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조단경(六祖壇經)

[제7장 돈교설법] 七. 단번에 깨닫는 가르침

通達無我法者 2007. 2. 17. 12:52
  七. 단번에 깨닫는 가르침(1)

 


   『근기가 작은 사람은 단박에 깨닫는 이 가르침을 들으면, 마치 뿌리가

작은 대지의 초목이 큰 비를 맞고 모두 다 저절로 거꾸러져서 자라지 못함

과 같나니, 작은 근기의 사람도 또한 이와 같으니라.

   반야의 지혜가 있는 점은 큰 지혜를 가진 사람과 차별이 없거늘, 무슨 까

닭으로 법을 듣고도 바로 깨닫지를 못하는가?

   삿된 소견의 장애가 무겁고 번뇌의 뿌리가 깊기 때문이니라. 마치 큰 구

름이 해를 가려 바람이 불지 않으면 해가 능히 나타나지 못하는 것과 같나

니, 반야의 지혜도 또한 크고 작음이 없으나 모든 중생이 스스로 미혹한 마

음이 있어서 밖으로 닦아 부처를 찾으므로 자기의 성품을 깨닫지 못하느니

라. 그러나 이와 같이 근기가 작은 사람이라도 단박에 깨닫는 가르침을 듣

고 밖으로 닦는 것을 믿지 아니하고, 오직 자기의 마음에서 자기의 본성으

로 하여금 항상 바른 견해를 일으키면, 번뇌ㆍ진로의 중생이 모두 다 당장

에 깨닫게 되나니, 마치 큰 바다가 모든 물의 흐름을 받아들여서 작은 물과

큰 물이 합하여 한 몸이 되는 것과 같으니라.

   바로 자성을 보면 안팎에 머물지 아니하며 오고 감에 자유로워 집착하는

마음을 능히 없애고 통달하여 거리낌이 없나니, 마음으로 이런 행을 닦으면

바로【반야바라밀경과 더불어 본래 차별이 없느니라.』

   『모든 경서 및 문자와 소승과 대승과 *십이부의 경(十二部)전이 다

으로 말미암아 있게 되었나니, 지혜의 성품으로 말미암아 능히 세운 것

라.

   만약 나()가 없다면 지혜 있는 사람과 모든 만법이 본래 없을 것이니,

그러므로 만법이 본래 사람으로 말미암아 일어난 것이요, 일체 경서가 사람

으로 인하여 있음을 말한 것임을 알아야 하느니라.

   사람 가운데는 어리석은 이도 있고 지혜로운 이도 있기 때문에 어리석으

면 작은 사람이 되고 지혜로우면 큰 사람이 되느니라.

   미혹한 사람은 지혜 있는 이에게 묻고 지혜 있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을

위하여 법을 설하여 어리석은 이로 하여금 깨우쳐서 알고 마음이 열리게 하

나니, 미혹한 사람이 만약 깨달아서 마음이 열리면 큰 지혜 가진 사람과 차

별이 없느니라.

   그러므로 알아야 할지니, *깨닫지 못하면 부처가 곧 중생(불오즉불시중

不悟卽佛是衆生)이요 한 생각 깨달으면 중생이 바로 부처(일념약오즉중

생시불一念若悟卽衆生是佛)니라.

   그러므로 모든 만법이 다 자기의 몸과 마음 가운데 있음을 알아야 하느니

라.

   그러함에도 어찌하여 자기의 마음을 좇아서 진여의 본성을 단박에 나타

내지를 못하는가?
   【*보살계경
菩薩戒經】에 말씀하기를 「나의 본래 근원인 자성이 청정

하다」고 하였나니, 마음을 깨달아 자성(自性)을 보면 스스로 불도(佛道)를

성취하는 것이니, 당장 활연히 깨달아서 본래의 마음을 도로 찾아야 하느니

라.』

   『선지식들이여, 나는 홍인화상의 처소에서 한 번 듣고 그 말 끝에 크게

깨달아 진여의 본래 성품을 단박에 보았느니라. 그러므로 이 가르침의 법을

뒷세상에 유통시켜 도를 배우는 이로 하여금 보리를 단박에 깨달아서 각기

스스로 마음을 보아 자기 성품을 단박 깨닫게 하는 것이니라.

   만약 능히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이는 모름지기 큰 선지식을 찾아서 지도

를 받아 자성을 볼 것이니라.

   어떤 것을 *큰 선지식(大善知識)이라 하는가?

   최상승법을 깨달아 바른 길을 올바르게 가리키는 것이 *바로 큰 선지식

(시대선지식是大善知識)이며 또한 바로 큰 인연(시대인연是大因緣)이니라.

   이른바, 교화하고 지도하여 부처를 보게 하는 것이니, 모든 착한 법이 다

큰 선지식으로 말미암아 능히 일어나느니라.

