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잡아함경(雜阿含經)

잡아함경 제 46 권

通達無我法者 2007. 12. 24. 10:18
[1894 / 2145] 쪽
  
잡아함경 제 46 권
  
  
  송 천축삼장 구나발타라 한역
  
  
  
1222. 조소경(鳥巢經)6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세상에 하늘과 아수라가 마주 진(陣)을 치고 싸웠는데 아수라가 이기고 하늘의 뜻대로 되지 못했다. 그 때 천제석(天帝釋)의 군사는 패망하여 흩어지면서 매우 두려운 마음이 생겨 차를 타고 북으로 치달려 천궁(天宮)으로 돌아왔다.
  수미산(首彌山) 아래 길가에는 우거진 숲이 있고, 그 숲 속에는 금시조(金翅鳥) 둥지가 있는데 거기에 금시조 새끼가 많이 있었다. 그 때 천제석은 수레와 말이 지나가다가 그 새끼들을 밟아 죽일까 걱정이 되어 마부에게 말하였다.
  '수레를 돌려라. 새 새끼를 죽이지 말라.'
  마부가 왕에게 아뢰었다.
  '아수라 군대가 뒤에서 쫓아오고 있습니다. 만일 되돌아가면 그들에게 곤욕을 당할 것입니다.'
  제석이 말하였다.
  '차라리 되돌아 가다가 아수라에게 죽임을 당할지언정 군사들 때문에 중생
  
  
61)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3권 7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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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이 길에서 밟혀 죽게 할 수는 없다.'
  그러자 마부는 어쩔 수 없이 수레를 돌려 남쪽으로 향하였다. 아수라 군대는 멀리서 제석이 수레를 돌려 되돌아오는 것을 보고 전술의 책략을 쓰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곧 후퇴하여 달리기 시작했고, 아수라의 군사들은 매우 두려워 진을 무너뜨리고 흩어져 아수라궁으로 돌아갔느니라."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저 천제석은 삼십삼천(三十三天)의 자재로운 왕[自在王]이었지만 자애로운 마음[慈心]을 지녔었기 때문에 그 위력으로 아수라의 군대를 무찔러 항복 받았고, 또 항상 자애로운 마음에 대한 공덕을 찬탄하였었느니라. 너희 비구들은 바른 믿음으로 집 아닌 데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고 있나니, 마땅히 자애로운 마음을 닦고 또한 자애로운 마음에 대한 공덕을 찬탄해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223. 빈인경(貧人經)62)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왕사성 안에 어떤 장정이 있었다. 그는 빈궁하여 모진 고생을 하면서도 부처님과 법과 승가를 믿으면서 금계(禁戒)를 받들어 지키고, 많이 듣고 널리 배우며 힘써 보시를 행하고 바른 소견을 성취하였었다. 그래서 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을 마친 뒤에 천상에 태어나게 되었다. 삼십삼천에 태어나서는 세 가지 일에 있어 다른 삼십삼천보다 뛰어났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 일인가? 첫째는 하늘의 수명[天壽]이요, 둘째는 하늘의 형상[天色]이며, 셋째는 하늘의 명칭[天名]이다. 여러 삼십삼천은 이 천자가 하늘의 수명·하늘의 형상·하늘의 명칭 등의 세 가지 일이 다른 하
  
  
62)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3권 9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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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보다 특별히 훌륭한 것을 발견했다. 다른 여러 하늘들이 그것을 보고 나서 천제석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교시가(憍尸迦)여, 어떤 천자가 이 하늘에 처음으로 태어났는데, 하늘 수명·하늘 형상·하늘 명칭 등의 세 가지 일에 있어 먼저 태어난 다른 하늘들보다 특별히 훌륭하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그 때 천제석은 그 천자들에게 말하였다.
  "현자들이여, 내가 이 사람을 보니, 이 사람은 왕사성에서 한 장정이었었는데, 빈궁하여 모진 고생을 하면서도 여래의 법과 율을 믿고 향하는 마음을 얻어 ……(내지)……바른 소견을 성취하였다. 그래서 몸이 무너지고 목숨을 마친 뒤에는 이 하늘에 와 태어나서, 하늘 수명·하늘 형상·하늘 명칭 등의 세 가지 일에 있어 여러 삼십삼천보다 특별히 뛰어난 것이다."
  그 때 천제석이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여래를 올바르게 믿어
  결정코 흔들리지 않으며
  진실한 계(戒)를 받들어 지켜
  거룩한 계를 싫어하지 않았고
  
  부처에 대해 마음이 청정하여
  바른 소견을 성취하였다네.
  그는 가난 때문에 괴로워하지도 않았고
  스스로의 삶이 헛되지도 않았음을 알라.
  
  그러므로 부처와 법과 스님에게
  맑고 깨끗한 믿음을 내면
  지혜의 힘은 더욱 밝아지리니
  부처의 바른 가르침을 생각해야 한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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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224. 대사경(大祠經) ①63)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기사굴산(耆闍崛山)에 계셨다.
  그 때 왕사성의 사람들은 널리 대회를 마련해 모두 여러 외도를 청하였다. 차라가(遮羅迦) 외도를 섬기는 어떤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차라가도천(遮羅迦道天)을 청해 먼저 복전(福田)을 지으리라.'
  또 어떤 사람은 외도 출가자를 섬겼고, 어떤 사람은 니건자(尼乾子)의 도를 섬겼으며, 어떤 사람은 늙은 제자를 섬겼고, 어떤 사람은 큰 제자[大64)弟子]를 섬겼는데 다들 그런 식으로 생각하였다. 어떤 사람은 부처님 제자인 승가를 섬겼는데, 그도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부처님 앞에 있는 비구로 하여금 먼저 복전을 짓게 하리라.'
  그 때 천제석(天帝釋)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왕사성의 사람들로 하여금 부처님 앞에 있는 승가를 버리고서 다른 도를 받들어 섬기며 복전을 구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 나는 지금 빨리 가서 왕사성의 사람들을 위해 복전을 건립(建立)하리라.'
  그리고는 곧 용모가 단정한 큰 바라문으로 변화해 흰 마차에 오르자, 여러 젊은 바라문들이 앞에서 인도하고 뒤에서 따르면서 금 자루로 된 비단 일산을 들고 왕사성에 이르러 곳곳의 대중들의 모임에 나아갔다. 왕사성의 여러 남녀들은 모두 이렇게 생각하였다.
  '단지 이 큰 바라문이 받들어 섬기는 대상만 바라본 다음 우리도 그를 따라 먼저 공양해 좋은 복전을 삼으리라.'
  그 때 천제석은 왕사성의 여러 남녀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고, 수레를
  
  
63)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3권 10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64)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송·원·명 세 본에는 대(大)자가 화(火)자로 되어 있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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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고 앞뒤로 대중을 거느리고 기사굴산으로 갔다. 문 밖에 이르러서는 다섯 가지 장식을 버리고,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서 한 쪽으로 물러나 앉아 게송으로 말하였다.
  
  일체 모든 법의 저쪽 언덕을
  잘 분별해 나타내 보이시어
  온갖 두려움에서 모두 다 벗어났으니
  그러므로 구담(瞿曇)께 머리 조아립니다.
  
  모든 사람들 널리 모임을 열어
  큰 공덕을 구하려고 하여
  제각기 모두 큰 보시 베풀고
  항상 다른 결과 있기를 원하오니
  원컨대 저들 위해 복전을 설명하사
  이 보시의 과보 이루게 하여지이다.
  
  제석 대자재(大自在)의 천왕이 여쭌 일들을 기사굴산에서 큰 스승님께서 수기하여 말씀하셨다.
  
