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잡아함경(雜阿含經)

잡아함경 제 47 권

通達無我法者 2007. 12. 2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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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함경 제 47 권
  
  
  송 천축삼장 구나발타라 한역
  
  
  
1241. 급고독경(給孤獨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급고독(給孤獨) 장자가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가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어떤 사람이라도 우리 집에 있으면 다 깨끗한 믿음을 내고, 우리 집에 있다가 목숨을 마치는 사람은 다 천상(天上)에 태어나게 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장자여, 그 말은 매우 묘(妙)한 말이고, 또 한결같은 마음으로 지향하여 받아들일만한 말이다. 너는 대중들 가운데서 사자처럼 외쳐 '우리 집에 있는 이는 다 깨끗한 믿음을 내고, 또 목숨을 마치면 다 천상에 태어난다'고 말하는구나. 그러면 어떤 큰 덕과 신력 있는 비구가 너를 위해 말하기를 '무릇 그대의 집에 있다가 목숨을 마치는 이는 모두 천상에 태어난다'고 그렇게 말하던가?"
  장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다시 물으셨다.
  "어떠한가? 비구니가 그런 말을 하던가, 모든 하늘들이 그런 말을 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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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도 아니면 혹 나에게서 직접 내 말을 들은 사람이 그런 말을 하던가?"
  장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그러면 무엇인가? 장자야, 네 스스로의 지견(知見)에 의해 '우리 집에 있다가 목숨을 마치는 이는 다 천상에 태어난다'고 알았느냐?"
  장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큰 덕과 신력(神力)이 있는 비구에게서 듣지도 않았고, 비구니(比丘尼)나 하늘로부터 들은 것도 아니며, 또 나에게서 직접 말을 들은 이로부터 들은 것도 아니고, 스스로의 지견에 의하지도 않았으면서 '만일 누구나 우리 집에 있다가 목숨을 마치면 다 천상에 태어난다'고 말하고 있다. 너는 무엇으로 말미암아 그런 깊고 묘한 말을 하며 또 확실히 그것을 믿고 있는가? 그리고 대중들 가운에서 사자처럼 외쳐 '어떤 사람이든지 우리 집에서 목숨을 마치면 다 천상에 태어난다'고 말하느냐?"
  장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큰 덕과 신력이 있는 어떤 비구가 내게 말한 일도 없고……(자세한 내용은 바로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모두 천상에 태어납니다. 그런데 세존이시여, 나는 어떤 중생들의 주인이 아기를 배었을 때에는 그에게 '그 아들을 위해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과 승가에 귀의하라'고 가르칩니다. 아기가 태어났을 때에 다시 세 곳[三歸 : 佛·法·僧]에 귀의하라고 가르치고, 그 아이가 지견이 생겼을 때에는 다시 계(戒)를 가지라고 가르칩니다. 혹 종이나 하천(下賤)한 다른 사람이 아기를 배고 또 낳았을 때에도 역시 그와 같이 가르칩니다.
  그리고 만일 어떤 사람이 종[奴婢]을 팔려고 하면 나는 곧 그에게 가서 '어진 이여, 내가 그 사람을 사겠소. 그대는 마땅히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며 비구승에게 귀의하시오, 그리고 금계(禁戒)를 받들어 지키시오'라고 말합니다.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곧 다섯 가지 계를 주고, 그런 연후에는 그 주인이 달라는 값을 다 주고 그 종을 사지만, 내가 시키는 것을 따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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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않으면 사지 않습니다.
  또 손님을 재우거나 일꾼을 부릴 때에도 반드시 세 곳에 귀의하게 하고 다섯 가지 계를 준 뒤에 그들을 받아들입니다. 혹은 내게 와서 제자가 되려고 하거나, 혹은 빌리러 오거나 쉬러 오더라도 나는 먼저 반드시 세 곳에 귀의하게 하고 다섯 가지 계를 준 뒤에 그들의 말을 들어줍니다.
  또 우리 집에서 부처님과 비구승에게 공양할 때에도 부모의 이름을 일컫고, 형제(兄弟)·처자(妻子)·종친(宗親)·벗[知識]·국왕(國王)·대신(大臣)·모든 하늘[諸天]·용신(龍神)들과, 혹은 살아 있거나 죽은 모든 이와 사문과 바라문, 그리고 안팎의 모든 권속과 밑으로 종들에 이르기까지 모두 그 이름을 일컬어 축원하고, 또 세존에게서 들은 그 이름까지 일컬어 축원합니다. 그런 인연으로 인하여 그들은 다 천상에 태어날 것입니다.
  혹은 동산이나 토지를 보시하기도 하고, 혹은 집·평상·침구를 보시하기도 하며, 혹은 정기적으로 보시하기도 하고 걸어 다닐 길을 보시하기도 하며, 나아가 한 덩이 벽돌을 중생들에게 보시하더라도, 그런 여러 인연으로 인하여 그들은 다 천상에 태어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장자야, 너는 믿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능히 그런 말을 할 수 있다. 여래는 거기에 위없는 지견을 가지고 있다. 어떤 사람이든 간에 네 집에서 목숨을 마치면 모두 천상에 태어나리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구나."
  그 때 급고독 장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를 올리고 떠나갔다.
  
  
1242. 공경경(恭敬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마땅히 공경히 머물러야 하고 항상 마음을 잡아매고 늘 조심하고 삼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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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다. 다른 사람을 따라 자재(自在)하게 모든 범행(梵行)을 닦으면서, 윗자리와 중간 자리와 아랫자리를 가려서 앉아라. 왜냐하면, 만일 어떤 비구가 공경히 머무르지 않고 마음을 잡아매지 않으며 조심하고 삼가하지 않고, 남을 따라 자유롭게 모든 범행을 닦고 윗자리와 중간 자리와 아랫자리를 가려서 앉지 않으면서, 위의(威儀)를 완전히 갖추려고 한다면 도저히 그렇게 될 리가 없느니라.
  위의를 갖추지 않고 법을 배워 원만해지기를 바라는 일도 그렇게 될 리가 없고, 법을 배워 원만해지지도 않았는데 계율의 몸[戒身]과 선정의 몸[定身]·지혜의 몸[慧身]·해탈의 몸[解脫身]·해탈지견의 몸[解脫知見身]을 완전히 갖추려고 하는 것도 그렇게 될 리가 없으며, 해탈지견이 원만하게 갖추어지지도 않았는데, 무여열반(無餘涅槃)을 얻으려고 하는 것도 그렇게 될 리가 없느니라.
  이와 같으니 비구들아, 마땅히 힘써 공경하고 마음을 잡아매며 조심하고 삼가하며, 다른 이의 덕의 힘과 모든 범행을 닦은 정도를 따라 윗자리와 중간 자리와 아랫자리를 가려서 앉으면서, 위의를 완전하게 갖추려고 한다면 그것은 그렇게 될 수 있느니라. 위의를 원만하게 갖춘 뒤에 법을 배워 완전히 갖추려고 하면 그것도 그렇게 될 수 있고, 법을 배워서 완전하게 갖춘 뒤에 계율의 몸·선정의 몸·지혜의 몸·해탈의 몸·해탈지견의 몸을 완전히 갖추려고 하면, 그것도 그렇게 될 수 있으며, 해탈지견의 몸을 완전하게 갖춘 뒤에 무여열반을 얻으려고 하면 그것도 그렇게 될 수 있느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아, 마땅히 애써 공경하고 마음을 잡아매고, 조심하고 삼가하며, 다른 이의 덕의 힘과 모든 범행을 닦은 정도를 따라 윗자리와 중간 자리와 아랫자리를 가려서 앉고 위의를 만족하게 하며,……(내지)……무여열반을 얻으려고 하면 마땅히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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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3. 이정법경(二淨法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두 가지 깨끗한 법이 있어서 능히 세간을 보호한다. 어떤 것이 그 두 가지 법인가? 이른바 자기 자신에 대해 부끄러워하는 것[慚]과 남에게 부끄러워하는 것[愧]이다. 가령 이 세간에 이 두 가지 깨끗한 법이 없었더라면 세상은 부모·형제·자매·처자·종친·사장·존비의 차례가 있음을 알지 못해서, 뒤바뀌고 혼란하게 되어 축생(畜生)의 세계와 다름이 없을 것이다. 자기 자신에 대해 부끄러워하는 것과 남에게 부끄러워하는 것, 이 두 가지 깨끗한 법이 있기 때문에 세상은 부모와……(내지)……사장과 존비의 차례가 있음을 알게 되었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세상에 만일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과
  남에게 부끄러워하는 두 가지 법이 없었다면
  청정한 도를 어기고 뛰어넘어서
  생·노·병·사를 향해 달려가리라.
  
  세간에 만일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과
  남에게 부끄러워하는 두 가지 법을 성취하면
  청정한 도를 자꾸 자라게 하고
  나고 죽는 문 영원히 닫아 버리리.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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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4. 연소법경(燃燒法經)86)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불에 타는 법과 불에 타지 않는 법이 있다.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라. 지금 너희들을 위해 설명해주리라. 어떤 것이 불에 타는 법인가? 만일 어떤 남자나 여자가 계(戒)를 범하고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행하여, 몸으로 악행을 짓고 입과 뜻으로 악행을 지으면, 그는 뒷날 질병(疾病)으로 고통을 당하면서 자리에 누워 온갖 쓰라린 고초를 받을 것이니, 그 때에는 전에 행했던 모든 악을 다 기억하게 될 것이다.
  비유하면 큰 산에 해가 지고 나면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것처럼, 이와 같이 그 중생이 전에 행했던 악, 즉 몸과 입과 뜻이 지은 업(業)의 온갖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이, 임종(臨終)할 무렵에는 모두 나타나나니, 그때서야 비로소 마음으로 후회하게 될 것이다. 슬프고 애달픈 일이다. 일찍이 착한 일을 닦지 않고 오직 온갖 악행만을 일삼다가, 나쁜 세계에 떨어져 온갖 고통을 받을 때에야 비로소 그것을 기억하고는 마음이 불타고 마음으로 후회하게 된다. 마음으로 후회하고 나면 착한 마음을 얻지 못하고, 목숨을 마친 뒤에는 저승에서도 좋지 않은 마음이 계속해 생긴다. 이것을 이름하여 불에 타는 법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것이 불에 타지 않는 법인가 하면, 만일 어떤 남자나 여자가 깨끗한 계를 받아 가지고 진실한 법을 닦아, 몸으로 착한 업을 성취하고 입과 뜻으로 착한 업을 성취하면, 목숨이 끝날 때에 임박하여 몸이 고통스러운 질환에 걸려 자리에 쓰러져 온갖 고통이 몸에 부딪치더라도, 그 마음은 일찍이 착한 법을 닦아서 몸이 선한 행을 하고 입과 뜻이 선한 행을 하여 그 업이 성취되었음을 기억하게 된다.
  
