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이야기·이규행

48. 진경가(眞經歌)

通達無我法者 2008. 9. 22. 18:50

 

 

진경가(眞經歌)

“眞經은 글자나 종이가 아닌 口傳心授될 뿐”

한번 진경을 얻으면
그른 것을 내치고
옳은 것 서로 합하니



스승 달마의 설법이 한 줄기 빛이 되어 혜가의 가슴 속으로 스며들었다. 달마는 자비의 눈길을 보내며 말했다.

“사람 몸으로 동녘 땅에서 태어나는 것은 난사(難事) 중의 난사이고, 더군다나 진도(眞道)의 명사(明師)를 만나는 것은 바닷가 모래 속에서 진주를 구하기보다도 어려우니라. 그대는 이미 이 땅에서 태어났고, 대도(大道)를 알게 됐으니 서둘러 수련에 전념하여 초승(超昇)을 이루도록 할지어다.”혜가는 스승의 뜻에 따르기를 다짐하면서 거듭 예를 올렸다. 달마의 설법은 한층 장중하게 혜가의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대가 궁금하게 여기는 성명(性命)이란 두 글자는 음양(陰陽)을 말하는 것이니라. 하늘(天)에서는 해(日)와 달(月)이 되고, 땅(地)에서는 물(水)과 불(火)이 되고, 허공(虛空)에서는 바람(風)과 구름(雲)이 되고, 방(方)에서는 남(南)과 북(北)이 되고, 시간에서는 자(子)와 오(午)가 되고, 괘효(卦爻)에서는 감(坎)과 리(離)가 되고, 사람 몸에서는 성(性)과 명(命)이 되는 것이 바로 음양이니라. 하늘에 해와 달이 없으면 어찌 뭇 별자리가 존재할 수 있겠으며, 땅에 물과 불이 없으면 어찌 생령(生靈)을 기를 수 있겠는가. 허공에 바람과 구름이 없으면 어찌 백성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겠는가. 방각(方角)에 남과 북이 없으면 어찌 사방(四方)을 알 수 있겠는가. 괘효에 감괘와 리괘가 없으면 어찌 수화(水火)가 승강(昇降)할 수 있겠는가. 시간에 자시와 오시가 없다면 어찌 낮과 밤을 분별할 수 있겠는가. 사람에게 성과 명이 없다면 몸 둘레 전체에 주지(主持)할 것이 없게 된다. 음양을 떠나서는 만물이 결코 생겨날 수 없음을 알아야 하느니라.”혜가는 내친 김에 미세한 것까지도 질문했다.

“스승님이시여, 사람 몸에서 무엇을 일러 높고(高) 밝음(明)이 하늘과 짝한다고 하는지요. 그리고 무엇을 일러 넓고(博) 두터움(厚)이 땅과 짝한다고 하는지 하교(下敎)하여 주시옵소서.”달마는 즉답했다.

“건(乾)은 하늘(天)이고 곤(坤)은 땅(地)이니 선천(先天)에 있을 때는 하늘이 위(上)에 위치하고 땅은 아래(下)에 위치하느니라. 그러나 사람이 어머니 뱃속을 나와 탯줄이 끊기면서 울음을 터뜨리게 되면 사상(四相) 곧 눈, 귀, 코, 혀가 열리면서 건곤(乾坤)이 전도(轉倒)되느니라. 이때 건괘( )는 중효(中爻)의 양(陽)을 잃어 리괘( )가 되느니라. 리(離)는 헤어져서 떠남을 뜻하는 것이니라. 사람이 선천(先天)의 집과 고향을 떠났으니 다시 돌아갈 날을 기약할 수 없음을 말하는 것이니라. 곤괘( )는 건(乾) 가운데의 양(陽)을 얻어 감괘( )가 되느니라. 감(坎)이란 떨어져 빠짐(陷落)을 뜻하는 것이니라. 한 점(一點)의 진양(眞陽)이 후천(後天)의 단전(丹田)으로 떨어져 빠져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수 없음을 말하는 것이니라.

넓고(博) 두터움(厚)은 무겁고(重) 탁(濁)한 기(氣)를 뜻하는 것이니라. 리화(離火) 속의 진음(眞陰)을 감(坎)으로 보내, 감괘의 진양과 바꾸어 진음을 굳히면 곤(坤) 곧 땅(地)이 되어 박후(博厚)의 극(極)에 이르느니라.

