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

[성철스님] 본지풍광(本地風光) / 하나를 들 것이요

通達無我法者 2008. 3. 19. 11:29
본지풍광(本地風光)

하나를 들 것이요

주장자 한번 내려치고 말씀하되,
“남두南斗는 칠이요 북두北斗는 팔이로다.”

남두나 북두는 별이라 일곱인데 어째서 남두칠성은 별이 일곱 개라 하고 북두 칠성은 별이 여덟 개라 했는가.

또 주장자 한번 치고,
“보살의 얼굴이요 야차夜叉의 머리로다.”

얼굴은 자비로운 보살의 얼굴이나 머리는 귀신 중에도 가장 간악한 귀신인 야차의 머리를 하고 있더라.

주장자는 무릎 위에 가로 놓고 말씀하였다.
“갑자을축甲子乙丑은 바다 가운데 금이요
병인정묘丙寅丁卯는 화로 가운데 불이로다.
둥지의 새는 바람 불 줄 알고 구멍의 벌레는 비 올 줄 아니
조주는 본디 동쪽 집의 서쪽 방에 산다.
밤에도 밝은 주렴 밖이여, 풍월이 낮과 같고
마른 바위 앞이여, 화초가 언제나 봄이로다.”

*건봉스님이 대중에게 말하였다.
“하나를 들 거이요 둘은 들지 말 것이니, 한점을 놓치면 둘째에 떨어지느니라.”
운문스님이 나서서 말하기를,
“어제 어떤 사람이 천태산天台山에서 왔다가 도로 경산徑山으로 갔습니다.”

대개 이 법문을 어떻게들 많이 생각하느냐 하면 누구든지 법문을 할 때에 제일구 법문을 해야지 제이구 법문을 하지 말아라. 까딱 잘못하면 제이구에 떨어지게 된다고 이런 해석을 많이 합니다. 만일 이것으로써 근본 뜻으로 알고 바른 해석이라 하면 그것은 불법을 꿈에도 못 봤다는 말입니다. 뜻은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니, 건봉스닙이 말하되
“*원주야, 내일 *보청菩請하지 않는다.”
하고, 법상에서 내려왔다.

여기에 아주 깊은 뜻이 있습니다. 이 뜻을 바로 알 것 같으면 일체 공안에 걸림이 없습니다. 일체 불법에 대자유한 선지식이 될 것이며 대도인이 될 수 있습니다.

간반 꿈이 불길하니 문에 대길이라 써 붙인다.

밤에 아주 나쁜 꿈을 꾸었는데 그 때는 그 꿈을 대문에 써 붙일 것 같으면 그 꿈이 참으로 좋은 꿈이 된다는 말입니다. 이것은 건봉스님과 운문스님의 법문을 바로 소개한 것입니다.

*초석 기선사가 송하였다.
붉은 까마귀 날고 흰 토끼 달아나니
산차山茶의 꽃이요 수주水酒의 버들이로다.
짝짝은 쌍雙이 되지 못하고 삼삼三三도 또한 아홉 아니니
밤에는 바다 밑에서 금등金燈을 끄집어 내고
새벽에는 남쪽으로 서서 북두를 본다.

바다 속에 어찌 등불이 있을 수 있나, 있을 수 없는데 참말로 바다 속에 언제나 켜 있는 이 등불을 바로 알아야 합니다. 또 서기는 남쪽으로 섰는데 어떻게 북쪽을 볼 수 있느냐 말입니다. 이것은 미친 소리가 아니고 다 깊은 뜻이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어떻게 노력해서든지 바로 알아야 합니다.

촌 늙은이 두두둥 북치며 강 귀신에게 제사 지낸다.

앞의 법문하고 촌 늙은이가 강가에서 물귀신에게 제사 지내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 말입니다. 이것을 바로 알아야 합니다.

대혜선사가 말하였다.
“건봉은 낯 씻다가 코를 만지고, 운문은 밥 먹다가 모래를 씹는다. 두 사람이 갑자기 서로 만나니 본디부터 옛 원수로다. 그러나 늙은 오랑캐의 이해함은 허락지 않는다.”

이슬마다 비친 달과 하늘의 은하수요
눈 덮인 소나무와 구름에 잠긴 봉우리로다.

죽암 규선사가 법상에 오르니 어떤 중이 물었다.
“건봉스님이 말하기를, ‘하나를 들고 둘은 들지 말 것이니 한점을 놓치면 둘째에 떨어진다’고 한 뜻이 어떠합니가?”
“머리 위는 하늘이요 발 밑은 땅이로다.”

이 법문만 보더라도 건봉스님 법문의 뜻이 제일구 법문을 해야지 제이구 법문을 하면 안 된다는 말입니다.

조주의 맑은 차요 운문의 둥근 호떡이로다.

대혜선사가 구선에게 물었다.
“건봉이 말하기를 ‘하나를 들고 둘은 들지 말 것이니 한점을 놓치면 둘째에 떨어진다’고 한 뜻이 어떠한가?”
“정신이 맑고 맑을 때에는 정신이 맑고 맑으며, 정신이 어둡고 캄캄할 때에는 정신이 어둡고 캄캄합니다.”