  
  
86) 이 소경의 참고가 될 경으로는 『장아함경』 제19권 세기경(世起經) 지옥품(地獄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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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때를 당하면 착한 법을 반연(攀緣)하여 '나는 이와 같이 몸과 입과 뜻으로 착한 업을 지었고, 어떤 악한 일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 장차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고 반드시 좋은 세계에 태어나리라'라고 생각하면서 마음으로 후회하지 않는다. 후회하지 않기 때문에 선(善)한 마음으로 목숨을 마치고 뒷세상에서도 그 선한 마음이 계속 이어진다. 이것을 이름하여 불에 타지 않는 법이라고 하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이미 불에 타는 업을 짓고
  법 아닌 것을 의지해 살면
  그 나쁜 업의 행을 따라서
  반드시 지옥에 떨어지리라.
  
  등활(等活)지옥과 혹승(黑繩)지옥
  중합(衆合)지옥과 두 규호(呌呼)지옥
  연소(燃燒)지옥과 극연소(極燃燒)지옥
  무택(無澤)지옥 같은 큰 지옥이 있는데
  
  이러한 여덟 가지 큰 지옥은
  너무도 고통스러워 지내기 어렵다.
  나쁜 업의 종류가 많기 때문에
  따로따로 열여섯 곳이나 된다.
  
  4방에 있는 네 개의 문을 열어보면
  중간의 양(量)은 모두 똑같다.
  4방은 쇠로 돤 판자로 둘러쳐져 있고
  네 개의 사립문도 모두 쇠로 되어 있다.
  
  쇠로 된 땅에 왕성한 불꽃 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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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불길이 두루 널리 퍼진다.
  길이와 너비는 백 유순(由旬)이고
  훨훨 타오르는 그 불꽃 끊임이 없다.
  
  그 모든 그른 행 항복 받으며
  사납게 날뛰는 자 엄히 다스려
  오랜 세월 동안 혹독한 고통 가하니
  그 괴로움 차마 볼 수가 없다.
  
  그것을 보는 자는 두려움 생겨
  벌벌 떨려 온몸의 털이 곤두선다.
  저 지옥에 떨어질 때에는
  발은 위로 가고 머리는 밑으로 향한다.
  
  고요하고 거룩하고 부드럽고 온화한 마음으로
  청정한 행[梵行]을 닦아 행한 사람
  이렇게 어지신 성현에 대해서
  업신여기는 마음으로 대접하지 않았거나
  
  온갖 중생을 마구 죽여 해하면
  그 사람은 뜨거운 지옥에 떨어져서
  불 속에서 빙빙 굴러 도는 것이
  마치 불에 고기를 굽는 것 같다.
  
  괴로워 소리치고 부르짖는 것
  떼지어 싸우는 코끼리의 소리와 같다.
  그런 큰 불이 저절로 생기나니
  그것은 제가 지은 업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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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245. 악행경(惡行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숙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몸으로 짓는 악행을 버리는 사람은 몸으로 짓는 악행이 끊어진다. 몸으로 짓는 악행을 끊지 못한 사람이라면, 나는 그를 몸으로 짓는 악행을 버린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는 능히 몸으로 짓는 악행을 끊을 수 있기 때문에 나는 그를 몸으로 짓는 악행을 버리라고 말하는 것이다.
  몸으로 짓는 악행이 있는 사람은 이치로 보아 도저히 유익하거나 안락할 수가 없다. 중생이 몸으로 짓는 악행을 여의면 이치로 보아 유익하거나 안락할 수 있기 때문에 나는 몸으로 짓는 악행을 버리라고 말하는 것이다. 입과 뜻으로 짓는 악행에 대해서도 그와 같이 말한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246. 주금자경(鑄金者經) ①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사금(砂金) 캐는 사람들이 사는 곳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사금을 캐는 사람들이 모래와 흙을 모아 통에 넣고 물을 쏟아 부으면 거친 불순물과 야무진 돌과 단단한 흙덩이는 물을 따라 흘러내려 간다. 그래도 아직은 굵은 모래가 붙어 있어서 다시 물을 쏟아 부으면, 굵은 모래는 물을 따라 흘러 떠내려가고 금만 남는다. 그래도 가는 모래와 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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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흙이 붙어있어서 다시 물을 쏟아 부으면 가는 모래와 검은 흙도 물을 따라 흘러 떠내려가고 잡것이 없는 순수한 진금(眞金)만 남는다.
  그래도 그 금에 미세한 때가 있는 듯하면 금을 캐는 이는 그것을 용광로에 넣고 불을 더하고 풀무질을 하여 그것을 녹여 더러운 찌꺼기를 모조리 제거해 버린다. 그러나 그렇게 만들어진 금은 여전히 가볍지도 않고 연하지도 않으며, 광명도 발현하지 않고 굽히거나 펴면 곧 부러진다. 그 금을 제련하는 기술자와 그 제자가 다시 그것을 용광로에 넣고 불을 더 지피고 풀무질을 하여 불을 불리고 뒤척거리면서 달구면, 그제야 그 생금(生金)은 가벼워지고 부드러워지며 광택이 나고, 굽히거나 펴도 부러지지 않는다. 그래서 비녀와 가락지와 고리와 팔찌 따위의 장식물을 마음대로 만들 수 있다.
  이와 같아서 깨끗한 마음으로 정진해 나아가는 비구가 굵은 번뇌의 결박과 악하고 착하지 않은 업(業)과 온갖 나쁘고 그릇된 소견을 차츰 끊어 없애는 것이, 마치 생금에서 단단한 돌이나 흙덩이를 일어서 떠내려보내는 것과 같다. 다시 깨끗한 마음으로 정진하는 비구가 굵은 때인 탐내는 마음·성내는 마음·해치는 마음을 없애는 것도, 마치 저 생금에서 굵은 모래와 자갈을 버리는 것과 같다. 다시 깨끗한 마음으로 나아가는 비구가 미세한 때인 문벌과 고향이 좋다는 생각과 사람이 많다는 생각과 하늘에 태어난다는 생각을 없애고, 또 사유(思惟)하는 것을 없애는 것도, 마치 저 생금에서 티끌과 때와 가는 모래와 검은 흙을 씻어 버리는 것과 같다. 다시 깨끗한 마음으로 정진해 나아가는 비구가 착한 법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될 때, 그 생각을 없애 마음을 깨끗이 하는 것은, 생금에서 금빛과 비슷한 때를 없애 그것을 순수하고 깨끗하게 만드는 것과 같으니라.
  또 비구가 모든 삼매(三昧)에 들어서 행(行)을 가지는 것은, 마치 못물이 빙 둘러진 언덕으로 감싸져 있는 것과 같다. 법을 가지기는 하였지만, 훌륭하고 묘한 고요함을 얻지 못하고, 즐거움을 그치거나 온갖 번뇌를 다하지 못한 것은, 저 금을 제련하는 기술자와 그 제자가 생금을 단련하여 더러운 때를 없앴지만, 가볍지도 않고 연하지도 않으며 광택도 나지 않고, 굽히거나 펴면 곧 부러져서 장식물을 마음대로 만들 수 없는 경우와 같다.
  또 비구가 모든 삼매를 얻었어도 어떤 행을 가지려 하지 않고, 훌륭하고
  
 
[1943 / 2145] 쪽
  묘한 고요함을 얻어 즐거움을 쉬는 길을 얻기 위하여 한마음 한뜻으로 모든 번뇌를 다 끊는 것은, 마치 저 금을 제련하는 기술자와 그 제자가 생금을 단련시켜 가볍고 연하게 만들고 광택이 끊이지 않게 하며, 굽히거나 펴기를 마음대로 하는 것과 같으니라.
  또 비구가 모든 거친 생각[覺]과 세밀한 생각[觀]을 여의고……(내지)……재2선(禪)·제3선·제4선을 얻고, 이와 같이 삼매에 들어 순일(純一)하고 청정하여 온갖 번뇌를 여의고, 부드럽고 연하며 진실하여 거기서 움직이지 않고, 저러저러한 입처(入處)에서 증험하여 그것을 다 증득하려고 하는 것은, 저 쇠붙이를 제련하는 사람이 생금을 단련하여 지극히 가볍고 연하게 만들고 광택이 끊이지 않게 하며, 무슨 그릇을 만들든지 마음대로 만들 수 있게 하는 것과 같다. 그와 같이 비구가 삼매[正受]에 들어……(내지)……모든 입처에서 다 증득할 수 있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247. 주금자경 ②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迦蘭陀竹園)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마땅히 마음을 전일하게 하여 방편을 써서, 때로는 세 가지 모양을 사색하라. 어떤 것이 그 세 가지 모양인가? 때로는 정지된 모양[止相]을 사색하고, 때로는 움직이는 모양[擧相]을 사색하고, 때로는 버리는 모양을 사색하는 것이다.
  만일 비구가 한결같이 정지된 모양만을 사색하면 그런 곳에서는 그 마음이 비열[下劣]해지고, 한결같이 움직이는 모양만 사색하면 그런 곳에서는 들뜨고 어지러운 마음이 생기며, 또 한결같이 버리는 모양만 사색하면 그런 곳에서는 바른 선정을 얻어 온갖 번뇌를 다하지 못한다. 그 비구가 때로는 정지된 모양을 사색하고, 때로는 움직이는 모양을 사색하며, 때로는 버리는
  
