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잡아함경(雜阿含經)

잡아함경 제 45 권

通達無我法者 2007. 12. 24. 10:15
[1844 / 2145] 쪽
  
잡아함경 제 45 권
  
  
  송 천축삼장 구나발타라 한역
  
  
  
1198. 아랍비경(阿臘毘經)28)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아랍비(阿臘毘)29) 비구니는 사위국 국왕 소유의 동산에 있는 정사의 비구니들과 함께 있었다. 그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하였다. 걸식을 마치고 정사로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챙겨두고 발을 씻은 뒤에, 니사단(尼師壇)을 오른 어깨에 메고 안다림(安陀林)에 들어가 좌선하고 있었다.
  그 때 악마 파순(波旬)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사문 구담은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있고, 그 제자 아랍비 비구니는 사위국 국왕 소유의 동산에 있는 정사의 비구니들과 함께 있는데,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하고, 걸식하고 나서 정사로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챙겨두고 발을 씻은 뒤에 니사단을 오른 어깨에 메고 안다림에 들어가 좌선하고 있다. 나는 지금 가서 곤란한 지경에 빠뜨리리라.'
  
  
28)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2권 1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29) 팔리어로는 avik 라고 한다. 원래 '광야(曠野)의'라는 뜻이나, 광야에 머무는 사람을 가리킨다. 비구니의 이름으로 아랍비가(阿臘毘迦)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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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는 곧 용모가 단정한 젊은이로 변화하여 그 비구니가 있는 곳으로 가서 그 비구니에게 말하였다.
   "아이(阿姨)30)여, 어디로 가려 하는가?"
  비구니가 대답하였다.
  "현자여, 인가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려고 한다."
  그 때 악마 파순이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 세간을 벗어날 수 없거늘
  인가를 멀리 떠나 무엇을 구하려 하는가?
  돌아가 다섯 가지 욕심 누리며 살아
  뒷날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
  
  그 때 아랍비 비구니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는 도대체 누구이기에 나에게 겁을 주려 하는가? 이것이 사람인가, 사람 아닌 것인가? 혹 간악하고 교활한 사람인가?'
  마음으로 또 생각하면서 중얼거렸다.
  '이것은 틀림없이 악마가 나를 어지럽히려는 것일 뿐이다.'
  이렇게 깨닫고 나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 세상을 벗어나는 방법이 있는데
  나는 그것을 얻는 방법을 안다.
  미련하고 천박한 너 악마여.
  너는 그 길을 알지 못할 것이다.
  
  비유하면 예리한 칼로 해치는 것처럼
  다섯 가지 욕심도 그와 같으며
  비유하면 살덩이를 베어내는 것처럼
  
  
30) 팔리어로는 ayya라고 하며, 대자(大姊) 또는 귀부인(貴夫人)이라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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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로움의 쌓임도 그와 같다네.
  네가 아까 말한 것 같은
  다섯 가지 욕심을 누리는 일은
  그것은 누릴 만한 일이 아니요
  크게 두려워해야 할 일이니라.
  
  모든 기쁨과 즐거움 여의고
  갖가지 큰 어둠 저버리며
  모두 사라짐을 몸으로 증득하고서
  온갖 번뇌 다해 편안히 사느니라.
  나는 네가 악마인 줄 깨달아 알았으니
  즉시 스스로 사라져 없어지거라.
  
  그 때 악마 파순은 '저 아랍비 비구니가 이미 내 마음을 알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고는 근심하고 불쾌해 하면서 이내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1199. 소마경(蘇摩經)3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소마(蘇摩) 비구니는 사위국 국왕 소유의 동산에 있는 정사의 비구니들과 함께 있었다. 그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하고, 걸식하고 나서는 정사로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챙겨두고 발을 씻은 뒤에, 니사단(尼師檀)을 오른 어깨에 메고 안다림에 들어가 좌선하고 있었다.
  그 때 악마 파순(波旬)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사문 구담은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있고, 그 제자 소마 비구니는
  
  
31)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2권 2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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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위국 국왕 소유의 동산에 있는 정사의 비구니들과 함께 있는데,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하고, 걸식하고 나서는 정사로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챙겨두고 발을 씻은 뒤에 니사단을 오른 어깨에 메고 안다림에 들어가 좌선하고 있다. 나는 지금 가서 곤란한 지경에 빠뜨리리라.'
  그리고는 곧 용모가 단정한 젊은이로 변화하여 그 비구니가 있는 곳으로 가서 물었다.
  "아이여, 어디로 가려고 하는가?"
  비구니가 대답하였다.
  "현자여, 인가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려고 한다."
  그 때 악마 파순이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신선들이 머무르고 있는 곳
  그곳은 매우 얻기 어려운 곳으로서
  두 손가락의 지혜[二指智]32)로써는
  능히 그 곳에 이를 수 없느니라.
  
  그 때 소마 비구니가 생각하였다.
  '이는 도대체 누구이기에 나에게 겁을 주려 하는가? 이것이 사람인가, 사람 아닌 것인가? 혹 간악하고 교활한 사람인가?'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결정하는 지혜가 생겨 이는 악마가 와서 어지럽히려는 것일 뿐임을 알고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마음이 정수(正受 : 禪定)에 들어 있거니
  여자의 몸이라고 무슨 상관이리.
  만일 혹 지혜가 생기고 나면
  
  
32) 손가락 두 개만으로 헤아리는 지혜를 말하는 것으로 부인들의 지혜, 즉 보잘것없는 지혜를 일컫는 말이다. 이 부분을 『별역잡아함경』에서는 '비예지(鄙穢智)'라고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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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상법(無上法)을 얻을 수 있으리라.
  만일 남자니 여자니 하는 생각
  그것을 마음에서 모두 여의지 못하면
  그는 곧 악마의 말을 따르는 것이니
  너는 마땅히 그에게 가서 말하라.
  
  일체의 괴로움을 여의고
  일체의 어둠을 저버리고
  모두 사라짐을 몸으로 증득하면
  온갖 번뇌가 다하여 편안히 살리라.
  나는 네가 악마인 줄 깨달아 알았으니
  즉시 스스로 사라져 없어지거라.
  
  그 때 악마 파순은 '저 소마 비구니가 이미 내 마음을 알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고는 근심하고 불쾌해 하면서 이내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1200. 구담미경(瞿曇彌經)33)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길리사구담미(吉離舍瞿曇彌) 비구니는 사위국 국왕 소유의 동산에 있는 정사의 비구니들과 함께 있었다. 그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하고, 걸식하고 나서는 정사로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챙겨두고 발을 씻은 뒤에, 니사단을 오른 어깨에 메고 안다림에 들어가 한 나무 아래에서 결가부좌(結跏趺坐)하고서 낮 정수에 들어 있었다.
  그 때 악마 파순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사문 구담은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있고, 길리사구담미 비구니는
  
  
33)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2권 3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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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위국 국왕 소유의 동산에 있는 정사의 비구니들과 함께 있는데,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하고, 걸식하고 나서는 정사로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챙겨두고 발을 씻은 뒤에 니사단을 오른 어깨에 메고 안다림에 들어가 한 나무 아래에서 결가부좌하고서 낮 정수에 들어 있다. 나는 지금 가서 곤란한 지경에 빠뜨리리라.'
  그리고는 곧 용모가 단정한 젊은이로 변화하여 길리사구담미 비구니가 있는 곳으로 가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눈물 흘리면서 시름하는 모습을 하고
  너는 왜 아들을 잃었느냐?
  혼자서 나무 밑에 앉아 있는 것
  어떤 남자를 구하려고 그러느냐?
  
  그 때 길리사구담미 비구니가 생각하였다.
  '이는 도대체 누구이기에 나에게 겁을 주려 하는가? 이것이 사람인가, 사람 아닌 것인가? 혹 간악하고 교활한 사람인가?'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결정하는 지혜가 생겨 이는 악마가 와서 어지럽히려는 것일 뿐임을 알고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한량없는 모든 아들을
  모두 다 잃어버렸으니
  이것은 곧 남자의 마지막으로
  남자들의 밖으로 벗어난 것이다.
  
  번민하지도 않고 근심하지도 않으며
  부처님의 가르치심 행해 마쳤으며
  탐애와 괴로움을 모두 여의었고
  갖가지 모든 어둠 저버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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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 사라짐을 몸으로 증득하고서
  온갖 번뇌 다해 편안히 사느니라.
  나는 네가 악마인 줄 깨달아 알았으니
  즉시 스스로 사라져 없어지거라.
  
