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조단경(六祖壇經)

[제8장 석공덕정토] 八. 참공덕과 극락세계를 밝히다

通達無我法者 2007. 2. 17. 12:57
八. 참공덕과 극락세계를 밝히다(1)

 

 

   위사군이 예배하고 스스로 말하였다.

   『대사께서 법을 설하심은 참으로 부사의하십니다. 제가 일찍이 조그마

한 의심이 있어서 대사께 여쭙고자 하오니, 바라건대 대사께서는 대자대

비로 제자를 위하여 말씀하여 주소서.』

   육조대사께서 말씀하셨다.

   『의심이 있거든 물을지니, 어찌 두 번 세 번 물을 필요가 있겠는가.』

   위사군이 물었다.

   『대사께서 설하신 법은 서쪽 나라에서 오신 제일조 달마조사의 종지가

아닙니까?』

   대사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제자가 듣자오니 달마대사께서 *양무제(梁武帝)를 교화하실 때, 양무

가 달마대사께 묻기를 「짐이 한평생 동안 절을 짓고 보시를 하며 공양을

올렸는데 공덕이 있습니까?」라고 하자,

달마대사께서 「전혀 공덕이 없습니다」라고 대답하시니, 양무제는 불쾌

게 여겨 마침내 달마대사를 나라 밖으로 내보내었다고 하는데 이 말을 잘

알지 못하겠습니다. 청하온데 대사께서는 말씀해 주십시오.』

   육조대사께서 말씀하셨다.

   『참으로 공덕이 없나니, 사군은 달마대사의 말씀을 의심하지 말지니, 양

무제가 삿된 길에 집착하여 바른 법을 모르는 것이니라.』

   위사군이 물었다.

   『어찌하여 공덕이 없습니까?』

   육조대사가 말씀하셨다.

   『절을 짓고 보시하며 공양을 올리는 것은 다만 복을 닦는 것이니, 복을

공덕이라고 하지는 말아야 하며, 공덕은 법신에 있고 *복밭(복전福田)에 있

지 않으니라.

   자기의 법성(法性)에 공덕이 있나니, 견성(見性)이 곧 공()이요, 평등하

고 곧음이 곧 덕()이니라.

   안으로 불성(佛性)을 보고 밖으로는 공경할지니, 만약 사람들을 경멸하고

아상(我相)을 끊지 못하면 곧 스스로 공덕이 없고 자성은 허망하여 법신에

공덕이 없느니라.

   생각마다 덕을 행하고 마음이 평등하여 곧으면 공덕이 곧 가볍지 않으니

라. 그러므로 항상 남을 공경하고 스스로 몸을 닦는 것이 곧 공이요, 스스로

마음을 닦는 것이 곧 덕이니라.

   공덕은 자기의 마음으로 짓는 것이니, 이같이 복과 공덕이 다르거늘 무제

가 바른 이치를 알지 못한 것이요, 달마대사께 허물이 있는 것이 아니니

라.』

 


[주해註解]

*양무제梁武帝(464~549) : 중국(中國) 남조(南朝) 제일대(第一代)의 황제(皇帝). 성(姓)은 소

(蕭), 명(名)은 연(衍), 치세(治世)는 거의 오십년(五十年). 당시(當時) 선혜대사(善慧大士-부

대사傅大士)와 보지(寶誌) 등과 사귀고 불법(佛法)을 깊이 신앙(信仰)하여 황제대보살(皇帝

大菩薩)ㆍ불심천자(佛心天子)라 칭(稱)하여짐. 계율(戒律)을 잘 지키고 많은 저술(著述)을 하

며 수많은 불사(佛事)를 여행(勵行)하여 남조불교(南朝佛敎)의 극성시대(極盛時代)를 이루었

다. 때로는 제(帝) 스스로 사원(寺院)의 노예(奴隸)가 되어 봉사사신행(奉仕捨身行)을 감행하

기도 하였다.

