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

[성철스님] 본지풍광(本地風光) / 주장자

通達無我法者 2008. 3. 19. 11:27
본지풍광(本地風光)

주장자

그대에게 주장자가 있으니 그대에게 주장자를 주고
그대에게 주장가가 없으니 그대에게서 주장자를 빼앗는다.
개구리는 범을 삼키고 사자는 병든 개로 변하니
무쇠를 팔아서 금을 사고 교묘함을 장난하여 옹졸함이 되었네.
남산에 구름 일어나니 북산에 비 내리고
동쪽 집에서 바라 치니 소쪽 집에서 춤춘다.

주장자가 있는데 어째서 주장자를 주며, 주장자가 없는데 어째서 주장자를 빼앗는다고 하는 것입니다. 혹 이것을 잘못 해석하면 주장자를 쓸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주장자를 주지 않는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절대로 그런 뜻이 아닙니다. 또 어찌 개구리가 범을 집어삼키고 사자가 변해서 병든 개가 될 수 있냐는 것인데 여기에 깊은 뜻이 있습니다.
쇠 같은 못 쓸 것을 팔아서 금덩어리를 얻고 아주 묘한 재주를 가진 사람이 결국 아무짝에도 못쓰는 사람이 되었더라 하니 이건 서로 반대입니다. 그런데 남산에 구름이 일어나는데 비는 북산에서 오고, 바라는 동쪽에서 치는데 춤은 서쪽 집에서 추더라는 것입니다.
이 뜻을 알면 그 앞에서 말한 주장자 있으면 주장자를 주고 주장자가 없으면 주장자를 주지 않는다는 뜻을 확실히 알 수 잇는 것입니다.

*분양스님이 대중에게 말해였다.
“주장자를 알면 한평생 공부를 마치느나라.”
늑담스님이 말하였다.
“주장자를 알면 지옥에 떨어지는 화살 같도다.”

두 스님은 천고에 유명한 대도인 스님인데 어째서 한 분은 주장자를 바로 아 것 같으면 “공부를 다 성취했다..” 하고 한 분은 주장자를 바로 알면 지옥에 떨어지기를 화살같이 한다고 말했을까 하는 의문입니다. 그러니 두 스님 가운데에 한 분은 틀리지 않았겠냐는 것입니다. 그렇지만은 거기에 서로 깊은 뜻이 있습니다.

이 법문에 대해서 스님께서 다음과 같이 착어하였다.

법으로는 바늘 하나도 용납하지 않으나 사사私事로는 수레와 말이 통하느니라.

*낭야 각선사가 송하였다.
분양汾陽의 주장자여, 천하에 참선에 참선하는 이를 달음질치게 하니
가을 바람은 화살 같이 빠르고 봄비는 기름같이 부드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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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문에 대해서 스님께서 다음과 같이 착어 하셨다.

그대는 남쪽 축상潚湘으로 가고 나는 북쪽 진秦나라로 가노라.

*지해 일선사가 상당하여 이 법문을 들어 말하였다.
“이 두 큰스님이 한 사람은 나오고 한 사람은 들어가며. 반은 합하고 반은 여니 이는 방패와 창이 서로 마주침이다. 천복은 그렇지 않아 주장자를 아니, 달을 그리매 찬 빛이 있고, 구름을 가리키니 가을 조각이 옮겨간다.”

이 법문에 대해서 스님께서 다음과 같이 착어하였다.
추운 곳에 불을 피우고
시끄러운 시장에서 조용히 망치를 친다.

운문스님이 주장자을 들어 대중에게 보이고 말하였다.
“주장자가 변화하여 용이 되어 하늘과 땅을 삼켜 버렸다. 그렇다면 산하대지를 어느 곳에서 보겠느냐?”
이 법문에 대해서 스님께서 다음과 같이 착어하였다.

가는 것은 물이 끝난 곳에서 다하고
앉아서 구름 일어남을 보는 때로다.

가다가다 저 깊은 산 속을 가다 보면 구경의 물이 나는 수원지 그 곳에서 길이 완전히 끊어져 버리고, 가만히 앉아서는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나서 하늘에 둥둥 떠다니는 것을 보는 때라는 것입니다. 이 뜻을 바로 알면 운문스님이 주장자가 용이 되어 삼천 대천 세계를 삼켰는데 산하대지를 어느 곳에서 찾을 수 있느냐, 하는 뜻을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삽계 익선사가 송頌하였다.
산은 첩첩하고 물은 철철 넘치니
하늘가에 노는 이는 빨리 돌아오리로다.
용문龍門을 뚫으려 하니 복숭아꽃 물결쳐 흐르고
바람과 우뢰를 기다림이 언제부터인가?
집에 돌아오니 아무 일 없고
연기 가득 찬 마을에 두견새 울음만 들리네.

실지로 내가 참으로 공부를 열심히 해서 도를 성취해 가지고 공안을 터득하여 자성을 완전히 깨쳐서 보니 다른 일은 아무 것도 없고 연기가 가득한 마을에 두견새가 울고 있더라는 것입니다. 이 뜻을 바로 알면 운문스님의 법문의 뜻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이 법문에 대해서 스님께서 다음과 같이 착어하였다.

한 점 물먹이 두 곳에서 용이 되도다.

이에 주장자를 세우고 말씀하였다.
“분양과 운문의 주장자는 묻지 않거니와 말해 보라.
이에 주장자는 필경 어느 곳에 떨어져 있느냐?“

앞의 분양스님과 운문 스님의 주장자 법문을 분명히 알 것 같으면 이 주장자가 떨어져 있는 곳을 분명히 알 것입니다. 그렇지만 앞의 법문을 알지 못하면 이 주장자가 떨어진 곳을 전혀 알지 못합니다.

주장자를 한 번 내려치고 말씀하였다.
“천둥 치는 한 소리에 천지가 무너지니
천문天門과 만호萬戶가 모두 활짝 열리네.“


*분양선소分陽善昭/947년-1024년. 임제종, 수산 성념首山省念의 법사, 남악하 9세. 분양소선사어록 3권이 있고, 그 제2권에 있는 선현일백칙을 분양송고라 하는데 설두송고의 한 원형이다.
*낭야혜각廊揶慧覺/송대의 사람으로서 생몰연대 미상. 운문종, 분양선소의 법사. 남악하 10세.
*지해본일 智海本逸/송대의 사람으로서 생몰연대 미상. 운문종 개선 선섬開先善暹의 법사. 청원하 10세
*삽계익霅溪益/생몰연대 미상. 선문염송집에 그 이름이 나오나 전기 불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