[1944 / 2145] 쪽
  모양을 사색하면, 그 마음이 바르게 안정되어 모든 번뇌가 다 끊어지게 된다.
  비유하면 마치 금을 제련하는 기술자와 그 제자가 생금을 용광로에 넣고 불을 가하고는, 때로는 풀무질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물을 뿌려대기도 하며, 때로는 그런 일들을 모두 중단하기도 하는 것과 같다. 만일 한결같이 풀무질만 해대면 그 때에는 생금이 타서 없어질 것이요, 한결같이 물만 뿌려대기만 하면 그 때는 생금이 단단해지기만 하고 말 것이요, 한결같이 모두 중단하고 말면 생금은 제련이 되지 않아 아무 쓸모가 없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능숙하게 금을 제련하는 기술자나 그 제자는 생금을 때로는 풀무질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물을 뿌리기도 하며, 때로는 두 가지를 다 중단하기도 한다. 이렇게 하여 생금을 잘 제련하게 되면 일에 따라 소용이 되는 것처럼, 이와 같이 비구도 전일한 마음으로 방편을 써서 때때로 세 가지 모양을 사색하고 기억하면 번뇌가 다 끊어지게 될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248. 목우자경(牧牛者經) ①87)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세상에 마갈제국(摩竭提國)에 소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미련하고 지혜가 없어, 늦여름이자 초가을 어느 날 강가 이쪽 언덕도 잘 관찰하지 않고 또 강가 저쪽 언덕도 잘 관찰하지 않고서, 소 떼를 몰고 높은 언덕을 내려가서 강을 건너 다시 높은 언덕으로 올라오려다가 중간에 소용돌이치는 물을 만나 많은 환란을 겪었다.
  모든 비구들아, 과거 세상에 마갈제국에 어떤 소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87) 이 소경은 『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 제39권 제43 마혈천자품(馬血天子品) 6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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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리석지도 않고 방편(方便)과 지혜가 있어, 늦여름이자 초가을 날에 강가 이쪽 언덕도 잘 관찰하고 강가 저쪽 언덕도 잘 관찰한 뒤에 소를 건너게 하여, 좋은 풀이 많고 평평하고 넓은 산골짜기에 이르렀다. 그는 처음 강을 건널 때에는 먼저 소 떼들 중에 제일 뛰어난 큰 소를 건너게 하여 급한 흐름을 가로막게 하고, 다음에는 두 번째로 힘이 센 젊은 소를 몰아 흐름을 따라 건너게 하고, 세 번째는 약하고 어린놈을 몰아서, 하류를 따라 건너게 하여 모두 차례대로 무사히 건너가게 하였다. 그리고 갓난 송아지는 그 어미를 그리워하면서 그 뒤를 따라 저쪽 언덕까지 건너가게 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이 비구들아, 내가 이런 비유를 들어 말하였으니 너희들은 마땅히 그 뜻을 알아야 할 것이다. 저 마갈제국에서 소치는 사람은 어리석고 지혜가 없었는데, 저 육사(六師) 부란나가섭(富蘭那迦葉) 등도 또한 그와 같은 자들이다. 그들은 온갖 삿된 소견만 익히고 삿된 길로 향하는 것이 비유하면 마치 저 어리석고 지혜 없는 소치는 이가 늦여름이자 초가을 날 이쪽 언덕과 저쪽 언덕을 잘 살펴보지도 않고, 높고 험한 언덕을 내려가 강을 건너 높은 언덕으로 올라가려다가 중간에서 소용돌이치는 물을 만나 많은 환란을 겪은 경우와 같다. 그와 같이 저 육사 부란나가섭 등은 미련하고 지혜가 없어, 이쪽 언덕인 이 세상도 살피지 못하고, 저쪽 언덕인 다른 세상도 살피지 않고 중간의 소용돌이 즉, 온갖 악마들과 가까이하여 스스로 고초를 겪는다. 그러한 소견을 가진 모든 이들도 저들의 수행하는 방법을 그대로 따르다가 또한 환란을 당할 것이다.
  또 저 마갈제국의 소를 잘 먹이는 사람이 어리석지도 않고 방편과 지혜가 있다고 한 것은 여래·응공·등정각을 비유해 말한 것이다. 그렇게 소를 잘 먹이는 사람이 이쪽 언덕도 잘 관찰하고 저쪽 언덕도 잘 관찰하여 그 소들을 좋은 풀이 많고 평탄한 산골짜기로 잘 건너게 할 때에 먼저 소 떼들 중에 제일 뛰어난 큰 소를 건너게 하여 급한 흐름을 가로막게 하여 안전하게 저쪽 언덕으로 건너가게 한 것처럼, 우리 성문(聲聞)들은 모든 번뇌를 다 끊고……(내지)……후생(後生)의 몸을 받지 않을 줄을 스스로 알아서, 악마 세상의 탐욕의 물결을 가로막아 끊고, 나고 죽음의 저쪽 언덕에 안온하게 건널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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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갈제국의 소를 잘 기르는 사람이 두 번째로 힘이 센 젊은 소를 건너게 하여, 물결을 가로막아 끊게 하고 다른 소들을 건너게 한 것처럼, 우리 성문들도 욕계(欲界)의 다섯 가지 결박[五下分結]을 끊고 아나함(阿那含)을 얻어, 거기에서 태어나 이 세상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며, 또 악마(惡魔)의 탐욕의 물결을 끊고, 나고 죽음의 저쪽 언덕에 안전하게 건널 수 있는 것이다. 마갈제국의 소를 잘 기르는 사람이 세 번째로 약하고 어린 소를 몰아 강 하류(下流)를 따라서 안전하게 건너게 한 것처럼, 우리 성문들도 세 가지 결박을 끊어,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엷어져서 사다함(斯陀含)을 얻고는 이 세상에 한 번 와서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나고, 저 악마의 탐욕의 물결을 가로막아 끊어버리고 나고 죽음의 저쪽 언덕에서 안전하게 건널 수 있다.
  마갈제국의 소를 잘 기르는 사람이 갓난 송아지가 그 어미를 그리워하여 어미 소를 따라 건너가게 한 것처럼, 우리 성문들도 세 가지 결박을 끊고 수다원(須陀洹)을 얻고는,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고 결정코 삼보리(三菩提)로 바로 향하여, 일곱 번 천상과 인간에 왕래하다가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나고, 악마의 탐욕의 물결을 끊고 나고 죽음의 저쪽 언덕에서부터 안전하게 건널 수 있는 것이다."
  그 때 세존께서 곧 게송을 말씀하셨다.
  
  이 세상이나 저 세상에서
  밝은 지혜를 잘 나타내시고
  모든 악마가 얻고 얻지 못한 것과
  죽은 악마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실체를 모조리 아는 이
  삼먁삼불(三藐三佛)의 지혜로
  모든 악마의 흐름을 끊고
  그들을 쳐부수어 망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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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로문(甘露門)을 열어 보이고
  정진도(正眞道)를 나타내며
  마음은 언제나 기쁘고 즐거워
  일 없고 편안한 곳 얻었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249. 목우자경 ②88)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에 있는 기수고독고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소치는 사람이 열한 가지 법을 성취하면 소를 자꾸 불려나가게 하지 못하고, 또한 많은 소 떼를 보호해 고루 안락하게 하지 못할 것이다. 어떤 것이 그 열한 가지인가? 이른 바 물질[色]을 알지 못하는 것, 모양을 알지 못하는 것, 벌레를 없애지 못하는 것, 그 부스럼을 가려 보호하지 못하는 것, 연기가 일어나게 하지 못하는 것, 길을 선택할 줄 모르는 것, 장소를 가릴 줄 모르는 것, 건너갈 곳을 알지 못하는 곳, 먹일 곳을 알지 못하는 것, 그 젖을 모조리 다 짜내는 것, 우두머리를 잘 섬기지 못하는 것을 열한 가지 성취라고 한다. 이러한 자는 많은 소 떼를 보호하지 못할 것이다.
  이와 같이 비구가 열한 가지 법을 성취하면 제 자신도 편안하지 못할 것이요, 또한 다른 사람도 편하게 하지 못할 것이다. 어떤 것이 그 열한 가지인가? 이른바 물질을 알지 못하는 것, 모양을 알지 못하는 것, 해로운 벌레를 없애지 못하는 것, 그 부스럼을 가려 보호하지 못하는 것, 연기를 일으키지 못하는 것, 길을 선택할 줄 모르는 것, 장소를 가릴 줄 모르는 것, 건너갈
  
  
  
