗한 업으로써 자신을 깨끗이 하는 것
  그것은 살생도 도둑질도 하지 않고
  음행하지 않고 거짓말하지 않는
  
[1816 / 2145] 쪽
  이런 것들을 받들어 가지는 것이니라.
  
  믿음으로 보시하여 때를 없애고
  이와 같은 일로써 목욕하며
  일체의 모든 중생들을 대하여
  자비스런 마음을 언제나 일으키면
  우물물로 목욕해도 그만이거니
  구태여 가야 등의 강물을 무엇하리.
  
  안으로 마음을 스스로 청정하게 하면
  바깥을 씻을 필요 없나니
  천하고 낮은 시골 아이들
  그 몸에 더러운 때가 많아서
  물로써 먼지를 씻는다 해도
  그 마음은 깨끗하게 할 수 없다네.
  
  그 때 손타리강 가에 사는 바라문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1186. 계발경(髻髮經) ①1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가비라위국 니구율원에 계셨다.
  그 때 속인으로 있을 때 본래 부처님과 친구였던 상투를 튼 라두바차(羅豆婆遮)12) 바라문이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와 서로 문안하고 위로한
  
  
11)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5권 17번째 소경 전반부와 그 내용이 비슷하다.
12) 바라문의 이름인데, 송·원·명 세 본에는 바라두바차(婆羅豆婆遮)로 되어 있고, 팔리어본에도 Bharadvaja로 표기되어 있다. 이것으로 보아 고려장경의 표기는 바(婆)자가 결여된 것이 아닌가 싶다.
[1817 / 2145] 쪽
  다음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몸밖의 털을 묶어 상투를 틀면
  그것은 다만 상투를 틀었다 하지만
  마음 속에 상투를 틀면
  그것은 중생을 결박하는 것이네.
  이제 구담에게 청해 묻나니
  어떻게 해야 상투를 풀 수 있습니까?
  
  그 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깨끗한 계율을 받들어 지키고
  마음 속으로 바른 깨달음을 닦으며
  전일한 마음으로 정근하고 방편을 쓰면
  그것이 곧 상투를 푸는 것이니라.
  
  그 때 상투를 튼 바라문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1187. 계발경 ②13)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가비라위국 니구율원에 계셨다.
  그 때 상투를 튼 바라두바차 바라문이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와 서로 문안인사를 나누고 위로한 다음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게송을 읊었다.
  
  몸밖의 털을 묶어 상투를 틀면
  
  
13)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5권 17번째 소경 후반부와 그 내용이 비슷하다.
[1818 / 2145] 쪽
  그것은 다만 상투를 틀었다 하지만
  마음 속에 상투를 틀면
  그것은 중생을 결박하는 것이네.
  
  제가 이제 구담에게 여쭈나니
  이와 같은 상투를 튼 사람은
  어떤 방편을 써야 하며
  어떻게 해야 상투가 풀리겠습니까?
  
  그 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눈과 귀와 그리고 코와
  혀와 몸과 뜻의 입처(入處)
  또 저 명(名)과 색(色)까지도
  남김없이 다 없애버리고
  모든 의식이 아주 다 사라지면
  거기에서 상투가 끊어지리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상투를 튼 바라두바차 바라문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1188. 존중경(尊重經)14)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울비라(鬱毘羅)라는 마을 니련선(尼連禪)강 가에 있는 보리수 밑에 계셨는데, 깨달음을 얻으신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때였다. 그 때 세존께서 혼자 고요히 사색하시다가 이렇게 생각하셨다.
  