  그 때 악마 파순은 '저 길리사구담미 비구니가 이미 내 마음을 알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고는 근심하고 불쾌해 하면서 이내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1201. 우발라색경(優鉢羅色經)34)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우발라색(優鉢羅色)35) 비구니는 사위국 국왕 소유의 동산에 있는 정사의 비구니들과 함께 있었다. 그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하고, 걸식하고 나서는 정사로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챙겨두고 발을 씻은 뒤에, 니사단을 오른 어깨에 메고 안다림에 들어가 한 나무 아래에서 낮 정수에 들어 있었다.
  그 때 악마 파순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사문 구담은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있고, 우발라색 비구니는 사위국 국왕 소유의 동산에 있는 정사의 비구니들과 함께 있는데,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하고, 걸식하고 나서는 정사로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챙겨두고 발을 씻은 뒤에 니사단을 오른 어깨에 메고 안다림에 들어가 한 나무 아래에서 결가부좌하고서 낮 정수에 들어 있다. 나는 지금 가서 곤란한 지경에 빠뜨리리라.'
  그리고는 곧 용모가 단정한 젊은이로 변화하여 우발라색 비구니가 있는
  
  
34)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2권 4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35) 팔리어로는 uppalava 라고 하며, 연화색(蓮花色) 비구니를 말함. 부처님의 비구니 제자 가운데 신통력이 제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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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곳으로 가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아름다운 꽃 피운 견고(堅固)나무
  그 나무 밑을 의지해 앉아
  도반 없이 홀로 있으니
  악한 사람 만날까 두렵지 않은가?
  
  그 때 우발라색 비구니가 생각하였다.
  '이는 도대체 누구이기에 나에게 겁을 주려 하는가? 이것이 사람인가, 사람 아닌 것인가? 혹 간악하고 교활한 사람인가?'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결정하는 지혜가 생겨 이는 악마가 와서 어지럽히려는 것일 뿐임을 알고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설령 백 천 사람이 있더라도
  모두 간악하고 교활한 사람이다.
  너희들 악마와 같은 자들이
  내가 있는 곳에 몰려오더라도
  털 끝 하나도 움직이지 않으리니
  너희 같은 악마는 두렵지 않다.
  
  악마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내가 이제 너의 배에 들어가
  너의 내장 속에 머무르거나
  혹은 두 눈썹 사이에 머물지라도
  너는 결코 나를 보지 못하리.
  
  그러자 우발라색 비구니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내 마음에는 큰 힘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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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통을 잘 닦고 익혀서
  큰 결박에서 이미 벗어났으니
  너 같은 악마는 두렵지 않다.
  
  나는 이미 세 가지 때를 토하고
  두려움의 근본을 버렸으며
  두려워하지 않는 자리에 머물렀으니
  악마 군사들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모든 애욕과 기쁨
  갖가지 모든 어둠 저버리고
  모두 사라짐을 몸으로 증득하고서
  온갖 번뇌 다해 편안히 사느니라.
  나는 네가 악마인 줄 깨달아 알았으니
  즉시 스스로 사라져 없어지거라.
  
  그 때 악마 파순은 '저 우발라색 비구니가 이미 내 마음을 알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고는 근심하고 불쾌해 하면서 이내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1202. 시라경(尸羅經)36)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시라(尸羅) 비구니는 사위국 국왕 소유의 동산에 있는 정사의 비구니들과 함께 있었다. 그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하고, 걸식하고 나서는 정사로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챙겨두고 발을 씻은 뒤에, 니사단을 어깨에 메고 안다림에 들어가 한 나무 아래에서
  
  
36)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2권 5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853 / 2145] 쪽
  결가부좌하고서 낮 선정에 들어 있었다.
  그 때 악마 파순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사문 구담은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있고, 시라 비구니는 사위국 국왕 소유의 동산에 있는 정사의 비구니들과 함께 있는데,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하고, 걸식하고 나서는 정사로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챙겨두고 발을 씻은 뒤에 니사단을 어깨에 메고 안다림에 들어가 한 나무 아래에 앉아서 낮 정수에 들어 있다. 나는 지금 가서 곤란한 지경에 빠뜨리리라.'
  그리고는 곧 용모가 단정한 젊은이로 변화하여 시라 비구니의 앞으로 가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중생은 어떻게 생겨났는가?
  누가 중생들을 만들었는가?
  중생은 어디서 생겨났으며
  다시 어디로 가는 것인가?
  
  시라 비구니가 생각하였다.
  '이는 도대체 누구이기에 나에게 겁을 주려 하는가? 이것이 사람인가, 사람 아닌 것인가? 혹 간악하고 교활한 사람인가?'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지각이 생겨 이는 악마 파순(波旬)이 곤란한 지경에 빠뜨리게 하려는 것임을 알고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너는 중생이 있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곧 악마의 소견이니
  오직 부질없는 음(陰)의 덩어리일 뿐
  중생이라고 말할 것 없다.
  
  마치 여러 가지 재목을 한데 모아
  세상에서 수레라 일컫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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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음의 인연이 화합된 것을
  임시로 중생이라 부르느니라.
  
  그것이 생기면 괴로움이 생기고
  그것이 멈추면 괴로움도 멈춘다.
  괴로움을 내는 다른 법 없나니
  괴로움이 생겼다 저절로 사라진다.
  
  모든 애욕과 괴로움을 버리고
  갖가지 모든 어둠을 여의며
  모두 사라짐을 몸으로 증득하고서
  온갖 번뇌 다해 편안히 사느니라.
  나는 네가 악마인 줄 깨달아 알았으니
  즉시 스스로 사라져 없어지거라.
  
  그 때 악마 파순은 '저 시라 비구니가 이미 내 마음을 알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고는 근심하고 슬퍼하면서 이내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1203. 비라경(毘羅經)37)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비라(毘羅) 비구니는 사위국 국왕 소유의 동산에 있는 정사의 비구니들과 함께 있었다. 그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하고, 걸식하고 나서는 정사로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챙겨두고 발을 씻은 뒤에, 니사단을 어깨에 메고 안다림에 들어가 한 나무 아래에 앉아서 낮 정수에 들어 있었다.
  
  
37)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2권 6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855 / 2145] 쪽
  그 때 악마 파순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사문 구담은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있고, 비라 비구니는 사위국 국왕 소유의 동산에 있는 비구니들과 함께 있는데,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하고, 걸식하고 나서는 정사로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두고 발을 씻은 뒤에 니사단을 어깨에 메고 안다림에 들어가 한 나무 아래에 앉아서 낮 정수에 들어 있다. 나는 지금 가서 그를 곤란한 지경에 빠뜨리리라.'
  그리고는 곧 용모가 단정한 젊은이로 변화하여 비라 비구니가 있는 곳으로 가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어떻게 이 형상이 만들어졌으며
  누가 그것을 만들었는가?
  이 형상은 어디서 생겨났으며
  형상이 가면 어디로 가는 것인가?
  
  비라 비구니가 생각하였다.
  '이는 도대체 누구이기에 나에게 겁을 주려 하는가? 이것이 사람인가, 사람 아닌 것인가? 혹 간악하고 교활한 사람인가?'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지각이 생겨 이는 악마 파순이 어지럽히려는 것임을 알고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 형상은 저절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요
  또한 다른 이가 만든 것도 아니다.
  인연이 모여서 생겨났다가
  인연이 흩어지면 사라지느니라.
  
  마치 세상의 온갖 종자가
  땅을 인하여 생겨나는 것처럼
  흙과 물과 불과 바람을 인하고
  
[1856 / 2145] 쪽
  음(陰)·계(界)·입(入)도 그러하나니
  인연이 화합하여 생겨났다가
  인연이 흩어지면 사라지느니라.
  일체의 애욕과 괴로움을 저버리고
  갖가지 모든 어둠도 여의었으며
  
  모두 사라짐을 몸으로 증득하고서
  온갖 번뇌 다하여 편안히 사느니라.
  나는 네가 악마인 줄 깨달아 알았으니
  즉시 스스로 사라져 없어지거라.
  
