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밀린다판하(Milindapanha)

Ⅱ. 서장(序章) - 종교적 주제가 아닌 세속적 설화 (2)

通達無我法者 2008. 10. 20. 13:02

 

 

        Ⅱ. 서장(序章)
      
           - 종교적 주제가 아닌 세속적 설화 -
      
        3) 해후(邂逅) 오랜 뒤의 어느 날, 밀린다 왕은 사군으로 조직된 무수한 병력을 시외에서 사열했다. 사열을 끝낸 뒤 쾌락론자. 궤변론자들과 토론하기를 바란 왕은, 높이 솟은 해를 쳐다보고 나서 신하들에게 말했다. "날이 아직 훤하다. 이처럼 일찍 시내에 들어간들 무엇 하겠는가. 현자든 수행자든 바라문이든 또는 교단이나 학파의 지도자든, 대중의 조사이든 심지어 부처라든가 정등각자라고 자칭하는 사람까지도 누구든 나와 토론하여 나의 의문을 풀어줄 사람은 없을까" 이 무렵 수많은 아라한들이 히말라야 산록의 랏기다라에 모여 나아가세나 존자를 만나고자 하였다. 아라한들의 만나고자 하는 전갈을 받은 나아가세나 존자는 아라한들 앞에 나타났다. 수많은 아라한들은 나아가세나 존자에게 말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밀린다 왕을 굴복시켜 주십시오." "존자들이여, 밀린다 왕 뿐 아니라 전인도의 왕들이 나에게 와서 질문하더라도 나는 모든 난문(難問)에 대답하여 해결해 보겠습니다. 그대들은 두려워하지 말고 사아가라 시로 가십시오." 그래서 장로와 비구들은 사아가라로 돌아갔다. 한편, 한 바라문을 난문으로 물리친 밀린다 왕은 손뼉을 치며 말했다. "정말 전인도는 빈 껍질이다. 정말 왕겨와 같다. 대론하여 나의 의심을 없애 줄 수 있는 출가자나 바라문은 한 사람도 없구나." 그러나 밀린다 왕은 주위의 요나카(그리스) 군중들이 아무 두려움 없이 침착해 있는 것을 보고 생각했다. "아니다. 이 요나카 군중들이 조용히 있는 것을 보면, 틀림없이 나와 대론할 수 있는 박식한 비구가 있을 거야." 그래서 밀린다 왕은 요나카 인들에게 물었다. "신하들이여, 나와 대론하고 나의 의심을 없애 줄 수 있는 다른 박식한 비구가 있는가." 이때, 나아가세나 존자는 비구들을 거느리고 촌락. 읍. 도시를 탁발하여 돌아다니면서 점차 사아가라에 가까이 오고 있었다. 나아가세나 존자는 승단의 지도자요. 가나(제자의 집단)의 우두머리였다. 그의 이름은 세상에 널리 알려져 명성이 높았고, 박식하고, 교양 있고, 자신 있는 수도승이었다. 밀린다 왕의 신하 데바만티야는 왕에게 말했다. "대왕이여, 잠간만 기다려 주십시오. 나아가세나라는 장로가 오고 있습니다. 그 분은 박식하여 유능하고 지혜로우며, 용기 있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많이 들었으며, 담론에 뛰어나고, 말솜씨가 시원시원합니다. 부처님의 정신과 가르침을 해설함에 있어서나 이단자를 굴복시킴에 걸림이 없고, 자재한 능력을 가진 아주 훌륭한 사람입니다. 그 분은 지금 상케이야 승방에 살고 계십니다. 대왕이여, 그 곳에 가서 그 분에게 질문을 해 보십시오. 그 분은 대왕과 대론하여 대왕의 의문을 풀어 줄 수 있을 줄로 압니다." 