대혜스님 회상에 깨친 스님이 계셨는데 그 스님을 아무리 부조실로 모시려 해도 승낙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인데 어찌 부조실을 할 수 있을까 보냐”고 사양만 하고 저 끄트머리 자리에 앉고는 했습니다. 그 무렵에 대혜스님은 이천 명 대중을 거느리고 있었는데, “그건 그만두고 내가 자네한테 하나 물어 볼 것이 있는데 대답해 보라”하면서 이 건봉스님의 법문을 물으니 앞과 같이 대답하였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 아이들 장난 같은 말 같지만 실제로 이 뜻을 바로 알면 건봉스님의 뜻을 바로 아는 동시에 확철히 바로 깨친 사람입니다. 그러자 대혜스님께서 “이렇게 분명히 바로 깨쳐서 바른 법문을 하는데 어째서 부조실을 할 수 없느냐. 자 대중이 다 모셔라”하니 대중이 손가마를 해서 부조실 방에 모시고 절대로 다른 곳으로 모 가도록 한 일화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깊은 뜻이 있습니다.

천당과 지옥문이 서로 마주하였네.

대중들이여, 하나를 들고 둘은 들지 말 것이니 한 점을 놓치면 둘째에 떨어진다는 뜻이 필경 어떠한가?

한참 묵묵한 뒤에 말씀하였다.
우물 밑의 진흙소는 달보고 소리 치고
구름 사이 나무말은 바람에 우는구나.

내가 흔히 상당법문을 하면 “자꾸 우리가 알아들을 수 없는 이런 말만 하니 도저히 듣기 딱하니 좀 알아들을 수 있는 법문을 해 주십시오”하는 요청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언제든지 청천백일靑天白日로 누구든지 다 알 수 있고 볼 수 있고 누구든지 다 들을 수 있는 법문을 했지 조금도 남이 알아들을 수 없는 법문은 한 일이 없습니다.
만일 내 법문을 알아듣지 못했다면 그 사람의 귀가 어둡고 눈이 어두운 것이니, 귀 어두운 사람 자신이 어떻게 해서든지 자기 어두운 귓병을 치유해서 귀를 뚫을 작정은 하지 않고, 눈 어두운 사람이 보지를 못하면 무슨 수를 써서든지 눈을 뜨고 물건을 보기에 이르도록 노력을 하지 않고, 자꾸만 내가 귀 어두운 사람이니 듣게 해 달라, 내가 눈 어두운 사람이니 눈뜨게 해 달라고 조르니, 이런 일이 참 딱하다 그 말입니다. 예전 큰스님 말씀이 “우리 스님 도가 높거나 덕이 높은 것을 중히 여기지 않고 다만 나를 위해 해석해 주지 않는 것을 중히 여긴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해석을 하면은 그 해석이 떨어져 영원히 깨치지를 못하는 것입니다.
공안을 해석해서는 영원히 깨치지를 못하는 것이니, 자기 귀로 듣고 자기 눈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은 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지 노력해서 자기 귀로 듣고 자기 눈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하기 위해서 화두만 열심히 시킬 뿐이지 해설은 하지 않습니다. 해설을 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무슨 청을 하더라도 법문 해설은 안 하는 것입니다. 이 상당 법문을 확실히 알려면 눈감고 귀 먹고는 안 되는 것이니 눈을 번쩍 뜨고 귀를 활짝 열어가지고 볼 것 같으면 실지로 이 시방세계 그대로가 광명천지며 시방세계 이대로가 무진법문 아님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왜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앉아서 들리지 아니한다 보이지 아니한다고 한탄만 하느냐 말입니다.
내가 열흘 동안 대학생들을 위해서 쓸데없는 소리를 많이 했는데 결국은 어디가서 귀착되느냐 하면 개인이 누구나 다 영원한 생명 속에 무한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누구든지 영원한 생명 속에 무한한 능력을 가진 이것을 개척할 것 같으면 부처도 될 수 있고 조사도 될 수 있고 참으로 시방세계를 내 집같이 돌아다니면서 일체중생을 위해서 영원히 살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내가 지금까지 입이 아프도록 이렇게 말했으면 이것을 등한히 생각말고 우리가 본디 가지고 있는 영원한 생명 속에 있는 무한한 능력을 하루빨리 개발해야 되는 것입니다. 이것을 개발하려면 어떠한 방법을 써야 하느냐 하면 화두를 자나깨나 잊지 말고 부지런히 참구해서 화두를 바로 알아야 하지 화두를 바로 알기 전에는 눈도 뜰 수 없고 귀도 뚫을 수 없고 이 법문을 바로 들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들의 근본 총회향은 어디서 와야 하느냐 하면 화두를 부지런히 해서 화두를 바로 깨치는 여기에 총회향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건봉乾峰/당말의 사람. 생몰연대 미상. 조동종, 동산 양개의 법사. 청원하 오세.
*전좌典座/총림에서 스님들의 공양을 만들어 올리는 직위.
*보청菩請/대중스님들을 두루 청하여 일하는 것을 말함. 울력.
*초석楚石 범기梵琦/1296∼1370. 임제종 양기파, 원수元搜 행단行端의 법사. 남악하 이십세.
*구선九仙 법청法淸/송대의 사람. 생몰연대 미상. 임제종 황룡파, 혜일慧日 문아文雅의 법사. 남악하 십사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