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휴거(休居)스님과 동주(東州)스님의 문체를 평하다 / 남당(南堂)스님
내가 본각사(本覺寺) 남당(南堂)스님을 방문했던 날 밤 마주 앉아 이야기하는 가운데, 시문에는 섬세하고 통쾌한 차이가 있다고 언급하면서 선휴거(先休居)의 송별 게송을 예로 들었다.
누에고치가 집을 짓듯 스스로 얽어매어
백겹 천겹이 눈 앞에 놓여 있다가
이를 트고 나올 때에 온 몸이 나타나고
온 식구가 나루터 배 위로 오르게 되리.
如蠶作 自包纏 百匝千重在面前
裂得破時全體現 氵軍家送上渡頭船
뒤이어 동주(東州)스님의 차운(次韻)을 읊었다.
언제 동정에 얽매인 적 있으며
하필 미생전의 소식을 깨달을 필요가 있는가
고향 천리 길 이제사 돌아가는데
뭍에는 길이 있고 물에는 배가 있다.
動靜何曾涉盖纏 何須更透未生前
故園千里今歸去 陸有征途水有船
남당스님은 다시 말했다.
”휴거스님의 문장은 섬세하여 표백한 비단결같이 보이지만 동주스님의 통쾌한 기상에는 미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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