88) 이 소경은 『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 제46권 제49 마혈천자품(馬血天子品) 1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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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곳을 알지 못하는 것, 먹일 곳을 알지 못하는 것, 그 젖을 모조리 짜내는 것, 만일 많이 듣고 나이 많은 상좌(上座)로서 오랫동안 범행(梵行)을 닦아 큰 스승님의 칭찬을 받는 사람이 있어도 밝은 지혜가 있고 범행을 닦는 이들로 하여금 그 덕을 칭찬하고 존경하며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게 하지 않는 것이다.
  어떤 것을 물질[色]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라고 하는가? 모든 물질은 다 네 가지 요소가 있고, 네 가지 요소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것을 물질이라고 하는데, 그것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다.
  어떤 것을 모양을 제대로 알지 것이라고 하는가? 이 사업은 허물이 있는 모양이요, 이 사업은 지혜로운 모양이다. 이와 같은 것을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니, 이것을 모양을 알지 못하는 것이라고 한다.
  어떤 것을 벌레를 없앨 줄 모르는 것이라고 하는가? 일어나는 탐욕의 느낌을 능히 편안하게 하여 여의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며 없애지 못하고, 일어나는 성냄과 해치려는 마음을 능히 편안하게 하여 여의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며 없애지 못하는 것이니, 이것을 벌레를 없애지 못하는 것이라고 한다.
  어떤 것을 부스럼을 가려 보호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하는가? 이른바 눈이 물질을 보면 따라서 그 형상에 집착하므로 눈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것이며, 세상의 탐욕·근심·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에 대해, 마음이 그런 것들을 따라 번뇌를 일으켜 걷잡지 못하는 것이며, 귀·코·혀·몸·뜻도 또한 그와 같이 되는 것이니, 이것을 부스럼을 가려 보호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한다.
  어떤 것을 연기를 일으키지 못하는 것이라고 하는가? 듣고 받은 법을 그대로 남을 위해 분별해서 나타내 보이지 못하는 것이니, 이것을 연기를 일으키지 못하는 것이라고 한다.
  어떤 것을 올바른 길을 선택할 줄 모르는 것이라고 하는가? 8정도(正道)와 성인의 법과 율(律)을 길이라고 한다. 그 길을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면 그것을 길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라고 한다.
  어떤 것을 그쳐야 할 곳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라고 하는가? 이른바 여래께서 깨달으신 법에 대해,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훌륭하고 묘하다고 생각하고 번뇌 여의기를 생각할 줄 모르거나, 요익(饒益)한 것임을 인식하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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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는 것을 그쳐야 할 곳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라고 한다.
  어떤 것을 건널 곳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라고 하는가? 저 수다라(修多羅 : 經)와 비니(毘尼 : 律)와 아비담(阿毘曇 : 論)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때를 따라 그 장소에 가서 '어떤 것이 착한 것이고 어떤 것이 착하지 않은 것이며, 어떤 것이 죄가 되는 것이고 어떤 것이 죄가 되지 않는 것이며, 어떤 법을 수행해야 그르고 악한 것을 이겨낼 수 있는가?'라고 물어서 배우지 않는 것을 말한다. 또 은밀한 법에 대하여 개발하지 못하고 드러난 법에 대하여 널리 묻지 않으며, 자신이 알고 있는 매우 깊은 글의 뜻을 널리 나타내 보이지 못하는 것을 건널 곳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라고 한다.
  어떤 것을 놓아먹일 곳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라고 하는가? 4염처(念處)와 성현의 법과 율을 놓아먹일 곳이라고 이름하는데, 이런 것들을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는 것을 놓아먹일 곳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라고 한다.
  어떤 것을 젖을 다 짜내는 것이라고 하는가? 저 찰리(刹利)·바라문(婆羅門)·장자(長者) 등이 자재(自在)롭게 의복·음식·침구·의약 등의 생활도구를 보시하면, 그것을 받는 비구가 한량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젖을 모조리 짜는 것이라고 한다.
  어떤 것을 많이 듣고 나이 많은 상좌 대덕에게,…(내지)…훌륭한 지혜가 있는 범행자로 하여금 그 공덕을 찬양하고 존경하며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여 그들을 즐겁게 해주지 못하는 것이라고 하는가? 비구가 그 상좌를 칭찬하고…(내지)… 모든 지혜 있는 범행자로 하여금 그곳에 나아가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업을 잘 따라서 우러르고 받들어 섬기게 하는 것이니, 이것을 많이 듣고 나이 많은 상좌에게…(내지)…지혜 있는 범행자로 하여금 그곳에 나아가 우러르고 받들어 섬김으로써 그들을 즐겁게 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저 소치는 사람이 열한 가지 법을 성취하면, 소 떼를 자꾸 불어나게 하고 잘 보호하여 그것들을 즐겁게 할 수 있다.
  어떤 것이 그 열한 가지인가? 이른바 물질을 아는 것, 모양을 아는 것……(위에서 청정하게 하나하나 말한 내용과 같다. )……그 우두머리를 때를 따라 섬겨 안락하게 하는 것이니, 이것을 소치는 사람이 열한 가지 일을 성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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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면 소 떼를 자꾸 늘어나게 하고 보호하여 안락하게 하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이와 같이 비구도 열한 가지 법을 성취하면 제 자신도 안락하고 남도 편안하게 한다.
  어떤 것이 그 열한 가지인가? 이른바 물질을 아는 것, 모양을 아는 것,……(열한 가지에 대하여 위에서 청정하게 분석하여 자세히 말한 것과 같다.)…… 이것을 비구가 열한 가지 일을 성취하면 제 자신도 안락하고 남도 편안하게 하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250. 나제가경(那提迦經) ①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살라국 인간 세계를 유람하시다가 일사능가라(一奢能伽羅)라는 마을로 가시어 일사능가라라고 하는 숲 속에 머무시고 계셨다.
  그 때 존자 나제가(那提迦)는 옛날부터 일사능가라라는 마을에 살아왔다. 일사능가라 마을에 살고 있는 사문과 바라문들은 사문 구담(瞿曇)께서 구살라국 세간에 노니시다가 일사능가라 마을로 오시어 일사능가라 숲 속에 머물러 계신다는 말을 듣고는 제각기 밥 한 솥을 마련해 문 앞에 놓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먼저 세존께 공양하리라. 내가 먼저 선서(善逝)께 공양하리라.'
  제각기 큰 소리로 이렇게 외쳐댔다.
  그 때 세존께서 동산 숲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큰 소리로 떠드는 것을 들으시고 존자 나제가에게 말씀하셨다.
  "무슨 일로 동산 숲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큰 소리로 저렇게 떠들어대느냐?"
  존자 나제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일사능가라 마을의 모든 찰리(刹利)와 바라문(婆羅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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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 장자(長者)들이 세존께서 이 숲 속에 머물고 계신다는 말을 듣고 제각기 한 솥의 밥을 지어 동산 숲 속에 가져다놓고 저마다 '내가 먼저 세존께 공양하리라. 내가 먼저 선서께 공양하리라'라고 하며 외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이 숲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큰 목소리로 떠들어대는 소리가 나는 것입니다. 바라옵건대 세존께서는 저들의 밥을 받아주소서."
  부처님께서 나제가에게 말씀하셨다.
  "나를 이롭게 하려고 생각하지 말라. 나는 이익을 구하지 않는다. 나를 칭찬하려고 생각하지 말라. 나는 칭찬을 바라지 않는다. 나제가야, 만일 여래처럼 벗어나는 요긴한 법을 알고 멀리 벗어남·적멸(寂滅)·등정각(等正覺)의 즐거움을 얻었다면, 어떻게 그런 곳에서 생기는 이익의 즐거움을 맛보거나 구하려 하겠느냐? 나제가여, 오직 나만은 그런 종류에 대해서 벗어나는 요긴한 법과 멀리 벗어남·적멸·등정각의 즐거움을 얻으려고 한다면 구하지 않아도 얻고, 괴로워하지 않고도 얻을 것이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저런 곳에서 생기는 이익의 즐거움을 맛보거나 구하려 하겠느냐?
  나제가야, 너희들은 저런 종류의 물질에 대해서 벗어나는 요긴한 법과 멀리 벗어남·적멸·등정각의 즐거움을 얻지 못하였기 때문에, 구하지 않는 즐거움과 괴로워하지 않는 즐거움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
  나제가야, 하늘도 또한 이런 종류의 벗어나는 요긴한 법과 멀리 벗어남·적멸·등정각의 즐거움인 구하지 않는 즐거움과 괴로워하지 않는 즐거움은 얻지 못한다. 오직 나만이 이런 종류의 벗어나는 요긴한 법과 멀리 벗어남· 적멸·등정각의 즐거움인 구하지 않는 즐거움과 괴로워하지 않는 즐거움을 얻었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저런 곳에서 생기는 이익의 즐거움을 맛보거나 구하려고 하겠느냐?"
  나제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비유를 들어 말하려고 합니다."
  부처님께서 나제가에게 말씀하셨다.
  "마땅히 알아야 한다. 지금이 그 때이니라."
  나제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비유하면 하늘에서 비가 내리면 그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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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것처럼, 세존께서 머무시는 곳을 따라, 그 곳에 사는 찰리나 바라문이나 장자들은, 누구나 다 세존께서는 계(戒)와 덕(德)이 청정하시고 소견이 바르시며 진실하고 정직하시기 때문에 믿고 공경하며 받들어 섬기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지금 감히 말하나이다. 바라옵건대 세존께서는 저들을 가엾이 여기시어 저들의 청을 받아주소서."
  부처님께서 나제가에게 말씀하셨다.
  "나제가야, 나를 이롭게 하려고 생각하지 말라. 나는 이익을 구하지 않는다.……(내지)…… 무엇 때문에 그런 곳에서 생기는 이익과 즐거움에 대하여 맛보거나 구하려 하겠느냐? 나제가야, 나는 비구가 좋은 밥을 먹고 나서 반듯이 누워 씩씩거리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그런 모습을 보고 나서 생각하기를 '이런 장로(長老)는 벗어나는 요긴한 법과 멀리 벗어남·적멸·등정각의 즐거움인 구하지 않는 즐거움과 괴로워하지 않는 즐거움을 얻지 못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또 나제가야, 나는 이 두 비구가 좋은 음식을 먹고 나서 배가 불러 헐떡거리며 괴로워하면서 다니는 것을 보고 '저 장로들은 벗어나는 요긴한 법과 멀리 벗어남·적멸·등정각의 즐거움인 구하지 않는 즐거움과 괴로워하지 않는 즐거움을 얻지 못할 것이다'라고 생각하였다.
  나제가야, 나는 많은 비구들이 좋은 음식을 먹고 나서 이 동산에서 저 동산으로,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이 사람에게서 저 사람에게로, 이 대중들에게서 저 대중들에게로 옮겨다니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것을 보고 나서 '저 장로들이 저러다가는 벗어나는 요긴한 법과 멀리 벗어남·적멸·등정각의 즐거움인 구하지 않는 즐거움과 괴로워하지 않는 즐거움을 얻지 못할 것이다'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나는 이런 종류의 벗어나는 요긴한 법과 멀리 벗어남·적멸·등정각의 즐거움인 구하지 않는 즐거움과 괴로워하지 않는 즐거움을 얻었다.
  또 나제가야, 나는 어느 때 길을 가다가 앞에 멀리 가는 비구를 보았고, 또 뒤에서 저 멀리 떨어져서 오고있는 비구를 보았다. 나는 그 때 한가하고 고요하여 아무 하는 것이 없었고, 또 변리(便利)의 수고로움조차 없었다. 왜냐하면, 음식을 의지하고 맛에 집착하기를 좋아하므로 변리가 생기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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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다. 이것은 곧 의지하는 것이 된다. 5수음(受陰)의 나고 멸하는 것을 관찰하고 나서, 그것을 싫어하고 떠나서 머무르면, 그것은 곧 의지하는 것이 된다. 여섯 가지 접촉하는 영역[六觸入處]이 모이고 멸하는 것을 관찰하고 나서 그것을 싫어하고 떠나서 머무르면, 그것은 곧 의지하는 것이 된다. 많은 것이 모이는 즐거움에서 많은 것을 친근히 하다가 싫어하여 멀리 떠나면, 그것은 곧 의지하는 것이 된다. 멀리 여의는 것 닦기를 좋아하고 멀리 여의기를 힘쓰며 군중이 모이는 것을 싫어하여 떠나면, 그것은 곧 의지하는 것이 되느니라.
  그러므로 나제가야, 마땅히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한다.
  '5수음에 대하여 나고 멸함을 관찰하고, 여섯 가지 접촉하는 영역이 모이고 멸하는 것을 관찰하여, 멀리 여의기를 좋아하고 멀리 여의기를 부지런히 정진하자'는 생각으로 꼭 이렇게 공부해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존자 나제가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를 올리고 떠나갔다.
  
