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대원경으로 서로를 비춰보다 / 고정 조명(古鼎祖銘)스님과 구양규재(歐陽唯齋)
고정(古鼎祖銘)스님이 항주 중축사(中竺寺)의 주지로 있을 때였다. 구양규재(歐陽唯齋)는 복건성 안렴사(按廉使)로서 임기가 만료되어 서울로 가는 길에 항주에 들러 고정스님을 찾아왔다. 정분어린 법담을 주고 받으며 열흘이 넘도록 머물다가 떠날 때 고정스님은 서호(西湖)까지 나가 송별하니 규재가 말하였다.
”이번에 헤어지면 다시는 만날 기약이 없겠습니다.”
”대원경(大圓鏡) 가운데서는 그대와 한 번도 이별한 일이 없습니다.”
이 말에 규재는 기뻐하였다. 그후 얼마되지 않아 고정스님이 경산사로 자리를 옮기자 규재가 게를 지어 보냈다.
스님만이 용무늬 솥을 들어 올리고
하늘의 제일 관문에 눌러 앉으셨으니
서호에서 헤어질 때 들려주던 대원경으로
희끗한 나의 모습을 비춰보고 계시리라.
上人方擧龍文鼎 坐斷凌霄第一關
湖上別來圓鏡語 想應照鬢我毛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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