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암잡록(山艤雜錄)

36. 8식 가운데 남아있는 무명의 뿌리

通達無我法者 2008. 3. 5. 21:49
 

 

 

36. 8식 가운데 남아있는 무명의 뿌리


강서의 절학 성(絶學誠)스님은 산사에 살며 세상에 나오지 않았는데 그 회하의 일곱 제자는 참선을 함께 하기로 맹세를 하였다. 그 중에 가장 어리면서도 경지가 탁월한 사람이 있었다. 성스님이 그를 시험해 보기위하여 삼관(三關)화두를 들어보이자 그는 마치 북을 치면 소리 울리듯 명확하고 신속하게 대답하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요절하여 산사의 아래 민가에서 다시 태어났는데 그의 부모에게 모두 현몽을 했었다. 5세가 되어 글을 읽어보라 하니, 낭랑하게 소리내서 읽으며 스승을 번거롭게 하는 일이 없었고 글의 뜻도 잘 분석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아버지가 그를 데리고 산사를 찾아 성스님을 친견하자 성스님은 그 아이에게 물었다.

”너는 전생에 나에게 답한 세 마디를 기억할 수 있느냐?”

”한번 말씀해 보십시오.”

성스님이 그 말을 꺼내자 머리를 끄덕이며 자기가 한 말이라고 수긍하였다. 성스님은 그의 부친에게 이 아이를 잘 보살펴 기르도록 부탁하였는데 이 일을 계기로 다른 사찰의 승려가 그의 집에 많은 재물을 주고 그를 제자로 삼아 어산범패(貌山梵唄)를 가르쳤다. 그 뒤로 시주 집의 청을 받고 범패를 하며 많은 보시를 얻게되자 교만하고 사치하는 마음이 동하여 세속의 비행을 자행하기에 이르렀다.

성스님은 이 일로 세 가지 대원(大願)을 세워놓고 학인을 채찍질하였다. 대체로 참선하는 사람들이 고요한 정(定) 가운데 어떤 환희를 얻게되면 잡된 시달림이 잠시 사라지고 밝은 지혜가 조금 나타나게 되지만 그것만으로 다 됐다고 할 수 없다. 무엇 때문일까? 팔식(八識) 가운데 아직도 무명(無明)의 뿌리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비유하면 바위 밑에 깔린 풀과 같으니, 바위를 들춰내면 깔렸던 풀이 다시 살아나리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후세 학인들은 이 점을 미리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