  
1251. 나제가경 ②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살라국 인간 세계를 유람하시다가 나능가라(那楞伽羅) 마을에 이르셨다.…… (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바로 위의 1,250번째 경의 내용과 같다.)…… 저들의 경영하는 일은 이익을 구하기 위해서이다.
  부처님께서 나제가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마을 변두리에 있는 정사(精舍)에서 비구가 좌선하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들을 보고 나서 '이제 이렇게 선정에 든 비구가 있는데, 마을 사람이나 혹은 사미(沙彌)들이 내왕하면서 소리를 지르면, 그 소리가 선정에 들어 있는 비구들에게 방해가 되어 잘못 선정에서 깨어나 가서는 안 될 곳에 가려고 하고, 얻지 못한 것을 얻으려고 하며, 증득하지 못한 것을 증득하려고 하는 일로 인해 장애가 될 것이다'라고 생각하였다. 나제가야, 나는 그 비구가 마을에 있는 정사에 머무르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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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제가야, 나는 어떤 비구가 텅 비고 조용한 곳에서 반듯하게 누어 한숨만 짓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나서 '지금 저 비구는 자나깨나 텅 비고 조용한 곳만을 생각한다'라고 생각하였다. 나제가야, 나는 비구가 그렇게 텅 비고 조용한 곳에 머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제가야, 나는 또 어떤 비구가 텅 비고 조용한 곳에서 몸을 흔들거리면서 앉아서 조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것을 보고 나서 '지금 이 비구는 졸음에서 깨어나 선정을 얻지 못해서 선정을 찾으려고 하고 있다. 마음이 고요해진 이라야 해탈을 얻는다. 그러므로 나제가야, 나는 비구가 그렇게 텅 비고 조용한 곳에 머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제가야, 나는 또 어떤 비구가 텅 비고 조용한 곳에서 단정히 앉아 선정에 들어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것을 보고 나서 '지금 이 비구가 해탈하지 못한 비구라면 속히 해탈을 얻을 것이요, 이미 해탈한 이라면 스스로 지켜 잃지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하였다. 나제가야, 나는 비구가 그렇게 텅 비고 조용한 곳에 머무는 것을 좋아한다.
  나제가야, 나는 또 어떤 비구가 텅 비고 조용한 곳에 살다가 그는 뒷날 텅 비고 조용한 곳을 멀리 떠나 평상과 침구를 모두 버리고 마을로 도로 들어가 평상과 침구를 다시 받는 것을 보았다. 나제가야, 나는 비구가 그렇게 마을로 도로 들어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제가야, 나는 또 어떤 비구가 마을에 있는 정사(精舍)에 살면서 명성이 있고 큰 덕을 가진 이로서, 재물·의복·음식·의약과 온갖 생활에 필요한 도구를 받을 수 있는데도, 그는 뒷날 그런 이익과 마을과 평상 따위를 모두 버리고 텅 비고 조용한 곳으로 들어가 편하게 사는 것을 보았다. 나제가야, 나는 비구가 그러한 이익과 마을과 자리들을 모두 버리고 텅 비고 고요한 곳에 머무르는 것을 좋아한다. 나제가야, 비구는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나제가 비구는 기뻐하고 따라 기뻐하면서 예를 올리고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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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2. 침목경(枕木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비사리국(鞞舍離國) 미후지(獼猴池) 가에 있는 2층 강당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러 리차(離車) 종족들이 늘 목침(木枕)을 베고 손발이 거북이 등처럼 다 터지도록 열심히 살아가며 적이 쳐들어올까 의심하고 두려워하기 때문에, 마갈타국(摩竭陀國)의 왕인 비제희(毘提希)의 아들 아사세(阿闍世)로 하여금 조금도 틈을 엿보지 못하게 한다. 그러므로 늘 스스로 경책(儆策)하고 방일(放逸)하게 살지 않아야 한다. 그는 방일하게 살지 않았기 때문에 마갈타국의 왕인 비제희의 아들 아사세가 틈을 엿보았으나 마음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머지 않은 미래세상에서는 모든 리차족들이 제멋대로 즐기고 일도 하지 않아 손과 발이 부드러우며 비단베개를 베고, 온 몸을 펴고 편안하게 누워 해가 중천에 떠도 일어나지 않고 방일하게 살 것이다. 그렇게 방일하게 살기 때문에 마갈타국의 왕인 비제희의 아들 아사세가 그 틈을 얻게 될 것이다.
  이와 같나니 비구들도 부지런히 정진하고 방편을 써서 굳건하게 잘 감내하면서 훌륭한 법을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살이 빠지고 여위어 힘줄이 드러나고 뼈가 튀어나오는 한이 있더라도 부지런히 정진하고 방편을 써서 훌륭한 법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 ……(내지)……얻어야 할 것을 아직 얻지 못하였거든 정진하는 것을 버리지 말고 항상 마음을 거두어 방일하게 살지 않아야 한다. 방일하게 살지 않으면 악마왕 파순(波旬)도 전혀 틈을 엿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미래 세상의 모든 비구들은 마음대로 즐기고 일을 하지 않아서 손과 발이 부드러우며, 비단베개를 베고 온몸을 죽 펴고 편하게 누워서 해가 중천에 떠도 일어나지 않고 방일하게 살아갈 것이다. 방일하게 살아가기 때문에 악마 파순이 그 틈을 얻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부지런히 정진하고 방편을 써서……(내지)…… 틈을 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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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 못하게 하고 얻지 못한 것이 있으면 방편을 버리지 말고 노력해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253. 부경(釜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머무시고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아침에 3백 개의 솥에다 밥을 지어 중생들에게 보시하고 점심때와 저녁때에도 그렇게 하였다. 또 다른 어떤 사람은 아주 짧은 시간 동안이지만 모든 중생들에 대해 사랑하는 마음을 닦은 이와 나아가 소젖을 짜는 동안만큼의 짧은 시간이나마, 모든 중생들에 대해 사랑하는 마음을 닦아 익힌 공덕에 비하면 저 앞의 보시한 사람의 공덕은 그 백 분·천 분·거억만 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며, 셈을 하거나 비유로서는 도저히 비교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은 잠깐 동안이나마 모든 중생들에 대해 사랑하는 마음을 닦아 익히기를 배워야 하고, 나아가 소젖을 짜는 동안만큼이라도 모든 중생들에 대해 사랑하는 마음을 닦아 익혀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254. 인가경(人家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머무시고 계셨다.
  그 때 세존(世尊)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1957 / 2145] 쪽
  "비유하면 어떤 사람의 집에 여자가 많고 남자가 적으면, 그 집은 도둑에게 겁탈을 당하기 쉽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와 같이 선남자(善男子)와 선여인(善女人)이 자주자주 또는 나아가 소젖을 짜는 동안만큼의 시간이라도 모든 중생들에 대해 자애롭게 생각하는 닦아 익히지 않으면, 그 사람은 온갖 나쁜 귀신에게 속임을 당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하느니라.
  비유하면 사람의 집에 남자가 많고 여자가 적으면, 도둑들이 자주 겁탈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그와 같으니 선남자도 자주 또는 나아가 소젖을 짜는 동안만큼의 짧은 시간이라도 모든 중생들에 대해 자애롭게 생각하는 마음을 닦아 익히면 온갖 나쁜 귀신들에게 속임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항상 때를 따라 자주자주 또는 나아가 소젖을 짜는 동안만큼의 시간이라도 자애로운 마음을 닦아 익혀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255. 비수검경(匕手劍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그 칼날이 넓고 예리한 비수(匕手)89)를 가지고 있는데, 어떤 건장한 사내가 '내가 이 주먹으로 네 칼을 쳐서 부셔버릴 수 있다'고 말한다면, 비구들아, 그 건장한 사내가 과연 주먹으로 그 칼을 쳐부술 수 있겠느냐?"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게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그 비수는 칼날이 넓고 아주 예리하여 그 장정의 주먹으로는 쳐부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는 스스로 다치
  
  
  
89)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송(宋)·원(元)·명(明) 세 본에는 비수(匕手) 두 글자가 비수(比首)로 되어 있다"고 하였다. 둘 다 맞지 않고 원래는 비수(匕首)로 표기해야 옳을 듯하다.
[1958 / 2145] 쪽
  기만 할 것입니다."
  "그렇다. 비구들아, 만일 사문이나 바라문이 소젖을 짜는 동안만큼의 짧은 시간이나마 모든 중생들에 대해 자애롭게 생각하는 마음을 닦아 익히면, 혹 온갖 나쁜 귀신이 가서 그의 잘못을 찾아보려고 하더라도 그 틈을 얻지 못할 것이요, 도리어 제 자신만 다치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자주자주 자애롭게 생각하는 마음을 닦아 익혀야 하고, 나아가 소젖을 짜는 동안만큼의 짧은 시간이나마 모든 중생들에 대해 자애롭게 생각하는 마음을 닦아 익혀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256. 조토경(爪土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손톱 끝으로 흙을 집어들고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 생각에는 어떠하냐? 내 손톱 끝에 있는 흙이 더 많으냐, 이 땅덩이의 흙이 더 많으냐?"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손톱 위의 흙은 매우 적고 또 적을 뿐입니다, 그러나 땅덩이의 흙은 한량없이 많고 헤아릴 수 없이 많아 비교할 데가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와 같아서 중생들이 자주자주, 더 나아가서는 손가락을 튀기는 아주 짧은 동안이나마 모든 중생들에 대해 자애롭게 생각하는 마음을 닦아 익히는 사람은 손톱 끝의 흙처럼 매우 적고, 중생들이 자주자주, 더 나아가서는 손가락을 튀기는 아주 짧은 동안이나마 모든 중생에 대해 자애롭게 생각하는 마음을 닦아 익히지 않는 사람들은 이 땅덩이의 흙과 같이 많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항상 자주자주 일체 중생들에 대해 자애롭게 생각하는 마음을 닦아 익혀야 하느니라."
  
