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생불멸 不生不滅
ㅡ나지도 멸하지도 않는 불생불멸不生不滅
불생불멸不生不滅 , 생겨나지도 없어지지도 않는 그 무엇? 세상에 이런 것이 있을까요?
그 무엇을 생명체로 생각한다면 태어나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것이어야 하고, 무생물체라고 가정하면 만들어지지도 없어지지도 않는 것이 있느냐? 라는 질문과도 같습니다. 당연히 없다고 생각하시겠지요. 맞습니다. 그러나 또한 틀리기도 합니다.
이 중이 또 수작 부린다고 생각하실 분이 계시겠지만, 이 불생불멸의 이치를 잘 말씀드려야 반야심경의 해설이 제대로 되는 걸 어찌합니까? 도대체 이런 논리가 어떻게 성립될 수 있겠느냐는 의심을 내어 해결해야 불법에 한 걸음이라도 가까이 다가가는 것입니다.
이런 방법으로 접근해 봅시다. 죽음과 없어짐은 왜 있는 것일까? 답은 태어나고 만들어짐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아예 태어나지도 만들어지지도 않으면 죽음을 맞이하는 일도 없어질 일도 없다는 말입니다. 이 말은 죽기 싫으면 애초에 태어나지 않으면 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불교에서 업業에 의한 과보로 태어남과 죽음을 돌아가며 겪는 일을 윤회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윤회는 고통이니, 마음 잘 닦아 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나라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실제로 싯타르타 태자로 출가하여 부처를 이룬 석가모니는 '죽지 않는 법'을 찾기 위해서 수행한 것입니다. 그래서 그 답을 아예 ‘태어나지 않으면 되는구나'에서 찾은 것입니다. 그런데 반야심경에서는 골치 아프게 '제법공상'諸法空相(불법의 공한 성품) 중의 하나가 불생불멸이라 했으니, 그렇다면 석가모니는 분명히 인간으로 태어났고 태어나서 깨달은 법은 도대체 어찌되느냐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이 책을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은 제가 수습하지도 못할 문제를 뜬금없이 제기할 정도의 무모한 중은 아니라고 믿으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럼 과연 부처님이 깨달은 '법'이 무엇인지 아함경을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부처님은 아함경에서 '이것이 있음으로 저것이 있고, 저것이 있음으로 이것이 있다. 이것이 일어남(生)에 저것이 일어나고, 저것이 일어남에 이것이 일어난다. 이 진리는 내(석가모니)가 나기 이전에도 존재하였고, 내가 멸滅한 후에도 존재할 것이다.'라고 불생불멸의 법에 대해 말씀하시고 계십니다. 이 법法이 바로 다 알고 계신 연기법緣起法입니다.
그런데 이 간단한 연기법 속에서 반야심경의 공空을 보아야 깨달은 것이 됩니다. 공은 다시 물질의 실상을 여실히 보는 것이라고 색의 설명에서 말씀드렸고, 그 물질의 실상은 우리의 상식이나 습득한 지식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고도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우주의 모습이고 나의 실체라고도 하는 것입니다. 결국 이 모든 것이 '나지도 멸하지도 않는 법'을 설명하는, 반야심경에서의 불생불멸不生不滅을 뜻하는 것입니다.
※ 성법스님 저서 '마음 깨달음 그리고 반야심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