  그 때 악마 파순은 '저 비라 비구니가 이미 내 마음을 알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고는 크게 슬퍼하며 이내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1204. 비사경(毘闍經)38)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비사야(毘闍耶) 비구니는 사위국 국왕 소유의 동산에 있는 정사의 비구니들과 함께 있었다. 그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하고, 걸식하고 나서는 정사로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챙겨두고 발을 씻은 뒤에, 니사단을 어깨에 메고 안다림에 들어가 한 나무 아래에 앉아서 낮 정수에 들어 있었다.
   그 때 악마 파순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사문 구담은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있고, 비사야 비구니는 사위국 국왕 소유의 동산에 있는 비구니들과 함께 있는데, 그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하고, 걸식하고 나서는 정사로 돌
  
  
38)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2권 7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857 / 2145] 쪽
  아와 가사와 발우를 챙겨두고 발을 씻은 뒤에 니사단을 어깨에 메고 안다림에 들어가 한 나무 아래에 앉아서 낮 정수에 들어 있다. 나는 지금 가서 곤란한 지경에 빠뜨리리라.'
   그리고는 곧 용모가 단정한 젊은이로 변화하여 그의 앞에 가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너도 지금 한창 젊은 때이고
  나도 또한 한창 젊은 때이다.
  장차 우리 함께 지금 여기서
  다섯 가지 음악(音樂)을 지어
  서로 즐기며 맘껏 놀아나 보자.
  그까지 좌선을 해서 무엇하겠느냐?
  
  그 때 비사야 비구니가 생각하였다.
  '이는 도대체 누구이기에 나에게 겁을 주려 하는가? 이것이 사람인가, 사람 아닌 것인가? 혹 간악하고 교활한 사람인가?'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지각이 생겨 이는 악마 파순이 어지럽히려는 것임을 알고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노래와 춤과 온갖 잡다한 기교로
  갖가지로 서로 즐기는 것은
  이제 모두 네게 주겠노라.
  그런 것들 나에겐 아무 필요가 없다.
  
  적멸정수(寂滅正受)에 들면
  천상과 인간의 다섯 가지 욕락들
  모두 가져다가 네게 주리라.
  그런 것들 나에겐 아무 필요가 없다.
  
  
[1858 / 2145] 쪽
  모든 기쁨과 즐거움 버리고
  모든 어둠을 여의었으며
  모두 사라짐을 몸으로 증득하고서
  온갖 번뇌 다하여 편안히 사느니라.
  나는 네가 악마인 줄 깨달아 알았으니
  즉시 스스로 사라져 없어지거라.
  
  그 때 악마 파순은 '저 비사야 비구니가 이미 내 마음을 알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고는 마음 속으로 근심하고 슬퍼하면서 이내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1205. 차라경(遮羅經)39)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차라(遮羅) 비구니는 사위국 국왕 소유의 동산에 있는 정사의 비구니들과 함께 있었다. 그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하고, 걸식하고 나서는 정사로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챙겨두고 발을 씻은 뒤에, 니사단을 어깨에 메고 안다림에 들어가 한 나무 아래에 앉아 낮 정수에 들어 있었다.
  그 때 악마 파순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사문 구담은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있고, 차라 비구니는 사위국 국왕 소유의 동산에 있는 비구니들과 함께 있는데, 그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하고, 걸식하고 나서는 정사로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챙겨두고 발을 씻은 뒤에 니사단을 어깨에 메고 안다림으로 들어가 한 나무 아래에 앉아서 낮 정수에 들어 있다. 나는 지금 가서 곤란한 지경에 빠뜨리리라.'
  
  
39)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2권 8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859 / 2145] 쪽
  그리고는 곧 용모가 단정한 젊은이로 변화하여 차라 비구니의 앞에 가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세상에 태어난 즐거움을 느끼고
  살아서는 다섯 가지 욕락(欲樂)을 즐겨야 하거늘
  누가 너를 가르쳐
  삶을 싫어해 떠나게 하였는가?
  
  그 때 차라 비구니가 생각하였다.
  '이는 도대체 누구이기에 나에게 겁을 주려 하는가? 이것이 사람인가, 사람 아닌 것인가? 혹 간악하고 교활한 사람인가? 여기에 와서 나를 어지럽게 하려고 하는구나.'
  그리고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한 번 나면 반드시 죽음이 있고
  한 번 나면 온갖 괴로움 받는다.
  채찍질하고 매를 때려 온갖 괴로움 주나니
  일체는 생(生)을 연으로 하여 존재한다.
  
  마땅히 모든 괴로움 끊고
  일체의 생을 뛰어넘어서
  지혜의 눈으로 거룩한 진리를 관찰하라.
  석가모니께서 연설한 법이니라.
  
  괴로움과 괴로움의 발생원인
  그것을 다 없애어 온갖 괴로움 여의고
  8정도(正道)를 닦고 익히면
  안온히 열반으로 나아가리.
  
  
[1860 / 2145] 쪽
  스승님 법은 평등한 법이라
  나는 그 법을 좋아한다네.
  나는 그 법을 알기 때문에
  다시는 태어남을 좋아하지 않노라.
  
  모든 애욕과 기쁨을 여의고
  온갖 어둠을 저버리며
  모두 사라짐을 몸으로 증득하고서
  모든 번뇌 다해 편안히 사느니라.
  나는 네가 악마인 줄 깨달아 알았으니
  즉시 스스로 사라져 없어지거라.
  
  그 때 악마 파순은 '저 차라 비구니가 이미 내 마음을 알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고는 마음 속으로 근심하고 슬퍼하면서 이내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1206. 우파차라경(優波遮羅經)40)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우파차라(優波遮羅) 비구니는 사위국 국왕 소유의 동산에서 여러 비구니들과 함께 있었다. 그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하고, 걸식하고 나서는 정사로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챙겨두고 발을 씻은 뒤에, 니사단을 어깨에 메고 안다림에 들어가 한 나무 아래에 앉아 낮 정수에 들어 있었다.
  그 때 악마 파순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사문 구담은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있고, 우파차라 비구니는 사위
  
  
40)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2권 9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861 / 2145] 쪽
  국 국왕 소유의 동산에서 여러 비구니들과 함께 있는데, 그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하고, 걸식하고 나서는 정사로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챙겨두고 발을 씻은 뒤에 니사단을 어깨에 메고 안다림에 들어가 한 나무 아래에 앉아 낮 정수에 들어 있다. 나는 지금 가서 곤란한 지경에 빠뜨리리라.'
  그리고는 곧 용모가 단정한 젊은이로 변화하여 우파차라 비구니의 앞에 가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삼십삼천(三十三天)과
  염마천(炎魔天)과 도솔타천(兜率陀天)과
  화락천(化樂天)과 타자재천(他自在天)은
  서원만 세우면 거기 가서 태어나리라.
  
  그 때 우파차라 비구니가 생각하였다.
  '이는 도대체 누구이기에 나에게 겁을 주려 하는가? 이것이 사람인가, 사람 아닌 것인가? 혹 간악하고 교활한 사람인가?'
  그리고 나서 이는 틀림없이 악마가 어지럽히려는 것임을 깨달아 알고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삼십삼천 하늘과
  염마천과 도솔타천과
  화락천과 타자재천
  이런 모든 하늘들은
  유위(有爲)의 행을 여의지 못했으니
  그러므로 악마가 마음대로 하느니라.
  
  일체 모든 세간은
  모두가 온갖 행의 무더기이고
  일체 모든 세간은
  
[1862 / 2145] 쪽
  모두 다 흔들리는 법이다.
  일체 모든 세간은
  괴로움의 불꽃이 항상 타오르고
  일체 모든 세간은
  모두 다 연기와 먼지가 일어난다.
  
  움직이지도 않고 흔들리지도 않고
  범부를 가까이하거나 친하지 않으며
  악마 세계에 떨어지지 않나니
  이러한 곳에서 즐기느니라.
  
  모든 애욕과 괴로움을 버리고
  갖가지 모든 어둠을 여의며
  모두 사라짐을 몸으로 증득하고서
  온갖 번뇌 다해 편안히 사느니라.
  나는 네가 악마인 줄 깨달아 알았으니
  즉시 스스로 사라져 없어지거라.
  