*복전福田 : 마땅히 공양할 대상에 대하여 이를 공양(供養)하면 능(能)히 모든 복보(福報)를

받는데, 마치 농부(農夫)가 전답(田畓)에 파종(播種)하여 추수(秋收)의 리(利)가 있음과 같다.

【범망경梵網經】에 팔복전(八福田)의 명목(名目)이 유(宥)함. 팔복전자(八福田者) (一) 불

(佛),(二) 성인(聖人), (三) 화상(和尙), (四) 아사리(阿사梨-교수사敎授師), (五) 승(僧), (六)

부(父), (七) 모(母), (八) 병인(病人), 그 중 불(佛)ㆍ성인(聖人)과 승(僧)과를 경전(敬田)이라

하고, 화상(和尙), 아사리(阿사梨), 부모(父母)을 은전(恩田)이라 하고, 병인(病人)을 비전(悲

田)이라 함. 만약 사람이 차팔복전(此八福田)에 대하여 능(能)히 공경공양자민혜시(恭敬供養

慈愍惠施)하면 능(能)히 무량(無量)의 복과(福果)를 생(生)함으로 복전(福田)이라 명(名)함.


 八. 참공덕과 극락세계를 밝히다(2)

 


   위사군이 예배하고 또 물었다.

   『제자가 보오니 스님과 도사들과 속인들이 *항상 아미타불을 생각(상념

아미타불常念阿彌陀佛)하면서 서쪽 나라에 가서 나기를 바랍니다. 청하온

데 대사께서는 말씀해 주십시오. 저기에 날 수가 있습니까? 바라건대 의심

을 풀어 주소서.』

   대사께서 말씀하셨다.

   『사군은 들을지니, 혜능이 말하여 주리라. 세존께서 사위국에 계시면서

서방정토에로 인도하여 교화하는 말씀을 하셨느니라.

   경에 분명히 말씀하기를 「여기서 멀지 않다」고 하였나니, 다만 낮은

근기의 사람을 위하여 멀다 하고, 가깝다고 말하는 것은 다만 지혜가 높은

사람 때문이니라.

   사람에는 자연히 두 가지가 있으나 법은 그렇지 않나니, 미혹함과 깨달음

이 달라서 견해에 더디고 빠름이 있을 뿐이니라.

   미혹한 사람은 염불하여 저 곳에 나려고 하지마는 깨달은 사람은 스스로

그 마음을 깨끗이 하느니라. 그러므로 부처님께서 「*그 마음이 깨끗함을

따라(수기심정隨其心淨)서 부처의 땅(정토淨土)도 깨끗하다(즉불토정則佛

土淨)」고 말씀하셨느니라.

   사군이여, 동쪽 사람일지라도 다만 마음이 깨끗하면 죄가 없고, 서쪽 사

람일지라도 마음이 깨끗하지 않으면 허물이 있느니라. 미혹한 사람은 가서

나기를 원하나 동방이나 서방이든 사람이 있는 곳으로는 다 한 가지니라.

   다만 마음에 깨끗하지 않음이 없으면 서방정토(西方淨土)가 여기서 멀지

않고, 마음에 깨끗하지 않은 생각이 일어나면 염불하여 왕생하고자 하여도

이르기 어려우니라.

   십악(十惡)을 제거하면 바로 십만 리를 가고 *팔사(八邪)가 없으면 바로

팔천 리를 지난 것이니, 다만 곧은 마음을 행하면 도달하는 것은 손가락 퉁

기는 것과 같으니라. 사군이여 다만 *십선(十善)을 행할지니, 어찌 모름지

기 짐짓 왕생하기를 바랄 것인가. 십악(十惡)의 마음을 끊지  못하면 어느

부처가 *와서 맞이(래영청來迎請)하겠는가.

