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선불도(選佛圖)놀이를 하다가 꾸지람을 듣다
내 어린 시절 봉산사(鳳山寺) 택목료(擇木寮:선원의 요사)에 있었는데 공양 후 피곤함을 쫓기 위해 친구들과 선불도(選佛圖)놀이를 하였다. 일원(一源)스님이 이 소식을 듣고 정두승(淨頭僧:변소청소 소임)을 시켜 다음과 같은 게송을 보내왔다.
백천 제불과 그리고 중생을
한 장의 그림 속에서 비교하지 말고
마음 도장을 당장 가벼이 던져 버리면
당당하게 적광(寂光)의 도량에 높이 앉으리.
百千諸佛及衆生 休向圖中强較量
心印當陽輕擲出 堂堂高坐寂光場
이튿날 아침 문안을 올리자 이렇게 말씀하셨다.
”옛사람들은 손톱 자를 겨를도 없었다는데 너희 후생들은 차마 세월을 허송할 수 있는가? 더구나 선불도놀이에 있어서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를 가지고 주사위 하나 던지고는 “나는 성불하였노라'고 좋아하니, 그대들은 언제 어디든지 성불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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