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문숭행록(緇門崇行錄)

(제3장) 4. 눈이 무릎 위까지 쌓이도록 서 있다〔立雪過膝〕

通達無我法者 2008. 3. 10. 15:58

 

 

 

위(魏)나라 신광(神光: 487~593)은 학문과 지혜가 세상에서 으뜸이었다.  

달마스님이 서역으로부터 중국으로 오자 신광이 찾아가서 그를 스승으로 섬기려 하였으나 달마스님은 한 마디도 해 주지 않았다.  

어느날 저녁, 큰 눈이 내리는데 신광은 뜰의 섬돌에 서 있었다.  

새벽이 되니 눈이 그 무릎 위까지 쌓였다.  

달마스님은 그제서야 뒤돌아보며,

   "오랫동안 눈 속에 서 있으면서 무엇을 구하느냐?"

하니, 신광은 울면서 말하였다.

   "스님께서 감로의 문을 여시어 뭇 중생〔群品〕을 널리 제도해 주시옵기를 바랄 뿐입니다."

   달마스님은 말하였다.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묘도(妙道)에는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애써 정진하며, 어려운 행도 실천해내고 참기 어려운 것을 참아 낼 수 있다 하여도 아직 이를 수 없다.  

그대는 지금 경박한 마음으로써 진승(眞乘)을 바라니, 부질없이 수고롭기만 할 뿐이다."

   신광은 꾸지람을 듣고 칼로 팔을 끊어 스님 앞에 바치니 스님께서 말하였다.

   "모든 부처님들이 도를 구할 때에도 법을 위해 몸을 잊으셨다.  

그대도 지금 팔을 끊었으니 도를 구하는 태도가 되었다."

   "저의 마음이 편안하질 않습니다.  

스님께서 마음을 편안케 해 주십시오."

   "마음을 가져오너라.   편안케 해 주리라."

   "마음을 찾아도 끝내 찾을 수 없읍니다."

   "벌써 그대 마음을 편케 하여 주었느니라."

   그리고는, 드디어 법을 전하여 2조(二祖)로 삼았다.

 

   찬탄하노라.

 

   2조께서 법을 얻음은

   참으로 지극한 정성으로 말미암은 것이니

   기연이 이미 익어

   바늘 끝으로 개자를 뚫은 것이요

   반드시 팔을 끊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겉모습만 흉내내면서

   칼 가는 데 힘을 쏟는다.

   아아,

   법을 전하는 데 반드시 팔을 끊어야 한다면

   모든 조사들은 온전한 팔이 없을 것이다.

   부처를 이루는 데 반드시 몸을 태워야 한다면

   모든 성인들은 살아서 밥먹을 수가 없으리라.

   번뇌의 팔을 끊고 무명의 몸을 태워야 하니

   원컨대 참선하는 납자여, 힘쓸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