  모든 사람들 널리 모임을 열고
  큰 공덕을 구하려고 하여
  제각기 큰 보시를 베풀고
  항상 다른 결과 있기를 원하지만
  내 이제 복전을 설명하리니
  보시 행하여 큰 과보의 터전 얻어라.
  
  바르게 향하는 이에 네 부류65)가 있나니
  
  
65) 초과향(初果向)·이과향(二果向)·삼과향(三果向)·사과향(四果向)을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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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네 성자가 머무는 과위[果]
  이것을 승가의 복전이라고 한다.
  명행(明行)과 선정을 구족하면
  승가의 복전은 더욱 더 넓어져서
  한량없기 바다보다 더하리라.
  
  사람을 길들이는 스승의 제자
  바른 법을 드러내 밝게 비추나니
  그들에게 공양하고 잘 보시하면
  그것이 곧 승가의 좋은 복전이니라.
  이 좋은 승가의 복전에 대해
  큰 과보 얻는다고 부처님 말씀하셨네.
  
  승가는 다섯 가지 번뇌를 여의었기에
  그 청정함 마땅히 찬탄해야 하나니
  저 최상의 복전에 보시하면
  조그만 보시로도 큰 이익 거두리라.
  
  그러므로 모든 사람 그 누구나
  승가의 복전에 보시해야 하리니
  더욱 더 훌륭하고 묘한 법 얻어
  명행(明行)과 선정이 상응하리라.
  
  그런 보배로운 승가에게 공양하면
  시주의 마음 기쁨에 넘칠 것이니
  세 가지 마음 일으켜
  의복과 음식을 보시하면
  티끌과 때와 칼과 가시를 벗어나고
  모든 나쁜 갈래의 세계를 뛰어넘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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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소 나아가 알려 청하고
  손수 평등하게 골고루 주는 것
  자기도 유익하고 남도 이롭게 하는 것이니
  이런 보시 행하면 큰 이익 얻으리라.
  
  자비스런 사람은 이렇게 보시하고
  깨끗한 믿음으로 마음이 해탈하나니
  죄 없고 편하며 즐거운 보시는
  지혜를 타고 극락에 나느니라.
  
  그 때 천제석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부처님께 예배하고 이내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그 때 왕사성의 여러 사람들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바르게 하고 부처님께 예배한 뒤에,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이시여, 세존과 모든 대중들께서는 저희들의 공양을 받아주소서."
  그 때 세존께서는 잠자코 그 청을 받아 주셨다. 그러자 왕사성 사람들은 세존께서 잠자코 그 청을 받아들이신 것을 알고는 예를 올리고 돌아가 여러 사람들이 모인 곳에 이르러 음식을 갖추어 놓고 자리를 폈다. 그리고는 이른 아침에 사람을 보내 부처님께 아뢰었다.
  "때가 되었습니다. 부디 때가 되었음을 아소서."
  그 때 세존께서 대중들과 함께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큰 모임이 있는 곳으로 가셔서 대중 앞에서 자리를 펴고 앉으셨다.
  왕사성 사람들은 부처님께서 자리하신 줄을 알고 갖가지 풍성하고 감미로운 음식들을 손수 돌렸다. 공양이 끝나고 발우를 씻고 손을 씻고 양치질이 끝나자,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 부처님의 설법을 들었다.
  그 때 세존께서는 왕사성 사람들을 위해 갖가지로 설법해 가르쳐 보이고 기쁘게 해주시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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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대사경 ②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기사굴산에 계셨다.……(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앞의 경에서 말한 것과 같고, 다만 다른 것은 다음과 같다.)……그 때 천제석은 다른 게송으로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제 구담께 청해 묻자오니
  그윽하고 비밀스런 깊고 묘한 지혜와
  세존께서 몸소 증득하신
  걸림 없는 지견(知見)을 설해주소서.
  
  여러 사람들은 크게 모임을 열었고,……(게송의 자세한 내용은 바로 앞의 경에서 말한 것과 같다.)……왕사성의 모임을 베푼 여러 사람들을 위해서도 갖가지로 설법해 가르쳐 보이시고 기쁘게 해주신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셨다.
  
  
1226. 삼보리경(三菩提經)66)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살라국(拘薩羅國) 인간 세상을 유행하시다가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이르셨다.
  그 때 바사닉왕(波斯匿王)은 세존께서 구살라국 인간 세상을 유행하시다가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으로 오셨다는 말을 듣고,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66)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3권 11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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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세존께서 스스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를 이루었다고 선언하여 말씀하셨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전하는 그 말이 거짓이거나 과장된 말이 아니옵니까? 그 말은 과연 말다운 말이요 법다운 말이며 법을 따르는 말이옵니까? 그것은 다른 사람이 법을 해치기 위하여 그 문답에 대해서 나쁜 감정을 내게 하려는 것이 아니옵니까?"
  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그와 같은 말은 진실한 말이요 거짓이 아니며, 그것은 말다운 말이요 법다운 말이며, 법을 따르는 말입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이 법을 해치기 위하여 그 문답에 대해서 나쁜 감정을 내게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대왕이여, 나는 지금 진실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바사닉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비록 그렇게 말씀하시지만 저는 그래도 믿지 못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요사이 여러 늙고 유명한 사문이나 바라문들, 즉 부란나가섭(富蘭那迦葉)·말가리구사리자(末迦利瞿舍梨子)·산사야비라지자(刪闍耶毘羅胝子)·아기다지사흠바라(阿耆多枳舍欽婆羅)·가라구타가전연(迦羅拘陀迦栴延)·니건타야제자(尼乾陀若提子)들도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고 스스로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세존께서는 연치(年齒) 어리고 젊으며, 출가한 지도 그리 오래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할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아무리 작아도 소홀하게 여길 수 없는 것에 네 가지가 있습니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하면, 찰리왕자(刹利王子)는 아무리 어려도 소홀하게 여길 수 없고, 용왕의 아들은 아무리 어려도 소홀하게 여길 수 없으며, 작은 불은 비록 조그만 해도 소홀하게 여길 수 없고, 비구는 아무리 어려도 소홀하게 여길 수 없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1903 / 2145] 쪽
  찰리의 형상을 갖추었고
  귀족으로 명성을 떨칠 이
  나이는 비록 어리다 하더라도
  지혜로운 이들은 소홀히 보지 않네.
  
  그는 반드시 왕위에 올라
  옛일 기억했다가 해칠 마음 내리니
  그러므로 소홀히 보기 어렵고
  마땅히 크게 공경해야 하리.
  
  자신을 보호하기 바라는 이는
  남도 자기 목숨 보호하듯 하라.
  평등으로써 자신을 잘 보호하면
  다 같이 목숨을 보호하게 되리라.
  
  촌락이나 혹은 한적한 곳에서
  혹 저 어린 용을 보거든
  그것을 조그만 뱀이라 하여
  깔보고 업신여기는 생각을 내지 말라.
  
  잡된 빛깔의 새끼 용 모습이라도
  마땅히 편하고 즐겁게 해주어라.
  뱀을 무시하면 남녀 할 것 없이
  모두 다 그 독의 해침을 받으리라.
  
  그러므로 자신을 보호하려는 사람은
  남도 마땅히 자기 목숨 보호하듯 하라.
  그것은 자신을 잘 보호함으로써
  다같이 남까지 보호하게 되리라.
  
 
[1904 / 2145] 쪽
  
  맹렬한 불길이 삼켜버리는 것은
  아무리 작아도 삼키는 것 끝이 없나니
  작은 촛불도 능히 태울 수 있어
  섶을 대어주면 자꾸만 번져나가며
  조그만 데서 점점 나아가
  촌락이나 도시까지 태워 없애리.
  
  그러므로 자신을 보호하려는 사람은
  남도 마땅히 목숨을 보호하듯 하라.
  그것은 자신을 잘 보호함으로써
  다같이 남까지 보호하게 되리라.
  