높고(高) 밝음(明)은 가볍고(輕) 맑은(淸) 기를 뜻하는 것이니라. 감수(坎水) 속의 진양(眞陽)을 리괘로 뽑아 올리고 리괘의 진음과 바꾸어 진양으로 모이게 하면 건(乾) 곧 하늘(天)이 되어 고명(高明)이 극에 이르느니라.

이렇게 되면 하늘과 짝하고 땅과도 짝하게 되니 천지정위(天地定位)가 되어 본래의 선천(先天) 자리로 돌아갈 수 있느니라.

하늘은 성(性)의 주인(主人)이고 땅은 명(命)의 빈객(賓客)이니라. 사람은 청정(淸淨)하기만 하면 천지(天地)의 제자리로 돌아가게 되느니라. 음양합일(陰陽合一) 곧 성명(性命)을 닦아 하나로 돌아가면 천지조화도 그것을 뺏을 수 없고, 천지도 또한 나를 감히 구속하지 못하리라. 하물며 어찌 십전염라(十殿閻羅)를 두려워할쏘냐. 사방(四方)으로 영산로(靈山路)를 열어가면 소요자재(逍遙自在)를 얻어 옛 관음(古觀音)을 볼 수 있을 것이니라. 누구든 조화의 이치를 아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바로 영산회상(靈山會上)의 참사람이니라.”설명을 마친 달마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게송을 읊었다.

“뱃속에 진경(眞經)을 지녔나니, 니환(泥丸)이 주(主)와 빈(賓)을 아는구나. 벽력소리 한 번 울려 관통하니, 손을 털고 속세를 벗어나는구나.”혜가의 눈에선 감동의 눈물이 절로 흘러 내렸다.

“스승님이시여, 제자 비로소 생사(生死) 성명(性命)의 근원과 유래를 알았나이다. 제자는 수십 년에 걸쳐 설법을 해 왔지만 여태껏 그 근원을 깨닫지 못했었나이다. 그 동안 헛되이 세월을 보낸 일이 후회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이제 스승님의 가르침으로 현묘한 이치를 깨달았으니 곧 죽어도 여한이 없나이다. 제자는 종이 위에 적힌 경(經)이 한낱 가치 없는 것임을 진정으로 알게 되었나이다.”달마는 혜가가 옷소매로 눈물을 닦기를 기다렸다가 말했다.

“경(經)은 경(徑)이라는 글자와도 상통하느니라. 경(徑)이란 지름길을 뜻하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경전은 사람들을 입도수행(入道修行)으로 이끄는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느니라. 그러나 미몽에서 깨어나 깨닫기를 바란다면 서둘러 스승을 찾아 도(道)를 물어야 하느니라. 득도한 뒤에는 경전을 시금석(試金石)으로 삼아 도의 진위(眞僞)와 이치의 시비(是非)를 밝히지 않으면 안 되느니라. 나아가서 정도(正道)와 방문(旁門) 곧 사도(邪道)를 판별하고 쓸 데 없이 사람들에게 염송(念誦)을 가르쳐서도 안 되느니라. 초생료사(超生了死)하게 되면 염군(閻君)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강설해야 하느니라. 거듭 말하거니와 진경(眞經)은 글자나 종이 위에 쓰여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구전심수(口傳心授)될 뿐이니라. 그대 이제 진전(眞傳)을 받았거늘 육신(六神)이 조종(朝宗)할 곳을 알고 있는가?”혜가가 곧바로 대답했다.

“스승님께서 한 점(一點)을 지점(指點)해 주셨을 때 금새 알았습니다.”달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대가 신선되는 도리를 이미 얻었으니 점차 금선(金仙)의 길로 오를 수 있으리라. 내가 진경가(眞經歌)를 들려 줄 터이니 마음에 새겨 둘지어다.”달마는 가락에 맞추어 진경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진경가를 부르세, 진경가를 노래하세. 진경을 모르면 마침내 마(魔)에 잡히리라. 사람들아, 종이 위의 글자 뜻 찾지도 마소. 되지도 않은 소리 외우지도 마소. 송경과 염불하며 초탈(超脫)을 찾지 마소. 그리해서 생사를 벗어날 수 있다면, 세상의 중들 어찌 모두 성불하지 않았겠소.

진경을 얻어야 고해를 벗어나오. 진경을 모르면 나락으로 떨어질 뿐. 진경이 무엇인지 가닥이라도 찾아보소. 진경, 진경 하지만 그것이 선천조화임을 왜 모르오. 순(順)의 길로 가면 죽음이 있고, 역(逆)의 길로 가면 삶이 있소. 오고 가며 가르쳐도 이치를 깨닫는 사람 없구려.