  
14)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5권 18번째 소경 후반부와 그 내용이 비슷하다.
[1819 / 2145] 쪽
  '공경하지 않는 사람은 큰 고통을 받을 것이다. 차례도 모르고 남의 뜻을 두려워할 줄 모르며 제멋대로 하기 때문에 큰 의리에서 타락하게 된다. 공경할 줄 알고 차례를 지키며 그것에 순종하면 그는 안락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공경할 줄 알고 차례를 지키며 남에게 순종하면 큰 의리가 만족해진다. 혹 어떤 하늘이나 악마·범(梵)·사문·바라문 등 천신(天神)이나 세상 사람들 중에 내가 두루 갖춘 계율보다 낫고 삼매보다 나으며, 지혜보다 낫고 해탈보다 나으며, 해탈지견보다 나아서, 나로 하여금 공경하고 존중하게 하며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게 할 만한 것이 있으면 나는 그를 의지해 살리라.'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어떤 하늘이나 악마·범·사문·바라문 등 천신이나 세상 사람 중에 내가 두루 갖추고 있는 계율보다 낫고 내가 지니고 있는 삼매(三昧)나 지혜(智慧)나 해탈(解脫)이나 해탈지견(解脫知見)보다 나아서, 나로 하여금 공경하고 존중하게 하며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게 할 만한 것이 있어서 그를 의지해 살아야 될 만한 자는 어느 누구도 없다. 오직 바른 법이 있어서 나로 하여금 스스로 깨닫게 하여 삼먁삼불타(三藐三佛陀 : 正徧知)를 이룩하게 하였다. 나는 마땅히 그것만을 공경하고 존중하며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면서 그것을 의지해 살아가리라. 왜냐하면 과거의 여래·응공·등정각께서도 바른 법을 공경하고 존중하셨으며,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면서 그것을 의지해 사셨기 때문이다.'
  그 때 사바세계의 주인인 범천왕(梵天王)이 세존께서 생각하고 계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마치 역사(力士)가 팔을 굽혔다 펼 만한 짧은 시간에 범천에서 사라져 부처님 앞에 나타나 찬탄하면서 말하였다.
  "훌륭하십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시여, 게으름을 피우며 공경하지 않는 이는 참으로 큰 고통이 있을 것입니다.……(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큰 의리가 만족해질 것입니다. 진실로 어떤 하늘이나 악마·범·사문·바라문 등 천신이나 세상 사람 중에, 세존께서 갖추신 계율보다 낫거나 삼매와 지혜와 해탈과 해탈지견보다 더 나아서, 세존으로 하여금 공경하게 하고 존중하게 하며 받들어 섬기고 공
  
[1820 / 2145] 쪽
  양할 만해서 그것을 의지해 살아갈 만한 것은 없습니다. 오직 바른 법만이 있어, 세존께서 스스로 깨달아 등정각을 성취하셨습니다. 그러므로 그것은 여래께서 공경하고 존중하며 받들어 섬기고 공양할 만한 것으로서, 그것을 의지해 살아가셔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과거의 모든 여래·응공·등정각들께서도 바른 법을 공경하였고 존중하였으며 받들어 섬겼고 공양하면서 그것만을 의지해 살았고, 미래의 모든 여래·응공·등정각들께서도 바른 법을 공경할 것이고 존중할 것이며 받들어 섬길 것이고 공양하면서 그것만을 의지해 살아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세존께서도 마땅히 그 바른 법을 공경하고 존중하며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면서 그것만을 의지해 살아가셔야 할 것입니다."
  그 때 범천왕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과거의 등정각이나
  미래의 모든 부처님이나
  현재의 불세존께서는
  중생들의 근심을 없애 주시네.
  
  그 분들 모두 법을 공경하시고
  바른 법을 의지해 사셨으니
  그와 같이 바른 법 공경하는 일
  그것이 바로 모든 부처님의 법입니다.
  
  그 때 범천왕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이내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1189. 범천경(梵天經)15)
  
  
15)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5권 19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며, 이역본으로는 한역자를 알 수 없는 『잡아함경 k.745』의 4번째 소경이 그것이다.
 
[1821 / 2145] 쪽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울비라라는 마을에 있는 니련선강 가의 보리수 밑에 계셨는데, 깨달음을 얻으신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때였다. 그 때 세존께서 혼자 고요히 사색하시다가 이렇게 생각하셨다.
  '일승(一乘)의 도가 있으니, 그것은 능히 중생을 청정하게 해주고 온갖 근심과 슬픔에서 건져주며, 고통과 번뇌를 없애주고 진여(眞如)의 법을 얻게 한다. 이것을 일러 4념처(念處)라고 한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몸을 몸 그대로 관하는 염처[身念處], 느낌을 느낌 그대로 관하는 염처[受念處], 마음을 마음 그대로 관하는 염처[心念處], 법을 법 그대로 관하는 염처[法念處]이다.
  만일 어떤 사람이 4념처에 대하여 좋아하지 않으면, 곧 성스러운 법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요, 성스러운 법을 좋아하지 않으면 성스러운 도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며, 성스러운 도를 좋아하지 않으면 감로법(甘露法)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요, 감로법을 좋아하지 않으면 태어남·늙음·병듦·죽음과 근심·슬픔·괴로움·번민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만일 4념처 닦기를 좋아하면 성스러운 법 닦기를 좋아할 것이요, 성스러운 법 닦기를 좋아하면 성스러운 도 닦기를 좋아할 것이며, 성스러운 도 닦기를 좋아하면 감로법을 좋아할 것이요, 감로법을 좋아하면 태어남·늙음·병듦·죽음과 근심·슬픔·괴로움·번민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그 때 사바세계의 주인인 범천왕이 세존께서 생각하고 계시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고, 마치 역사(力士)가 팔을 굽혔다 펼 만한 짧은 시간에 범천에서 사라져 부처님 앞에 나타나 찬탄하면서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시여, 일승(一乘)의 도가 있어서 능히 중생을 깨끗이 하나니, 그것은 곧 4염처입니다.……(내지)……태어남·늙음·병듦·죽음과 근심·슬픔·번민·괴로움에서 벗어나나이다."
  그 때 범천왕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른바 일승의 도가 있어서
  모든 존재에서 벗어남을 보나니
  
[1822 / 2145] 쪽
  그 바른 법을 펴 말씀하시어
  괴로운 중생들을 안위(安慰)케 하네.
  