  왕성한 불길이 태우는 것은
  온갖 초목을 다 태우나니
  꺼지고 나면 차거나 줄어들지 않지만
  그 불이 다시 날까 경계해야 하리.
  
  청정한 계의 불을 받들어 지닌 비구
  그를 비방하거나 무시하게 되면
  그 몸과 그 자손을 태우고
  온갖 재앙이 백 대를 흐르리니
  마치 다라(多羅) 나무를 태우는 것 같아서
  생겨나서 자랄 기약이 전혀 없다네.
  
  그러므로 마땅히 자신 보호하기를
  스스로 자기 목숨 보호하듯이 하라.
  그것은 자신을 잘 보호함으로써
  다같이 남까지 보호하게 되리라.
  
[1905 / 2145] 쪽
  
  형상을 갖춘 찰리와
  어린 용과 또 작은 불꽃과
  청정한 계를 갖춘 비구들에게
  소홀히 보는 생각 내지 말라.
  
  그러므로 자신을 보호하려는 사람은 마땅히
  남도 자기 목숨 보호하듯 하라.
  그것은 자신을 잘 보호함으로써
  다같이 남까지 보호하게 되리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바사닉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1227. 모경(母經)67)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바사닉왕에게는 지극히 존경하던 할머니가 있었는데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그는 성을 나가 화장[闍維]을 하고 사리(舍利)68)에 공양을 마치고는 헤진 옷을 입고 머리를 풀어헤치고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와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리고 한 쪽에 물러나 앉았다.
  그 때 세존께서 바사닉왕에게 말씀하셨다.
  
  
67)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3권 12번째 소경과 『증일아함경』 제18권 제26 사의단품(四意斷品)과 그 내용이 비슷하며, 이역경으로는 법거(法炬)가 한역한 『불설바사닉왕태후붕진토분신경(佛說波斯匿王太后崩塵土坌身經)』이 있다.
68) 팔리어로는 sar ra라고 하며, 실리(實利) 혹은 설리라(設利羅)라고도 음역한다. 또 이것을 음역하여 신체(身體)·신골(身骨)·유신(遺身)이라고도 하는데, 시신(屍身)·유골(遺骨)을 뜻한다.
[1906 / 2145] 쪽
  "대왕이여, 어디에서 오시기에 헤진 옷을 입고 머리를 풀어헤쳤습니까?"
  바사닉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에게는 지극히 존경하던 조모님이 계셨는데 저를 버리고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래서 성 밖에 나가 화장을 하고 공양을 마친 다음 세존께 온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조모님을 지극히 사랑하고 존경스럽게 생각하셨습니까?"
  바사닉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극히 존경하고 사랑하고 생각합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이 나라의 모든 코끼리와 말과 나아가 왕위까지 모두 가져다 남에게 주고서라도 조모님의 목숨만 구할 수 있다면 저는 마땅히 그에게 주겠습니다. 그러나 이미 구할 수도 없고 삶과 죽음으로 영원히 하직하였으므로 슬픔과 그리움과 근심과 괴로움을 스스로 견딜 수 없습니다. 일찍이 세존께서는 '모든 중생·모든 벌레·모든 신(神)에 이르기까지도 일단 생겨난 것은 모두 속절없이 죽게 마련이어서 끝내 다하지 않는 것은 없다. 한 번 생겨난 것 치고 죽지 않는 것은 없다'고 말씀하셨다고 들었사온데, 오늘에야 비로소 세존께서 하신 말씀이 훌륭하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모든 중생·모든 벌레·모든 신들에 이르기까지 일단 생겨난 것이면 다 속절없이 죽게 마련이어서 마침내 다함으로 돌아간답니다. 어느 것도 일단 생겨나면 죽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설사 바라문(婆羅門)같은 훌륭한 족성[姓]이나 찰리(刹利)같은 훌륭한 족성이나 장자(長者)같은 훌륭한 족성이라 하더라도 일단 태어난 이는 다 죽게 마련이니, 죽지 않는 이는 없습니다. 설령 찰리 종성의 대왕이 정수리에 물을 붓는 의식을 치르고 왕위에 올라 온 천하의 왕이 되어, 자재로운 힘을 얻어 모든 적국(敵國)을 다 항복 받았다 하더라도, 마침내는 다함으로 돌아가 죽지 않는 이는 없답니다. 또 대왕이여, 장수천(長壽天)에 태어나서 하늘 궁전의 왕이 되어 마음껏 쾌락을 누린다 하더라도, 마침내는 다함으로
  
[1907 / 2145] 쪽
  돌아가 죽지 않는 이는 없답니다.
   또 대왕이여, 아라한 비구로서 모든 번뇌가 이미 다하고 온갖 무거운 짐을 버렸으며 할 일을 이미 마쳤고 자신은 이익을 얻었으며 모든 존재의 결박에서 벗어나 바른 지혜로 마음이 잘 해탈하였다 하더라도, 그도 또한 다함으로 돌아가 몸을 버리고 열반하는 것입니다. 혹은 연각(緣覺)으로서 잘 균형을 이루어 지극히 고요하다 하더라도 그 몸과 목숨은 다해 마침내 열반으로 돌아간답니다. 모든 불세존께서 열 가지 힘을 완전히 갖추고 네 가지 두려움이 없으며[四無所畏],69) 뛰어난 사자처럼 외쳐댄다 하더라도, 마침내는 몸을 버리고 반열반(般涅槃)을 취하는 것이라오. 이러한 까닭으로 대왕께서는 아셔야만 합니다. 모든 중생·모든 벌레·모든 신에 이르기까지 일단 생겨난 것은 속절없이 죽게 마련이니 마침내 소멸됨으로 돌아가며, 죽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답니다."
  그 때 세존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온갖 중생의 부류들
  목숨 있으면 마침내 죽음으로 돌아가
  각기 지은 업을 따라 다른 세계로 나아가서
  
  
69) 4무외(無畏)라고도 함. 무소외란 불·보살이 설법할 때 두려운 생각이 없는 지혜 능력의 네 가지를 말함. 여기에는 부처님의 무소외와 보살의 무소외가 있다. 부처님의 무소외란 첫째는 정등각무외(正等覺無畏)로서 일체 모든 법을 평등하게 깨달아 다른 이의 힐난(詰難)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고, 둘째는 누영진무외(漏永盡無畏)로서 온갖 번뇌를 다 끊었노라고 하여 외난(外難)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설장법무외(說障法無畏)로서 보리를 장애하는 것을 말하되, 악법(惡法)은 장애되는 것이라고 말해서 다른 이의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고, 넷째는 설출도무외(說出道無畏)로서 고통의 세계를 벗어나는 중요한 길을 나타내서 다른 이의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보살의 무소외란 첫째 능지무외(能持無畏)로서 교법을 듣고 명구문(名句文)과 그 뜻을 잊지 않아 남에게 가르침에 있어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고, 둘째는 지근무외(知根無畏)로서 중생 근기의 우둔함과 예리함을 알고 그에 알맞은 법을 말해줌에 있어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결의무외(決疑無畏)로서 다른 이의 의심을 판결하여 적절한 답변을 해줌에 있어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고, 넷째는 답보무외(答報無畏)로서 여러 가지 어려운 질문에 대해 자유자재로 응답함에 있어 두려워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1908 / 2145] 쪽
  선악의 결과를 제 자신이 받는다.
  
  그 나쁜 업 지은 자는 지옥에 떨어지고
  선을 행한 사람은 천상에 오르며
  훌륭하고 묘한 도 닦아 익힌 이는
  번뇌가 다해 반열반에 드느니라.
  