밀린다 왕은 나아가세나에 대한 소개의 말을 듣자, 갑자기 두렵고 불안하여 머리끝이 오싹했다. 그리고 그는 데바만티야에게 다그쳐 물었다. "정말 그러한가?" "대왕이여, 그 분은 인드라. 마야. 바루나. 쿠베라. 푸라쟈아파티. 수야아마. 상투시타 등의 수호신들과 또 사람의 조상인 부라흐마아와도 대론할 수 있습니다. 하물며 사람과의 대론이겠습니까?" "그러면 데바만티야, 그 분에게 내가 찾아뵈러 간다는 전갈을 보내라." 데바만티야는 왕의 분부대로 전갈을 보냈다. 그리고 나아가세나 존자는 와도 좋다는 회답을 했다. 왕은 5백 명의 요나카인을 이끌고 훌륭한 수레에 올라 거대한 수행원들과 함께 나아가세나 존자가 있는 상케이야 승방으로 갔다. 그때 나아가세나 존자는 8만 명의 비구들과 함께 뜰 안 정자에 앉아 있었다. 밀린다 왕은 나아가세나 존자와 거기 모인 무리를 멀리서 보고, 데바만티야에게 물었다. "데바만티야, 저 큰 모임은 누구의 회상인가?" "대왕이여 나아가세나 존자의 회상입니다." 그때, 밀린다 왕은 그 대회중을 멀리 바라보자, 다시 두렵고 불안하기 시작했다. 밀린다 왕은 마치 코뿔소에게 포위당한 코끼리와 같이, 가루라새에게 포위당한 용과 같이, 뱀에게 쫒기는 사슴과 같이, 고양이를 만난 쥐와 같이, 무당에게 쫒기는 개구리와 같이, 표범에게 쫓기는 사슴과 같이, 고양이를 만난 쥐와 같이, 무당을 만난 악마와 같이, 새장에 갇힌 새와 같이, 그물에 걸린 물고기와 같이, 임종을 맞이한 천자와 같이 부들부들 떨며 두려워하고, 불안해 하다가 공포의 괴로움으로 정신을 잃을 뻔했다. 그러나 적어도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당하는 것만을 피해야겠다고 정신을 가다듬은 다음, 용기를 내어 데바만티야에게 말했다. "데바만티야, 나에게 어느 분이 나아가세나 존자인가를 가르쳐 줄 필요는 없다. 일러 주지 않아도 나는 나아가세아 존자를 알아낼 수 있다." "그렇습니다. 대왕께서는 틀림없이 그를 알아보실 것입니다." 나아가세나 존자는 비구들 가운데서 앞쪽에 앉은 4만 명의 비구보다 젊고, 뒤쪽에 앉은 4만명의 비구보다 연장이었다. 밀린다 왕은 멀리서 앞자리와 뒷자리와 중앙에 앉은 모든 비구의 무리를 둘러보고, 나아가세나 존자가 바로 중앙에 앉아 있음을 알았다. 왕은 두려움이나 놀람이 없고, 공포와 전율이 전혀 없는 모습을 보고, 그 분이 바로 나아가세나 존자임을 알아 차렸다. 왕은 데바만티야에게 저 분이 바로 나아가세나 존자냐고 물었다. "그렇습니다. 대왕이여, 저 분이 바로 나아가세나 존자입니다. 대왕께서는 나아가세나 존자를 잘 알아 보셨습니다." 왕은 남이 가르쳐 주지 않아도 스스로 나아가세나 존자를 알아보았을 때 기뻐했다. 그러나 밀린다 왕은 나아가세나 존자를 보자마자, 두렵고 얼떨떨하고 또 불안해졌다. 이때의 정경을 읊은 시는 다음과 같다. 현명하고 청정(淸淨)하며, 가장 훌륭하고 유감없이 자신을 잘 다스리는 나아가세나 존자를 보고, 밀린다 왕은 이렇게 말했도다. 많은 논사(論師)를 만났고 많은 대론을 해 보았으나 오늘처럼 놀람과 두려움으로 마음을 압도당한 일은 결코 없었다. 아마도 오늘은 내가 패배하고, 승리는 나아가세나 존자에게 갈 것이다. 내 마음은 몹시 불안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