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唐)나라 초현 통(招賢通)스님은 젊어서 6관(六官: 당나라 後宮의 官名)의 태사(太使)가 되었다. 후에 조과(鳥窠)스님에게 나아가 출가할 뜻을 말씀드리니 스님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도 분연히 출가할 뜻을 밝히니 마침내 머리를 깎아 주었다. 옆에서 시봉하면서 부지런히 애를 쓰고 게을리하지 않았으나, 16년이 지나도록 법에 대해 말씀해 주신 적이 없었다. 그래서 떠나려 하니 조과스님이 물었다.
"어디로 가려는가?"
"제방(諸方)에서 불법을 배우려고 합니다."
그러자 조과스님이,
"불법(佛法)이라면 여기에도 조금은 있지."
하시고는 모포(毛布)를 집어드니, 이것을 보고 스님이 크게 깨쳤다. 그래서 그를 모포시자(毛布侍者)라고 불렀다.
찬탄하노라.
사람들은 시자가 모포 아래서 깨치는 것만 보았지
16년 동안 베를 짠 노력은 알지 못한다.
여러 해 동안의 신고(辛苦)가 없었다면
어떻게 오늘이 있었겠는가?
눈 밝은 스승을 만난 수행자들이여,
조급한 마음을 가가지 말 것을 바라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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