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밀린다판하(Milindapanha)

Ⅱ. 서장(序章) - [1 장] 1. 이름에 관한 문답

通達無我法者 2008. 10. 20. 13:05

 

 

        Ⅱ. 서장(序章)
      
                [1 장]
      
        현자의 대론, 제왕의 대론 밀린다왕이 말하였다. "나가세나 스님, 나와 대론(對論)하겠습니까?" 나가세나는 왕의 물음에 대해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임금님, 현자(賢者)로서 대론을 원한다면 나도 응하겠습니다. 그러나 제왕의 권위로써 대론을 원한다면 나는 응할 뜻이 없습니다." "나가세나 스님, 현자로서 대론한다 함은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 "대체로 현자의 대론에 있어서는 문제가 해명되고 해설되고 서로 비판되고 수정되고 반박당하는 경우가 있다 할지라도 현자는 결코 성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제왕으로서 대론한다 함은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제왕은 대론에 있어 대개 한 가지 것을 주장하고 한 가지 것만을 밀고 나가며 그의 뜻을 따르지 않는 사람에게는 왕의 권위로 벌을 주라고 명령합니다." "알았습니다. 저는 제왕으로서가 아니라 현자로서 스님과 대론하겠습니다. 스님은 비구나 사미나 신도들과 대론하듯 거리낌없이 자유롭게 대론하십시오." "좋습니다." "그럼 질문하겠습니다."
        1. 이름에 관한 문답 왕은 나아가세나 존자가 있는 곳으로 갔다. 가까이 가서 공손히 예배드린 다음 다정하고 정중하게 인사말을 나누고 예의 바르게 한 편에 비켜 앉았다. 나아가세나 존자도 답례로서 왕의 마음을 기쁘게 했다. 밀린다 왕은 나아가세나 존자를 향하여 질문을 시작했다. "존자는 어떻게 하여 세상에 알려졌습니까. 그대의 이름은 무어라고 합니까." "대왕이여. 나는 나아가세나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나의 동료 수행자들은 나아가세나라 부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부모는 나에게 나아가세나(龍軍), 또는 수우라세나(勇軍), 또는 비이라세나(雄軍), 또는 시이하세나(獅子軍)라는 이름을 부쳐주었습니다. 그렇지만 대왕이여 이 나아가세나라는 이름은 명칭, 호칭, 가명, 통칭(通稱)에 지나지 않습니다. 거기에 인격적 개체(人格的 個體 즉 육체 속에 있는 영원불변한 것)는 인정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때 밀린다 왕은 5백 명 요나카 인과 8만 명 비구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아가세나 존자는 이름 속에 내포된 인격적 개체는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지금 그 말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다시 왕은 나아가세나 존자를 향하여 질문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만일 인격적 개체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대에게 의복과 음식과 좌침구(床座)와 질병에 쓰는 약물 등의 필수품을 제공하는 자는 누구입니까? 또 그것을 받아서 사용하는 자는 누구입니까? 계행(戒行)을 지키는 자는 누구입니까? 수행(修行)에 힘쓰는 자는 누구입니까? 수도(修道)한 결과 열반에 이르는 자는 누구입니까? 살생(殺生)을 하는 자는 누구입니까? 남의 것을 훔치는 자는 누구입니까? 세속적인 욕망 때문에 바르지 못한 행위를 하는 자는 누구입니까? 거짓말을 하는 자는 누구입니까? 술을 마시는 자는 누구입니까? 무간지옥(無間地獄)에 떨어질 5역죄(五無間業)를 짓는 자는 누구입니까? 만일 인격적 개체가 없다고 한다면, 공도 죄도 없으며, 선행 악행의 과보(果報)도 없을 것입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설령 그대를 죽이는 자가 있더라도 거기에 살생의 죄는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그대 승단에는 스승(和尙)도 수계사(아사리)도 구족계(具足戒)도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대는 나에게 말하기를 `승단의 수행 비구들은 그대를 나아가세나라 부르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면 나아가세나라고 불리 우는 것은 대체 무엇입니까? 나아가세나 존자여, 머리털이 나아가세나라는 말씀입니까? "대왕이여, 그런 말씀이 아닙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대의 몸에 붙은 털이 나아가세나라는 말씀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손톱, 살갗, 살, 힘줄, 뼈, 뼛골, 콩팥, 염통, 간장, 늑막, 지라, 폐, 창자, 창자 막, 위, 똥, 담즙, 담, 고름, 피, 땀, 굳기름(脂肪), 눈물, 기름(膏), 침, 콧물, 관절액(關節滑液), 오줌, 뇌 들 중 어느 것이 나아가세나라는 말씀입니까? 