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생전에 불법을 닦으면 / 자안(子安)스님
명주(明州) 해회사(海會寺)의 승려 자안(子安)스님은 원 지정(元 至正) 계묘년(1363) 가을 보당(寶幢) 저자 위의 산을 사들여 암자를 지으려고 터를 닦다가 세 개의 옛 무덤 구덩이 [壙] 를 발견하고서도 흙으로 메운 후 암자를 지었는데 그 뒤에 병을 앓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꿈에, “풍도(з都)에 들어가니 옛 의관을 갖춘 세 사람이 염라대왕 앞에 무릎을 꿇고 자안의 죄를 참소하였다.
”자안(子安)은 전생의 성이 조(趙)씨며 이름은 사굉(仕宏)인데 지난날 관리로 있으면서 사사로운 감정으로 누명을 씌워 우리를 먼 곳으로 유배 보냈습니다.
그 당시 함께 굴욕을 당한 사람이 네 명이었으나 이미 사면을 받았습니다.
그 중 한 사람은 생전에 불법을 닦은 인연으로 죽자마자 제도되었으나 우리 세 사람은 죽은 후 모두 이곳에 안장되었는데 이제와서 또다시 우리들의 무덤까지 파헤치니 원통하기 그지없습니다.
원래 우리는 힘을 합해 그를 죽이려고도 하였지만 그가 관리로 있을 때 80명의 승려에게 공양을 올렸기에 이 생에 그는 승려가 되었습니다.
그 때문에 감히 그를 죽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염라대왕이 자안을 불러 앞으로 오도록 한 후 그들의 땅을 되돌려 주라는 꾸지람을 듣다가 꿈속에서 깨어나니 어디선지 ”진실한 말을 어기지 말라!”하는 소리가 세 차례나 들려왔다.
이튿날 깨끗한 자리를 마련하고 영고목(榮枯木)스님을 명하여 계법(戒法)을 설하였는데 그 뒤로 자안은 쾌유되었다.
자안은 마침내 암자를 헐고 다시 옛 무덤을 만들어 준 후 그곳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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