   그러므로 삼세의 모든 부처와 십이부의 경전들이 사람의 성품 가운데 본

래부터 스스로 갖추어져 있다고 할지라도, 능히 자성을 깨닫지 못하면 모

름지기 선지식의 지도를 받아서 자성을 볼지니라.

   만약 스스로 깨달은 이는 밖으로 선지식에 의지하지 않으며 밖으로 선지

식을 구하여 해탈 얻기를 바란다면 옳지 않나니, 자기 마음 속의 선지식을

알면 바로 해탈을 얻느니라. 만약 자기 마음이 삿되고 미혹하여 망념으로

전도되면 밖의 선지식이 가르쳐 준다 하여도 스스로 깨닫지 못할 것이니,

마땅히 반야의 *관조(觀照)를 일으켜야 하나니, 잠깐 사이에 망념이 다 없

어지면 이것이 바로 자기의 참 선지식이며, 한 번 깨달음에 곧 부처를 아느

니라.』


[주해註解]

*십이부경十二部經 : 대소승(大小乘)의 경전(經典)을 형식(形式)에 의(依)하여 십이종(十二

種)으로 나눈 것. 여기서는 모든 경전(經典)이란 뜻.

*불오즉불시중생不悟卽佛是衆生 일념약오즉중생시불一念若悟卽衆生是佛 : 일체만법(一

切萬法)의 근원(根源)이 본래(本來) 청정(淸淨)하여 일미평등(一味平等)하기 때문에 원래 범

부(凡夫)와 성인(聖人)의 차별(差別)이 없고 미오(迷悟)를 초월(超越)하였으니, 자성(自性)을

깨닫지 못하면 부처가 곧 중생(衆生)이요 한 생각 깨달으면 중생이 바로 부처이다.

*보살계경菩薩戒經 : 【범망경梵網經】을 말함. 천태대사(天台大師)가 말하기를 『시법계

(是法戒)는 삼세일체(三世一切)의 중생(衆生)이 정대수지(頂戴受持)하며, 중생계(衆生戒)의

본원(本源)이며 자성청정(自性淸淨)이라』하였음.

*대선지식大善知識 : 최상승법(最上乘法)인 자성진여(自性眞如)를 가르쳐 견성오도(見性悟

道)케 하는 지도자를 말함.

*시선지식시대인연是善知識是大因緣 : 선지식(善知識)의 교화(敎化)로 말미암아 무상도

(無上道)인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를 깨닫게 되니 선지식(善知識)을 만

나게 됨은 큰 인연(因緣)이라는 뜻임.

*관조觀照 : 진여불성(眞如佛性)을 비추어 보아 밝게 아는 것.


 

七. 단번에 깨닫는 가르침(2)

 

 


   『자성(自性)』의 마음자리가 지혜로써 관조하여 안팎이 사무쳐 밝으면

자기의 본래 마음을 알고, 만약 본래 마음을 알면 곧바로 해탈이며, 이미 해

탈을 얻으면 곧바로 반야삼매며, 반야삼매를 깨달으면 곧바로 *무념(無念)

이니라.

   어떤 것을 무념이라고 하는가? 무념이란 모든 법을 보되 모든 법에 집착

하지 않으며, 모든 곳에 두루하되 모든 곳에 집착하지 않고 항상 자기의 성

품을 깨끗이 하여 여섯 도적[색()ㆍ성()ㆍ향()ㆍ미()ㆍ촉()ㆍ법

()]들로 하여금 여섯 문[안()ㆍ이()ㆍ비()ㆍ설()ㆍ신()ㆍ의

()]으로 달려나가게 하나 육진(六塵)속을 떠나지 않고 물들지도 않아서

오고감에 자유로운 것이니, 이것이 곧 반야삼매이며 자재해탈로서, 무념행

라고 이름하느니라.

   *온갖 사물을 생각하지 않음(막백물불사莫百物不思)으로써 항상 생각이

어지도록 하지 말지(상령염절常令念絶)니, 이는 곧 법에 *묶임(법박

)이니 곧 *변견(邊見)이라고 하느니라.

   무념법을 깨달은 이는 만법에 다 통달하고, 무념법을 깨달은 이는 모든

부처의 경계를 보며, 무념의 돈법을 깨달은 이는 부처의 지위에 이르니

라.』

   『선지식들이여, 뒷세상에 나의 법을 얻는 이는 항상 나의 법신이 그대의

좌우를 떠나지 않음을 보리라. 선지식들이여, 이 돈교의 법문을 가지고 같

이 보고 같이 행하여 소원을 세우고 받아 지니되 부처님 섬기듯이 하고 종

신토록 받아 지녀 물러나지 않는 사람은 성인의 지위에 들어가고자 하느니

라.