[1959 / 2145] 쪽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257. 궁수경(弓手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비사리국 미후지 못 가에 있는 2층 강당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일체의 행(行)은 무상한 것이고 영원하지 못한 것이며, 편안하지 못한 것이요, 그것은 변하여 바뀌는 법(法)이다. 모든 비구들아, 항상 일체의 행을 관찰하여 싫어하고 여의어야겠다는 마음을 닦아 익히고 좋아하지 말아 해탈해야 하느니라."
  그 때 어떤 비구가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바르게 여미고 부처님께 예를 올린 다음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한 채 부처님께 여쭈었다.
  "수명이 옮겨가 사라지는 속도가 어떠합니까?"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나라면 충분히 말할 수 있다. 다만 너는 알려고 하는 것조차 어려울 것이다."
  비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비유를 들어 설명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설명해 줄 수 있다."
  부처님께서 이어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네 장정이 강궁(强弓)을 잡고 사방을 향해 한꺼번에 활을 쏘았다. 어떤 장정이 화살이 떨어지기 전에 그 네 화살을 한꺼번에 붙잡았다. 어떤가? 비구야, 그런 장정이라면 빠르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빠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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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화살을 잡은 장정이 빠르다고 하지만, 지신천자(地神天子)는 그보다 배나 더 빠르고, 허공신천(虛空神天)은 지신보다 배나 더 빠르며, 사왕천자(四王天子)가 오가는 것은 허공신보다 배나 더 빠르고, 일월천자(日月天子)는 사왕천보다 배나 더 빠르며, 해와 달을 인도하는 신[導日月神]은 일월천자보다 배나 더 빠르다. 그러나 모든 비구들아, 수명이 옮겨 변하는 것은 저 해와 달을 인도하는 신보다 배나 더 빠르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부지런히 방편을 써서 수명이 무상(無常)한 것이고 빠르기도 그와 같음을 관찰해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258. 고경(鼓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바라내국(波羅▩國) 신선이 머물었던 녹야원(鹿野園)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세상에 다사라하(陀舍羅訶)라는 사람이 있었다. 저 다사라하에게는 또 아능가(阿能訶)라는 북이 있었는데, 그 북은 좋은 소리, 아름다운 소리, 깊은 소리를 내어 그 소리가 40리 밖에까지 들렸다. 그러나 그 북은 너무 낡아서 여러 곳이 부서져 있었다.
  그 때 그 북을 만드는 기술자는 쇠가죽을 벗겨 두루 감아 얽어맸지만 그 북은 다시는 높은 소리, 아름다운 소리, 깊은 소리를 내지 못했다. 그러더니 그 북은 나중에 더욱 낡아서 가죽은 다 떨어져나가고 다만 나무통만 남았다.
  이와 같아서 비구들이 몸을 닦고 계(戒)를 닦고 마음을 닦고 지혜를 닦으면, 그는 몸을 닦고 계를 닦고 마음을 닦고 지혜를 닦았기 때문에 여래가 설하신 수다라(修多羅 : 經)를 매우 깊고 밝게 비추어, 보기 어렵고 깨닫기 어려우며 헤아릴 수 없는 심오한 뜻을 밝은 지혜로 확실하게 알게 될 것이다. 그는 단박에 이해하고 두루 이해하여, 그 말을 듣고는 기뻐하고 숭상하
  
[1961 / 2145] 쪽
  며 익혀서 번뇌를 여의고 이익을 얻을 것이니라.
  그러나 미래 세상의 비구들은 몸을 닦지 않고 계도 닦지 않으며, 마음도 닦지 않고 지혜도 닦지 않아서 여래가 말씀하신 수다라의 매우 심오한 이치를 밝게 비추어주고 공(空)과 상응하는 연기법(緣起法)을 듣고도 그는 당장 받아 지니지도 않고 철저히 이해하지도 못할 것이며, 또 그 말을 듣고도 기뻐하여 숭상하거나 익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 세상의 잡다한 이론(異論)과 잘 꾸민 문장과 세속의 잡스러운 글귀들은 전일한 마음으로 받들어 모시고, 그 말을 듣고는 기뻐하고 숭상하며 익힐 것이다.
  그러나 번뇌를 여의고 유익함을 얻지는 못한다. 그래서 여래께서 설하신 매우 깊고 밝게 비추어 주는 공상(空相)의 요긴한 법과 연기법에 수순하는 법은 곧 사라지고 마는 것이, 마치 저 북이 낡아 부서지고 오직 나무통만 남은 것처럼 되고 말 것이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부지런히 방편을 써서 몸을 닦고 계를 닦으며 마음을 닦고 지혜를 닦으며, 여래께서 설하신 매우 심오하고 밝게 비추어주는 공상요법(空相要法)과 연기법을 수순하여 곧 이해하고 두루 이해해야 하느니라. 또 그 말을 들은 자가 기뻐하며 숭상하고 익히면, 번뇌를 벗어나 이익을 얻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259. 철환경(鐵丸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머무시고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쇠탄자[鐵丸]를 불 속에 던져 불과 똑같은 빛이 되었을 때 그것을 무명 솜으로 싸면 어떻게 되겠느냐? 비구들아, 곧 빨리 타서 없어지겠느냐?"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1962 / 2145] 쪽
  "그럴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사람이 세속 마을을 의지해 살면서,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마을에 들어가 걸식할 때 몸을 잘 단속하지 않고 감각기관[根門]을 잘 지키지 않으며, 마음이 일으키는 생각을 잡아매지 않고서, 만일 젊은 여자를 보면 바르게 생각하지 못하고 그 모양에만 집착하여 탐욕(貪欲)의 마음이 일어날 것이다. 탐욕은 그 마음을 태우고 그 몸을 태운다. 몸과 마음이 다 타고나면 계를 버리고 물러간다. 그리하여 그 어리석은 사람은 오랜 세월 동안 이치에 맞지 않는 이익을 얻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비구들아, 마땅히 이렇게 공부해야 한다.
  '몸을 잘 단속하고 모든 감각기관을 잘 지키며 생각을 잡아매고서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자.'
  마땅히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260. 묘경(猫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세상에 어떤 고양이가 목마르고 굶주려 바짝 말랐다. 그 고양이는 구멍에서 쥐새끼를 엿보면서, 만일 쥐새끼가 나오면 잡아먹으리라 하고 생각하였다. 때마침 어떤 쥐새끼가 구멍에서 나와 놀고 있었다. 그 때 그 고양이는 재빨리 그 쥐를 잡아먹었다. 쥐새끼는 몸이 작아서 산 채로 배속에 들어가 고양이의 내장을 갉아먹었다. 내장을 갉아먹을 때에 고양이는 고통을 못 견뎌 동쪽 서쪽으로 미친 듯이 치달리며, 빈집과 무덤 사이에서 어디에 머물러야 할 지를 몰라하다가 결국 죽고 말았다.
  이와 같아서 비구들아, 어떤 어리석은 사람은 마을[村落]을 의지해 살면
  
 
[1963 / 2145] 쪽
  서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마을에 들어가 걸식할 때 몸을 잘 단속하지 않고 감각기관을 잘 지키지 못한 채 생각도 잡아매지 않고서, 여러 여자들을 보면 바르지 못한 생각을 일으켜, 그 모양에만 집착해 탐욕하는 마음을 낸다. 탐욕이 일어나고 나면 그 탐욕의 불길이 왕성하게 솟아올라 그 몸과 마음을 다 태운다. 몸과 마음을 다 태우고는 치달리는 마음이 미쳐 날뛰어 정사(精舍)를 좋아하지 않고, 텅 비고 조용한 곳을 좋아하지 않으며, 나무 밑을 좋아하지 않는다. 악하고 착하지 않은 마음으로 안의 법을 침식(侵食)해서 계(戒)를 버리고 물러간다. 그리하여 그 어리석은 사람은 오랜 세월 동안 항상 요익(饒益)하지 못한 괴로움을 받게 된다.
  그런 까닭에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 몸을 잘 단속하고 모든 감각기관을 잘 지키며 마음을 잡아매고 바른 생각을 가지고서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자.'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261. 목저경(木杵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나무 절구공이를 항상 쓰고 잠시도 놓아두지 않으면 밤낮으로 닳아 없어지는 것처럼 비구들아, 만일 사문이나 바라문이 처음부터 감각기관을 닫지 않고 음식의 분량을 알지 못하며, 초저녁이나 새벽에도 깨어 있으면서 훌륭한 법을 부지런히 닦아 익히지 않으면, 그런 무리는 온종일 좋은 법이 자꾸 줄어들기만 하고 늘어나지 않는다. 이를 비유하면 마치 저 나무 절구공이와 같음을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비유하면 우발라(優鉢羅)꽃·발담마(鉢曇摩)꽃·구모두(拘牟頭)꽃·분다라(分陀利)꽃이 물 속에서 나서 물 속에서 자라며, 물의
  
[1964 / 2145] 쪽
  깊이에 따라 자꾸 자라는 것처럼, 이와 같이 사문이나 바라문이 감각기관을 잘 닫고 음식의 분량을 제대로 알며 초저녁이나 새벽에도 늘 깨어있어서 열심히 정근하면 이러한 선근공덕(善根功德)이 밤낮으로 자꾸 늘어나고 자라나서 마침내 물러나지 않는다는 것을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그런 까닭에 마땅히 이렇게 배워야 한다.
  '감각기관을 잘 닫고 음식의 분량을 제대로 알며 초저녁과 새벽에도 늘 깨어 있으면서 열심히 정근하면 공덕과 착한 법은 밤낮으로 자꾸 자라나리라.'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262. 야호경(野狐經) ①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迦蘭陀竹園)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새벽 무렵에 들 여우[野狐]가 우는 소리를 들으셨다.
  세존께서는 밤이 지나고 날이 밝자 대중들 앞에 자리를 펴고 앉아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새벽에 들 여우가 우는 소리를 들었느냐?"
  모든 비구들이 세존께 아뢰었다.
  "들었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도 저런 유형(類形)의 몸을 받아 저런 소리를 내리라.'
  그 어리석은 사람은 그런 유형으로 태어나기를 바라지만 어떻게 그렇게 될 수가 있겠느냐? 그런 까닭에 비구들아, 너희들은 다만 부지런히 방편을 써서 모든 존재 끊기를 구하고 방편을 써서 어떤 존재도 늘어나지 않게 해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
  
[1965 / 2145] 쪽
  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263. 요분경(尿糞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어떤 몸을 조금 받는 것도 찬탄하지 않거늘 하물며 많이 받는 것이겠느냐? 왜냐하면 존재하는 몸을 받는 것은 괴로운 것이기 때문이다. 비유하면 오줌이나 똥은 아무리 조금이라 해도 더럽고 냄새가 나는데 하물며 많은 것이겠느냐? 그와 같아서 존재하는 저 모든 것은 아무리 조금이라 해도, 그 또한 찬탄해서는 안 되고 나아가 잠깐[刹羅]이라 해도 찬탄해서는 안 되거늘 하물며 많은 것이겠느냐? 왜냐하면 존재하는 것은 다 괴로운 것이기 때문이니라.
  그런 까닭에 비구들아, 마땅히 이렇게 공부해야 한다.
  '모든 존재를 끊어 없애고 더욱 불어나게 하지 말자.'
  마땅히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264. 야호경 ②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새벽에 들 여우의 울음소리를 들으셨다. 날이 밝자 대중들 앞에 자리를 펴고 앉아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새벽에 들 여우의 울음소리를 들었느냐?"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들었습니다, 세존이시여."
  
