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宋)나라 원조 종본(圓照宗本 : 1020~1099)스님은 영안사(永安寺) 승공(昇公)스님을 스승으로 하였는데, 스님은 총림에서 그 도력이 존대되어 귀의하는 자들이 구름같이 몰렸다. 종본스님은 떨어진 옷 때묻은 얼굴로 물긷기. 절구질. 밥 짓는 일을 하며 대중들에게 공급하였다. 그리고는 밤이면 입실(入室)하여 도를 참구하자 승공스님이 말하였다.
“두타행(頭陀行)을 하며 대중의 수고를 걸머지고 있으니 피로하지 않느냐?”
종본스님이 말하기를,
“한 법이라도 버린다면 완전한 깨달음〔滿足菩提〕이라 하지 못 할 것입니다. 기어코 이 생에서 깨닫고자 하는데 감히 수고롭다 하겠습니까?”
라고 하였다.
찬탄하노라.
여러 일을 맡아보면서도
경론을 연구함에 막힘이 없고
밥 짓는 일 하면서도
입실하여 도를 참구함에 방해되질 않았다.
요즈음 사문들은 소매를 늘어뜨리고 공양을 받으면서도
“나는 도를 맡은 사람이고,
그대들은 일을 맡은 자라." 하니
어찌 그리도 옛날과 다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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