   그러나 전하고 받을 때에는 모름지기 옛부터 말없이 법을 부촉하여 큰 서

원을  세우고 보리에서 물러나지 않았나니, 바로 모름지기 법을 부촉한 것

이니라.

   만약 견해가 같지 않거나 뜻과 서원이 없다면 곳곳마다 망령되게 선전하

여 앞사람을 손상하게 하지 말지니, 끝내 이익됨이 없느니라. 만약 만나는

사람이 알아듣지 못하여 이 법문을 소홀히 하면 백겁만겁 천생토록 *부처

의 종자(불종성佛種性)를 끊게 되느니라.』

 

 

[주해註解]

*무념無念 : 모든 번뇌를 여의고 반야삼매(般若三昧)를 이룬 경계이며 일체법(一切法)에 있

어서 마음에 집착이 없는 깨달은 상태. 활연(豁然)히 깨달아 본심(本心)을 회복하면 떠나

할 염(念)이 없음을 말함.

*막백물불사상령염절莫百物不思常令念絶 : 본성(本性)을 아직 깨닫지 못한 상태에서 짐짓

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끊으려 함은 심원(心源)을 비추어 볼 수 없으며 이를 무기(無記)라 함.

*법박法縛 : 자성(自性)을 깨닫지 못하고 어느 수행법(修行法)에 집착(執着)하여 구속됨을

말함.

*변견邊見 : 내 몸이 있다고 아견(我見)을 일으킨 뒤에 내가 사후(死後)에도 항상 있다(상견

常見)든가, 아주 없어진다든가(단견斷見), 어느 편에 치우친 견해. 또는 일반적으로 모든 경

계에 집착하는 사견(邪見)

*불종성佛種性 : 불성(佛性)ㆍ여래성(如來性)ㆍ법성(法性)ㆍ각성(覺性)이라고도 함. 번뇌

(煩惱)에 가리우면 나타나지 못하고 번뇌(煩惱)가 멸(滅)하면 불성(佛性)이 현현(顯現)한다.


 

 七. 단번에 깨닫는 가르침(3)



   대사께서 말씀하셨다.

   『선지식들이여, 나의 [모양을 여읜 게송(무상송無相頌)]을 들을지니,

대들 *미혹한 사람들의 죄를 없앨(미자죄멸迷者罪滅)것이니 또한 [죄를

없애는 게송(멸죄송滅罪頌)]이라고 하느니라. 게송에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사람은 복은 닦고 도는 닦지 않으면서 

       복을 닦음이 곧 도라고 말한다. 

           보시 공양하는 복이 끝이 없으나 

       마음 속 삼업은 원래대로 남아 있도다

           만약 복을 닦아 죄를 없애고자 하여도 

       뒷세상에 복은 얻으나 죄는 어쩔 수 없느니라. 

           만약 마음 속의 죄의 인연 없앰을 안다면 

        저마다 자기 성품 속의 참된 참회이니라. 

           만약 대승의 참된 참회를 깨달으면 

        삿됨을 없애고 바름을 행하여 죄 없어지리. 

           도를 배우는 사람이 *자성(自性)을 관찰()하면  

        바로 깨달은 사람과 더불어 서로 같으니라. 

           대사(五조대사)께서 단번에 깨닫는 이 가르침  

       전하심은 배우는 사람이 같은 한 몸 되기를 바라서니라. 

          만약 장차 본래의 몸을 찾고자 하면 

       *삼독(三毒)의 나쁜() 인연 마음에서 씻어 없애라. 

           힘써 도를 닦되 한가로이 지내지 말며 

       어느덧 한 세상 헛되이 끝나 버리리라. 

          만약 단번에 깨닫는 대승법을 만났거든 

       정성껏 합장하고 지극한 마음으로 구하여라.』 

 

 

   대사께서 법을 설하여 마치시니, 위사군과 관료와 스님들과 도사들과

속인들의 찬탄하는 말이 끊이지 않고 『일찍이 듣지 못한 일이다』라고

하였다.

 


[주해註解]

*미죄迷罪 : 모든 사물(事物)과 도리(道理)에 대하여 진여법(眞如法)대로 깨닫지 못하고

자기견해(自己見解)에 집착한 죄(罪)

*자관自觀,자성관自性觀 : 자기(自己)의 본래면목(本來面目)인 진여불성(眞如佛性)을

스스로 관조(觀照)하는 것.

*삼악三惡 : 중생(衆生)이 자기(自己)  악행(惡行)의 과보(果報)로 받는 지옥(地獄)ㆍ아귀(餓

 鬼)ㆍ축생(畜生)의 삼도. 삼악취(三惡趣)라고도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