  여래와 연각과
  부처님의 성문 제자들까지도
  마침내는 그 몸과 목숨을 버리나니
  하물며 저 세속 범부들이겠는가.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바사닉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1228. 자념경(自念經)70)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바사닉왕은 혼자 고요한 곳에서 선정에 들어 이렇게 생각하였다.
  '어떤 것을 자신을 생각하는 것이라 하고, 어떤 것을 자신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는가?'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만일 몸으로 악행(惡行)을 하고 입으로 악행을 하며 뜻으로 악행을 하면 그것은 자신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며, 만일 몸으로 선행(善行)을 하고 입으로 선행을 하며 뜻으로 선행을 하면 그것은 자신을 생각하는 것이다.'
  그는 선정에서 깨어나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가서 부처님의 발에
  
  
70)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3권 13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909 / 2145] 쪽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리고 한 쪽에 물러나 앉아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고요한 곳에서 혼자 사색에 잠겨 있다가 '어떤 것이 자신을 생각하는 것이며, 어떤 것이 자기를 생각하지 않는 것인가' 하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또 '만일 몸으로 악행을 하고 입으로 악행을 하며 뜻으로 악행을 하면 그것은 자기를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만일 몸으로 선행을 하고 입으로 선행을 하며 뜻으로 선행을 하면 그것은 자기를 생각하는 것이다'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렇습니다. 대왕이여, 그렇습니다. 대왕이여, 만일 몸으로 악행을 행하고 입으로 악행을 행하며 뜻으로 악행을 행하면 그것은 자기[自]71)를 생각하지 않는 것임을 아셔야 합니다. 그들이 아무리 스스로 자기를 사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더라도 사실은 자신을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왜냐 하면 나쁜 벗이 염려하지 않는 사람에게 악한 짓을 하는 것은 그를 염려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기 때문인데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하는 짓을 스스로 자신에게 행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것은 자기를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대왕이여, 만일 또 몸으로 선행을 하고 입으로 선행을 하며 뜻으로 선행을 하면 그것은 자신을 생각하는 것임을 아셔야 합니다. 그들은 스스로 자신은 자기 몸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그들은 사실 자신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왜냐 하면, 착한 벗이 착한 벗에게 행하는 것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생각하거나 사랑하는 자가 사랑스러운 사람에게 행하는 것을 자기 스스로 자신에게 행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들은 자기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 때 세존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이른바 자기를 생각하는 이라면
  마땅히 나쁜 행 짓지 말지니
  
  
71) 여기서 '자기'란 우파니샤드적인 자아(自我, tman)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업(業)에 의해 형성되는 5온(蘊)의 복합체로서의 개인을 의미하는 것이다.
[1910 / 2145] 쪽
  끝끝내 나쁜 행 의지하지 않으면
  자기로 하여금 안락을 얻게 하리라.
  이른바 자기를 생각하는 이라면
  끝끝내 나쁜 행 짓지 말지니
  온갖 착한 업 짓는 사람은
  자기로 하여금 안락을 얻게 하리라.
  
  만일 자기를 사랑하는 이라면
  자기 자신 보호하기를
  나라를 잘 보호하는 임금이
  밖으로 국경의 성 막듯이 하라.
  
  만일 자기를 사랑하는 이라면
  자신의 보배창고를 잘 지키되
  나라를 잘 지키는 임금이
  안으로 국경의 성 막듯이 하라.
  
  이와 같이 자신의 보배창고를
  잠깐이라도 빈틈이 없게 하라.
  잠깐이라도 틈이 생기면 근심 이루고
  나쁜 곳에서 오래도록 괴로움 받으리.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바사닉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1229. 자호경(自護經)72)
  
  
72)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3권 14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911 / 2145] 쪽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바사닉왕은 혼자 고요히 사색하다가 이런 생각에 잠겼다.
  '어떤 것이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며, 어떤 것이 자신을 보호하지 않는 것인가?'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만일 어떤 이가 몸으로 악행을 하고 입으로 악행을 하며 뜻으로 악행을 하면 그들은 자기를 보호하지 않는 것이다. 만일 몸으로 선행을 하고 입으로 선행을 하며 뜻으로 선행을 하면 그들은 자기를 보호하는 것이다.'
  그는 선정에서 깨어나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가서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혼자서 고요히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어떤 것이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며 어떤 것이 자신을 보호하지 않는 것인가?'
  또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만일 어떤 이가 몸으로 악행을 하고 입으로 악행을 하며 뜻으로 악행을 하면 그들은 자신을 보호하지 않는 것이다. 만일 몸으로 선행을 하고 입으로 선행을 하며 뜻으로 선행을 하면 그들은 자기를 보호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렇습니다. 대왕이여, 그렇습니다. 대왕이여, 만일 몸으로 악행을 하고 입으로 악행을 하며 뜻으로 악행을 하면 그것은 자기를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들은 스스로 자신을 잘 보호한다고 말들을 합니다. 상군(象軍)·마군(馬軍)·차군(車軍)·보군(步軍)으로써 자신을 보호하면서 스스로 보호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 하면, 비록 밖은 보호하고 있을지라도 안을 보호하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대왕이여, 그것은 자기를 보호하지 않는 것이라고 합니다.
  대왕이여, 만일 어떤 이가 몸으로 선행을 하고 입으로 선행을 하며 뜻으로 선행을 하면 그것은 자신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상군·마군·차군·
  
[1912 / 2145] 쪽
  보군, 이 네 군사로써 자기 몸을 보호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그들은 사실 자신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왜냐 하면, 안을 보호하는 이를 자신을 잘 보호한다고 하지, 밖을 보호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때 세존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모든 업을 잘 단속하고
  부끄러운 줄 알아 스스로 지키는 것
  이것을 잘 지켜 보호하는 것이라 한다.
  
   그 때 바사닉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1230. 재리경(財利經)73)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바사닉왕은 혼자 고요히 사색하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상에 훌륭하고 값진 재물과 이익을 얻은 사람으로서 방일하지 않고 탐착하지 않으며 중생들에게 악행을 짓지 않는 사람은 적고, 세상에 훌륭하고 값진 재물과 이익을 얻고 나면 방일해지고 더욱 탐착하며 온갖 삿된 짓을 하는 사람은 많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가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조아려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혼자 고요히 사색하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상에 훌륭하고 값진 재물과 이익을 얻은 사람으로서 방일하지 않고 탐착하지 않으며 중생들에게 악행을 짓지 않는 사람은 적고, 세상에 훌륭하고
  
  
73)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3권 16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913 / 2145] 쪽
  값진 재물과 이익을 얻고 나면 방일해지고 더욱 탐착하며 온갖 삿된 짓을 하는 사람은 많다.'
  부처님께서 바사닉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렇습니다. 대왕이여, 그렇습니다. 대왕이여, '세상에 훌륭하고 값진 재물과 이익을 얻은 사람으로서 방일하지 않고 탐착하지 않으며 중생들에게 악행을 짓지 않는 사람은 적고, 세상에 훌륭하고 값진 재물과 이익을 얻고 나면 방일해지고 더욱 탐착하며 온갖 삿된 짓을 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대왕이여,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저 모든 세상 사람들 중에 훌륭하고 값진 재물을 얻고 나서, 그 재물로 인하여 방일해지고 탐착을 일으키며 삿된 짓을 하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으로서, 오랜 세월 동안 유익하지 않은 많은 괴로움을 받을 것입니다.
  비유하면 사냥꾼이나 사냥꾼의 제자가 텅 빈 들판이나 숲 속에 그물을 치고 덫을 놓아 많은 짐승을 죽이고 중생들을 괴롭혀서 악한 업이 더욱 많아지는 것처럼, 저 세상 사람이 훌륭하고 값진 재물을 얻으면 그 재물로 인하여 방일해지고 탐착하며 온갖 삿된 짓을 하는 것도 그와 같습니다.
  그는 어리석은 사람으로서 오랜 세월 동안 유익하지 못한 괴로움을 받을 것입니다."
  그 때 세존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좋은 재물에 탐욕을 내어
  그 탐욕 때문에 미혹하고 취해
  미쳐 날뛰면서 깨닫지 못하나니
  비유하면 마치 저 사냥꾼과 같네.
  그는 그 방일한 행으로 말미암아
  마땅히 큰 고통의 과보를 받으리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바사닉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1914 / 2145] 쪽
  
