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문숭행록(緇門崇行錄)

(제2장)13. 세속 일을 담론하지 않다〔不談世事〕

通達無我法者 2008. 3. 10. 15:40

 

 

 

송(宋)나라 광효 안(光孝安)스님이 청태사(淸泰寺)에 머물고 계실 때, 선정(禪定)에 들어간 상태에서 두 스님이 기둥에 기대어 서로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천신(天神)이 호위하고 경청하더니, 한참 있다가는 뿔뿔이 흩어져 가버렸다.   다음에는 악한 귀신이 침을 뱉고 욕을 하더니, 마침내는 두 스님의 발자취까지 쓸어버렸다.   그 까닭을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하였다.

   "두 스님이 처음에는 불법(佛法)을 의론하더니 다음에는 오랫만에 만난 안부를 물었으며, 끝으로 세속적인 살림살이에 대해 얘기했기 때문입니다."

   안스님은 이로부터 종신토록 세상일에 대해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찬탄하노라.

 

   옛사람은 생사를 위해 행각하였다.

   스승과 도반을 만나기만 하면

   쉬지 않고 힘써 이 일을 의론하였다.

   어느 겨를에 다른 것을 논의하였겠는가?

   요즈음 사람들은 종일토록 잡담만 하니

   위 두 스님 정도도 만나보기 힘들다.

   귀신이 곁에 있다면 또 어떻게 해야 하리오.

   아아!  두렵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