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이야기·이규행

40. 신광의 십계(十戒)

通達無我法者 2008. 9. 22. 18:37

 

 

신광의 십계(十戒)

“恩愛 탐하고 名利 다투어선 안된다”

佛規 엄수하고 청정
욕념 일으키지 말라
망어 경계하라



신광은 비록 꿈을 꾸고 있을지언정 전혀 꿈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달마에 대한 궁금증으로 목이 말랐다. 염군에게 빌다시피 하면서 물었다.

“어째서 달마 대사만은 명부의 사자도 손길을 미칠 수 없는지 가르쳐 줄 수 없겠소?”“그것을 가르쳐 주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오. 그 사람은 천명(天命)을 받았기 때문이오.”“천명이라니요?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오?”
“천명이란 상천(上天)의 특명을 받들어 도맥(道脈)을 이으며, 시대를 주름잡고 사람들의 심안(心眼)을 뜨게 하는 것을 이름하는 것이오. 천명을 받은 사람은 구수심인(口授心印)으로 사람들을 삶과 죽음에서 해탈시키고 마침내 열반에 이르는 법을 전수할 수 있소.”“그 법을 전수받으면 누구든지 생사(生死)에서 벗어나고 지옥의 사자인 당신들의 영향을 물리칠 수 있습니까?”“그렇소. 하지만 그 법은 아무에게나 전수되는 것이 아니오. 지금까지 단전독수(單傳獨授)로 전해졌고 앞으로도 오직 한 사람에게만 전수될 것이오. 그 법을 얻은 사람은 즉신성불(卽身成佛)을 이루었으므로 사람의 몸이지만 사람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오. 무릇 설법만 일삼는 수행자는 단지 구두삼매(口頭三昧)로 염불을 하고 맹목적인 수련에 매달릴 뿐 심전(心傳)의 진법을 구하려 하지 않으니 안타까운 일이오. 흔히 수행자들은 입으로 해탈을 말하고 있지만 사실 해탈은커녕 우리들의 손길마저도 벗어날 수 없소.”이런 설명을 들은 신광은 참담한 느낌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무엇이라고 대꾸하고 싶은데 입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그때 열 사람의 염군 가운데 한 사람이 신광의 목덜미를 잡아끌면서 포박하려고 했다.

“자, 시각이 되었소. 우리를 따라 저승으로 갑시다.”
신광은 이승의 인연이 이것으로 끝나는가 싶어 눈물이 앞을 가렸다. 엉엉 울면서 땅바닥에 부복해 애걸했다.

“저의 죄를 용서해 주시고 어떻게 해서라도 당장의 죽음을 면하게 해 주옵소서. 간절히 바라옵니다.”“그건 안 될 일이오.”
“하지만 저의 한 가지 소원만은 꼭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달마 대사를 찾아 가서 용서를 받고 나아가서 가르침을 받을 때까지 시간을 주실 수 없겠습니까?”“인연이란 다 때가 있는 것이오. 때가 무르익었을 때와 그렇지 않은 때가 확연하게 다르오. 더군다나 당신은 스스로 인연을 차버린 사람이 아니오. 더 이상 시간을 줄 순 없소.”“그러지 마시고 제발 사흘만 말미를 주옵소서. 그때가 지나면 명하신대로 따르겠습니다.”열 사람의 염군은 무서운 얼굴을 조금 누그러뜨리더니 무엇인가 상의했다. 이윽고 염군 한 사람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좋소. 당신이 49년 동안 행한 설법과 불자를 인도한 공덕을 참작하여 3일간의 유예를 주겠소.”신광은 너무나 감격했다. 약속대로 달마 대사에게 갈 것을 다짐하면서 눈물을 펑펑 쏟았다. 신광이 눈물을 닦고 눈을 떠보니 열 사람의 염군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신광은 꿈에서 깨어났지만 아무래도 꿈 같지가 않았다. 모든 것이 너무나 생생했다.

신광은 두 무릎을 꿇고 합장한 채 크게 반성했다. 비록 꿈에서 한 다짐이지만 그대로 실천하기로 작정하고 서둘러 길 떠날 채비를 했다. 신광의 수상쩍은 행동에 제자들은 크게 당황했다.