  
1231. 탐리경(貪利經)74)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바사닉왕은 정전(正殿)75) 위에서 스스로 왕의 일[王事]을 관장하다가 찰리처럼 훌륭한 족성이나 바라문처럼 훌륭한 족성이나 장자처럼 훌륭한 족성을 지닌 사람들이 모두 탐욕으로 말미암아 서로 속이고 거짓말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재판하는 일을 중단하자. 이 재판하는 일을 그만두자. 나는 다시는 이런 재판을 몸소 처결하지 않으리라. 내게는 현명한 아들이 있다. 그 아들로 하여금 재판하게 하리라. 어떻게 내가 직접 이 찰리처럼 훌륭한 족성이나 바라문처럼 훌륭한 족성이나 장자처럼 훌륭한 족성을 지닌 사람들이 탐욕으로 말미암아 서로 속이고 거짓말하는 것을 차마 볼 수 있겠는가?'
  그 때 바사닉왕은 이렇게 생각하고는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가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정전 위에서 몸소 왕의 일을 맡아보다가 저 찰리처럼 훌륭한 족성이나 바라문처럼 훌륭한 족성이나 장자처럼 훌륭한 족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들 이익을 탐한 까닭에 서로 속이고 거짓말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 사실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나는 오늘부터 이 재판하는 일을 중단하자. 이 재판하는 일을 그만두자. 내게는 현명한 아들이 있으니, 그 아들을 시켜 재판을 하게 하자. 나는 친히 이 찰리처럼 훌륭한 족성이나 바라문처럼 훌륭한 족성이나 장자처럼 훌륭한 족성을 지닌 사람들이 이익을 탐한 까닭에 서로 속이고 거짓말하는 것을 보지 않으리라'고 다짐하였습니다."
  
  
74)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3권 15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75) 팔리어로는 atthakarana라고 하며, 재판소(裁判所)를 말함.
[1915 / 2145] 쪽
  부처님께서 바사닉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렇습니다. 대왕이여, 그렇습니다. 대왕이여, 저 찰리처럼 훌륭한 족성이나 바라문처럼 훌륭한 족성이나 장자처럼 훌륭한 족성을 지닌 사람들이 이익을 탐한 까닭에 서로 속이고 거짓말을 합니다. 저들은 어리석은 사람으로서 오랜 세월동안 유익하지 못한 큰 고통을 받을 것입니다. 대왕이여,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비유하면 어부(漁夫)나 어부의 제자들이 강이나 개울에 물을 막고 그물을 치고 잔인하게 중생을 죽이면 큰 괴로움을 당하게 되듯 대왕이여, 저 찰리처럼 훌륭한 족성이나 바라문처럼 훌륭한 족성이나 장자처럼 훌륭한 족성을 지닌 사람들이 이익을 탐함으로 인하여 서로 속이고 거짓말을 하여, 오랜 세월동안 유익하지 못한 큰 고통을 받을 것입니다."
  그 때 세존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재물에 대하여 탐욕을 일으키면
  그 탐욕에 빠지고 혼미해져서
  미쳐 날뛰면서도 깨닫지 못하리니
  그것은 마치 저 어부들과 같아서
  그들은 그 나쁜 업으로 인해
  극심한 괴로움의 과보를 받으리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바사닉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1232. 간경(慳經)76)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바사닉왕은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가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
  
  
76)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3권 17번째 소경과 『증일아함경』 제13권 제23 「지주품(地主品)」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916 / 2145] 쪽
  조아려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나 앉아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사위국에 마하남(摩訶男)이라는 장자가 있습니다. 그는 재물이 많은 큰 부자라서 순금을 백 천 억이나 쌓아두고 있으니, 하물며 다른 재물이겠습니까? 세존이시여, 그 마하남 장자는 그렇게 큰 부자인데도 싸라기로 밥을 지어먹고 콩국을 먹으며, 상한 생강을 먹습니다. 거친 베옷을 입고 홑겹의 가죽신을 신으며, 낡은 수레를 타고 다니며, 나뭇잎으로 만든 일산을 쓰고 다닙니다. 그러나 그가 일찍이 사문 바라문에게 공양하고 보시하거나, 가난한 사람·나그네·불쌍한 거지들을 가엾이 여겨 돌아보았다는 말은 듣지 못했고, 문을 닫고 음식을 먹어서 사문 바라문이나 가난한 사람·나그네, 그리고 여러 거지들이 보지 못하게 합니다."
  부처님께서 바사닉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는 올바른 사람이 아닙니다. 많은 재물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제 자신이 쓰지도 않고, 부모를 공양하거나 처자와 친척과 권속을 돌보거나 모든 종들을 가엾이 여기거나 벗에게 보시할 줄도 모르니 말입니다. 때를 따라 사문 바라문에게 보시하여 훌륭한 복전(福田)에 종자를 심으면 훌륭한 곳을 향해 나아가 오래도록 안락한 생활을 하다가 미래에 천상에 태어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입니다. 많은 재물을 지니고 있으면서 널리 써서 큰 이익을 거두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대왕이여, 비유하면 넓은 들판에 있는 못[池]에 물이 가득 차 있는데도, 그 물을 쓰거나 목욕하거나 마시는 사람이 없어서 그 못물이 햇볕에 쪼여 말라 없어지는 것처럼, 그 착하지 않은 사람이 많은 재물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내지)……널리 써서 큰 이익을 거두지 못하는 것도 꼭 저 못물과 같습니다.
  대왕이여, 어떤 선남자(善男子)가 많은 재물을 얻으면 자신도 쓰면서 즐기고, 부모를 봉양하고 처자와 친척과 권속을 돌보며 종들을 가엾이 여겨 도와주고 여러 벗들에게 보시하며, 때때로 사문 바라문에게 공양하여 훌륭한 복전(福田)에 종자를 심으면, 훌륭한 곳으로 향하여 그는 미래에 틀림없이 천상에 태어날 것입니다. 그는 많은 재물을 얻어 널리 씀으로써 몇 배나 큰 이익을 거두는 것입니다. 비유하면 대왕이여, 촌락에 있는 성 곁에 맑고 시원하고 깨끗한 못물이 있고 나무 그늘이 덮고 있어 사람들이 즐겁게 쉬고,
  
[1917 / 2145] 쪽
  많은 사람들과 나아가 짐승들까지도 그곳을 즐기는 것처럼, 선남자는 많고 값진 재물을 얻으면 제 자신도 쓰면서 즐기고 또한 부모를 공양하며,……(내지)……훌륭한 복전에 종자를 심어 큰 이익을 널리 거둡니다."
  그 때 세존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넓은 들판에 못이 있어
  맑고 시원하고 깨끗해도
  그것을 즐겨 쓰는 이 없으면
  곧 거기서 말라버리고 만다네.
  
  이와 같이 훌륭하고 값진 재물도
  나쁜 사람이 지니게 되면
  자신도 쓰지 못하거니와
  남을 가엾이 여겨 주지도 못하며
  부질없이 스스로 괴롭게 모으기만 하고
  그렇게 모았다가는 스스로 잃고 만다네.
  
  지혜로운 사람은 많은 재물 얻으면
  자신도 즐기며 잘 쓸 줄을 알고
  널리 보시해 공덕도 지으며
  친척과 권속들에게도 보시한다네.
  