  그 때 악마 파순은 '저 우파차라 비구니가 이미 내 마음을 알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고는 마음 속으로 근심하고 슬퍼하면서 이내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1207. 시리사차라경(尸利沙遮羅經)4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시리사차라(尸利沙遮羅) 비구니는 사위국 국왕 소유의 동산에서
  
  
41)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2권 10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863 / 2145] 쪽
  여러 비구니들과 함께 있었다. 그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하고, 걸식하고 나서는 정사로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챙겨두고 발을 씻은 뒤에, 니사단을 어깨에 메고 안다림에 들어가 한 나무 아래에 앉아서 낮 정수에 들어 있었다.
  그 때 악마 파순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사문 구담은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있고, 시리사차라 비구니는 사위국 국왕 소유의 동산에서 여러 비구니들과 함께 있는데, 그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하고, 걸식하고 나서 정사로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챙겨두고 발을 씻은 뒤에 니사단을 어깨에 메고 안다림에 들어가 한 나무 아래에 앉아서 낮 정수에 들어 있다. 나는 지금 가서 곤란한 지경에 빠뜨리리라.'
  그리고는 곧 용모가 단정한 젊은이로 변화하여 시리사차라 비구니의 앞에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아이(阿姨)여, 그대는 어떤 도를 좋아하는가?"
  비구니가 대답하였다.
  "나는 아무 것도 좋아하는 것이 없다."
  그 때 악마 파순이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그대는 누구의 자문을 받아
  머리를 깎고 사문이 되어
  몸에는 가사(袈裟)를 입고
  출가한 사람의 모습을 하고서
  온갖 다른 도는 즐기지 않고
  어리석음을 지키며 살아가는가?
  
  그 때 시리사차라 비구니가 생각하였다.
  '이는 도대체 누구이기에 나에게 겁을 주려 하는가? 이것이 사람인가, 사람 아닌 것인가? 혹 간악하고 교활한 사람인가?'
  이렇게 생각하고서 이는 틀림없이 악마 파순이 나를 어지럽히려는 것이라
  
 
[1864 / 2145] 쪽
  고 깨달아 알고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 법 밖의 모든 다른 도
  그것은 모든 소견에 얽매이게 되나니
  모든 소견에 얽매인 뒤에는
  언제나 악마가 마음대로 하게 된다.
  
  만일 석씨 종족의 가문에 태어나신
  비교할 데 없는 스승의 가르침을 받으면
  모든 악마 원수를 항복 받을 수 있고
  그들에게 항복하지 않게 되리라.
  
  맑고 깨끗해 일체를 벗어나고
  도의 눈으로 널리 관찰하며
  일체 지혜로 모든 것 다 알고
  가장 훌륭해 온갖 번뇌 여의셨네.
  
  그는 곧 나의 큰 스승으로서
  나는 오직 그 법만을 좋아한다오.
  내가 그 법에 들어가고 나서야
  번뇌를 멀리 여의고 적멸을 얻었노라.
  
  모든 애욕과 괴로움을 여의고
  갖가지 모든 어둠을 저버리며
  모두 사라짐을 몸으로 증득하고서
  온갖 번뇌 다해 편안히 사느니라.
  나는 네가 악마인 줄 깨달아 알았으니
  즉시 스스로 사라져 없어지거라.
  
  그 때 악마 파순은 '저 시리사차라 비구니가 이미 내 마음을 알고 있구나'
  
[1865 / 2145] 쪽
  라고 생각하고는 마음 속으로 근심하고 슬퍼하면서 이내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1208. 갈가지경(揭伽池經)42)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첨파국(瞻婆國)의 갈가못[揭伽池] 가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그 달 보름날 포살(布薩)을 행할 때에 대중들 앞에 앉아 계셨는데 달이 막 뜰 무렵이었다.
  그 때 존자 바기사(婆耆舍)도 대중들 속에 있었는데 그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부처님 앞에서 달에 비유한 게송[月譬偈]으로 찬탄하리라.'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바로잡고 부처님께 예를 올린 뒤에 합장하고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선서(善逝)시여,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바기사에게 말씀하셨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말하라."
  그러자 존자 바기사는 곧 부처님 앞에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마치 허공에 떠있는 달이
  맑고 깨끗하고 가린 구름도 없으며
  그 광명 불꽃처럼 찬란하게 빛나
  시방을 두루 비추는 것처럼
  
  여래도 또한 그와 같아서
  지혜의 광명 세상을 비추나니
  
  
42)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2권 11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866 / 2145] 쪽
  그 공덕과 좋은 칭호는
  시방에 두루 가득하네.
  
  존자 바기사가 이 게송을 말하자, 모든 비구들은 그 말을 듣고 모두들 매우 기뻐하였다.
  
  
1209. 교진여경(憍陳如經)43)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첨파국의 갈가못 가에 계셨다.
  그 때 존자 아야교진여(阿若憍陳如)44)는 텅 비고 고요한 아련야처(阿練若處)에 오랫동안 머물고 있다가,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얼굴로 부처님의 발등을 덮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오랫동안 세존을 뵙지 못하였습니다. 오랫동안 선서를 뵙지 못하였습니다."
  그 때 존자 바기사는 대중들 속에 있었는데, 그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존자 아야교진여 앞에서 상좌(上座)의 비유로 그를 찬탄하리라.'
  이렇게 생각한 뒤에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바르게 하고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합장하고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선서시여,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바기사에게 말씀하셨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말하라."
  그러자 존자 바기사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43)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2권 12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44) 팔리어로는 a si-ko a a라고 하며, 부처님께서 초전법륜(初轉法輪) 때 제도한 다섯 비구 가운데 한 명이다.
[1867 / 2145] 쪽
  상좌 중에 상좌이신
  존자 교진여는
  이미 건넜고 이미 초월하여
  편안하고 즐거운 정수를 얻으시고서
  
  아련야처에서
  멀리 여읨을 늘 좋아하십니다.
  성문의 제자들의 근기에 맞게
  큰 스승의 바른 법을 가르침을
  
  빠짐없이 다 연설해주고
  정수에 들어 방일하지 않나니
  큰 덕의 힘과 세 가지 밝음45)으로
  남의 마음을 아는 지혜 명료하십니다.
  
  상좌이신 교진여는
  부처님의 법재(法財)를 보호해 지키고
  공경하는 마음 한층 더하여
  부처님 발에 머리 대고 예배합니다.
  
  존자 바기사가 이렇게 말하자, 그 때 모든 비구들은 그 말을 듣고 모두들 매우 기뻐하였다.
  
  
45) 특별한 수행자가 가질 수 있는 세 종류의 초인적 능력을 말한다. 첫째는 숙명명(宿命明)으로 숙세(宿世, 前生)의 인연을 환히 알아 자타(自他)의 잘못을 아는 것을 말함. 둘째는 천안명(天眼明)으로 미래의 과보(果報)를 아는 것을 말함. 셋째는 누진명(漏盡明)으로 번뇌가 다하여 얻은 지혜를 말한다. 이것에 의해 현재의 번뇌를 끊는다. 이 세 가지 능력을 6신통(神通)에 배대하면 숙명통(宿命通)·천안통(天眼通)·누진통(漏盡通)이 이에 해당한다.
[1868 / 2145] 쪽
  
  
  
1210. 사리불경(舍利弗經)46)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첨파국의 갈가못 가에 계셨다.
  그 때 존자 사리불(舍利弗)은 공양당(供養堂)에 있으면서 많은 비구들의 모임을 위해 설법하였다. 글귀와 뜻은 만족하고 말솜씨는 간결하여 이해하기가 쉬워 즐겁게 들으며, 걸리지도 않고 끊이지도 않아, 깊은 이치를 밝게 나타내었다. 모든 비구들은 마음을 집중하여 즐겁게 듣고, 존중하고 기억하려고 일심으로 귀를 기울여 들었다.
  그 때 존자 바기사는 대중들 속에 있었는데, 그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존자 사리불 앞에서 게송으로 그를 찬탄하리라.'
  이렇게 생각한 뒤에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존자 사리불에게 아뢰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말하시오."
  그러자 존자 바기사가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간략하게 법을 잘 말하여
  대중들을 널리 깨우쳐 주나니
  저 훌륭한 우바제사(優婆提舍)47)
  이 대중 앞에서 칭송하노라.
  
  그가 법을 연설할 때는
  목에서 아름다운 소리를 내나니
  
  
46)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2권 13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47) 팔리어로는 upatissa라고 하며, 사리불의 별명(別名)이다.
[1869 / 2145] 쪽
  기쁘고 즐거우며 사랑스러운 음성
  고르고 부드럽고 점점 옮아가는 소리
  그 소리 듣는 이 모두 기뻐하면서
  생각을 거기 쏟아 옮기지 않네.
  
  존자 바기사가 이렇게 말하자, 모든 비구들은 그 말을 듣고 모두들 매우 기뻐하였다.
  