“스승님, 도대체 어디를 가시려고 그러십니까? 이렇게 갑자기 떠나시면 저희들은 누구의 가르침을 받아야 합니까. 제발 고정하시고 떠나지 마시옵소서.”그러나 신광은 끝내 결심을 꺾으려고 하지 않았다. 수많은 제자들이 울부짖으며 붙잡으려고 애썼으나 막무가내였다.

“나는 생사를 초탈하고 길을 얻기 위해 반드시 달마 대사를 찾아뵈어야 한다.”“아니, 스승님 같으신 분이 그 늙은 중에게 배울 것이 무엇이 있다고 그러십니까. 정 가시겠다면 얼굴만 보고 즉시 돌아오시도록 하시지요.”“자네들은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를 잘 듣게. 나는 지금 한마음으로 참법을 구하고자 하는 생각뿐일세. 여태까지 나는 종일토록 설법해 왔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정법을 얻지 못했네. 자기의 생사도 구제하지 못하면서 어찌 다른 사람의 고액(苦厄)을 진멸할 수 있겠는가. 훗날 정과(正果)를 성취하게 되면 반드시 이곳으로 돌아와 자네들을 제도하고 열반을 증( )할 것이니 그리 알게. 우리가 맺은 사제의 정을 내가 어찌 모르는 척하고 팽개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지금은 아닐세. 만약 그 정에 얽매여 뿌리치지 못하면 지옥에 빠질 뿐이네.”신광의 눈에선 눈물이 흘러내렸고 목소리는 비감하다못해 절절했다. 제자들은 너무나 큰 충격으로 할 말을 잊었다. 스승 앞에 엎드려 이별의 슬픔을 곰씹을 뿐이었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절 안이 온통 적막으로 뒤덮인 듯 고요했다. 이윽고 신광이 제자들에게 입을 열었다.

“내가 떠나기 전에 그대들에게 특별히 당부할 것이 있네. 그대들은 나의 당부를 실행해 주기 바라네. 오늘 내가 떠나면 각자 집으로 돌아가서 내가 한 말을 마음에 담고 불퇴전(不退轉)의 각오로 수행에 임해야 하네. 내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테니 꼭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할 수 있겠는가.”제자들은 일제히 머리 숙여 다짐의 뜻을 표했다. 신광은 근엄한 목소리로 10가지 사항을 교시하며 당부했다.

첫째, 부처님께 귀의함에 있어 오로지 진심으로 해야 한다. 은애(恩愛)를 탐하든가 명리(名利)를 다투어서는 안 된다. 부처님과 더불어 한시도 떨어지지 말고 가까이 하라. 하루 네 차례 즉 자(子) 묘(卯) 오(午) 유(酉)의 시각에 신향(信香)을 올려 부처님의 은혜에 보답하라. 내가 염군의 손을 벗어나지 못한 것은 무명(無明)에서 헤어나지 못한 탓이다. 그대들은 번뇌를 감내하고 내가 한 이 말을 마음에 굳게 두기 바란다.

둘째, 법에 귀의함에 있어 불규(佛規)를 엄수해야 한다. 공부에 전념하되 법에 의하여 행하라. 불규는 수행자의 큰 지팡이임을 알라. 잡념을 일으켜 함부로 어지럽게 행동하지 않도록 하라. 내가 염군의 손을 벗어나지 못한 것은 신기(神氣)가 소모된 때문이었다. 그대들은 내 말을 명심하고 존심양성(存心養性)하라.

셋째, 승(僧)에 귀의함에 있어 청정(淸靜)을 배워야 한다. 불문(佛門)에 들어온 이상 청규(淸規)를 지키고 따로 방문(房門)을 열지 않도록 하라. 유위법(有爲法)은 몽환포영(夢幻泡影)이니 절대로 배우지 않도록 하라. 정좌(靜坐)할 때나 관공(觀空)할 때 잡념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라. 내가 염군의 손을 벗어나지 못한 것은 스스로 성명(性明)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대들은 형상있는 것을 마음 속에서 날려 보낼 것을 다짐하라.