  보시해야 할 곳에 맞게 보시하는 것
  마치 소가 그 떼를 거느림과 같으리니
  남에게 주고 스스로도 쓸 줄 알며
  응당해야 할 것을 잃지 않으면
  이치를 따라 목숨을 마치고는
  천상에 나서 복락(福樂)을 받으리라.
  
  
[1918 / 2145] 쪽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바사닉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1233. 명종경(命終經)77)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사위국에는 마하남이라는 장자가 살다가 목숨을 마쳤는데 그에게는 아들이 없었다. 바사닉왕은 아들도 없고 친척도 없다 하여 그의 재산을 모두 왕가에 귀속시켰다.
  바사닉왕은 날마다 재물을 조사하느라 몸에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채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가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나 앉았다.
  그 때 세존께서 바사닉왕에게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어디서 오시기에 그렇게 몸에 먼지를 잔뜩 뒤집어썼으며, 어찌 그리도 피곤해 보이십니까?"
  바사닉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나라에 마하남이라는 장자가 목숨을 마쳤는데, 그에게는 아들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재물을 모두 왕가에 귀속시키고, 그 재물을 점검하고 처리하느라고 피로가 쌓였고, 몸에는 먼지를 뒤집어쓴 채로 이렇게 온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바사닉왕에게 물으셨다.
  "그 마하남 장자는 재물이 아주 많은 큰 부자입니까?"
  바사닉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는 큰 부자라서 돈과 재물이 매우 많았습니다. 백 천 거억(巨億)의 돈과 보물이 있었으니 하물며 다른 재산이겠습니까? 세존이시여, 그 마하남은 세상에 살았을 때 거친 옷을 입고 나쁜 음식만 먹었습니다.……
  
  
77)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3권 18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919 / 2145] 쪽
  (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
  부처님께서 바사닉왕에게 말씀하셨다.
  "저 마하남은 과거 세상에 다가라시기(多迦羅尸棄)라는 벽지불(辟支佛)을 만나 한 끼니의 밥을 보시했었습니다. 그러나 청정하게 믿는 마음이 아니었고 공경히 준 것도 아니었으며, 손수 주지도 않았고 보시하고 나서는 후회하면서 말하기를 '이 밥을 많은 우리 집 종들에게 줄 것을 쓸데없이 사문들에게 보시하였다'라고 하였었습니다. 그런 보시의 복으로 말미암아 일곱 번은 삼십삼천에 태어났고, 일곱 번은 여기 사위국에서 가장 훌륭한 족성(族姓)으로 태어나 돈과 재물이 많이 가진 큰 부자가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 벽지불에게 보시할 때 청정하게 믿는 마음이 아니었고, 제 손으로 직접 주지도 않았으며, 공경히 주지도 않았고 보시하고 나서는 후회하였기 때문에 그가 태어난 곳에서 비록 부자가 되어도 일부러 거친 옷을 입고 나쁜 음식만 먹으며, 추하고 낡은 침구와 집과 수레를 쓰면서 처음부터 훌륭하고 묘한 색·소리·냄새·맛·감촉을 얻지 못하고 스스로 몸을 위안했던 것입니다.
  또 대왕이여, 그 마하남 장자는 자기 이모의 형을 죽이고 그의 재물을 빼앗았었습니다. 그 죄로 말미암아 백 천 년을 지나도록 지옥에 떨어졌고, 그 남은 죄의 과보(果報)로 일곱 번 사람의 몸을 받아 사위국에 태어났지만, 늘 아들이 없었기 때문에 재물이 왕가에 몰수당했었습니다. 대왕이여, 마하남 장자는 지금 여기서 목숨을 마쳤지만, 전생에 보시한 과보는 다 끝났고, 그 몸의 간탐 때문에 재물에 방일하여 죄를 지었으므로 그는 여기서 목숨을 마친 뒤에는 지옥에 떨어져 극심한 고통을 받을 것입니다."
  바사닉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마하남 장자는 목숨을 마치고 나서 지옥에 들어가 고통을 받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습니다. 대왕이여, 이미 지옥에 들어갔습니다."
  그 때 바사닉왕은 그를 생각해 슬피 울고 옷으로 눈물을 훔치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1920 / 2145] 쪽
  재물과 또 순금 보배와
  코끼리와 말과 장신구들
  종들과 여러 사환 아이와
  많은 논밭과 또 그 집들
  
  이런 것 일체를 모두 다 버리고
  오직 벗은 혼만이 홀로 갔네.
  그 복의 운수가 이미 다하여
  사람의 몸을 영원히 버렸네.
  
  이제 그에게 무엇이 있으며
  그는 무엇을 가지고 갔는가?
  그 어떤 일이라 하여 버리지 않으리
  마치 형체 따르는 그림자 같은 것을.
  
  그 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오직 그 죄와 복의 업만 있나니
  만일 사람이 그런 것을 지으면
  그야말로 그의 소유이거니
  그는 언제나 가지고 다니면서
  나든지 죽든지 일찍이 버리지 못함이
  그림자가 형체를 따르는 것 같다네.
  
  마치 어떤 사람이 적은 양식 가지고
  먼 길을 떠나면 고난을 당하듯이
  그 공덕을 닦지 않는 사람은
  반드시 나쁜 세계에서 괴로움을 겪으리.
  
  
[1921 / 2145] 쪽
  마치 어떤 사람이 양식이 풍족하면
  편안하게 먼 길을 갈 수 있듯이
  순박하고 후하게 덕을 닦으면
  좋은 세계에서 오래도록 즐거움 누리리.
  
  마치 어떤 사람이 먼 길을 떠났다가
  오랜만에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면
  그의 친척들과 친한 벗들이
  반기고 기뻐하며 모여들 듯이
  
  공덕을 잘 닦은 사람은
  여기서 죽어 저승에 날 때
  그의 여러 친척과 그 권속들이
  그걸 보면 기뻐하고 즐거워하리.
  
  그러므로 마땅히 복을 닦아서
  오랫동안 쌓고 모으면
  그 복과 덕이 능히 그 사람 위해
  다른 세상의 즐거움 마련하리라.
  
  복과 덕은 하늘도 찬탄하는 것
  바른 행을 평등하게 닦기 때문이니
  현세의 사람들도 헐뜯지 않고
  죽어서는 천상에 태어나리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바사닉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1922 / 2145] 쪽
  
  
1234. 사사경(祠祀經)78)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바사닉왕은 널리 큰 모임79)을 베풀기 위해 큰 대회 때문에 천 마리 황소를 줄을 세워 기둥에 매어놓고, 온갖 공양거리를 모으며 멀리 모든 외도들을 불러들이니, 그들은 모두 바사닉왕이 베푸는 큰 모임에 모여들었다.
  그 때 많은 비구들이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바사닉왕이 널리 큰 모임을 베풀었는데……(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여러 외도들이 모두 모였다는 말을 들었다. 그들은 걸식을 마치고 정사(精舍)로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챙겨두고 발을 씻은 뒤에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 여러 비구들은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바사닉왕이 널리 모임을 베풀었는데……(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많은 외도들이 그 모임에 모였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달마다 큰 모임 베풀어
  그렇게 백 천 번에 이르더라도
  바르게 부처님을 믿는 것의
  16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리라.
  
  
78)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3권 19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79) 여기에서 큰 모임이란 부처님과 불제자들을 모시고 가지는 법회가 아니라, 희생(犧牲)을 바치고 제사를 지내는 그런 모임이다.
[1923 / 2145] 쪽
  이와 같이 법과 승가를 믿으며
  중생을 자애롭게 생각한다면
  저 큰 모임을 베푸는 복은
  16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리라.
  
