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암잡록(山艤雜錄)

45. 희 태고(熙太古)스님의 학인지도

通達無我法者 2008. 3. 5. 21:55
 

 

 

45. 희 태고(熙太古)스님의 학인지도


천태산 명암사(明岩寺)의 희 태고(熙太古)스님은 정자사의 동서(東嶼)스님에게 오랫동안 귀의하여 그의 법을 이었다. 지정(至正) 병술(1346)년 정월 13일 나는 자택사(紫택寺)에서 명 성원(明性元)․서 영중(瑞瑩中) 두 스님과 함께 한암사(寒岩寺)의 향축담(香竺曇)스님을 방문하고 그 이튿날 태고스님을 찾아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두 스님이 행각에 지친 나머지 찾아뵙지 못하였는데 때마침 태고스님이 축담스님을 찾아왔기에 우리 세 사람은 객석에서 향을 올리고 예배를 드리자 태고스님은 느닷없이 우리에게 물었다.

”장주(藏主)는 오랫동안 축원(竺源)스님을 시봉하였으니, 세존께서 처음 하계에 내려오실 때 수많은 귀신을 만들어 냈다는데 그 말이 어디에 떨어지는지를 아는가?”

나는 이렇게 답하였다.

”맛있는 음식은 배부른 사람이 먹기에는 걸맞지 않습니다.”

태고스님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양손으로 위 아래를 가리키고 큰 걸음으로 사방을 돌아보면서 소리를 질렀다.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로다.”

아! 오늘날 큰스님들은 후학을 지도할 때, 보기 쉬운 것은 감추어두고 어려운 것만을 보여 후인을 농락하는 자가 많다. 그러나 태고스님의 그대로 보여주는 법문 [直閒擧話] 은 걸인의 방석 밑에서 천금 되는 구슬을 찾아내는 것과 같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