  
1211. 나가산경(那伽山經)48)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나가산(那伽山) 곁에서 5백 비구와 함께 계셨다.
  그들은 모두 아라한으로서 모든 번뇌가 다하여 할 일을 이미 다 마쳤으며, 온갖 무거운 짐을 이미 버렸고 자기 자신이 이익을 얻었으며, 모든 존재의 결박을 끊고 바른 지혜로써 마음이 잘 해탈한 분들이었다. 존자 대목건련(大目揵連)이 대중들의 마음을 관찰해보니 그들은 다 탐욕에서 해탈한 이들이었다.
  그 때 존자 바기사는 대중들 속에 있었는데, 그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세존과 비구 스님들 앞에서 게송으로 찬탄하리라.'
  이렇게 생각한 뒤에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바르게 하고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선서시여, 아뢰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바기사에게 말씀하셨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말하라."
  그러자 존자 바기사가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48)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2권 14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870 / 2145] 쪽
  
  길잡이 스승, 무상사(無上士)님
  나가산 곁에 머무시니
  5백 명이나 되는 비구들은
  큰 스승을 몸소 받들어 모시네.
  
  존자 대목련은
  신통 이루고 진리도 분명히 알아
  저 대중들 마음을 관찰해 보았더니
  그들은 모두 탐욕에서 벗어난 이들이었네.
  
  이렇게 완전히 갖추고 계신
  모니께서 저 언덕으로 건너가시어
  이 최후의 몸만 가지셨으니
  나는 이제 머리 조아려 예배하네.
  
  존자 바기사가 이렇게 말하자, 모든 비구들은 그 말을 듣고 모두들 매우 기뻐하였다.
  
  
1212. 회수경(懷受經)49)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迦蘭陀竹園)에 계시면서, 대 비구대중 5백 명과 함께 여름 안거(安居)를 마치셨다.
  
  
49)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2권 15번째 소경과 『중아함경』 제29권 121번째 소경인 청정경(請請經)과 『증일아함경』 제24권 제32 선취품(善聚品)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것이며, 이역본으로는 축법호(竺法護)가 한역한 『수신세경(受新歲經)』과 축담무란(竺曇無蘭)이 한역한 『신세경(新歲經)』과 법현(法賢)이 한역한 『해하경(解夏經)』이 있다.
[1871 / 2145] 쪽
  그들은 모두 아라한으로서 모든 번뇌가 다하였고 할 일을 이미 다 마쳤으며, 온갖 무거운 짐을 이미 버렸고 모든 존재의 결박을 끊었으며, 바른 지혜로써 마음이 잘 해탈한 분들이었다. 그런데 오직 한 사람 존자 아난만은 그렇지 못했다. 세존께서는 "그는 현세에서 무지증(無知證)을 얻을 것이다"라고 수기를 내려 말씀하셨다.
  그 때 세존께서 그 달 보름날 식수(食受 : 自恣)할 시기가 되자, 대중들 앞에 자리를 펴고 앉아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바라문이 되어 반열반(般涅槃)을 얻었고 최후 마지막 몸을 지녔으며, 큰 의사가 되어 온갖 칼과 가시를 뽑아버렸다. 나는 바라문이 되어 반열반을 얻었고 최후 마지막 몸을 지녔으며, 큰 의사가 되어 온갖 칼과 가시를 뽑아버렸다. 너희들은 나의 아들로서 내 입으로부터 났고, 법의 교화를 좇아 났으며, 법의 남은 재물을 얻었으니, 혹 내 몸이나 입이나 마음에 꾸짖을 만한 일은 없는지 마땅히 나를 생각해 보아라[懷受]."50)
  그 때 존자 사리불이 대중 속에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바르게 하고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서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이제 '나는 바라문이 되어 반열반을 얻고 최후 마지막 몸을 지녔으며, 최상의 큰 의사로서 칼과 가시를 뽑았다. 너희들은 내 아들로서 부처의 입으로부터 났고 법의 교화를 좇아 났으며, 법의 남은 재물을 얻었다. 모든 비구들이여, 혹 내 몸이나 입이나 마음에 꾸짖을 만한 일은 없는지 마땅히 나를 잘 생각해 보아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세존의 몸과 입과 마음에서 꾸짖을 만한 일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왜냐 하면, 세존께서는 길들지 않은 이는 길들이시고 고요하지 못한 이는 고요하게 하며, 안온[穌息]하지 못한 이는 안온하게 하고, 반열반에 들지 못한 이는 반열반에 들게 하시기 때문입니다. 여래께서는 도를 알고 도를 연설하며 도로 향하십니다. 그런 다음에 성문(聲聞)을 성취시켜, 도를 따르고 도를 숭상하게 하며, 스승의 가르침을 받들어 지니게 하여 그 가르침대로 바로 향하여 진여(眞如)의 훌륭한 법을 좋아하게 하시기 때문입니다.
  
  
50) 이 부분이 『신세경(新歲經)』에는 "당화심상향(當和心相向)"으로 되어 있다.
[1872 / 2145] 쪽
  그러므로 저는 세존에게서 꾸짖을 만한 몸과 입과 마음의 행을 전혀 보지 못하였습니다. 저는 이제 세존께서 계신 곳에서 저의 몸과 입과 마음으로 듣고 의심하는 죄가 혹 꾸짖을 만한 일인지 생각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나이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너의 몸과 입과 마음에서, 보고 듣고 의심하는 것 중에 꾸짖을 만한 일을 보지 못하였다. 왜냐 하면, 그대 사리불은 계를 잘 지키고 들은 것이 많아,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 알며, 멀리 여의는 행을 닦고 방편으로 꾸준히 힘쓰며, 바르게 기억하고 바른 선정에 들며, 민첩하고 빠른 지혜·밝고 예리한 지혜·생사를 벗어나는 지혜·싫어하여 여의는 지혜·큰 지혜·넓은 지혜·깊은 지혜·견줄 데 없는 지혜·지혜의 보배를 성취하여 가르쳐 보이고 기뻐하게 하며, 가르쳐 보이고 기뻐하게 하는 이를 항상 찬탄하면서 대중들을 위해 설법하되, 한 번도 피로해하거나 게을리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비유하면 전륜성왕(轉輪聖王)의 맏아들이 관정(灌頂)의식을 치를 만하면서도 아직 관정의식을 치르지는 않았으나, 이미 관정의 의식과 법에 머무르면, 아버지의 법대로 굴려야 할 것을 따라서 굴릴 수 있는 것처럼, 너도 지금 그와 같다. 너는 내 맏아들이 되어 관정의식을 치를 만한데도 아직 관정의식을 치르지는 않았으나, 그 의식과 법에 머무르기 때문에 내가 굴려야 할 법륜을 네가 따라서 굴릴 수 있다. 그래서 더 이상 생겨 일어나는 바가 없게 되었고, 온갖 존재의 번뇌가 다하여 마음이 잘 해탈하였다.
  이와 같이 사리불아, 나는 그대가 몸과 입과 마음으로 보고 듣고 의심하는 것 중에 꾸짖을 만한 일을 전혀 보지 못하였다."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제가 몸과 입과 마음으로 보고 듣고 의심하는 것 중에 꾸짖을 만한 일이 없다면, 이 5백 비구들이 몸과 입과 마음으로 보고 듣고 의심하는 것에서도 꾸짖을 만한 일이 없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 5백 비구들이 몸과 입과 마음으로 보고 듣고 의심하는 것에서도 꾸짖을 만한 일을 보지 못했다. 왜냐 하면 이 5백 비구들은 다 아라한으로서 모든 번뇌가 이미 다하였고, 할 일을 이미 마쳤으며, 무거운 짐을 이미 버렸
  
[1873 / 2145] 쪽
  고, 온갖 존재의 결박을 끊었으며, 바른 지혜로 마음이 잘 해탈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직 한 비구 존자 아난만은 그렇지 못하지만, '나는 그는 현세에서 무지증을 얻을 것이다'라고 수기하여 말하였다. 그러므로 나는 이 5백 비구들이 몸과 입과 마음으로 보고 듣고 의심하는 것 중에 죄가 되어 꾸짖을 만한 일을 보지 못했느니라."
  사리불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 5백 비구들이 몸과 입과 마음으로 보고 듣고 의심하는 것 중에 꾸짖을 만한 일이 이미 없다면, 그 중 몇 비구가 3명(明)을 얻고, 몇 비구가 구해탈(俱解脫)을 얻었으며, 몇 비구가 혜해탈(慧解脫)을 얻었습니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이 5백 비구 중에서 90비구는 3명을 얻었고, 90비구는 구해탈(俱解脫)을 얻었으며, 나머지는 혜해탈을 얻었느니라. 사리불아, 이 여러 비구들은 모든 흔들림과 물러남을 여의고 피부(皮膚)가 없으며, 진실하고 견고하니라."
  그 때 존자 바기사는 대중들 속에 있었는데, 그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세존과 비구들 앞에서 회수게(懷受偈)로 찬탄하리라.'
  이렇게 생각한 뒤에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바르게 하고 부처님께 예배한 뒤에 오른쪽 무릎을 땅에 꿇고 합장하고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선서시여, 아뢰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바기사에게 말씀하셨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말하라."
  그러자 존자 바기사가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청정한 보름날에
  대중들 5백 명은
  일체 결박을 끊어버리고
  
 
[1874 / 2145] 쪽
  온갖 존재 다한 큰 신선 되었네.
  