  혹 어떤 사람이 이 세상에서
  억 년 동안 복업(福業)을 베풀더라도
  정직한 마음으로 예경하는 것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리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1235. 계박경(繫縛經)80)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바사닉왕이 화가 나서 여러 나라 사람들을 많이 잡아 가두었다. 찰리(刹利)이건, 바라문(婆羅門)이건, 비사(鞞舍)건, 수다라(首陀羅)건, 전다라(旃陀羅)건, 계를 지키는 이건, 계를 범한 이건, 속가에 있는 이건, 출가한 이건 할 것 없이 다 잡혀 사슬에 엮이기도 하고 차꼬에 채워지기도 하였으며, 혹은 밧줄에 포박되기도 하였다.
  그 무렵 많은 비구들이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많은 사람들이 바사닉왕에게 잡혀……(내지)……사슬이나 밧줄에 묶였다는 말을 들었다. 그들은 걸식을 마치고 정사로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챙겨두고 발을 씻은 뒤에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80)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3권 20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924 / 2145] 쪽
  "세존이시여, 저희 많은 비구들은 오늘 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많은 사람이 바사닉왕에게 잡혀서……(내지)……사슬에 엮이거나 밧줄에 포박되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밧줄·사슬·차꼬 따위는
  단단한 결박이라 하지 않는다.
  물들어 더러운 마음 가지고
  돈·재물·보배·아내·자식 등을
  생각하는 그 결박이야말로 깊고 단단해
  아무리 늦추어도 벗어나기 어렵다.
  
  세상에 다섯 가지 욕심의 향락
  지혜로운 사람은 돌아보지 않나니
  그것이 곧 온갖 결박을 끊고
  편안히 이 세상을 벗어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236. 전투경(戰鬪經) ①8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바사닉왕은 마갈제국(摩竭提國) 위제희(韋提希)의 아들인 아사세왕(阿闍世王)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마갈제국 위제희의 아들인 아사세왕은 상병[象軍]·마병[馬軍]·차병[車軍]·보병[步軍] 등 네 종류의 군사
  
  
81)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4권 1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925 / 2145] 쪽
  를 일으켜 구살라국(拘薩羅國)으로 쳐들어갔다.
  바사닉왕은 위제희의 아들인 아사세왕의 네 종류 군사들이 쳐들어온다는 말을 듣고, 그도 또한 상병·마병·차병·보병 등 네 종류의 군사를 소집해 나가 전쟁을 벌였다. 그리하여 아사세왕의 네 종류 군사가 이겼고 바사닉왕의 네 종류 군사는 그들보다 못했기에 패하여 후퇴하다 별처럼 흩어지게 되었다. 그러자 바사닉왕은 한 대의 수레를 타고 달려서 사위성으로 돌아왔다.
  그 때 많은 비구들이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마갈제국 위제희의 아들인 아사세왕이 네 종류의 군사를 일으켜 구살라국으로 쳐들어 왔고, 바사닉왕도 네 종류의 군사를 일으켜 나가 전쟁을 벌였는데, 바사닉왕의 네 종류 군사가 그들만 못해서 패하여 후퇴하다 별처럼 흩어지자 바사닉왕은 두렵고 당황한 나머지 한 대의 수레를 타고 달려서 사위성으로 돌아왔다는 말을 들었다.
  그들은 그것을 듣고서 걸식을 마치고 정사로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챙겨두고 발을 씻은 뒤에,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 많은 비구들이 오늘 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마갈제국 위제희의 아들인 아사세왕이 네 종류의 군사를 일으켜……(이하 자세한 내용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한 대의 수레를 타고 달려서 사위성으로 돌아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싸워 이기면 원수와 적이 불어나고
  패하여 괴로우면 누워서도 편치 않다.
  이기고 지는 두 가지를 다 버리면
  누웠건 깨었건 고요한 즐거움을 누리리.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926 / 2145] 쪽
  
  
1237. 전투경 ②82)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바사닉왕은 마갈제국 위제희의 아들인 아사세왕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마갈제국 위제희의 아들인 아사세왕이 네 종류의 군사를 일으켜 구살라국으로 쳐들어오자, 바사닉왕도 네 종류의 군사를 배나 더 많게 일으켜 나가 전쟁을 벌였다. 그리하여 바사닉왕의 네 종류 군사가 이기고 아사세왕의 네 종류 군사는 패하여 항복하고 별처럼 흩어져버렸다. 바사닉왕은 아사세왕이 소유하고 있던 코끼리·말·수레·돈·재물·보물 등을 모조리 빼앗고 아사세왕을 사로잡았다. 그래서 같은 수레를 타고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가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서 한 쪽에 물러나 앉았다. 바사닉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사람은 바로 위제희의 아들인 아사세왕입니다. 오랫동안 내게 원한이 없던 사람이었는데, 어쩌다 원한을 품어 호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좋지 않은 일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나의 좋은 친구의 아들입니다. 놓아주어 제 나라로 돌아가게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바사닉왕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한 생각입니다. 대왕이여, 그를 놓아주어 제 나라로 돌아가게 한다면 당신은 오래도록 안락하고 요익하게 될 것입니다."
  그 때 세존께서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나아가선 그 힘이 자재(自在)하여
  능히 널리 저들을 노략질했다지만
  원한을 조장함이 힘이 늘어나서
  남의 이익 몇 배나 거둔 것일 뿐이네.
  
  
82)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4권 2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927 / 2145] 쪽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바사닉왕과 위제희의 아들인 아사세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1238. 불방일경(不放逸經) ①
  83)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바사닉왕은 혼자 고요히 사색하고 있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존의 바른 법은 현재 세상에서 모든 번뇌를 여의고, 시절(時節)을 기다리지 않고, 통달하여 밝게 보고 이 법을 스스로 깨달아 증지(證知)하는 것이다. 그러니 그것은 좋은 벗이고 좋은 짝이요, 나쁜 벗이 아니고 나쁜 짝이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가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리고는 한 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혼자 조용히 사색하다가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세존의 바른 법은 현재 세상에서 모든 번뇌를 여의고, 시절을 기다리지 않고, 통달하여 밝게 보고 이 법을 스스로 깨달아 증득하는 것이다. 그러니 그것은 좋은 벗이고 좋은 짝이요, 나쁜 벗이 아니고 나쁜 짝이 아니다.'"
  부처님께서 바사닉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렇습니다. 대왕이여, 그렇습니다. 대왕이여, 세존의 바른 법은 현재 세상에서 모든 번뇌를 여의고, 시절을 기다리지 않고, 통달하여 밝게 보고 이 법을 스스로 깨달아 증득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것은 좋은 벗이고 좋은 짝이요, 나쁜 벗이 아니고 나쁜 짝이 아닙니다. 왜냐 하면, 나는 좋은 벗이 되어 태어나는 법이 있는 중생들에게는 태어나는 법에서 해탈하게 해주고, 늙음·병듦·죽음·근심·슬픔·번민·고통이 있는 중생들에게는 그런 것에서 다 해탈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대왕이여, 나는 어느 때 왕사성 어느 산
  