   만약 *생사(生死)를 여읜(무생無生) 돈법(頓法)을 깨달으면 서방정토를

나에 볼 것이요, 돈교의 큰 가르침을 깨닫지 못하면 염불을 하여도 왕생

길이 멀거니, 어떻게 도달하겠는가.』

 

 

[주해註解]

*상념아미타불常念阿彌陀佛 : 행주좌와(行住坐臥)의 어묵동정(語黙動靜)에 간단(間斷)없

이 아미타불(阿彌陀佛)을 염(念)하여 서방정토극락세계(西方淨土極樂世界)에 왕생(往生)한

다는 가르침. 아미타불(阿彌陀佛)은 바로 진여불성(眞如佛性)의 생명적(生命的) 표현(表現)

이니 극락세계(極樂世界)에 가서 태어난다(왕생往生)는 것은 불성(佛性)을 깨닫고 성불(成

佛)한다는 뜻과 동일함. 사조대사(四祖大師) 도신(道信,580~651)스님의 【입도안심요방편

법문入道安心要方便法門】에 『일행삼매一行三昧…(일체존재<一切存在>가 한결같이 진여

불성<眞如佛性>임을 깨닫는 명상)에 들어가고자 하면 마음을 오로지 불성(佛性)에 매어서

(계繫) 다만 부처님의 명호(名號,이름)를 외우되, 능히 일불(一佛)에 염념상속(念念相續)하

면 그 공덕(功德)으로 일체제불법계(一切諸佛法界)를 깨달을 수 있다』고 하였음. 또 【대품

반야경大品般若經】에 『염불즉염심(念佛卽念心)이라. 마음을 구(求)하는 것은 바로 불(佛)

을 구(求)하는 것이다. 마음은 모양이 없는 것이고 불성(佛性)도 모양이 없는 것이니 이 도리

(道理)를 깨달으면 바로 안심(安心)인 것이다.』하여 이른바 [안심법문(安心法門)]을 설(說)

하였다.

*수기심정즉불토정隨其心淨則佛土淨 : 【유마경維摩經】[불국품(佛國品)]에 있으며, 우주

법계(宇宙法界)가 본래(本來)로 청정세계(淸淨世界)이기 때문에 마음이 청정(淸淨)하면 바

로 정토(淨土)요 마음이 부정(不淨)하면 바로 예토(穢土)가 됨.

*십악十惡 : 살생(殺生)ㆍ투도(偸盜)ㆍ사음(邪淫)ㆍ망어(妄語)ㆍ양설(兩舌)ㆍ악구(惡口)ㆍ

기어(綺語)ㆍ탐욕(貪慾)ㆍ진에(瞋恚)ㆍ우치(愚癡).

*팔사八邪 : 팔정도(八正道)의 반대(反對)로서 사견(邪見)ㆍ사사유(邪思惟)ㆍ사어(邪語)ㆍ

사업(邪業)ㆍ사명(邪命)ㆍ사방편(邪方便,사정진邪精進)ㆍ사념(邪念)ㆍ사정(邪正).

여기서는 정토(淨土)는 밖에서 구(求)하는 것이 아니고 심신중(心身中)의 십악팔사(十惡

八邪)를 배제(排除)한 곳이 바로 정토(淨土)라 하였음.

*십신十信 : 십선도(十善道) 또는 십선계(十善戒)라고도 함. 신(身)ㆍ구(口)ㆍ의(意)로 십악

(十惡)을 범(犯)하지 않는 제계(制戒). 불살생(不殺生)ㆍ불투도(不偸盜)ㆍ불사음(不邪淫)ㆍ

불망어(不忘語)ㆍ불양설(不兩舌)ㆍ불악구(不惡口)ㆍ불기어(不綺語)ㆍ불탐욕(不貪欲)ㆍ불

진에(不瞋恚)ㆍ불사견(不邪見).

*래영청來迎請 : 염불(念佛)을 많이 한 이나 십악(十惡)을 여읜 청정(淸淨)한 이를 불보살

(佛菩薩)이 극락세계(極樂世界)에서 마중하는 것.