  과거의 모든 세존께서도
  이 일승의 도로써 건너가셨고
  미래의 모든 세존께서도
  이 일승의 도로써 건너가시리.
  
  현재의 존귀하신 정각께서도
  이 일승의 도로써 저 바다를 건너
  나고 죽음의 끝을 완전히 여의시고
  마음을 길들여 청정하게 되셨네.
  
  나고 죽음의 수레바퀴를
  모두 다 아주 녹여 없애고
  가지가지 모든 경계를 알아
  지혜의 눈으로 바른 길 드러내셨네.
  
  비유하면 항하강 물이 흘러서
  큰 바다로 들어가면
  급하고 거센 물결 자는 것처럼
  이 바른 법도 또한 그와 같다네.
  
  넓은 지혜로 잘 나타내 보이시사
  감로법을 체득하게 하셨네.
  특별하고 훌륭한 올바른 법륜(法輪)
  과거엔 한번도 듣지 못한 것이네.
  
  모든 중생들 가엾이 여기시고
  
[1823 / 2145] 쪽
  중생들 위해 그 바퀴 굴리셨네.
  천상과 인간을 감싸 보호하시어
  저 언덕으로 건너게 해 주셨네.
  그러므로 이 세상의 모든 중생들
  모두 다 머리 조아려 예배합니다.
  
  그 때 범천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이내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1190. 범주경(梵主經)16)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울비라 마을 니련선강 가에 있는 보리수 밑에 계셨는데, 깨달음을 얻으신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때였다.
  그 때 사바세계의 주인인 범천왕은 절묘(絶妙)한 몸을 가지고 새벽에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와,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모든 종성 중에 찰리 종족으로서
  두 발 가진 이 중에 높은 이시고
  지혜와 행을 완전히 갖추신 이시며
  천상과 인간에서 가장 훌륭하시네.
  
  부처님께서 범천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렇다, 범천이여. 그렇다, 범천이여."
  
  모든 종성 중에 찰리 종족으로서
  
  
16)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5권 20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824 / 2145] 쪽
  두 발 가진 이 중에 높은 이시고
  지혜와 행을 완전히 갖추신 이시며
  천상과 인간에서 가장 훌륭하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사바세계의 주인인 범천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이내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1191. 공한처경(空閑處經)17)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살라국 인간세상을 유행하시다가 마을이 없는 텅 비고 조용한 곳에서 비구들과 함께 밤을 지내셨다. 그 때 세존께서 비구들을 위해 아련야법(阿練若法)18)을 수순하는 것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그 때 사바세계의 주인인 범천왕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세존께서는 구살라국 인간세상을 유행하시다가 마을도 없는 텅 비고 고요한 곳에 계시면서, 비구들과 함께 쓸쓸한 벌판에서 밤을 지내신다. 그리고 세존께서는 대중을 위해 공법(空法)에 수순하라고 말씀하신다. 내가 이제 그곳에 가서 그를 따라 찬탄하리라.'
  그는 마치 역사가 팔을 굽혔다 펴는 듯한 아주 짧은 시간에 범천에서 사라져 부처님 앞에 나타나,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외진 곳의 자리에 앉기를 익히고
  온갖 번뇌를 모두 끊어 버려라.
  만일 비고 한적한 곳 좋아하지 않거든
  
  
17)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5권 21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8) 아련야법이란 인가(人家)를 멀리 떠나 텅 비고 고요한 곳에서 혼자 조용히 앉아 선정에 들어 사색하는 공부법을 말한다.
[1825 / 2145] 쪽
  대중 속에 들어가 스스로 단속하라.
  
  그리하여 그 마음 스스로 잘 길들이고
  집집마다 다니면서 걸식을 하되
  모든 감관 거두어 단속해 지키고
  오로지 전력을 다해 마음과 생각을 잡아매어라.
  
  그리고 나서 공한(空閒)을 익혀
  아련야의 자리에 앉아서
  온갖 두려움 멀리 여의고
  무서움 없이 안락하게 머물러라.
  
  또 저 온갖 흉악하고 험난한 일과
  사나운 독사들의 갖가지 해침이 있거나
  검은 구름이 일어 매우 깜깜한 속에
  뇌성이 울고 번갯불 치더라도
  온갖 번뇌를 여의었기 때문에
  밤낮으로 안락하게 머무르리라.
  
