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剛經五家解·덕민스님

선시 맛보기 - 우리의 일상이 진리의 현현이니

通達無我法者 2008. 9. 28. 19:21

 

 

1. 龐居士의 悟道頌
日用事無別 唯吾自偶偕
神通幷妙用 運水及搬柴

일상생활에 특별한 것 없도다.
오로지 내가 스스로의 짝을 만날 뿐.
신통과 묘용이여!
물을 긷고 땔나무를 나르는 것이로다.

<보충설명> 우리의 일상생활은 진리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고 바로 진리의 현현입니다. 하늘에서 빛나는 태양도 진리의 현현이고, 태양이 내려 쬐는 마당을 쓸어내는 나 자신도 진리의 현현이며, 마당을 쓸기 위해 손에 쥐고 있는 빗자루도 진리의 현현입니다. 그러므로 삼라만상과, 그 것들과 교감하는 우리, 신통묘용인 우리의 일상사가 모두 서로 한 모습의 진리로서 내가 나를 짝하는 것입니다.

2. 蘇東坡의 悟道頌
廬山烟雨浙江潮 未倒千般恨不少
到得歸來無別事 廬山烟雨浙江潮

여산의 안개와 비, 절강의 조수를,
가보지 않았을 땐 한이 적지 않더니
가보고 돌아오니 별것이 아님이여!
여산의 안개와 비, 절강의 조수일 뿐

<보충설명> 일상사가 있는 그대로 진리의 현현이라는 방거사의 오도송과 마찬가지 내용입니다. 여산의 안개와 비, 절강의 조수를 특별한 것으로 여겨 따로 구해 찾아봤지만 정작 구해서 얻고 나니 특별한 것이 아니고 그저 일상적인 여산의 안개와 비, 절강의 조수일 뿐입니다. 이는 여산과 절강이 소동파와 둘이 아닌 하나일 때의 표현인 것입니다.

3. 江雪 (柳宗元)
千山鳥飛絶 萬徑人踪滅
孤舟蓑笠翁 獨釣寒江雪

온 산에 새 한 마리 날지 않고,
만 갈래 길에도 사람 자취 하나 없네.
외로운 배의 도롱이와 삿갓 걸친 노인이,
눈 덮인 추운 강에서 홀로 낚시하네.

<보충설명> 산천이 하얗게 눈으로 덮이고 생물의 움직임이 고요해지면 탐진치가 끊어진 적멸의 세계가 펼쳐진 듯 합니다. 이렇게 차갑고 청정한 외경을 도반으로 삼아 조촐히 도롱이만 걸치고 홀로 낚시를 즐기는 노인은 곧 우리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금강반야입니다. 그렇다면 낚시 줄을 던져 우리가 건져 낼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4. 修證一如 (굉지선사)
渠非修證本來具足 他不染汚徹底淸淨
그 자리는 수행과 증득의 대상이 아닌 본래 구족되어 있는 것.
그 자리는 물들거나 더러움이 없이 철저하게 맑고 깨끗한 것.

正當具足淸淨處 着得正眼
바로, 구족과 청정의 당처에서 바른 눈을 얻으면

照得徹 脫得盡 體得明 踐得穩
훤히 비춤에 모자람이 없고, 해탈에 漏가 없으며,
체달함이 밝고, 발길 닿는 곳마다 안온하다

死生元無根蒂 出沒元無朕跡
나고 죽는 것이 원래 뿌리도 없고 꼭지도 없으며
생기고 없어짐도 원래 자취가 없다.

本光照頂其虛而靈 本智應緣雖寂而耀
본래의 광명이 온몸을 환하게 비추는데 그 텅 빈 모습이 신령스럽고,
근본의 지혜로 인연에 응하면 고요하지만 빛이 난다.

眞到無中邊絶前後 始得成一片
참으로 가운데와 가장자리, 앞과 뒤가 끊어진 그 자리에 이르면
비로소 진리의 한 가닥을 얻어서

根根塵塵在在處處
내 몸과 바깥 경계, 모든 시간과 공간에서

出廣長舌 傳無盡燈 放大光明 作大佛事
광장설도 낼 수 있고, 다함없는 등불도 전승하고
진리의 큰 광명을 놓으며, 깨달음의 큰 불사도 짓는다.

元不借地一毫外法 的的是自家屋裏事
원래 한 터럭만큼도 밖에서 빌려 온 것 아니고
또렷이 밝은 그대로 자기 집 안 일이다.

<보충설명>
1. 이것은 묵조선의 거두인 굉지선사의 글인데 아주 맑고 깨끗합니다. 수행과 증득을 따로 구별하지 않는 금강경의 가르침을 담고 있는 내용입니다. ‘止動無動 動止無止 (고요하면서도 일상의 움직임이 있기에 따로이 움직임이 없고, 움직이면서도 진리의 고요함이 있으니 따로이 고요할 것이 없다.)’라고, 動과 止가 따로 없는 내외명철의 뜻을 신심명에 담아놓은 승찬대사의 가르침과도 상통합니다. 이런 글들을 일상에서 우리의 것으로 삼으면 우리의 피도 맑아집니다.
2. 수증일여: 금강경은 사제와 팔정도라는 교리에서 벗어나 ‘無’에 돌려 수증일여를 가르칩니다. 修는 공부해나가는 것이고 證은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지만, 텅 빈 모습으로 돌아가는 금강경의 가르침에서는 수와 증이 한 모습입니다. 그러므로 修없는 證은 설익은 감입니다. 證을 얻으면 修에 도로 내려와 현실을 수용해야 하지요. 만일 修와 證이 따로 있다면 그 것은 동정호에 배가 지나쳐 버린 것처럼 진리와는 멀어집니다.
3. 거비수증본래구족 타불염오철저청정: 푸른 하늘에 안개와 구름이 끼었다고 해서 푸른 하늘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거울도 마찬가지입니다. 먼지가 끼었다 하더라도 거울의 본바탕은 청정합니다. 그런 까닭으로 육조스님은 우리의 본마음을 恒淸淨이라 한 것입니다. 또, 차를 타고 지나갈 때 산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습니다. 산이 움직이듯 보이는 것은 다만 우리의 눈과 마음이 고정관념에 오염되어 흔들렸기 때문입니다.
4. 조득철: 탐진치의 노예가 되어 사물을 보는게 아니고 여실히 꿰뚫어 바르게 아는 것.
5. 체득명: 지식으로 얻는 것이 아니고 한 모습을 바탕으로 하여 체달하는 것.
6. 천득온: 청정의 이치를 체달하면 밝음을 얻고 밝음으로 현실을 수용하면 일상생활 전체가 편안해집니다. 주역에서도 踐은 해가 동쪽에서 솟아오르고 서쪽으로 지는 것처럼 자연스런 모습을 말하고 잇습니다.
7. 본지응연수적이요: 우리가 우주를 생각하면 그 즉시 우주가 우리 마음에 들어옵니다. 이는 우리에게 근본지가 갖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금강경을 배우고 아공, 법공을 얻어 깨달음의 인연을 맺으면 후득지를 얻는 것입니다. 근본지로 후득지를 성취하면 모든 인연에 응할 때마다 훤히 빛나게 됩니다.
8. 작대불사: 아버지가 아버지의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고 자식이 자식의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는 것이 모두 큰 불사입니다.

출처:법보신문/덕민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