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병고가 양약이 되는 까닭은 무엇인가 ? |
부처님께서는 "중생에게 병고는 훌륭한 약이다"고 하셨다. 이 말씀을 믿어야 할지, 믿지 말아야 할지. 도대체 이 말씀의 뜻은 무엇일까? 중생은 오랫동안 미망(迷妄)을 쌓아왔기 때문에 안으로는 아상(我相)이 생기고, 밖으로는 대상에 집착한다. 단지 몸과 마음이 쾌적하고 편안한 상태에 도달한 것만을 뽐낸다. 그 결과 알음알이가 어지럽게 뒤섞여서 허깨비같은 육신은 언젠가 늙고 병들어 죽게 된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만다. 섭생해서 건강을 유지하다가 방법이 잘못 되어 어느날 갑자기 자리에 누워 신음하게 되면, 아무 일도 못하고 때도 없이 고통이 찾아와 머지 않아 죽게 된다. 지난 날을 돌이켜 볼 때 도(道)도 깨닫지 못하고 의지할만한 법력도 없어서, 아득한 3계(三界)에 끝없이 들락거리게 된다. 혹 그러다가 구차하게라도 목숨을 연명할 수 있게 되면 이를 악물고 뼈를 깎는 고행으로 도를 탐구하기를 밤낮으로 쉬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하여 "출가(出家)했던 본 뜻을 살리고, 불조(佛祖)의 깊은 은혜에 보답하리라" 고 맹세한다. 이처럼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면 `병고가 진실한 양약' 이라는 본 뜻을 아는 사람이라 하겠다. 그러나 이렇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도리어 병을 앓으면서도 자기에게 좋거나 싫은 상황을 사량분별(思量分別)하여 애증만 더 두터워진다. 불조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하면서도 자기가 지어온 업(業)을 되돌아 보지 않는다. 이렇게 부끄러워 할 줄 모르는 사람은 깨달음을 구하는 무리가 아니다. 그들은 오히려 불조의 진실한 말씀을 허물되게 만들 뿐이다. 그러나 실제로 병고는 병을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만 좋은 약이 되는 것일뿐만 아니라, 받아들이지 않는 자에게도 훌륭한 약이 된다. 왜냐하면 피차 몸은 4대(四大)에 구속되어 있고, 형체는 외연(外緣)을 의지했기 때문이다. 남들의 병이 저와 같은데, 나인들 어찌 그러하지 않겠는가? 지금은 요행히도 병이 없어 몸이 쾌적하고 편안하지만, 순환하는 8고(八苦) 속에서 건강을 자신할 수 있겠는가? 건강할 때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이 부지런히 도를 닦아 번뇌의 울타리를 부수고, 무명(無明)의 소굴을 분쇄하며, 열반까지의 험난한 함정을 텅 비우고 생사의 빠르게 돌아가는 흐름을 끊어야만 한다. 마음 밖에서는 도를 구하지 못하는데, 깨달음[佛]을 어떻게 다른 것에서 얻을 수 있겠는가? 위와 같이 생각하다면 좋은 약의 효과가 어찌 병든 사람에게만 있다고 하겠는가? 무릇 생명이 있는 존재라면 모두 이 말씀에서 신비한 효험을 얻을 것이다. 그런데 더구나 우리들은 삭발출가해 선문총림(禪門叢林)에 살면서 걸핏하면 생사의 일로 평생의 업을 삼는다고 말은 한다. 그러나 `병고가 바로 양약이다' 는 밝은 가르침을 듣고서도 조금도 반성하지 않는 자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끝없이 윤회전생(輪回轉生) 하리라는 것을 미리 알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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