  가령 내가 이제 들은 그 법이
  최후의 경지에 이르지는 못했더라도
  혼자서 고요히 범행 닦으면
  천 번 죽음과 악마도 두렵지 않고
  만일 그 위에 깨달음의 길 닦으면
  몇 만이 오더라도 두려울 것 없으리.
  
  혹은 수다원이나
  사다함이나
  또 아나함을 얻는
  
[1826 / 2145] 쪽
  그 수도 또한 한량없으리니
  능히 그 수를 정하지 않은 것은
  거짓말이 될까 두려워해서라네.
  
  그 때 사바세계의 주인인 범천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이내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1192. 집회경(集會經)19)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가비라위국 가비라위(迦毘羅衛)국 어느 숲 속에서 5백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들은 다 아라한으로서 모든 번뇌가 이미 다 끊어지고, 할 일을 이미 마쳤으며, 온갖 무거운 짐을 버려 자기 이익을 이미 얻었고, 모든 존재의 결박을 끊어 바른 지혜로 마음이 잘 해탈된 이들이었다.
  그 때 세존께서는 대중을 위해 열반에 호응하는 법을 말씀하셨다. 그 때 시방 세계의 대중들과 위력(威力)있는 모든 하늘들이 다 모여 와서 세존과 비구대중을 공양하였다.
  다시 여러 범천왕들은 범천 세계에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오늘 부처님께서 가비라위국에 계시면서……(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위에서 말한 내용과 같다.)……세존과 여러 대중들에게 공양한다. 우리들도 지금 가서 각각 찬탄하리라.'
  이렇게 생각하고는 마치 역사가 팔을 굽혔다 펴는 것 같은 아주 짧은 시간에 범천에서 사라져 부처님 앞에 나타났다.
  첫째 범천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19)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5권 22번째 소경과 『장아함경』 제12권 재292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며, 이역본으로는 법천(法天)이 한역한 『불설대삼마야경(佛說大三摩若經)』이 있다.
[1827 / 2145] 쪽
  지금 이 큰 숲 속에
  대중들이 구름처럼 모였고
  시방의 여러 하늘들도
  모두 와서 공경하네.
  그러므로 나도 멀리서 와서
  가장 훌륭하고 항복 받기 어려운 스님들에게 예배하노라.
  
  둘째 범천도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 여러 비구승들은
  진실한 마음으로 정진하면서
  지금 여기 이 큰 숲 속에서
  모든 감각기관 거두고 해탈 구하네.
  
  또 셋째 범천도 게송으로 말하였다.
  
  좋은 방편으로 은혜와 애정과
  매우 예리한 가시 녹이고
  굳고 튼튼해 흔들리지 않음이
  마치 저 인다라(因陀羅) 당기와 같네.
  
  깊은 해자의 물을 건너서
  맑고 깨끗해 욕심 없으니
  잘 건너신 길잡이 스승은
  그 마음 항복 받은 큰 용이시네.
  
  다음에는 넷째 범천이 게송으로 말하였다.
  
  부처님께 돌아가 의지하는 이
  
[1828 / 2145] 쪽
  마침내 나쁜 곳에 떨어지지 않나니
  능히 인간 몸 끊어 버리고
  천상의 몸을 받아 즐거워하리.
  
  네 범천은 이렇게 각각 게송을 마치고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1193. 구가리경(瞿迦梨經)20)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사바세계의 주인인 범천왕은 날마다 한결같이 열심히 부처님께 나아가 존중하고 공양하였다. 그 때 사바세계의 주인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오늘 아침에는 부처님을 뵈려고 왔더니 너무 일러, 마침 세존께서는 큰 삼매에 들어 계신다. 우리들은 우선 제바달다(提婆達多)의 무리인 구가리(瞿迦梨) 비구의 집부터 들러보리라.'
  이렇게 생각하고 곧 그 비구의 집을 찾아가서 손가락으로 창을 두드리면서 말하였다.
  "구가리여, 구가리여, 너는 사리불(舍利弗)이나 목건련(目揵連)의 처소에 가서 깨끗한 신심을 일으켜라. 너는 오랜 세월 동안 유익함이 없는 고통을 받지 말라."
  구가리가 대답하였다.
  "너는 누구냐?"
  범천이 대답하였다.
  "사바세계의 주인인 범천왕이다."
  구가리가 말하였다.
  "세존께서 너에게 아나함(阿那含 : 인간 세계에 다시 오지 않는 지위)을 얻었다고 증명하시지 않았던가?"
  