  맑고 깨끗하여 서로 친근히 하고
  맑고 깨끗하여 널리 해탈하였으며
  어떤 존재도 다시는 받지 않아
  나고 죽음이 아주 끊어졌네.
  
  해야 할 일을 이미 마쳤고
  일체 번뇌가 다 끊어져서
  다섯 가지 덮개의 구름 걷히고
  가시 같은 근본 애욕 뽑아버렸네.
  
  사자가 두려움 없는 것처럼
  일체 남음의 존재를 여의어
  모든 존재의 원결(怨結)을 없애고
  존재의 남은 경계 벗어났네.
  
  갖가지 번뇌의 원수들
  모두 다 이미 잠복했으니
  그것은 마치 저 전륜성왕이
  모든 권속들을 생각하여
  
  자애로운 마음으로 널리 교화할 때에
  온 천하가 모두 받드는 것처럼
  능히 악마 원수를 항복 받고
  위없는 길잡이 스승이 되었네.
  
  믿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받들고
  3명(明)으로 늙고 죽음 없애며
  
[1875 / 2145] 쪽
  그 법의 진정한 아들이 되어
  흔들려 물러날 근심이 없고
  온갖 번뇌의 가시를 뽑아버린
  일종자(日種子)51)의 후손에게 경례합니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213. 불락경(不樂經)52)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니구율상(尼拘律相)53)은 넓은 벌판 금수가 득실거리는 곳에 있었다.
  존자 바기사(婆耆舍)는 출가한 지 오래되지 않았는데도 다음과 같은 위의(威儀)가 있었다. 즉 촌락이나 도시를 의지해 살고 있으면서,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그 촌락이나 도시에서 걸식할 때에는, 그 몸을 잘 단속하고 모든 감관의 문을 지켜, 마음을 거두고 생각을 잡아매었다.
  걸식을 마치고 본래 있던 곳으로 돌아와서는 가사와 발우를 챙겨두고 발을 씻은 다음 방에 들어가 좌선하였으며, 선정에서 빠르게 깨어나도 걸식에 집착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에게는 수시로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었고 훈계해주는 사람도 없었으므로 마음이 편하고 즐겁지 않아 두루 감추고 깊이 숨어 살았다.
  그 때 존자 바기사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익을 얻지 못한다. 이익이란 얻기 어려운 것이니 쉽게 얻어지는
  
  
51) 석가 종족의 선조라고 하며, 복덕(福德)으로 천하를 통일한 감자왕(甘蔗王)도 일종(日種 : 태양의 후예)이다.
52)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2권 16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53) 팔리어로는 nigrodha-kappa라고 하며, 또는 니구율겁파(尼拘律劫波)라고도 한다.
[1876 / 2145] 쪽
  것이 아니다. 나는 수시로 가르쳐 주거나 가르쳐 훈계하는 이가 없기 때문에 편하고 즐겁지 못해 두루 감추고 깊이 숨어서 살아간다. 나는 이제 자기 몸을 싫어하는 게송[自厭之偈]으로 찬탄하리라.'
  그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즐겁거나 즐겁지 않은 것 다 버리고
  일체 탐하는 생각까지 다 버려서
  가까이 있는 것에 아무 작용이 없고
  더러움을 여읜 이를 비구라 한다.
  
  여섯 가지 느낌 있는 심상(心想)이 있어
  온 세간을 치달려 돌아다니면서
  악하고 착하지 못한 것 숨겨 덮어주고
  능히 피부를 버리지 못하며
  더러움으로 마음에 즐거움을 삼는
  그런 사람은 비구라 부르지 않는다.
  
  남음이 있는 번뇌에 묶여도
  보고 듣고 깨닫고 분별하여
  탐욕을 밝게 깨달아 아는 이
  다시는 그것에 물들지 않나니
  이와 같이 물들지 않는 사람들을
  곧 모니(牟尼)라고 부른다네.
  
  온 땅덩이나 또 허공이나
  이 세간의 모든 현상들
  그것은 모두 사라지는 것들이라
  적연(寂然)히 스스로 결정되네.
  
  
[1877 / 2145] 쪽
  오래도록 법의 그릇 닦아 익히고
  또 삼마제(三摩提)를 얻으며
  접촉하지 않고 아첨이나 거짓이 없어
  그 마음 지극히 순수해지면
  그 성인 오래도록 열반에 들으리니
  생각 모아 열반의 시기를 기다리네.
  
  그 때 존자 바기사는 자신의 몸뚱이를 싫어하여 여의는 게송을 말한 뒤에, 마음이 스스로 열려 즐겁지 않은 따위를 밝게 깨달아 즐거워하는 마음으로 머물렀다.
  
  
1214. 탐욕경(貪欲經)54)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아난다(阿難陀)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에 들어가 존자 바기사와 함께 걸식하였다.
  그 때 존자 바기사는 미색이 아주 빼어난 어떤 여인을 보았는데, 그녀를 보고는 탐욕의 마음이 일어났다.
  존자 바기사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이롭지 않은 일을 당했다. 괴로움만 받을 뿐 즐거움을 얻을 만한 일이 아니다. 나는 지금 미색이 아주 빼어난 어떤 젊은 여인을 보고 탐욕의 마음이 생겼다. 지금 싫어하여 멀리하려는 마음을 내기 위해 게송을 읊자.'
  그리고는 곧 게송을 읊었다.
  
  탐욕에 덮였기 때문에
  
  
54)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2권 17번째 소경과 『증일아함경』 제27권 제35 사취품(邪聚品)의 9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878 / 2145] 쪽
  왕성한 불길이 내 마음을 태우네.
  이보시오. 존자 아난다여
  나를 위해 탐욕의 불꽃을 꺼주시오.
  자애로운 마음으로 가엾이 여겨
  그 방편 나를 위해 설명해주오.
  
  존자 아난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그 뒤바뀐 생각 때문에
  왕성한 불길이 마음을 태우나니
  탐욕을 키우고 자라게 하는
  깨끗한 것이라는 생각 멀리 여의고서
  
  깨끗하지 않다는 생각을 닦아
  언제나 한 마음으로 선정에 들어
  빨리 탐욕의 불꽃을 꺼서
  그 마음을 태우지 말아야 하네.
  
  모든 행은 괴롭고 또 공(空)한 것이요
  나라는 것도 없다고 자세히 관찰하고서
  생각을 붙잡아 몸을 바르게 관찰하여
  싫어해 떠날 생각 많이 닦아 익혀야 하네.
  
  모양 없는 것이라고 닦아 익히고
  교만과 번뇌를 없애 버리고서
  교만에 대한 평등의 지혜 얻어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나시오.
  
  존자 아난이 이렇게 말하자, 존자 바기사는 그 말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1879 / 2145] 쪽
  행하였다.
  
  
  
1215. 출리경(出離經)55)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어떤 장자가 부처님과 스님들을 자기 집에 초청하여 공양하게 하자, 모두들 그 집에 들어갔다. 존자 바기사는 그 날따라 수직하는 차례가 되어 스님들의 방을 지키고 있으면서 음식을 조금 싸 가지고 오라고 청하였다.
  그 때 많은 장자 부인들이 마을에서 나와 정사를 찾아왔다. 존자 바기사는 얼굴이 단정하고 아름다운 젊은 여자를 보고 탐욕의 마음이 일어났다.
  그 때 존자 바기사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이롭지 않은 일을 당했다. 괴로움만 받을 뿐 즐거움을 얻을 만한 일이 아니다. 나는 지금 얼굴이 단정하고 아름다운 젊은 여자를 보고 탐욕의 마음이 생겼다. 나는 지금 싫어하는 마음을 내기 위해 게송을 읊자.'
  그렇게 생각하고는 곧 게송을 읊었다.
  
