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이발사 장씨와 바늘장이 정씨의 게송
이발사 장(張)씨는 이름이 덕(德)이며 은현 하수(鄞縣 下水) 사람이다. 대대로 사찰의 물자를 공급하는 장사로서 참선하기를 좋아하고 항상 대중을 따라 법문을 들었으며 스스로는 깨친 바가 있다고 생각했으나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었다. 어느 날 눈이 내려 어린아이들이 눈을 뭉쳐 불상 만드는 것을 보고서 선승들은 제각기 게송을 지었는데, 장씨도 뒤따라 한 수를 읊었다.
꽃 한 송이 여래 한 분 받들고 나왔는데
흰눈 꽃송이 둥글둥글 보조개에 미소짓네
해골이 원래 물이었음을 알았더라면
마야부인의 태속에 들어가지 않았을 걸.
一華擎出一如來 六出團團笑臉開
識得觸髏元是水 摩耶宮裡不投胎
바늘 만드는 정(丁)씨는 천태(天台) 사람으로 서암사 방산(方山)스님에게 공부하여 인가를 받았다. 그가 유리에 대하여 게송을 읊었다.
놔 버리든지
집어 들든지
한 점 신령한 빛
천지를 비추네.
放下放下 提起提起
一點靈光 照破天地
이 두 수의 게송은 사물을 빌어 이치를 밝힌 것으로서 모두 경지에 이른 글이다. 내가 이를 함께 기록하는 까닭은 그들의 지위 때문에 말까지 버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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