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암잡록(山艤雜錄)

58. 남편과 맞지 않아 발심수행을 하다 / 유안인(兪安仁)

通達無我法者 2008. 3. 5. 20:46
 

 

 

58. 남편과 맞지 않아 발심수행을 하다 / 유안인(兪安仁)


홍무(洪武) 5년(1372) 내가 상우(上虞)지방을 돌아다니다가 개호(蓋湖) 적경정사(積慶精舍)에서 여름안거를 하였는데 어느 날 아침 백관시(百官市)에서 유안인(兪安仁)이라는 사람이 찾아와 내 앞에 무릎을 꿇고서 하소연하였다.

”저는 남편과 맞지 않아 발심하여 정토 수행을 닦아온 지 7, 8년이 되었습니다. 근래 1,2년 사이에 마음을 맑게 하고서 고요히 앉아 있노라면 공중에서 가냘픈 음악소리와 황새 울음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기에 내 스스로는 훌륭한 경지가 나타났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떤 사람은 이것이 마의 경계[魔境]라 하니 스님께서 결정지어 주십시오.”

내가 말하였다.

”이는 그대가 경에서 “백가지 보배의 가로수에 바람이 부니 그 소리는 마치 백천가지 음악과 같고 많은 새소리가 일시에 일어나는 것 같다는 문장을 보고 그 말을 독실히 믿어 그 생각이 팔식(八識)에 뿌리 깊이 내려 제거할 길이 없었기 때문에 고요한 선정 가운데에서 이처럼 나타나는 것이다. 만일 뒤에 이러한 경지를 보게 되면 그것이 훌륭한 경지라거나 마의 경계라는 생각을 하지 말고 당장 그 자리에서 끊어버리면 비로소 마음이 정토이며 본성이 미타로서 온통 그대로가 다 볼 수 있을 것이니 어찌 십만억 리 머나먼 국토 바깥에 있겠는가”

이에 유안인은 자기의 가슴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이젠 의심덩이가 풀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