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唐)나라 도선(道宣 : 596~607)스님은 성이 전씨(錢氏)였다.
처음 스승에게 계율에 관한 강의를 한 번 듣고 즉시 사방으로 유람하려 하였다.
스승이 꾸짖어 이르기를,
“먼 길은 가까운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수행하고 버리는 데도 때가 있는 법이다.”
라고 말리고는 강의를 10번 듣게 하였다.
그 후 계율을 엄격하게 지켜 세상에서 희유한 존재가 되었다.
한밤중에 산길을 오르다가 돌계단에 걸려 넘어졌는데 갑옷 입은 천신이 그를 부축하므로 어떤 신이냐고 묻자,
“저는 박차천왕(博叉天王)의 아들 장경(張瓊)입니다.
스님의 계덕이 고묘(高妙)하기 때문에 호위하라 보내셨습니다.”
라고 대답하였다.
드디어 스님이 부처님 세상에 대해 자세히 묻자, 낱낱이 조목을 들어서 대답해 주고는 불아보장(佛牙寶掌)을 주어서 이로써 신(信)을 표시하였다.
스님의 호를 남산교주 징조율사(南山敎主澄照律師)라고 하였다.
찬탄하노라.
계율은 현묘한 도리도 아니며
도선스님은 근기가 둔하지도 아니한데
무엇 때문에 오래 머물러 10번이나 듣도록 하였을까?
계율로 말미암아 도의 근본이 이루어지니
골수까지 스며들어 그 견고함이 변치 않게 하고자 함이다.
요즈음 계율을 수지한 자들은
한 번 받은 뒤에 높은 집에 묶어두고
대략이나마 그 의미를 연구하지도 않으니
더구나 스승의 10번 강의를
제자가 또한 10번을 듣겠는가.
도선스님의 스승도 범상한 인물이 아니며
율사 같은 대현인이 그 문하에서 나왔던 것도
유래가 있었다는 사실을
내 이로써 알 수 있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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