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황암 호두(黃巖濠頭)의 행각
황암 호두(黃巖濠頭) 정안인(丁安人)의 휘(諱)는 각진(覺眞), 법호는 축심(竺心)이다. 처음 위우산(委羽山) 전절경(田絶耕)스님을 찾아뵙고 느낀 바 있어 가족을 버리고 토굴을 마련하여 혼자서 살아 왔는데, 용천사(湧泉寺) 고우(古愚)스님을 만나자 고우스님이 그에게 말하였다.
”양가집 여자가 이쪽저쪽으로 달아날 때는 어떻게 하려는가?”
”특별히 스님을 찾아 뵙겠습니다.”
”나는 이곳에 그대를 받아들일 수 없다.”
이에 정안인은 한 차례 손뼉을 치며 말하였다.
”30년 동안의 공부가 오늘 아침 무너졌다.”
고우스님은 그만두었다.
이에 그곳을 떠나 안산(雁山) 춘우암(春雨菴)의 무제(無際)스님을 찾아가 문을 들어서며 말을 내뱉었다.
”봄비가 주룩주룩 내리니 행인들은 질퍽거리는 것을 싫어한다.”
이에 무제스님이 ”아니지, 아니지.”라고 하자 다시 무슨 말을 하려다가 할(喝)을 듣고 쫓겨나오고야 말았다. 만년에는 고을에 가서 명인사(明因寺) 앞에서 승려들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한 스님이 보따리를 들고서 곧바로 침실로 들어오자 그에게 물었다.
”너는 무엇하는 중이냐?”
”행각승입니다.”
”네 발밑의 짚신짝이 떨어졌는데 어찌하여 그것도 모르느냐?”
그 스님이 대답하지 못하자 그의 보따리를 내동이치고는 쫓아냈다.
”이곳엔 네가 발붙일 곳이 없다.”
또 한 스님이 문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달마대사가 오시는구나.”
”나는 달마스님이 아닙니다.”
”분명 달마스님인데 콧구멍만 다르다.”
어느 날 명인사의 비구니 규장노(奎長老)를 만나 물었다.
”듣자하니, 노스님께서 간밤에 아이를 낳았다고 하던데 정말이오?”
”말해 보아라, 아이가 남자겠느냐 여자겠느냐?”
”닭은 등잔을 물은 채 달아나고 자라는 낚시대를 씹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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