[1966 / 2145] 쪽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저 들 여우는 종창을 앓고 있어 너무도 고통스러워서 그렇게 우는 것이다. 만일 어떤 사람이 그 들 여우의 종기를 고쳐주면, 저 들 여우는 반드시 은혜를 갚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있는데 그들은 은혜를 알아 갚을 줄을 모른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은혜를 알아 은혜를 갚아야 한다. 조그만 은혜라도 잊지 않고 꼭 갚아야 하겠거늘 하물며 큰 은혜이겠는가?'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265. 발가리경(跋迦梨經)90)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발가리(跋迦梨)는 왕사성에 있는 금사정사(金師精舍)에 있었는데, 가는 병에 걸려 괴로워하였으므로 존자 부린니(富隣尼)가 그를 간호하며 공양하고 있었다.
  그 때 존자 발가리가 존자 부린니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세존께 찾아가서 나를 위해 세존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편찮으신 곳은 없으시고 괴로운 일도 없으시며 기거는 가볍고 편안하십니까?' 하고 문안인사를 드려주시오.
  그리고 또 '지금 발가리는 금사정사에 있는데, 병이 위중하여 자리에 누워 있습니다. 세존을 뵈옵고 싶사오나 병에 시달려 기운이 빠져 나아갈 수 없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가엾이 여기시어 이 금사정사로 친히 오셔 주소서'하고 말씀드려 주시오."
  
  
  
90) 이 소경은 『증일아함경』 제19권 제26 사의단품(四意斷品)의 10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967 / 2145] 쪽
  그 때 부린니는 발가리의 말을 듣고 세존께 찾아가서 그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한 쪽에 물러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존자 발가리는 세존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괴로움은 없으시고 기거는 가벼우시며 편안하게 지내십니까?' 하고 문안드립니다."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그도 편안한가?"
  부린니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존자 발가리는 지금 금사정사에 있사온데 병이 위중하여 자리에 누워있습니다. 세존을 뵈옵고자 했사오나 세존께 나아올 기운이 없습니다. 황송하오나 세존께서 그를 가엾이 여기시어 금사정사로 가시옵소서."
  그 때 세존께서 잠자코 허락하셨다. 그러자 부린니는 세존께서 허락하셨음을 알고 발에 예를 올리고 떠나갔다.
  그 때 세존께서 새벽에 선정에서 깨시어 금사정사로 가셨다. 그곳에 이르러 발가리가 머무는 방으로 가셨다. 발가리 비구는 멀리 세존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였다. 부처님께서 발가리에게 말씀하셨다.
  "가만히 있어라. 일어나지 말라."
  세존께서 곧 다른 자리에 앉아 발가리에게 말씀하셨다.
  "네 마음으로 그 병의 고통을 견뎌낼 수 있겠느냐? 네 병은 더한가, 좀 덜한가?"
  발가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앞의 차마비구수다라(叉摩比丘修多羅)에서 말한 것과 같다.)……세존이시여, 제 몸이 너무도 고통스러워 도저히 견딜 수가 없습니다. 칼로 찔러 자살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괴로워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발가리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너에게 물으리니 네 뜻을 따라 마음대로 대답하라. 어떤가? 발가리야, 색(色)은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냐, 항상 존재할 수 없는 것이냐?"
  발가리리가 대답하였다.
  
[1968 / 2145] 쪽
  "영원히 존재할 수 없는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다시 물으셨다.
  "만약 영원히 존재할 수 없는 것이라면 그것은 괴로운 것인가?"
  대답하였다.
  "그것은 괴로운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또 물으셨다.
  "발가리야, 만일 영원히 존재할 수도 없고, 또한 괴로운 것이라면 그것은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 그 속에서 과연 그 무엇을 탐하고 욕심낼 만한 것이 있겠느냐?"
  발가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욕심을 부릴만한 것이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수(受)·상(想)·행(行)·식(識)에 대하여서도 이와 같이 말씀하셨다.
  부처님께서 발가리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그 몸에 대해서 탐하고 욕심낼만한 것이 없다면 그것은 훌륭하게 마친 것[終 : 죽음]이요, 뒷세상에도 또한 훌륭할 것이다."
  세존께서 발가리를 위해 여러 가지 법을 설해 가르쳐 보이시고 기쁘게 해주신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가셨다.
  그 날 밤에 존자 발가리는 해탈(解脫)하리라 생각하고, 칼을 잡아 자살을 하려고 하였다. 오래 살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 때 매우 단정하게 생긴 두 하늘 신이 새벽에 부처님의 처소에 찾아와서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 쪽에 물러서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존자 발가리가 질병으로 고통을 받다가 해탈하리라 생각하고 칼을 잡아 자살을 하려고 합니다. 더 이상 오래 살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둘째 하늘 신도 말하였다.
  "저 존자 발가리는 이미 잘 해탈하였고 해탈을 얻었습니다."
  이렇게 말하고는 부처님의 발에 함께 예를 올리고 이내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그 때 세존께서 밤이 지나고 이른 아침이 되자 대중 앞에 자리를 펴고 앉아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젯밤에 몸이 단정하게 생긴 두 하늘 신이 내게 와서 머리를 조아려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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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를 갖춘 뒤에 한 쪽에 물러서서 이렇게 말하였다.
  '존자 발가리가 금사정사에서 병으로 고통을 받다가 해탈하리라고 생각하고, 칼을 잡아 자살을 하려고 합니다. 그는 더 이상 오래 살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또 둘째 하늘 신도 말하였다.
  '존자 발가리는 이미 잘 해탈하였고 해탈을 얻었습니다.'
  이렇게 말하고는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이내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는 세존께서 또 다른 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존자 발가리 비구에게 가서 그에게 이렇게 말을 전하라.
  '어젯밤에 두 하늘이 내게 와서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린 뒤에 한쪽에 물러서서 내게 말하였다.
  '존자 발가리는 병이 위중하여 해탈하리라고 생각하고, 칼을 잡고 자살을 하려고 합니다. 그는 더 이상 오래 살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또 둘째 하늘 신도 말하였다.
  '존자 발가리는 이미 잘 해탈하였고 해탈을 얻었습니다.'
  이렇게 말하고는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이내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이상은 하늘 신들이 한 말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너에게 말씀하시기를 '네가 그 몸에 대해서 탐욕을 일으키지 않으면 그것은 생을 잘 마치는 것이다. 뒷세상도 또한 좋을 것이다'라고 하셨다."
  그 때 그 비구는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금사정사의 발가리가 있는 방으로 갔다.
  그 때 발가리가 간호하고 있던 사람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평상[繩床]을 가지고 와서 나를 태워 가지고 같이 들어다가 정사밖에 가져다 놓아라. 내가 칼을 잡고 자살하련다. 오래 살고 싶지 않다."
  그 때 많은 비구들이 방에서 나와 한데서 거닐고 있었다. 부처님의 분부를 받은 비구가 대중들이 머물고 있는 처소를 찾아가서 비구들에게서 물었다.
  "여러분, 발가리 비구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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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발가리 비구는 그를 간호하던 사람을 시켜 평상에 들리어 정사 밖에 나가 칼을 잡고 자살하려고 합니다. 그는 더 이상 오래 살기를 바라지 않았습니다."
  심부름을 간 비구는 곧바로 발가리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발가리 비구는 멀리서 심부름을 온 비구가 오는 것을 보고 그를 간호하던 사람에게 말하였다.
  "평상을 땅에 내려놓아라. 저 비구가 급히 달려오고 있다. 아마도 세존께서 심부름을 시킨 것 같다."
  간호하던 사람은 곧 평상을 땅에 내려놓았다. 그 때 심부름을 온 비구가 발가리에게 말하였다.
  "세존께서 분부하신 것도 있고, 또 하늘이 말한 것도 있다."
  그러자 발가리 비구는 그를 간호하던 사람에게 말하였다.
  "나를 부축하여 땅에 내려놓아라. 세존의 분부와 하늘 신이 말한 것을 평상 위에서 들을 수는 없다."
  간호하던 사람은 곧 발가리를 부축하여 땅에 내려놓았다. 그 때 발가리가 심부름을 온 비구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세존의 분부와 하늘 신이 말한 것을 말해 보시오."
  심부름을 온 비구가 말하였다.
  "발가리여, 스승께서 너에게 알리는 말이다.
  '어젯밤에 두 하늘 신이 내게 와서 말하였다.
  (발가리 비구는 질병이 위중하여 해탈하리라 마음먹고, 칼을 잡아 자살을 하려고 합니다. 그는 더 이상 오래 살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또 둘째 하늘 신도 말하였다.
  (존자 발가리는 이미 잘 해탈하였고 해탈을 얻었습니다.)
  이렇게 말하고는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이내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이상은 하늘 신들이 한 말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너에게 수기(授記)하여 말씀하시기를 '너는 잘 생을 마치는 것이다. 뒷세상도 또한 좋을 것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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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셨다."
  발가리가 말하였다.
  "존자여, 스승께서는 알아야 할 것을 잘 아셨고, 보아야할 것을 잘 보셨다. 저 두 하늘 신도 또한 알아야 할 것을 잘 알았고 보아야 할 것을 잘 보았다. 그런데 나는 오늘 '색(色)은 무상(無常)한 것이다'라고 확신해 의심이 없고, 무상한 것은 괴로운 것이라고 확신해 의심이 없다. 또 '만일 무상한 것이요 괴로운 것이라면 그것은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 거기에는 탐하고 욕심 낼 만한 것이 없다'고 확신해 의심이 없다. 수·상·행·식도 또한 그와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나는 오늘 이 질병의 고통이 여전히 몸을 따르고 있다. 칼로 자살을 하고 싶다. 더 이상 오래 살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는 곧 칼을 잡고 자살하였다. 그 때 심부름을 온 비구는 발가리의 시체에 공양을 올린 뒤에, 부처님께 돌아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 쪽에 물러나 앉아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세존의 분부를 존자 발가리에게 자세히 전하였습니다. 그는 '스승께서는 알아야 할 것을 잘 아셨고, 보아야할 것을 잘 보셨다. 저 두 하늘 신도 또한 알아야 할 것을 잘 알았고 보아야 할 것을 잘 보았다'고 말하였습니다.…… (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바로 위의 내용과 같다.)…… 칼을 잡아 자살하였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우리 다 같이 발가리 비구의 시체가 있는 금사정사로 가자."
  발가리 비구의 시체를 보니 번뇌를 멀리 여읜 빛이 있었다. 그것을 보시고 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땅에 있는 이 발가리 비구의 시체에서 번뇌를 멀리 여읜 빛이 있는 것을 보았느냐?"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보았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발가리의 몸을 둘러싸고 있는 4방을 감도는 그윽한 모습이 보이느냐?"
  모든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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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검은 그림자는 악마의 형상이다. 그들은 발가리 선남자의 식신(識神)이 장차 어디에 태어날 것인가를 찾아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어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발가리 선남자의 식신은 머무르지 않는다. 칼로써 자살을 하였기 때문이다."
  그 때 부처님께서 그 발가리를 위해 제일기(第一記)91)를 주셨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266. 천타경(闡陀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천타(闡陀)는 나라(那羅)라고 하는 마을에 있는 호의암라(好衣菴羅)라는 숲 속에 있었는데 질병에 걸려 위중하였다.
  그 때 존자 사리불(舍利弗)은 존자 천타가 나라라는 마을의 호의암라라는 숲 속에 있는데 질병에 걸려 위중하다는 말을 듣고, 존자 마하 구치라(拘絺羅)에게 말하였다.
  "존자는 아시는가? 천타 비구가 지금 나라라는 마을의 호의암라라는 숲 속에 있는데 질병에 걸려 위중하다고 하오. 우리 함께 가 봅시다."
  마하 구치라는 아무 말이 없이 허락하였다. 그 때 존자 사리불은 존자 마하 구치라와 함께 나라 마을의 호의암라숲 속에 이르러 존자 천타가 있는 방으로 갔다. 존자 천타는 멀리서 존자 사리불과 존자 마하 구치라가 오는 것을 보고 평상을 부여잡고 일어나려고 애를 썼다. 그러자 존자 사리불이 천타에게 말하였다.
  
