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불경과 장자에 나오는 몸 큰 물고기
불경에 의하면, 바다 한가운데 산 만한 물고기 한 마리가 있는데 그 등 위에는 큰 나무가 솟아 있고 밤낮없이 업장의 바람에 뒤흔들려 무어라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럽다 하였고, 장자(莊子)에도 북해에 곤(鯤)이라는 고기가 있는데 몇 천리가 되는지 크기를 알 수 없다고 하였다. 지정(至正) 계묘년(1363)에 노아천(奴兒千)에서 왔다는 아무개의 말에 의하면, 얼마 전 그곳에 산 만한 고기 한 마리가 나타났다고 한다. 그 고기가 바다를 지날 때 물 위로 기나긴 지느러미가 보이고 등과 꼬리를 흔들면서 북쪽에서 남쪽으로 유유히 헤엄쳐 갔는데 나흘이 지나서야 그 물고기의 몸통이 보이지 않더라는 것이었다. 이른바 “몸 큰 중생의 옛날 업장에 의한 감응'이라는 것이 이러하다. 그러나 아수라왕(阿修羅王)이 큰 바다 가운데 서 있으면 키가 수미산 만하고 두 손으로 일월을 가지고 논다 하였으니, 그가 이 물고기를 보았다면 한낱 작은 물고기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세간 사람들이란 자신의 이목으로 보고 듣는 데에 막히므로 그의 이목이 미치지 못하는 그밖의 일은 모두 허황된 것이라 생각하니, 한심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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