  
20)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5권 23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며, 이역본으로는 한역자를 알 수 없는 『잡아함경 (k.745)』의 5번째 소경이 그것이다.
[1829 / 2145] 쪽
  범천왕이 말하였다.
  "그렇다, 비구여."
  구가리가 말하였다.
  "그런데 그대는 왜 왔는가?"
  사바세계의 주인인 범천왕이 말하였다.
  "너는 고칠 수 없구나."
  그리고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한량없이 많은 처소에 대해
  마음으로 그것을 헤아리려 하는구나.
  어떻게 지혜로운 사람이
  그러한 부질없는 생각을 내겠는가?
  한량없는 것을 헤아리려 하는 것
  그것은 곧 무지한 범부나 하는 짓이니라.
  
  그 때 사바세계의 주인인 범천왕은 부처님의 처소에 찾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항상 날마다 부지런히 부처님의 처소에 찾아와 친히 뵙고 공양하였습니다. 저는 오늘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너무 일찍 세존을 뵈러 왔더니, 마침 세존께서 큰 삼매에 들어 계신다. 나는 우선 제바달다의 무리인 구가리 비구의 집부터 들러보자.'
  그렇게 생각하고는 곧 그의 집을 찾아가 정중하게 창문을 두드리면서 말하였습니다.
  '너는 어질고 착하며 지혜 있는 사리불과 목건련의 처소에 찾아가서 깨끗한 신심을 일으켜라. 그리하여 오랜 세월 동안 유익함이 없는 고통을 받지 말라.'
  그러자 구가리가 물었습니다.
  '너는 누구냐?'
  제가 대답하였습니다.
  
[1830 / 2145] 쪽
  '나는 사바세계의 주인인 범천왕이다.'
  그러자 그는 말하였습니다.
  '세존께서 너에게 아나함을 얻었다고 증명하시지 않았느냐?'
  제가 대답하였습니다.
  '증명하셨다.'
  그가 다시 물었습니다.
  '그런데 너는 왜 또 왔느냐?'
  제가 대답하였습니다.
  '이 사람은 도저히 고칠 수 없구나.'
  그리고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습니다.
  
  헤아릴 수 없는 것을
  헤아리려고 마음을 내는구나.
  헤아릴 수 없는 것을 헤아리려 하면
  그는 곧 무지한 범부이니라.
  
  부처님께서 범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렇다, 그렇다. 범왕이여".
  
  헤아릴 수 없는 것을
  헤아리려고 마음을 낸다.
  어떻게 지혜로운 사람으로서
  이러한 부질없는 생각을 내는가?
  헤아릴 수 없는 것 헤아리려 하면
  그는 곧 무지한 범부이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사바세계의 주인인 범천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이내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1831 / 2145] 쪽
  
  
  
1194. 범천경(梵天經)2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세존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대범천왕과 또 다른 별범천(別梵天)과 선비별범천(善臂別梵天)22)이 날마다 방편을 써서 세존을 찾아가 뵙고 공양하였다. 그 때 바구범천(婆拘梵天)은 별범천과 선비별범천이 부지런히 방편을 쓰는 것을 보고 그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어디로 가려고 하는가?"
  그들은 대답하였다.
  "세존을 뵙고 공경하고 공양을 올리려고 한다."
  그 때 바구범천은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여기엔 네 곡조(鵠鳥 : 범천의 이름)가 있고
  세 개의 금빛 찬란한 궁전도 있으며
  그리고 572명이나 되는
  수행하고 좌선하는 사람이 있다.
  
  불꽃처럼 찬란한 금빛 몸으로
  범천 궁전을 두루 비추나니
  그대들은 우선 내 몸을 보라
  구태여 거기까지 갈 것 없으리.
  
  그 때 선범왕과 별범왕과 선비별범왕도 게송으로 말하였다.
  
  
21)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6권 1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22) 『별역잡아함경』에는 "그 때 두 하늘이 있었는데 하나는 소승선폐범(小乘善閉梵)이고, 다른 하나는 소승광범(小乘光梵)이었다"라고 되어 있다.
[1832 / 2145] 쪽
  
  아무리 금빛 몸 가지고 있어
  범천 궁전을 두루 비춘다 해도
  아마도 지혜를 가진 사람이라면
  그 빛깔에 번뇌가 있음을 아나니
  지혜로운 자는 그런 빛깔 좋아하지 않고
  그것에 대해 마음이 해탈하나니라.
  
  그 때 그 선범천과 별범천과 선비별범천이 부처님께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아까 방편을 써서 세존을 찾아가 뵙고 공경하고 공양하려고 하는데, 바구범천이 저희들의 방편 쓰는 것을 보고 저희들에게 물었습니다.
  '너희들은 지금 방편을 써서 어디로 가려고 하느냐?'
  저희들이 대답하였습니다.
  '세존을 찾아가서 뵙고 예로써 섬기고 공양하려고 한다.'
  그랬더니 바구범천이 곧 게송으로 말하였습니다."
  
  여기엔 네 곡조가 있고
  세 개의 금빛 궁전 있으며
  그리고 572명이나 되는 자들이
  이곳에서 선정에 들어 있단다.
  
