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문숭행록(緇門崇行錄)

(제10장)10. 종을 두드려 지옥의 괴로움을 뽑다〔扣鐘拔苦〕

通達無我法者 2008. 3. 10. 21:00

 

 

 

수(隋)나라 지흥(智興 : 588~632)스님은 대장엄사(大莊嚴寺)에 거처하면서 종치는 일을 맡아 보았다.

   대업(大業) 5년에 있던 일이다.   함께 있던 삼과(三果)스님의 형이 어가(御駕)를 따르다 도망쳐 버렸는데 그 아내 꿈에 도망했던 남편이 말하였다.

   “나는 팽성(彭城)에 이르러 병이 나서 죽었다.   지옥에 떨어졌으나 장엄사에서 울리는 종소리의 메아리가 지옥을 진동하는 덕분에 해탈할 수 있었다.   그 은혜를 갚고자 하니 비단 10필을 바치도록 하라.”

   그의 아내가 비단을 바치자, 지홍스님은 대중들에게 나누어주어 버렸다.   대중들이 종을 치는데 어떻게 감응이 이르렀는가를 묻자, 지흥스님은 말하기를,

   “내가 처음 종을 치면서 축원하기를 ‘모든 성현께서는 도량으로 함께 들어오시길 원하옵니다’ 하면서 세 번을 치고, 이어서 길게 치면서 또 축원하기를 ‘모든 악취(惡趣)세계는 나의 종소리를 듣고 다 함께 고뇌를 떠나게 해주십시오’ 한다네.”

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엄동설한에 꽁꽁 얼어붙어 피부가 트고 주름살이 져 손바닥에 피가 엉긴다 해도 종치는 일을 그만두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