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암잡록(山艤雜錄)

32. 휴거(休居)스님과 동주(東州)스님의 문체를 평하다 / 남당(南堂)스님

通達無我法者 2008. 3. 5. 18:16
 

 

 

32. 휴거(休居)스님과 동주(東州)스님의 문체를 평하다 / 남당(南堂)스님


내가 본각사(本覺寺) 남당(南堂)스님을 방문했던 날 밤 마주 앉아 이야기하는 가운데, 시문에는 섬세하고 통쾌한 차이가 있다고 언급하면서 선휴거(先休居)의 송별 게송을 예로 들었다.


누에고치가 집을 짓듯 스스로 얽어매어

백겹 천겹이 눈 앞에 놓여 있다가

이를 트고 나올 때에 온 몸이 나타나고

온 식구가 나루터 배 위로 오르게 되리.

如蠶作  自包纏  百匝千重在面前

裂得破時全體現  氵軍家送上渡頭船


뒤이어 동주(東州)스님의 차운(次韻)을 읊었다.


언제 동정에 얽매인 적 있으며

하필 미생전의 소식을 깨달을 필요가 있는가

고향 천리 길 이제사 돌아가는데

뭍에는 길이 있고 물에는 배가 있다.

動靜何曾涉盖纏  何須更透未生前

故園千里今歸去  陸有征途水有船


남당스님은 다시 말했다.

”휴거스님의 문장은 섬세하여 표백한 비단결같이 보이지만 동주스님의 통쾌한 기상에는 미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