  이 내 몸의 금빛을 보라
  범천 궁전을 두루 비춘다.
  너희들은 우선 내 몸을 보라
  구태여 거기까지 갈 것 없으리.
  
  저희들은 곧 게송으로 답하였습니다.
  
[1833 / 2145] 쪽
  
  아무리 금빛 몸으로
  범천 궁전을 두루 비춘다 해도
  그 순금 빛깔은 바로
  번뇌거리임을 알아야 하리.
  지혜로운 사람은 빛깔에서 벗어나
  다시는 빛깔을 좋아하지 않는다.
  
  부처님께서 범천에게 말씀하셨다.
  "그렇다, 범천이여. 그렇다, 범천이여."
  
  아무리 금빛 몸으로
  범천 궁전을 두루 비춘다 해도
  그 순금 빛깔은 바로
  번뇌거리임을 알아야 하리.
  지혜로운 사람은 빛깔에서 벗어나
  다시는 빛깔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때 그들 범천은 가타무다저사(迦吒務陀低沙) 비구를 위해 일부러 게송으로 말하였다.
  
  대개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면
  날카로운 도끼가 입안에 있어
  도리어 제 자신의 몸 해치나니
  그것은 나쁜 말을 하기 때문이니라.
  
  비방해야 할 이를 도리어 칭찬하고
  칭찬해야 할 이를 도리어 비방하여
  나쁜 말로써 그 허물 더해
  
[1834 / 2145] 쪽
  태어나는 곳마다 안락(安樂) 없다네.
  도박이나 술로써 재물 잃어도
  그 허물은 지극히 적은 것이다.
  나쁜 마음으로 선서(善逝) 대하면
  그야말로 커다란 허물이 되리.
  
  저 지옥은 백천 개나 있어
  그 이름을 니라부지(尼羅浮地)23)라 하네.
  30하고 또 600과 그리고
  다섯 개의 아부타(阿浮陀)가 있으니
  이 모두 성인을 비방한 자를 가두는 지옥
  입과 뜻으로 악한 원 지었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범천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이내 사라지고는 나타나지 않았다.
  
  
1195. 바구범경(婆拘梵經)24)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바구범천이 범천 하늘에서 다음과 같은 삿된 소견을 일으켰다.
  '이곳은 항상한 곳이고 한결같아 변하거나 바뀌는 법[變易法]이 아니며, 순수하고 한결같이 생사를 벗어난 곳이다.'
  그 때 세존께서 바구범천의 생각을 아시고는 삼매에 들어, 삼매에 든 채로 왕사성에서 사라져 범천 하늘에 나타나셨다. 바구범천이 멀리서 세존을 뵙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23) 송·원·명 3본에는 '니라부타(尼羅浮陀)'로 되어있다.
24)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6권 2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835 / 2145] 쪽
  
  72개의 범천은
  온갖 복업을 지었으므로
  자유로이 언제나 머무르나니
  태어남·늙음·죽음을 이미 여의었네.
  
  나는 여러 가지 밝은 이치를
  닦고 익혀 구경의 경지에 이르렀나니
  저 여러 하늘 대중들이
  오직 나만을 영원한 존재라 말했네.
  
  그 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이들은 지극히 목숨이 짧으니
  영원히 존재하는 사람 아니다.
  그런데 이제 너 바구범천은
  스스로 오래 산다 말하는구나.
  
  너는 저 니라부다 지옥 속에서
  그 목숨 백천 년을 지냈느니라.
  내가 모두 그것을 기억하는데
  너는 스스로 오래 산다 말하는구나.
  
  바구범천이 게송으로 말하였다.
  
  불세존께서 보신 것은
  그 겁수(劫數)가 끝이 없어라.
  태어남·늙음·죽음과 근심·슬픔들
  그런 것들 모두 다 지나갔거니
  
[1836 / 2145] 쪽
  원하옵건대 제가 일찍 지나온
  과거의 경력 말해 주소서.
  어떤 계율의 업을 받아 가졌기에
  지금 여기에 태어나게 되었습니까?
  
  그러자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너는 과거 구원겁(久遠劫) 때에
  크고 넓은 벌판을 지난 일 있다.
  거기에는 성현의 범행을 닦는
  많은 대중들의 행렬이 있었다.
  
  그들이 배고프고 양식이 없을 때
  너는 구원하여 모면하게 하였고
  자비스런 마음도 끊임없이 계속되어
  몇 겁을 지나도록 잃지 않았다.
  
  이것은 네가 지난 세상에
  받아 가진 바 공덕이니라.
  나는 모두 그것을 기억하나니
  마치 금시 꿈에서 본 것 같다네.
  
  또 과거에 어떤 촌과 도시가
  도적의 노략질을 받은 일 있다.
  너는 그 때 그들을 구해
  모두 거기서 벗어나게 하였다.
  
