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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란 무엇인가 ② -괴로움의 발생구조와 소멸구조

通達無我法者 2010. 6. 26. 21:07

 

 

연기란 무엇인가 ② -괴로움의 발생구조와 소멸구조

“12연기, 전우주 상호관계로 보면 안돼”

유전문은 윤회의 ‘발생’ 드러내고

환멸문은 벗어나는 구조 설한 것

 

연기의 가르침은 경장 즉 니까야의 도처에 나타나지만 특히 <상윳따 니까야> <인연 상윳따>(S12)에 72개의 가르침으로 정리되어 있다.

이 72개의 가르침은 2지, 3지, 4지, 5지, 6지, 7지, 8지, 9지, 10지, 11지, 12지 연기로 정리되는 11종류의 다양한 연기의 가르침을 담고 있다.

여기서 2지 연기란 괴로움-감각접촉이라는 두 개의 연기의 구성요소(各支)를 포함하고 있는 S12:25의 가르침 등을 말하고,

12지 연기란 무명, 행부터 시작해서 생, 노사까지의 12개의 연기의 구성요소를 담고 있는 S12:1 등의 가르침을 뜻한다.

<인연 상윳따>의 72개의 가르침 가운데 34개의 경들만이 12지 연기를 담고 있고,

11지, 10지, 9지, 8지, 7지, 6지, 5지, 4지, 3지, 2지 연기는 각각 10, 4, 2, 4, 1, 1, 8, 3, 1, 4개의 경에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인연 상윳따>만 놓고 보아도 다양한 연기의 가르침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연기의 가르침은 기본적으로 괴로움의 발생구조와 소멸구조를 설하는 가르침이이라는 점이다.

더 자세히 설명하면, 연기의 가르침 특히 12지 연기의 가르침에서 괴로움이란 ‘윤회의 괴로움’이다.

그래서 연기 특히 12지 연기는 ‘윤회의 괴로움의 발생구조와 소멸구조’를 설하는 가르침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잘 알려진 대로 12지 연기의 열두 가지 구성요소는 무명(無明), 의도적 행위들(行), 알음알이(識), 정신.물질(名色), 여섯 감각장소(六入), 감각접촉(觸), 느낌(受), 갈애(愛), 취착(取), 존재(有), 태어남(生), 늙음.죽음(老死)과 근심.탄식.육체적 고통.정신적 고통.절망(憂悲苦惱)이다.

이러한 12가지 구성요소는 “무명을 조건으로 의도적 행위들[行]이, 의도적 행위들을 조건으로 알음알이가,…이와 같이 전체 괴로움의 무더기(苦蘊)가 발생한다”와 “그러나 무명이 남김없이 빛바래어 소멸하기 때문에 의도적 행위들(行)이 소멸하고, … 이와 같이 전체 괴로움의 무더기(苦蘊)가 소멸한다.”(S12:1 등)는 두 개의 문장으로 정형화되어 나타난다.

이 가운데서 태어남(生)과 늙음.죽음(老死)이라는 괴로움의 발생구조를 밝히고 있는 첫 번째 정형구를 주석서는 유전문(流轉門, anuloma)이라 부른다.

그리고 괴로움의 소멸구조를 밝히고 있는 두 번째 정형구는 환멸문(還滅門, pat.iloma)이라 부른다.

이처럼 12지 연기로 대표되는 연기의 가르침은 기본적으로 윤회의 괴로움의 발생구조와 소멸구조를 설하고 있다.

여기서 괴로움을 ‘윤회의 괴로움’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는 12지 연기의 11번째 구성요소인 생(生, ja-ti)이 초기불전에서는 예외 없이 한 생에 하나의 존재로 ‘태어남(birth, rebirth)’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 ja-ti는 일어남과 사라짐(udaya-vaya)을 뜻하는 생멸(生滅)의 생이 결코 아니다.

그러므로 12지 연기에서 괴로움은 생과 노사로 표현되는 윤회의 괴로움을 뜻한다.

그래서 주석서들도 12연기의 유전문은 윤회의 발생구조(vat.t.a)를 드러내는 것이고 환멸문은 윤회로부터 벗어나는 구조(vivat.t.a)를 설하신 것이라고 한결같이 설명하고 있다.

(SA.ii.10 등) 이런 기본적인 관점을 무시하고 12연기를 중중무진연기 등으로 이해해서 전우주의 상호관계로 이해하려 드는 것은 부처님의 근본입장을 호도하는 것이 되고 만다.

지난 호에서 강조했듯이 연기(緣起, 조건발생)와 연(緣, 상호의존)은 반드시 구분되어야 한다.

 

각묵스님 / 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