넷째, 살생을 경계하고 인덕을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 서천(西天)의 부처님은 오로지 자비로우시며 크게 어지시니라. 수행하는 사람은 생령(生靈)과 원한을 맺지 않도록 하라. 비록 지옥에 떨어지는 고통은 면할 수 있을지 모르나 전륜(轉輪)으로 가기는 어렵다. 내가 염군의 손을 벗어나지 못한 것은 원얼(寃蘖)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그대들은 명심하여 생명을 헤치지 말고 방생하도록 하라.

다섯째, 도둑질을 경계하고 의(義)로 근본을 삼아야 한다. 한 포기의 풀이든 한 오라기의 실이든 주인이 있느니라. 남이 와서 나를 각박하게 한다고 해서 참지 못한 것은 너무 심하게 남을 각박하게 했기 때문이다. 그대들은 내 말을 명심하여 후덕한 마음을 갖도록 하라. 여섯째, 사음(邪淫)을 경계하고 명예와 절조를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 수도하는 사람은 가정의 화락을 기하고 음란하지 않아야 한다. 여인의 미모가 아무리 빼어나다고 할지라도 짐승이나 벌레로 생각하라. 절대로 욕념(欲念)을 일으켜 본성을 잃지 않도록 하라. 내가 염군의 손을 벗어나지 못한 것은 욕념에서 헤어나지 못한 탓이다. 그대들은 색(色)이 곧 공(空)임을 마음 속 깊이 새겨 두라.

일곱째, 술과 고기를 금하고 청탁(淸濁)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술은 성정을 어지럽히고 고기는 성정을 탁하게 한다. 불성을 더럽히는 일이 없도록 하라. 언제나 경(經)을 염(念)하거나 정좌(靜坐)하도록 하라. 진정으로 욕념을 끊고 명심견성(明心見性)하도록 하라. 내가 염군의 손을 벗어나지 못한 것은 마음이 깨끗하고 고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대들은 항상 담백한 것을 먹도록 하라.

여덟째, 망어(妄語)를 경계하고 말에 신(信)이 있어야 한다. 오계(五戒)를 지키고 오상(五常)과 오행(五行)을 실천하라. 제행만물(諸行萬物)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운화(運化)됨을 알라. 말은 충신(忠信)으로 본을 삼고 행동은 돈독과 공경으로 본을 삼아 교만과 나태가 생기지 않도록 하라. 내가 염군의 손을 벗어나지 못한 것은 잘난 체하면서 자기를 높이고 교만했기 때문이다. 그대들은 혈기를 낮추고 아울러 몸도 낮추도록 하라.

아홉째, 홍복과 부귀를 닦는 자들이여, 지금부터는 팔덕(八德)을 몸에 익히고 나아가서 오륜(五倫)을 닦도록 하라. 어떤 떡을 먹느냐는 그대들의 마음에 달렸음을 알라. 남보다 뛰어난 지혜, 광명을 닦도록 하라. 내가 이제 이곳을 떠나 달마 대사를 따라가고자 하는 까닭은 오직 성명(性命) 때문이다. 그대들은 중생을 널리 제도할 것을 마음 속 깊이 다짐하도록 하라.

열째, 모든 선인(善人)들은 반드시 덕행(德行)을 강구해야 한다. 대선(大善)을 행하고 소선(小善)도 행하고 힘닿는 데까지 행하라. 재물이 있는 사람은 재물을 희사하고 보시에 인색하지 않도록 하라. 재물이 없는 사람은 방편을 강구하여 오로지 공행(空行)을 다하도록 하라. 내가 달마 대사를 따라가는 까닭은 심인(心印)의 가르침을 구하기 위해서다. 내가 그대들에게 바라는 것은 각자가 공을 세워 모두가 피안(彼岸)에 이르는 것이다. 부디 공을 이루기를 바란다.

말을 마친 신광의 두 눈에서는 또 다시 눈물이 비오듯 흘러내렸다. 제자들도 역시 눈물을 흘리며 오열했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렇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신광은 소맷자락으로 눈물을 닦았다. 제자들에게 작별의 인사를 차리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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