  나는 이미 생사를 떠나고자
  집 아닌 데로 출가하였거늘
  이 탐욕이 나를 쫓아다니는 것이
  마치 소가 남의 여물 생각는 것 같구나.
  
  나는 마치 저 대장이
  큰 힘으로 강한 활 잡고
  겹겹이 쳐진 진(陣)을 부수고
  혼자서 천 명의 적을 무찌르듯 해야 하리.
  
  
55)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3권 1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880 / 2145] 쪽
  
  내가 지금 일종(日種)의 후손 앞에서
  그 분이 말씀하시는 법을 듣고서
  저 열반의 길로 바로 나아가면
  틀림없이 마음이 즐거움에 머물리라.
  
  이와 같이 마음이 방일하지 않고
  지극히 고요한 정수에 머무르면
  능히 내 마음에 의혹을 일으키거나
  속이는 자 거기엔 없을 것이다.
  
  결정코 잘 보고 살피어
  바른 법에 편안히 머무르면
  비록 한량없는 악마의 무리가
  내게 와서 나를 유혹하고 속이려 해도
  이와 같은 악마의 무리들이
  감히 나를 넘보지 못하리.
  
  그 때 존자 바기사는 이 게송을 읊고 나자 마음이 편안히 머무르게 되었다.
  
  
1216. 교만경(憍慢經)56)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바기사는 스스로 지혜가 있어서 설법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는 총명한 범행자(梵行者)들에게 교만한 생각을 내었다. 그러다가 곧 스
  
  
56)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3권 2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881 / 2145] 쪽
  스로 생각했다.
  '나는 이롭지 못한 일을 했으니, 이로움을 얻지 못할 것이요, 괴로움만 받을 뿐 즐거울 만한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내 자신의 지혜만 가지고 저 총명한 범행자들을 업신여겼다. 나는 지금 그런 것을 싫어하여 여의는 마음을 내는 게송을 읊으리라.'
  그리고는 곧 게송을 읊었다.
  
  구담이시여, 교만을 내지 말고
  교만을 끊어 남음이 없게 해주십시오.
  교만한 생각 일으키지 말고
  후퇴하여 뉘우치는 일 없으려면
  
  다른 사람을 덮고 가리지 말아야 하리니
  지옥에서 죽임을 당하는 것 교만 때문이라네.
  정수(正受)에 들어 근심을 없애고
  도를 깨달아 바른 도에 머물면
  
  그 마음에 기쁨과 즐거움 얻으리니
  도를 깨달아 스스로를 잘 단속해야 한다.
  그리하여 걸림이 없는 변재로
  모든 번뇌의 장애 여의어 깨끗하게 하고
  
  일체의 모든 교만을 끊고
  일체의 모든 밝은 일 일으켜
  세 가지 밝음과 신족(神足)과
  남의 마음 아는 지혜 바르게 생각하라.
  
   그 때 존자 바기사는 이 싫어하여 여의는 마음이 생기도록 하는 게송을 읊고 나서 마음이 맑고 깨끗해졌다.
[1882 / 2145] 쪽
  
  
  
1217. 본욕광혹경(本欲狂惑經)57)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바기사는 사위국 동쪽 동산의 녹자모(鹿子母) 강당에 있었다. 그는 혼자 고요히 사색하며 방일하지 않게 머물면서, 자신의 업을 닦는데 전념하여 3명(明)을 얻어 몸으로 증득하였다.
  그 때 존자 바기사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혼자 조용한 곳에서 깊이 사색하며 방일하지 않게 머물면서, 내 업을 닦는데 전념하여 3명을 일으켜 몸으로 증득하였다. 나는 지금 게송을 읊어 3명에 대하여 찬탄하리라.'
  그리고는 곧 게송을 읊었다.
  
  내 본래 욕심으로 심하게 미혹되어
  마을마다 집집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부처님을 만나 뵙게 되었는데
  훌륭한 법을 나에게 주셨다네.
  
  구담께서는 가엾게 여기시어
  나를 위해 바른 법 연설하셨네.
  나는 그 법을 듣고 깨끗한 믿음 얻어
  모든 것 버리고 집 아닌 데로 출가하였네.
  
  그 분께서 연설하시는 법문 듣고는
  
  
57)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3권 3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883 / 2145] 쪽
  그 법의 가르침에 바르게 머물러
  부지런히 방편으로 생각을 잡아매고
  굳건히 항상 견뎌 내어
  마침내 3명을 얻었으니
  부처님의 가르침 이미 마쳤네.
  
  세존께서 잘 나타내 보이신 것
  일종자 후손께서 하신 말씀으로서
  타고난 장님 중생들을 위해
  생사를 벗어나는 문을 열어주셨네.
  
  괴로움과 괴로움의 발생원인과
  괴로움의 소멸을 몸으로 증득하고
  8정도(正道)로써 괴로움 없애
  편하고 즐겁게 열반으로 나아가네.
  
  좋은 이치와 좋은 구절과 뜻
  그보다 더 나은 범행 없네.
  세존께서 잘 나타내 보이시어
  중생을 열반의 길로 인도하셨네.
  
  
1218. 사법구경(四法句經)58)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지금 네 가지 법구(法句)를 설명하리니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해 보라.
  
  
58)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3권 4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884 / 2145] 쪽
  너희들을 위해 설명하리라.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성현은 법을 잘 연설하시니
  이것이 맨 첫 번째이니라.
  사람에게 듣기 좋은 말만하시니
  이것이 그 두 번째이니라.
  
  진리만 말하고 거짓말하지 않나니
  이것이 그 세 번째라네.
  법다운 말만하고 다른 말은 하지 않나니
  이것이 그 네 번째이니라.
  
  비구들아, 이것을 네 가지 법구라고 하느니라."
  그 때 존자 바기사가 대중 속에 있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존께서 사부대중들에게 네 가지 법구를 말씀하셨다. 나는 그 네 가지에 대하여 찬양하고 따라 기뻐하리라.'
  이렇게 생각한 뒤에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바르게 하고 부처님께 예를 올린 뒤에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선서시여, 아뢰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바기사에게 말씀하셨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말하라."
  그러자 존자 바기사가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만일 법을 잘 연설하면
  자신이 괴로움을 당하지 않고
  또한 남을 두려워하지도 않나니
  이것이 법을 잘 연설하는 것이네.
  
  
[1885 / 2145] 쪽
  그 말이 듣기 좋으면
  듣는 이로 하여금 기쁘게 하고
  또한 악을 짓지도 않게 하나니
  이것을 좋은 말이라 하네.
  
  진리의 말은 감로(甘露)를 알고
  진리의 말은 무상(無上)을 안나니
  진리와 법을 연설하는 말
  바른 선비가 세운 이치라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은
  편하고 고요한 열반의 길로서
  일체의 괴로움을 없애 주나니
  이것이 법을 잘 연설하는 것이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219. 나가산측경(那伽山側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있는 나가산(那伽山) 곁에서 천 명의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들은 다 아라한으로서 모든 번뇌가 이미 다하였고, 할 일을 이미 마쳤으며, 온갖 무거운 짐을 벗어버렸고 자신의 이익을 얻었으며, 모든 존재의 결박을 다 끊었고 바른 지혜로 마음이 잘 해탈한 이들이었다.
  그 때 존자 바기사는 왕사성 한림(寒林) 속에 있는 무덤 사이에 있었는데 그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세존께서 왕사성에 있는 나가산 곁에서 천 명의 비구들과 함께 계신
  
[1886 / 2145] 쪽
  다. 그들은 다 아라한으로서 모든 번뇌가 이미 다하였고, 할 일을 이미 마쳤으며, 온갖 무거운 짐을 벗어버렸고 자신의 이익을 얻었으며, 모든 존재의 결박을 다 끊었고 바른 지혜로 마음이 잘 해탈한 이들이다. 나는 지금 가서 세존과 비구 스님들을 각각 따로따로 찬탄하리라.'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곧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나 앉아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위없는 길잡이이신 분
  나가산 곁에 계시는데
  천 명의 비구 권속들이
  여래를 받들어 섬기네.
  
  큰 스승께서 널리 법을 연설하시니
  맑고 깨끗한 열반으로 가는 길이네.
  바르게 깨달은 이 연설하시는
  맑고 깨끗한 법 열심히 듣네.
  
  바르게 깨달은 이 존경받으며
  많은 무리 가운데 계시네.
  공덕 그늘의 큰 용이시며
  모든 신선들의 우두머리로
  공덕의 조밀한 구름 일으키시어
  성문대중에게 두루 내리시네.
  