  
83)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4권 3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928 / 2145] 쪽
  골에 있는 정사에 있었습니다. 그 때 아난다 비구가 혼자서 조용히 사색하다가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범행(梵行)을 하는 것에 있어 절반은, 좋은 벗·좋은 짝과 사귀는 것이요 나쁜 벗·나쁜 짝과 사귀는 것이 아니다.'
  그는 이렇게 생각하고는 내가 있는 곳으로 와서 내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는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나에게 말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혼자 조용히 사색하다가 (범행을 하는 것에 있어 절반은 좋은 벗·좋은 짝과 사귀는 것이요, 나쁜 벗·나쁜 짝과 사귀는 것이 아니다)라는 그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나는 그 때 '아난아, (범행을 하는 것에 있어 절반은 좋은 벗·좋은 짝과 사귀는 것이요, 나쁜 벗·나쁜 짝과 사귀는 것이 아니다)라는 그런 말은 하지 말라. 왜냐하면 순일하고 원만하게 청정해지는 범행의 청백(淸白)함을 아주 순수하고 완전하게 깨끗해지도록 하는 것이 이른바 좋은 벗·좋은 짝과 사귀는 것이요, 나쁜 벗·나쁜 짝과 사귀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기 때문이니라. 그 까닭은 나는 언제나 모든 중생의 좋은 벗이 되기 때문이니, 저 중생들에게는 생겨남이 있기 때문에 세존의 바른 법을 알면 현재 세상에서 그들로 하여금 생겨남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늙음·병듦·죽음·근심·슬픔·번민·고통이 있으면, 그 모든 번뇌를 여의게 하여 시절을 기다리지 않고 현재 세상에서 그 고뇌를 벗어나게 해주어서 보고 통달하고 스스로 깨달아 증득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것이 곧 좋은 벗·좋은 짝과 사귀는 것이요, 나쁜 벗·나쁜 짝과 사귀는 것이 아니니라'라고 그렇게 말해 주었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방일하지 않음을 찬탄하는 것
  그것은 부처님의 올바른 가르침이다.
  선정을 닦아 방일하지 않으면
  모든 번뇌 밝게 알아 증득하게 되리.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바사닉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
  
[1929 / 2145] 쪽
  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1239. 불방일경 ②84)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바사닉왕은 혼자 조용히 사색에 잠겨 있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혹 닦아 익히고 더욱 많이 닦아 익히면 현재 세상에서의 소원을 만족하게 하고 다음 세상에서의 소원을 만족하게 하며, 현재 세상과 다음 세상의 소원을 만족하게 할 수 있는 어떤 유일한 법이 있을까?'
  그는 이렇게 생각하고는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는 한 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혼자 조용히 사색하다가 '혹 닦아 익히고 더욱 많이 닦아 익히면, 현재 세상에서의 소원을 만족하게 하고 다음 세상에서의 소원을 만족하게 하며, 현재 세상과 다음 세상의 소원을 만족하게 할 수 있는 어떤 유일한 법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바사닉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렇습니다. 대왕이여, 그렇습니다. 대왕이여, 닦아 익히고 더욱 많이 닦아 익히면, 현재 세상에서의 소원을 만족하게 하고 다음 세상에서의 소원을 만족하게 하며, 현재 세상과 다음 세상의 소원을 만족하게 할 수 있는 그런 법이 있습니다. 그 법은 곧 방일하지 않는[不放逸] 훌륭한 법이라오. 방일하지 않는 훌륭한 법을 닦아 익히고 더욱 많이 닦아 익히면, 현재 세상에서의 소원을 만족하게 하고 다음 세상에서의 소원을 만족하게 하며, 현재 세상과 다음 세상의 소원을 만족하게 할 수 있습니다.
  대왕이여, 비유를 들어 말하면 세간에서 경영하는 모든 거친 일들은 다 땅을 의지해 건립(建立)되는 것처럼, 방일하지 않은 훌륭한 법도 역시 그와 같아서 닦아 익히고 더욱 많이 닦아 익히면, 현재 세상에서의 소원을 만족하
  
  
84)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4권 4번째 소경과 『중아함경(中阿含經)』 제34권 141번째 소경인 유경(喩經)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930 / 2145] 쪽
  게 하고 다음 세상에서의 소원을 만족하게 하며, 현재 세상과 다음 세상의 소원을 만족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 힘과 같이 종자나 뿌리의 단단함과 육지나 물을 발로 다니는 것과 사자의 굴도 다 그러한 것이오.
  그러므로 대왕이여, 방일하지 않은 데에 머무시고 방일하지 않음에 의지하십시오. 방일하지 않은 데에 머물고 방일하지 않음에 의지하고 나면 부인께서는 마땅히 이렇게 생각하실 것입니다.
  '대왕께서는 방일하지 않은 데에 머무시고 방일하지 않음에 의지하시니, 나도 지금부터 그와 같이 방일하지 않은 데에 머물고 방일하지 않음에 의지하리라.'
  그러면 부인과 마찬가지로 대신·태자·장군들도 모두 그렇게 할 것이며, 온 나라 백성들도 또한 '대왕께서는 방일하지 않은 데에 머물고 방일하지 않음에 의지하시며, 부인·태자·대신·장군들까지도 방일하지 않은 데에 머물고 방일하지 않음에 의지하신다. 그러니 우리들도 마땅히 그렇게 방일하지 않은 데에 머물고 방일하지 않음에 의지해야겠다'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대왕이여, 만일 방일하지 않은 데 머무시고 방일하지 않음에 의지하신다면, 곧 자신도 보호할 수 있고, 부인과 채녀(婇女)들도 또한 제 자신을 보전할 수 있을 것이며, 창고의 재물과 보배도 더욱 불어나고 풍족하게 될 것입니다."
  그 때 세존께서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방일하지 않은 사람을 칭찬하고
  방일한 사람은 비방하라.
  제석은 방일하지 않아
  도리천의 주인이 될 수 있었네.
  
  방일하지 않은 사람을 칭찬하고
  방일한 사람은 비방하라.
  방일하지 않음을 완전하게 갖추면
  두 가지 유익함을 거둘 수 있네.
  
[1931 / 2145] 쪽
  첫째는 현재 세상에서 유익할 것이요
  둘째는 다음 세상에서도 그러할 것이니
  이것을 항상 끊임없이 똑같은
  매우 깊은 지혜를 가진 이라 한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바사닉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1240. 삼법경(三法經)85)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바사닉왕은 혼자서 조용히 사색에 잠겨 있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온 세상에서 좋아하지 않는 여기 세 가지 법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늙음·병듦·죽음이다. 이러한 세 가지 법은 온 세상 누구나 다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만일 세상이 좋아하지 않는 이 세 가지 법이 없었더라면 모든 불세존께서는 세상에 나오지 않으셨을 것이요, 또 세상 사람들도 모든 불여래께서 깨달으신 법을 사람들을 위해 널리 말씀하셨다는 것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세상에서 좋아하지 않는 세 가지 법인 늙음·병듦·죽음이 있기 때문에, 모든 불여래께서 세상에 나오셨고, 또 세상 사람들도 모든 불여래께서 깨달으신 법을 널리 연설하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사닉왕은 이렇게 생각하고는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는 한 쪽에 물러나 앉아서, 자신이 생각한 것을 부처님께 자세히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바사닉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렇습니다.대왕이여, 그렇습니다. 대왕이여, 여기 세 가지 법이 있는데 세상 사람들이 누구나 다 좋아하지 않는 여기 세 가지 법이 있나니, 그것은
  
  
85)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4권 5번째 소경과 『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 제18권 제26 사의단품(四意斷品) 6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932 / 2145] 쪽
  늙음·병듦·죽음입니다.……(내지)……세상 사람들도 여래가 깨달은 법을 사람들을 위해 널리 연설하였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 때 세존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대왕께서 타고 다니는 보배 수레도
  결국에는 낡아 부서질 것이니
  이 몸도 또한 그와 같아서
  변하고 바뀌어 마침내는 늙고 말 것입니다.
  
  오직 여래의 바른 법만은
  쇠하거나 늙는 모양 없나니
  그 바른 법을 받은 사람은
  영원히 안온한 곳으로 가게 되리.
  
  다만 범부들은 쇠하고 늙어져
  추하고 더러운 나쁜 모습으로 변하리니
  쇠하고 늙음을 밟고 또 밟는 것은
  도깨비에 홀린 어리석은 범부의 마음이라네.
  
  사람이 비록 백 살을 살더라도
  죽음이 닥칠까 언제나 걱정하고
  늙고 병듦을 다투어 좇으면
  틈을 엿보다가 곧 해를 끼치리.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바사닉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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