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문숭행록(緇門崇行錄)

(제3장) 5. 스승 떠났던 것을 스스로 책망하다〔離師自責〕

通達無我法者 2008. 3. 10. 15:59

 

 

 

당(唐)나라 청강(淸江)스님은 어려서 세상이 허깨비나 물거품 같다는 것을 깨닫고, 담임율사(曇一律師)께 예의를 갖춰 스승으로 모셨다.   경법(經法)을 읽고 외움에 보는대로 훤히 알았으니 식견이 있는 사람들은 말하기를,

   "이 납자는 하루에 천 리를 달리는 준마로다."

라고 하였다.   하루는 스승과 약간 뜻이 어긋나서 스승을 버리고, 각지로 떠돌아다니며 널리 큰 스님들의 법회(法會)를 두루 편력하였다.   그러나 스스로 책망하면서 이렇게말하였다.

   "천하를 반쯤 돌아다녔으나 나의 본래 스승 같은 분이 드물구나."

   그리고는 스승이 계시는 곳으로 되돌아왔는데 마침 스님들이 모여 있을 때였다.   그는 가시나무를 등에 지고 큰 소리로 말하였다.

   "제가 다시 스님께 귀의하고자 합니다.   거두어주시옵기를 바라옵니다."

   그 때 담일스님은 꾸짖고 욕을 하였다.   청강스님은 눈믈을 비오듯이 흘리면서 참회하며 말하였다.

   "그 때 생각은 무지(無知)하였읍니다만 지금 마음은 깨우친 바가 있읍니다.   스님께서는 큰 자비를 베푸시어 기쁜 마음으로 받아주시기를 바랍니다."

   슬프게 간청하기를 몇 번이고 하자 담일스님은 그를 연민히 여기시고 드디어 그전처럼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허락하였다.   담일스님이 돌아가시자 청강스님은 혜충국사(慧忠國師)를 찾아 뵙고 심요(心要)를 은밀히 전수받았다.

 

   찬탄하노라.

 

   스승을 버리고서 잘못임을 알았고

   꾸지람과 욕을 듣고서도 물러나지 않았으니

   총명하고 성실하다 할 만하다.

   끝내는 심인(心印)을 전수받았으니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저 신심 없는 부류들은

   조금만 미워해도 가서 영영 돌아오지 않고

   약간만 꾸짖어도 원한을 품고 잊질 않으니

   무릇 눈 밝은 스승을 만났으나 끝내 무슨 이익 있으리오.

   제왕을 만나서도 한 자리 얻지 못한 것과 같으니

   애석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