  
  
91)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지칭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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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는 일어나지 마시오."
  존자 사리불과 존자 마하 구치라가 다른 평상에 앉아 존자 천타에게 물었다.
  "어떠하신가? 존자 천타여, 앓고 있는 질환은 어떻게 견딜 만하신가? 더한가, 덜한가?…… (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앞에 나온 차마수다라에서 말한 내용과 같다.)."
  존자 천타가 말하였다.
  "나는 지금 몸에 병이 매우 위중하여 그 고통을 견디기 어렵습니다. 질병은 점점 더해지기만 하고 조금도 차도가 없습니다. 그저 칼을 잡아 자살하고 싶은 심정뿐입니다. 고통스러운 삶을 더 이상 이어가고 싶지 않습니다."
  존자 사리불이 말하였다.
  "존자 천타여, 그대는 부디 노력해서 제 자신을 스스로 해치지 마시오. 그대가 만일 세상에 살아 있으면, 나는 장차 그대와 서로 오가면서 주선할 것이오. 그대가 만일 가난하면 나는 그대에게 약을 대줄 것이고, 그대에게 간호할 사람이 없으면 나는 그대를 간호해줄 사람을 구해주되 그대의 마음에 꼭 맞는 사람을 주선해줄 것이며, 마음에 들지 않게 하지 않을 것이오."
   천타가 대답하였다.
   "내게는 공양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나라 마을의 여러 바라문과 장자들이 모두 나를 보살펴주어서, 의복·음식·침구·약 같은 물자는 모자람이 없습니다. 범행(梵行)을 닦는 내 제자는 내 마음을 잘 맞추어가며 병을 간호하고, 마음에 들지 않게 하는 일이 조금도 없습니다. 다만 나는 질병의 고통이 몸을 핍박하여 견디기가 어려울 뿐입니다. 그저 자살하고 싶은 마음만 듭니다. 고통스러운 삶은 더 이상 바라지 않습니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내가 이제 그대에게 묻겠소. 마음 내키는 대로 대답하시오. 천타여, 눈과 안식(眼識)과 또 눈에 인식되는 물질, 이런 것들은 과연 나라고 하겠습니까,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다른 것입니까? 둘 다 함께 존재하는 것입니까?"
  천타가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존자 사리불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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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물었다.
  "귀·코·혀·몸도 그러하며, 뜻과 의식(意識)과 의식에 인식되는 법, 이런 것들은 과연 나라고 하겠습니까,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다른 것입니까? 둘 다 함께 존재하는 것입니까?"
  천타가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존자 사리불이여."
  또 물었다.
  "그대는 눈과 안식과 물질에 대해, 무엇을 보고 무엇을 분별하고 무엇을 알기 때문에 눈과 안식과 물질은 나라는 것이 아니고, 나와 다른 것도 아니며, 둘이 함께 있는 것도 아니라고 하는가?"
  천타가 대답하였다.
  "나는 눈과 안식과 또 물질이 없어지는 것임을 보고 없어지는 것임을 알기 때문에, 눈과 안식과 또 물질은 나가 아니요, 나와 다른 것도 아니며, 둘이 함께 존재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 물었다.
  "그대는 귀·코·혀·몸도 그러하며, 뜻과 의식과 법에 대해, 무엇을 보고 무엇을 분별하고 무엇을 알았기 때문에 뜻과 의식과 물질은 나라는 것이 아니고, 나와 다른 것도 아니며, 둘이 함께 있는 것도 아니라고 하는가?"
  천타가 대답하였다.
  "존자 사리불이여, 나는 뜻과 의식과 법은 없어지는 것임을 보고 없어지는 것임을 알기 때문에, 뜻과 의식과 또 법은 나가 아니요, 나와 다른 것도 아니며, 둘이 함께 존재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존자 사리불이여, 그러나 나는 오늘 몸에 생긴 질병의 고통을 더 이상 견뎌낼 수가 없습니다. 칼로 자살하고 싶을 따름입니다. 괴로운 삶은 더 이상 바라지 않습니다."
  그 때 존자 마하 구치라가 존자 천타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지금 스승의 가름침대로 바른 생각을 닦아 익혀야 한다. 스승께서 말씀하신 글귀처럼 '의지하는 것[所依 : 몸)이 있으면 동요(動搖)하게 되고, 동요하게 되면 취향(趣向)하는 것이 있으며, 취향하는 것이 있으면 쉬
  
[1975 / 2145] 쪽
  지 않고, 쉬지 않으면 그 곳을 따라 왕래하며, 그 곳을 따라 왕래하면 미래의 나고 죽음이 있고, 미래의 나고 죽음이 있으면 미래에 나타나고 사라짐[出沒]이 있으며, 미래에 나타나고 사라짐이 있기 때문에 곧 남·늙음·병·죽음과 근심·슬픔·고통·번민이 있는 것이다. 이리하여 큰 괴로움의 무더기가 모이는 것이다'라고 하신 것을 알아야만 한다.
  또 스승님께서 말씀하신 글귀처럼 '의지하는 것이 없으면 동요하지 않고, 동요하지 않으면 취향하는 것이 없으며, 취향하는 것이 없으면 곧 쉼이 있고, 쉼이 있으면 그 곳을 따라 왕래하지 않으며, 그 곳을 따라 왕래하지 않으면 미래에 나타나고 사라짐이 없고, 미래에 나타나고 사라짐이 없으면 곧 남·늙음·병·죽음과 근심·슬픔·고통·번민이 없다. 이리하여 순수한 큰 괴로움의 무더기가 사라진다'고 하신 것을 알아야만 합니다."
  천타가 말하였다.
  "존자 마하 구치라여, 내가 세존께 공양하는 일은 이제 끝났습니다. 선서를 수순(隨順)하는 일도 이제 이미 끝났습니다. 마음에 맞든지 마음에 맞지 않든지 간에 제자로서 할 일을 이제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만일 다른 제자가 스승님께 공양하려는 사람이 있으면, 그도 이와 같이 공양하여야 할 것입니다. 마음에 맞게 하고 마음에 맞지 않게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오늘 질병의 고통을 견디기에 너무도 어렵습니다. 그저 칼로 자살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괴로운 삶을 더 이상 바라지 않습니다."
  그 때 존자 천타는 곧 나라 마을의 호의암라라는 숲 속에서 칼로 자살하였다. 그 때 존자 사리불은 존자 천타의 사리에 공양한 뒤에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 쪽에 물러서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존자 천타는 나라 마을의 호의암라숲 속에서 칼로 자살하였습니다. 어떻습니까? 세존이시여, 그 존자 천타는 어느 세계로 갔습니까, 어떤 생을 받고 후세에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존자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그가 스스로 '존자 마하 구치라여, 내가 세존께 공양하는 일은 이제 끝났습니다. 선서를 수순(隨順)하는 일도 이제 이미 끝났습니다. 마음에 맞든지 마음에 맞지 않든지 간에 제자로서 할 일을 이제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습
  
[1976 / 2145] 쪽
  니다. 만일 다른 제자가 스승님께 공양하려는 사람이 있으면, 그는 마땅히 이와 같이 공양하여야 할 것입니다. 마음에 맞게 하고 마음에 맞지 않게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라고 확실하게 말하지 않았던가?"
  그 때 존자 사리불은 다시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 존자 천타는 이전에 진진니(鎭珍尼)라고 하는 바라문의 마을에 있을 때 공양을 하던 집, 극히 친하고 후하게 지내던 집, 서로 이야기를 잘 하고 지내던 집이 있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그렇다. 사리불아, 바른 지혜로 잘 해탈한 선남자에게는 공양을 해주던 집, 극히 친하고 후하게 지내던 집, 서로 이야기를 잘 하고 지내던 집이 있다. 사리불아, 나는 그에게 큰 허물이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만일 그 몸을 버리고 다른 몸을 받아 계속한다면, 나는 그들에게는 허물이 있다고 말하리라. 만일 이 몸을 버린 뒤에 다른 몸이 계속하지 않으면, 나는 그에게 큰 허물이 있다고 말하지 않으리라. 큰 허물이 없기 때문에 나라 마을의 호의암라숲 속에서 칼로 자살한 것이다."
  이와 같이 세존께서는 그 존자 천타를 위해 제일기(第一記)를 말씀하셨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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