*무생돈법無生頓法 : 생멸(生滅)을 여읜 깨달음의 경지(境地)를 단번에 증오(證悟)케 하는

법문(法門).


  八. 참공덕과 극락세계를 밝히다(3)

 

 


   六조께서 말씀하셨다.

   『혜능이 사군을 위하여 서쪽 나라(극락세계)를 찰나 사이에 옮겨 눈앞

에 바로 보게 하리니 보기를 바라는가?』

   위사군이 예배하며 말하였다.

   『만약 여기서 볼 수만 있다면, 어찌 일부러 가서 극락세계에 나겠습니

까. 원하건대 대사께서 자비로써 서쪽 나라(극락세계)를 보여주신다면 매

우 좋겠습니다.』

   대사께서 말씀하셨다.

   『불현듯 서쪽 나라를 보아 의심이 없을 것이니 곧 흩어질지니라.』

   대중들이 놀라 무슨 일인지 영문을 모르자 대사께서 말씀하셨다.

   『대중이여, 대중은 정신 차리고 들을지니, 세상 사람들의 자기 색신은

성()이요 눈ㆍ귀ㆍ코ㆍ혀ㆍ몸은 바로 성의 문이니, 밖으로 다섯 문이 있

고 안으로 뜻()의 문이 있나니, 마음은 바로 땅이요 성품은 바로 왕()

이니, 성품이 있으면 왕이 있고 성품이 떠나면 왕은 없느니라.

   성품이 있으므로 몸과 마음이 있고 성품이 떠나므로 몸과 마음이 무너지

느니라.

   부처는 자기 성품(자성自性)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니 몸 밖에서 구하지

말지니, 자기 성품이 미혹하면 부처가 곧 중생이요 자기 성품을 깨달으면

중생이 바로 부처이니라.

   자비는 바로 관음이요 *희사(喜捨)는 세지(勢至)라고 부르며, 능히 청정

하면 석가(釋迦)요 평등하고 곧음은 미륵이니라. *인아상(人我相)은 수미요

삿된 마음은 큰 바다이며 번뇌는 파랑이요 독한 마음은 악한 용이며 진로

(塵勞)는 물고기와 자라요 허망함은 바로 *귀신(신귀神鬼)이며 삼독(三毒)

은 바로 지옥이요 어리석음은 바로 축생이며 십선(十善)은 바로 천당이니

라.

   인아상(人我相)이 없으면 수미산이 저절로 거꾸러지고 삿된 마음을 없애

면 바닷물이 마르며, 번뇌가 없으면 파랑이 없어지고 독해(毒害)를 제거하

면 물고기와 용이 없어지느니라.』

   『자기 마음의 바탕 위에 깨달은 성품(각성覺性)의 부처가 큰 지혜를 비

추어 광명이 빛나며, 육문<안(),이(),비(),설(),신(),의()>이 청

정하고 *욕계의 모든 여섯 하늘(육욕제천六欲諸天)을 비추어 다스리고 아

래로 비추어 삼독을 제거하면 지옥이 일시에 사라져 안팎으로 사무쳐 밝으

면 서쪽 나라(극락세계)와 다르지 않나니, 이러한 수행을 하지 아니하고 어

찌 깨달음의 피안(彼岸)에 이를 것인가.』

   법문을 들은 법좌(法座) 아래서는 찬탄하는 소리가 하늘에 사무쳤으니,

응당 미혹한 사람까지도 바로 밝게 알아볼 수 있었느니라.

   위사군이 예배하며 찬탄하여 말하였다.

   『참으로 훌륭하십니다. 두루 원하옵나니, 법계의 중생들이 이 법문을 듣

고 모두 일시에 깨달아지이다.』

 


[주해註解]

*희사喜捨 : 정사(淨捨)ㆍ정시(淨施)라고도 하는데 주로 삼보(三寶)에 공양하기 위하여 돈

이나 물건을 보시하는 것.

