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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란 무엇인가 ③ 12연기는 ‘삼세양중인과’를 설한다

通達無我法者 2010. 7. 3. 23:23

 

 

연기란 무엇인가 ③ 12연기는 ‘삼세양중인과’를 설한다

 
 12연기는 원인과 결과의 반복적 지속
 
이번 호에서는 ‘12연기는 전생-금생-내생의 삼세(三世)에 걸친 괴로움의 발생구조와 소멸구조를 설하는 가르침이다’라고 정리하고 있는 남방 아비담마와 북방 아비달마의 정설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남방 상좌부의 아비담마와 북방 설일체유부의 아비달마에서는 ①무명-②행 즉 무명과 의도적 행위와, ⑧애-⑨취-⑩유 즉 갈애와 취착과 존재를 두 가지 인(因) 즉 괴로움의 원인으로 이해한다. 그리고 ③식-④명색-⑤육입-⑥촉-⑦수 즉 알음알이와 정신물질과 여섯 감각장소와 감각접촉과 느낌과, ⑪생-⑫노사 즉 태어남과 늙음.죽음을 두 가지 과(果) 즉 괴로움이라는 결과로 이해한다. 이처럼 12연기는 삼세에 걸쳐서 이러한 원인과 결과가 인-과-인-과로 두 번 반복됨(兩重)을 가르친다고 해서 ‘삼세양중인과(三世兩重因果)’라고 결론짓고 있으며, 이것을 12지 연기를 비롯한 연기의 가르침을 이해하는 정설로 삼고 있다.
 
12연기를 ‘삼세’에 걸친 윤회를 설명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는 12지 가운데 세 번째인 ‘식(알음알이)’과 11번째인 ‘태어남(생)’ 때문이다. 주석서가 아닌 초기경에서 이미 “아난다여, 만일 알음알이가 모태에 들지 않았는데도 정신.물질이 모태에서 발전하겠는가?”(D15 §21)라고 나타난다. 그래서 주석서들은 12연기의 ③식을 한결같게 재생연결식 즉 한생의 최초의 알음알이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⑪생은 한 생에 최초로 태어나는 것 이외의 뜻으로는 쓰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①무명-②행은 전생을, ③식-④명색-⑤육입-⑥촉-⑦수와 ⑧애-⑨취-⑩유는 금생을, ⑪생-⑫노사는 내생을 나타낸다. 이것이 12연기를 이해하는 기본 출발점이다.
 
괴로움의 ‘인과고리’ 연결
 
발생-소멸 중층구조 보여 
 
다른 경들, 특히 <우현(愚賢)경>(S12:19)에서도 12연기는 삼세에 걸쳐서 일어나는 것으로 설해지고 있다. 이처럼 주석서가 아니라 이미 초기불전 자체에서 12연기는 삼세에 걸친 윤회구조를 밝히는 가르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편 대승의 유식에서는 생과 노.사만을 다음 생으로 이해하여 이세일중인과(二世一重因果)를 정설로 받아들이는데, 이세일중이 지속되면 삼세양중이기 때문이라고 ‘성유식론’은 설명하고 있다. 아무튼 초기불교와 아비달마와 유식에서 공히 12연기는 윤회의 발생구조와 소멸구조를 설하는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이처럼 12연기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12연기는 ‘원인과 결과의 반복적 지속(兩重因果)’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이것을 간과해버리면 12연기는 그때부터 혼란스러워진다. 다시 한 번 정리해보자. 12지 연기 가운데 ①무명-②행과 ⑧애-⑨취-⑩유는 괴로움의 원인의 고리이고, 나머지 ③식-④명색-⑤육입-⑥촉-⑦수와 ⑪생-⑫노사우비고뇌는 괴로움이라는 결과의 고리이다. 이렇게 12연기는 괴로움의 원인(因)과 괴로움이라는 결과(果)의 고리들이 인-과-인-과로 반복적으로 연결되어서 괴로움의 발생구조와 소멸구조를 중층적으로(兩重) 드러내고 있다. 이것을 교학적으로 삼세양중인과(三世兩重因果)라 부른다.
 
그러면 무명 등은 과거의 원인이기만 하고 갈애 등은 현재의 원인이기만 한가? 그렇지는 않다. 그래서 ‘청정도론’은 ①무명, ②행, ⑧애, ⑨취, ⑩유의 다섯은 과거 혹은 전생에 지은 원인도 되고 지금 혹은 금생에 짓는 원인도 된다고 설명한다.
 
다만 무명과 행은 전생에 더 두드러진 원인이고, 애와 취와 유는 금생에 더 두드러진 원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