  이것은 네가 지난 세상에
  받아 가진 바 복업(福業)이니라.
  
[1837 / 2145] 쪽
  나는 그 인연 기억하나니
  마치 금시 꿈에서 본 것과 같다.
  
  또 과거에 많은 사람들
  배를 타고 항하강을 건너가다가
  흉악한 용이 그 배를 덮쳐
  그 목숨 모두 해치려 했다.
  
  너는 그 때 신통의 힘으로
  그들을 구해 벗어나게 하였다.
  이것이 네가 지난 세상에
  받아 가진 바 복업이니라.
  
  나는 그 인연 기억하나니
  마치 금시 꿈에서 본 것과 같다.
  
  바구범천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의 옛날과 지금의 수명
  또한 그 밖의 모든 일들을
  확실히 모두 알고 계시니
  그야말로 바르게 깨달은 분이시네.
  
  그러므로 받으신 바 그 몸에서
  금빛 광명이 불꽃처럼 빛나니
  그 몸은 여기 머무르셔도
  광명은 온 세간 두루 미치네.
  
  그 때 세존께서는 바구범천을 위해 갖가지로 설법해 가르쳐 보이시고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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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쁘게 해주신 뒤에, 삼매에 든 채로 범천에서 사라져 왕사성으로 돌아오셨다.
  
  
1196. 사견경(邪見經)25)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어떤 범천은 범천 하늘에서 다음과 같은 삿된 소견을 일으켜 말하였다.
  '이곳은 항상한 곳이고 한결같아 변하거나 바뀌는 법이 아니며, 순수하고 한결같이 생사를 벗어난 곳이다. 일찍 아무도 여기에 온 이를 보지 못했거늘 하물며 이보다 더 훌륭한 곳이 있겠는가?'
  그 때 세존께서 범천의 생각을 아시고, 곧 삼매에 들어 삼매에 드신 채로 사위국에서 사라져 범천 궁전에 나타나셨다. 그래서 범천 정상(頂上)에 머물러 허공에서 가부좌하고 앉아 몸을 바르게 하고 생각을 모으셨다.
  그 때 존자 아야구린(阿若俱隣)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오늘 세존께서는 어디에 계시는가?'
  그는 곧 사람의 눈보다 뛰어난 깨끗한 천안(天眼)으로, 세존께서 범천 정상에 계신 것을 보았다. 그는 곧 삼매에 들어 삼매에 든 채로 사위국에서 사라져 범천 세계에 나타났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처님을 향해 가부좌하고 앉아 몸을 단정히 하고 생각을 모아, 부처님의 자리보다는 아래이고 범천의 자리보다는 위인 위치에 있었다.
  그 때 존자 마하 가섭도 이렇게 생각하였다.
  '오늘 세존께서는 어디에 계시는가?'
  곧 사람의 눈보다 뛰어난 천안으로, 세존께서 범천 정상에 계신 것을 보았다. 그는 곧 삼매에 들어 삼매에 든 채로 사위국에서 사라져 범천에 나타났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부처님을 향해 가부좌하고 앉아 몸을 단정히 하고 생각을 모아, 부처님의 자리보다는 아래이고 범천의 자리보다는 위인 위치에
  
  
25)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6권 3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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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었다.
  그 때 존자 사리불도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존께서는 지금 어디에 계시는가?'
  그도 곧 사람의 눈보다 뛰어난 천안으로, 세존께서 범천에 계신 것을 보았다. 그는 곧 삼매에 들어 삼매에 든 채로 사위국에서 사라져 범천에 나타났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처님을 향해 가부좌하고 앉아, 몸을 단정히 하고 생각을 모아 부처님의 자리보다는 아래이고 범천의 자리보다는 위인 위치에 있었다.
  그 때 존자 마하 목건련도 이렇게 생각하였다.
  '오늘 세존께서 어디에 계시는가?'
  그도 곧 사람의 눈보다 뛰어난 천안으로, 세존께서 범천 정상에 계시는 것을 멀리서 보았다. 그는 곧 삼매에 들어 삼매에 든 채로 사위국에서 사라져 범천에 나타났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부처님을 향해 가부좌하고 앉아, 몸을 단정히 하고 생각을 모아 부처님의 자리보다는 아래이고 범천의 자리보다는 위인 위치에 있었다.
  그 때 세존께서 범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도 '과거부터 아직 나보다 나은 이를 보지 못하였다'는 소견을 가지고 있는가?"
  범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이제는 감히 '일찍이 나보다 나은 이를 보지 못하였다'는 소견을 내지 않습니다. 다만 범천의 광명이 가려진 것만을 볼뿐입니다."
  그 때 세존께서 그 범천을 위해 갖가지로 설법하여 가르쳐 보이시고 기쁘게 해주신 뒤에, 곧 삼매에 들어 삼매에 든 채로 범천에서 사라져 사위국으로 돌아오셨다.
  존자 아야구린과 마하 가섭과 사리불도 그 범천을 위해 갖가지로 설법하여 가르쳐 보이고 기쁘게 해준 뒤에, 곧 삼매에 들어 삼매의 힘을 따라 범천에서 사라져 사위국으로 돌아왔다.
  오직 존자 마하 목건련만 그대로 그곳에 남아 있었다. 그 때 그 범천이 존자 목건련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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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존의 다른 여러 제자들도 다 그런 큰 덕과 큰 힘이 있는가?"
  그 때 존자 목건련이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큰 덕이 있고 삼명(三明)을 갖추어
  통달하여 남의 마음 환히 안다.
  온갖 번뇌 다 끊은 여러 아라한
  그 수효가 한량이 없소.
  
