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세 분 스님의 학인지도 / 동서 덕해(東嶼德海)스님
방산(方山文寶)스님이 정자사(淨慈寺)에 주지할 때 대중을 위하여 개당하고 물었다.
”남전(南泉)스님이 고양이를 죽인 일은 어떤가?”
이에 대해 여러 스님들이 말하였으나 모두가 맞지 않았는데 한 노비가 곁에 있다가 말하였다.
”늙은 쥐가 왕초가 되겠군요.”
이에 방산스님이 말하였다.
”좋은 말 [一轉語] 이기는 하나 너의 입에서 나온 것이 걸맞지 않다.”
동서(東嶼德海)스님이 영은사 주지가 되어 개당 법문을 하였다.
”물고기는 물을 생명으로 삼는데 무슨 까닭에 물 속에서 죽는가?”
한 스님이 말하기를 ”강물 속에서 잃은 돈을 강물 속에서 주웠노라.”하니 스님은 그를 깊이 수긍하였다.
석실(石室)스님은 설두사에 주지할 때 개당 법문을 하면서 다른 사람이 말 꺼내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세 분 큰스님께서 학인지도에 쓰신 방법은 각기 다르지만 심장과 간장을 해부해서 드러낸다는 점에서는 전혀 다를 바 없다. 후세에 이 글을 보는 자는 안목을 가지고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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