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중봉(中峰)스님의 수행과 깨침
중봉(中峰)스님은 항주 사람이다. 스승에게 귀의하여 머리를 깎고 구족계(具足戒)를 받은 후, 참구해서 고인이 이룩한 깊은 경지에 이르지 않고서는 그만두지 않으리라고 결심하였다. 당시 고봉(高峰)화상이 앙산사 설암스님의 허가를 얻어 천목산(天目山) 사자암(師子岩)에 주석하면서 사관(死關)을 세워 결코 선승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중봉스님을 한 차례 본 후 크게 기뻐하여 화두를 내려주었고 중봉스님도 힘써 정진하며 의문나는 점을 물었다. “금강경”의 ”여래의 무상정각을 짊어지고 [荷擔如來阿耨多羅三藐三菩提] ”라는 구절에서 환히 깨치고 이때부터 막힘없는 지혜변재를 지녀, 위로는 군왕․재상, 아래로는 삼교(三敎)의 준수한 인물에 이르기까지 모두 정성을 다해 도를 물었다. 그가 저술한 책과 어록 몇 권은 제자 칙천여(則天如)스님이 두루 수집하여 조정에 올려 대장경에 수록하였고 보응국사(普應國師)라는 법호를 추증(追贈)받았다.
스님의 풍채는 거룩하였고 조금이라도 머리를 숙이면 호흡이 고르지 못하여 항상 바로 보고 편안히 앉아 있었다. 법어를 청하면 두 사람의 스님에게 종이를 마주들게 한 후 붓 가는대로 글을 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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