진경은 본래 글자 한 자도 없지만, 중생을 제도하고 극락에 가게 하오. 진경을 알면 도(道)와 마(魔)를 알 수 있소. 그른 것을 내치고 옳은 것을 서로 합하니 하늘을 낳고 땅을 낳고 사람을 낳았구려. 음양조화의 이치에서 한 치도 벗어남이 없소.

진경을 설(說)하니 웃음이 넘쳐흐르고 현관에서는 황금빛이 나오네. 오천사백 권의 불경이 중앙 황도(黃道)로 돌아오니, 이것이 바로 한 권의 대장경일세.

해가 중천에 떠오르면 기온이 오르네. 땅에는 조수(潮水)가 밀려들고 하늘에는 별이 총총하네. 달마 친히 입으로 전하니 대승(大乘)의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이로다.

초사흘에 서쪽에서 달이 뜨니 곡강(曲江) 위에 달빛이 고고하네. 꽃 한 송이 피어 올라 구슬 같은 이슬을 머금으니 호혈용담(虎穴龍潭)에서 탁함과 맑음을 찾네.

물(水)이 하나(一)에서 생(生)기니 참된 달(月)의 정기로세. 삼(三)을 기다린다면 가히 나아가지 못하리라. 임수(壬水)가 처음에 오고 계수(癸水)가 다음에 오네. 마땅히 급히 채취(採取)하여 부침(浮沈)에서 벗어나리다. 금솥(金鼎)으로 연단하고 옥로(玉爐)로 삶아내니 따뜻한 문화(文火)와 거센 불길의 무화(武火)로 조절하네.

진경를 쏘아 현관을 뚫으니 화살이 붉은 표적을 맞힌 것 같네. 온몸이 뜨거워지고 찜통같이 되니, 회광반조(廻光返照)로 중정(中庭)에 들어가네. 한 번 진경을 얻으면 술을 마신 듯 호흡이 온몸을 돌아 뿌리로 돌아가네. 정(精)은 기(氣)에 들고 기는 신(神)이 다시 돌아오네. 이런 조화의 참 이치를 밝게 아는 이 세상에 몇이나 있을꼬. 삶 속에 죽음이 있고 죽음 속에 삶이 있으니, 예로부터 신선은 진경에 의지했네. 이런 조화를 잘만 알면 염부세상(閻浮世上)의 모든 사람을 제도할 수 있으리라. 대도(大道)는 태극(太極)으로 단초를 이루니 부모가 나를 낳기 전부터 있었네. 사람은 제도하려면 오직 진경으로만 할 수 있으니, 진경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수은이 곧 연(鉛)이라고 대답하리. 진경가를 부르세, 진경가를 노래하세.”혜가는 스승의 노랫말에서 진법의 진수를 맛보았다. 스승에게 배례(拜禮)하면서 은혜에 깊이 감사드렸다. 혜가는 이미 깨달음의 어떤 경지에 이른 것을 스스로 느꼈다. 하지만 아직도 궁금한 것이 한둘이 아니었다. 스승에게 물었다.

“제자, 스승님의 교시(敎示)로 주천(周天)의 조화를 분명하게 알았나이다. 하지만 소장(消長)하는 이치는 아직도 잘 알지 못하나이다. 가르침을 주시옵소서.”달마는 엄숙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마음이 부처이고, 부처가 마음이니, 무인(無人) 무아(無我) 무중생(無衆生)이어야 하느니라. 삼심사상(三心四相)을 깨끗이 하고 십악팔사(十惡八邪)를 청정하게 제거해야 하느니라. 은애정욕(恩愛情慾)에 물들지 말며, 탐진치애(貪嗔癡愛)를 일으키지 말아야 하느니라. 자오묘유(子午卯酉)에 맞추어 부지런히 좌선하고 하루라도 방심하고 산만하게 수행하지 말지어다. 염라를 피하려면 언제나 미타(彌陀)와 옛 관음(古觀音)과 함께 해야 하느니라. 자기의 현관이 열리고 하늘 북소리가 들리면 황홀감이 온몸을 감싸면서 삼계(三界)를 벗어나게 되리라. 이때 육문(六門)을 굳게 닫지 않으면 육적(六賊)이 문밖에서 소란을 피워 자칫 주인공이 혼미하기 쉬우니 막아야 하느니라. 내 몸 속의 보배를 도둑맞으면 일신(一身) 사체(四體)가 편안키 어려우니라. 이것이 바로 소장(消長)의 이치이니 마음 닦기를 우선으로 삼을지어다.”

출처 : 부다피아 :
http://www.buddhap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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