  그 때 존자 마하 목건련은 그 범천을 위해 갖가지로 설법하여 가르쳐 보이고 기쁘게 해준 뒤에, 곧 삼매에 들어 삼매의 힘을 따라 범천에서 사라져 사위국으로 돌아왔다.
  
  
1197. 입멸경(入滅經)26)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시나갈(俱尸那竭)국의 역사(力士)가 태어난 곳인 견고쌍수(堅固雙樹) 숲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반열반(般涅槃)할 시기에 임박하여 존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견고쌍수 사이에 머리를 북쪽으로 둘 수 있도록 하여 평상을 펴라. 여래가 오늘 밤중에 무여열반(無餘涅槃)에 들 것이다."
  그 때 존자 아난은 세존의 분부를 받고, 세존을 위해 견고한 쌍수(雙樹) 사이에 머리를 북쪽으로 둘 수 있게 평상을 폈다. 그리고 세존께 돌아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아뢰었다.
  "여래를 위해 견고한 쌍수 숲 사이에 북쪽으로 머리를 둘 수 있게 하여 평상을 펴놓았습니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평상에 나아가 북쪽으로 머리를 두시고 오른쪽 옆구리
  
  
26)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6권 4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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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를 땅에 대고 누워 발을 포개고 밝은 현상에 생각을 모았다.
  그 때 세존께서 한밤중에 무여열반에 드셨다. 그러자 견고한 쌍수 숲은 곧 꽃을 피우고는 에워싸듯 가지를 드리우며 세존께 공양하였다. 그 때 어떤 비구가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장하다! 너희들 견고 나무여,
  가지 드리워 부처님께 예배하네.
  큰 스승님의 반열반을
  아름다운 꽃으로 공양하는구나.
  
  제석이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일체의 행은 덧없는 것이니
  그것은 모두 생멸(生滅)하는 법이니라.
  비록 생겨나도 이내 사라지는 것
  이 적멸(寂滅)로 곧 즐거움을 삼느니라.
  
  사바세계의 주인인 범천왕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 세상에 한번 생겨난 것이면
  그 자리에서 모두 버려야 하느니라.
  이와 같이 거룩한 큰 스승님은
  이 세상에 아무도 짝할 이 없네.
  
  비록 여래의 힘을 얻어서
  두루 이 세상의 눈이 되었건만
  결국은 사라짐에 돌아가
  이제 무여열반에 드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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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자 아나율타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드나드는 숨길 이미 멈추었으나
  그 즉시 마음 잘 거두어 잡았으니
  의지했던 곳으로부터 나와서
  이 세상에서 반열반에 드셨네.
  
  모두들 서로 큰 두려움 일으켜
  사람들 온 몸의 털 곤두서나니
  일체의 행(行)과 힘을 갖추신
  큰 스승님 지금 반열반하셨네.
  
  그 마음 항상 게을리 하지 않았고
  온갖 애욕에도 집착하지 않았네.
  마음의 법 점점 해탈하는 것
  섶나무 다해 불이 꺼지는 것 같네.
  
  여래께서 열반하신 지 이레 뒤에 존자 아난이 지제(枝提)27)에 가서 게송을 읊었다.
  
  스승님의 이 보배로운 몸
  저 범천 위로 떠나가셨네.
  이와 같이 큰 신통의 힘으로
  속에서 불을 내어 몸을 태우셨네.
  
  천 벌의 고운 흰옷으로
  여래의 몸을 염(殮)하였는데
  오직 두 겹만 타지 않았으니
  
  
27)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송·원·명 세 본에는 지제(枝提)가 지제(支提)로 되어있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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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좋은 것과 속옷이었네.
  존자 아난이 이 게송을 읊었을 때, 모든 비구들은 잠자코 있으면서 슬퍼하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하였다.
  
  
  
  
  
  
  
  
  
  
  
  
  
  
  
  
  
  
  
  
[1844 / 2145]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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