아니면 이들 전부가 나아가세나라는 말씀입니까." 나아가세나 존자는 그 어느 것도, 그것들 전부도 모두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나아가세나 존자여, 물질적인 형태(色)나 감수작용(受)이나 표상작용(想)이나 형성작용(行)이나 식별작용(識)이 나아가세나입니까? " 나아가세나 존자는 그 어느 것에 대해서도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이들 색, 수, 상, 행, 식을 모두 합친 것(五蘊)이 나아가세나라는 말씀입니까." "아닙니다, 대왕이여." "그러면, 5온(五蘊) 밖에 어떤 것이 나아가세나입니까?" 나아가세나 존자는 여전히 "아니"라고 또 대답했다. "존자여, 나는 그대에게 물을 수 있는 데까지 물어 보았으나 나아가세나를 찾아낼 수 없었습니다. 나아가세나란 빈 소리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앞에 있는 나아가세나는 어떤 자입니까? 존자여, 그대는 `나아가세나는 없다'고 진실이 아닌 거짓을 말씀하였습니다." 그때 나아가세나 존자는 밀린다 왕에게 이렇게 반문했다. "대왕이여, 그대는 귀족 출신으로 호화롭게 자랐습니다. 만일, 그대가 한 낮 더위에 뜨거운 땅이나 모랫벌을 밟고 또 울퉁불퉁한 자갈 위를 걸어 왔다면 발을 상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몸은 피로하고 마음은 산란하여 온 몸에 고통을 느낄 것입니다. 도대체 그대는 걸어서 왔습니까 아니면 탈것으로 왔습니까?” "존자여, 나는 걸어서 오지 않았습니다. 수레를 타고 왔습니다." "대왕이여, 그대가 수레를 타고 왔다면 무엇이 수레인가를 설명해 주십시오. 수레채(轅)가 수레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굴대(軸)가 수레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 "바퀴(輪)나 차체(車體)나 차틀(車棒)이나 멍에나 밧줄이나 바큇살(輻)이나 채찍(鞭)이 수레입니까?" 왕은 이들 모두를 계속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이것들을 합한 전체가 수레입니까?" "아닙니다. 존자여." "그렇다면, 이것들 밖에 (수레)라는 것이 따로 있습니까?" 왕은 여전히 "아니"라고 대답했다. "대왕이여, 나는 그대에게 물을 수 있는 데까지 물어 보았으나 수레를 찾아낼 수 없습니다. 수레란 단지 빈 소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그대가 타고 왔다는 수레는 대체 무엇입니까? 대왕이여, 그대는 "수레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진실이 아닌 거짓을 말씀하신 셈이 됩니다. 대왕이여, 그대는 전 인도에서 제일가는 임금님입니다. 무엇이 두려워서 거짓을 말씀했습니까?" 이렇게 물은 다음 나아가세나 존자는 5백 명 요나카 인과 8만 명 비구들에게 말했다. "밀린다 왕은 여기까지 수레로 왔다고 말씀했습니다. 그러나 어떤 것이 수레인가 설명해 달라는 질문을 했을 때 어느 것이 수레라고 단정적인 주장을 내세울 수 없었습니다. 그대들은 대왕의 말씀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이 말을 듣고 5백 명 요나카 인은 환성을 올리고, 왕에게 말했다. "대왕이여, 말씀을 해 보십시오." 그래서 밀린다 왕은 나아가세나 존자에게 다시 말했다. "존자여, 나는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닙니다. 수레는 이들 모든 것, 즉 수레채, 굴대, 바퀴, 차체, 차틀, 밧줄, 멍에, 바큇살, 채찍 따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것들에 반연(緣)하여 '수레'라는 명칭이나 통칭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대왕께서는 '수레'라는 이름을 바로 파악하셨습니다. 마찬가지로 그대가 나에게 질문한 모든 것, 즉 인체의 33가지 유기물과 존재의 다섯 가지 구성 요소를 반연하여 '나아가세나'라는 명칭이나 통칭이 생기는 것입니다. 대왕이여 바지라라 비구니는 세존 앞에서 이 같은 시구를 읊었습니다." 마치 여러 부분이 모이므로 ‘수레’라는 말이 생기듯, 다섯 가지 구성 요소(五蘊)가 존재할 때, 생명 있는 존재(有情)라는 이름 생기노라. "훌륭하십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정말 희한합니다. 내가 그대에게 한 질문은 매우 어려웠습니다만 훌륭하게 해답하셨습니다. 만일, 부처님께서 여기 계신다면 그대의 대답을 입증하실 것입니다. 잘 말씀하셨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정말 잘 말씀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