  낮 정수(正受)에서 일어나 나와
  큰 스승님 받들어 뵈옵니다.
  이 제자 바기사는
  머리 조아려 예배합니다.
  
  
[1887 / 2145] 쪽
  "세존이시여,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선서시여, 아뢰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바기사에게 말씀하셨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말하라. 생각을 먼저하지 말라."
  그러자 바기사가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파순이 조그만 악을 일으키자
  가만히 제어하여 얼른 멸하시고
  모든 악마를 억눌러 막아
  그 잘못 스스로 깨닫게 하시네.
  
  자세히 관찰해 결박을 풀고
  맑고 깨끗한 법 분별하여
  모든 외도들의 왕들을 위하여
  해와 달처럼 밝게 비추어 주시네.
  
  뛰어난 지혜로 도를 증득해
  으뜸가는 그 법을 연설하시고
  온갖 번뇌의 흐름 속에서 벗어나
  한량없이 많은 종류의 도를 말씀하시며
  감로문(甘露門)을 이룩해 세우고
  진리의 진실한 법을 깨달으셨네.
  
  이와 같이 그 도를 그대로 따르시니
  이와 같은 스승은 얻기 어렵네.
  감로의 길을 이룩해 세우시고
  진리 깨달아 멀리 여읨을 숭상하시네.
  
  세존께서는 법을 잘 연설하시어
  
[1888 / 2145] 쪽
  중생들의 음개(陰蓋)를 없애주시고
  모든 법을 환히 나타내시어
  길들여 따라 배우게 하시네.
  
  존자 바기사가 이 게송을 말하자, 모든 비구들은 그 말을 듣고 모두들 매우 기뻐하였다.
  
  
1220. 발전경(拔箭經)59)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바라내국(波羅▩國) 선인이 머물던 곳인 녹야원(鹿野苑)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비구 대중들을 위해 네 가지 거룩한 진리에 상응(相應)하는 법을 말씀하셨으니, 이른바 '이것은 괴로움에 대한 거룩한 진리[苦聖諦]이고, 이것은 괴로움의 발생원인에 대한 거룩한 진리[苦集聖諦]이며, 이것은 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거룩한 진리[苦滅聖諦]이고, 이것은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苦滅道聖諦]이다'라는 내용이다.
  그 때 존자 바기사가 대중 속에 있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세존 앞에서 화살을 뽑는 비유를 들어 찬탄하리라."
  이렇게 생각한 뒤에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바르게 하고 합장하고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선서시여, 아뢰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바기사에게 말씀하셨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말하라."
  그러자 존자 바기사가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59)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3권 5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889 / 2145] 쪽
  저는 지금 부처님께 경례합니다.
  모든 중생들 가엾게 여기사
  제일 먼저 날카로운 화살을 뽑아주시고
  온갖 병을 잘 알아 다스리시네.
  
  의사 가로(迦露)가 투여하는 약과
  파후라(波睺羅)가 치료하는 약과
  그리고 또 의사 첨바기(瞻婆耆)와
  의사 기바(耆婆)가 병을 치료할 적에
  
  어쩌다 혹 병이 조금 나으면
  병을 잘 치료한다 말을 하지만
  뒷날에 그 병은 다시 재발해
  병을 앓다가 마침내 죽고 마네.
  
  바르게 깨달은 큰 의왕(醫王)께선
  중생들에게 온갖 약 잘 써서
  마침내 온갖 괴로움 없애주시어
  다시는 온갖 존재의 몸 받지 않게 하시네.
  
  나아가 백천 가지 나유타(那由他) 수의
  한량없이 많은 저 온갖 병들을
  부처님은 남김없이 모두 치료하여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나게 하시네.
  
  여기 모여 온 여러 의사들이여,
  나는 이제 그대들에게 모두 말하리니
  그 감로법(甘露法)의 약을 얻어
  원하는 대로 따라 그 약을 먹어라.
  
[1890 / 2145] 쪽
  
  제일 먼저 날카로운 화살을 뽑고
  온갖 병을 잘 깨달아 알리라.
  치료하는 법 중의 최상이기에
  그러므로 구담께 머리 조아린다네.
  
  존자 바기사가 이 말을 하자, 모든 비구들은 그 말을 듣고 모두들 매우 기뻐하였다.
  
  
1221. 니구율상경(尼拘律想經)60)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迦蘭陀竹園)에 계셨다.
  그 때 존자 니구율상(尼拘律想)이 넓은 들판에 짐승들이 득실거리는 곳에 있었는데, 병이 위독하여 존자 바기사가 간병인(看病人)이 되어 보살피고 공양하였다. 그러나 존자 니구율상은 병으로 말미암아 결국 반열반(般涅槃)에 들고 말았다.
  그 때 존자 바기사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우리 화상(和上)께서는 유여열반(有餘涅槃)에 들었을까, 혹은 무여열반(無餘涅槃)에 들었을까? 나는 이제 그 진상을 알아보리라.'
  그 때 존자 바기사는 존자 니구률상의 사리를 공양한 뒤에 가사와 발우를 가지고 왕사성을 향해 갔다.
  왕사성에 이르러서 가사와 발우를 챙겨두고 발을 씻은 뒤에,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나서 한 쪽에 물러나 앉아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멸함이 없으신 등정각이시고
  
  
60)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3권 6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891 / 2145] 쪽
  현재 이 세상에서
  일체의 의심 그물 끊어 버리신
  큰 스승님께 저는 지금 예배합니다.
  
  넓은 들판에 살고 있는 저 비구가
  목숨을 마치고 반열반하였는데
  위의(威儀) 있고 모든 감관 단속하였기에
  그 큰 덕 온 세상 사람들이 칭송했네.
  세존께서 그의 이름 지어주셨으니
  그 이름 니구율상이라 합니다.
  
  저는 이제 세존께 여쭈옵니다.
  그가 해탈하여 동요하지 않고
  방편으로 열심히 정진(精進)한
  그 공덕 저를 위해 설명해 주소서.
  
  저는 석가의 종족으로서
  세존의 법제자(法弟子)이고
  또한 다른 이들도 알고 싶어하오니
  원만한 도안(道眼)께서 말씀해 주소서.
  
  저희들은 여기에 머물러 있으면서
  그 모든 것 다 듣기를 바랍니다.
  세존께서는 큰 스승 되시어
  위없이 세간을 구제하여 주소서.
  
  의심을 끊은 큰 모니(牟尼)께선
  그 지혜 이미 두루 갖추셨고
  두루 비추는 신비한 도안(道眼)
  
[1892 / 2145] 쪽
  그 광명 사부대중 밝게 비추네.
  비유하면 저 천제석(天帝釋)이
  삼십삼천을 밝게 비추는 것 같네.
  
  온갖 탐욕과 의혹은
  모두 무명(無明)으로 인해 일어나나니
  그가 만일 여래를 만나게 되면
  남김없이 모조리 끊어 없애리.
  
  세존의 신비스런 도안은
  이 세상에 제일이어라.
  중생들의 우환을 없애버림이
  바람이 먼지를 날려보냄 같구나.
  
  일체의 모든 세간은
  번뇌에 덮이고 파묻혔네.
  설령 다른 어느 곳에도
  부처님처럼 밝은 눈 없을지라도
  지혜의 광명 두루 비추어
  다 함께 크게 정진하게 하시네.
  
  오직 원컨대 크게 지혜로운 분이시여
  대중들을 위하여 확실하게 말씀하소서.
  미묘한 소리내어 말씀하시면
  저희들은 마음 기울여 들으오리다.
  
  부드러운 음성으로 연설하시는 것
  이 모든 세간 두루 들으면
  마치 목이 타서 고통받던 사람이
  
[1893 / 2145] 쪽
  맑고 시원한 물 찾은 것과 같으리.
  부처님의 멸함 없는 지혜처럼
  저희들도 알기를 또한 구하옵니다.
  
  존자 바기사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제 무상사(無上士)께서
  공덕에 대해 수기하신 말씀 들으니
  범행 닦은 것 헛되지 않았기에
  저는 듣고 나서 너무도 기뻤습니다.
  
  그 말씀 듣고 그 말씀 따라
  모니(牟尼)를 따라 제자가 되어
  나고 죽음의 긴 밧줄과
  거짓과 허깨비의 결박 없앴네.
  
  이제 세존을 뵈었기 때문에
  모든 애욕을 끊어 없애고
  생사에서 벗어나 저 언덕에 이르러
  다시는 모든 몸 받지 않게 되었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존자 바기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예배하고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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