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唐)나라 지실(智實)스님이 낙양 근처에 살 때였다. 태종이 낙양에 행차하여 도사(道士)들이 승려들의 앞에 자리하도록 조서를 내렸다. 서울과 시골의 사문(沙門)들이 항의하였으나 당국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실스님은 황제가 탄 가마를 따라가며 표문(表文)을 아뢰고 그 잘못된 점을 끝까지 주장하였다. 황제는 재상 잠문본(岑文本)으로 하여금 설득하여 돌려보내게 하였다. 지실스님이 고집하여 조서를 받들지 않자 황제가 진노하여 스님을 조당(朝堂)에서 매를 때리게 하고, 속복을 입혀 밖으로 유배케 하였다.
어떤 사람이 그가 진퇴(進退)를 헤아리지 못하였다고 나무라자, 스님은
"나도 처음부터 형세가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끝까지 다투었던 까닭은 후세에 대당(大唐)에 스님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하고자 함 때문이었다."
하니,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이 탄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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