*인아상人我相 : 오온(五蘊)이 가화합(假和合)한 신체(身體)에 대하여 상일주재(常一主宰,

고유한 주체)하는 아(我)가 있다고 생각하는 잘못된 견해.  인아상(人我相)을 아집(我執)이라

하고 법아상(法我相)을 법집(法執)이라 함. 법집(法執)이란 객관적인 물심제법(物心諸法)에

실로 체성이 있다고 집착하는 마음.

*신귀神鬼 : 귀신(鬼神)과 같음. 인간(人間)의 시력(視力)으로 볼 수 없는 신비력(神秘力)을

가지며 삼보(三寶)를 수호하는 선신(善神)과 해(害)를 끼치는 악신(惡神)이 유(有)함.

*육욕천六欲天 : 욕계(欲界)에 속한 육층(六層)의 천상. 지국(持國)ㆍ광목(廣目)ㆍ증장(增

長)  다문(多聞)의 사왕천(四王天)과 도리천(忉利天)ㆍ야마천(夜摩天)ㆍ도솔천(도率天)ㆍ

화락천(化樂天)ㆍ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 욕계(欲界)에는 식욕(食慾)ㆍ음욕(淫慾)ㆍ수면욕

(睡眠欲) 등 모든 욕망을 떠나지 못함으로 욕계(欲界)라 함.

 

 八. 참공덕과 극락세계를 밝히다(4)

 

 


   대사께서 말씀하셨다.

   『선지식들이여, 만약 수행(修行)하기를 바란다면 세속에서도 가능한 것

이니, 절에 있다고만 하는 것이 아니니라. 절에 있으면서 닦지 않으면 서쪽

나라 사람(극락세계를 바라는 사람)의 마음이 악함과 같고, 세속에 있으면

서 수행하면 동쪽나라 사람(세속에 있는 사람)이 착함을 닦는 것과 같나니,

오직 바라건대, 자기 스스로 깨끗함을 닦으면 그것이 바로 서쪽나라이니

라.』

   위사군이 물었다.

   『대사이시여, 세속에 있으면서는 어떻게 닦아야 합니까? 원하오니 가르

주소서.』

   대사께서 말씀하셨다.

   『선지식들이여, 혜능이 도속(道俗)을 위하여 [상()을 여읜 게송(무상

無相頌)]을 지어 줄터이니 다들 외워 가질지니, 이것을 의지하여 수행하

면 항상 혜능과 더불어 한 곳에 있음과 다름이 없느니라.』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설법도 통달하고 마음도 통달(설통급심통說通及心通)하여

       해가 허공에 떠오름과 같나니  

       오직 돈교의 법만을 전하여

       세간의 삿된 가르침을 부수는도다.

       가르침에는 돈()과 점()이 없으나

       미혹함과 깨달음에 더디고 빠름이 있나니

       만약 돈교(頓敎)의 법을 배우면

       어리석은 사람도 미혹하지 않느니라.

       설명하자면 비록 일만(一萬)가지이나

       모두 합하면 도로 하나로 돌아가나니

       번뇌의 어두움 속에서

       항상 지혜의 해가 떠오르게 하라.

       삿됨은 번뇌를 인연하여 오고

       바름이 오면 번뇌는 없어지나니

       삿됨과 바름 모두 여의면

       오직 깨끗함만 *남을 뿐(무여無餘)이로다.

       보리는 본래 깨끗하나

       마음 일으키는 것이 바로 망상이라

       깨끗한 성품이 망념 가운데 있나니

       오로지 바르기만 하면 *세 가지 장애(삼장三障)를 없애는도다.

       만약 세간에서 도를 닦으려 하면

       일체 모두가 방해롭지 않나니

       항상 자기 허물 드러내 있게 하면

       도와 더불어 서로 합하는도다.

       *형상이 있는 것(색류色類)에는 본디 도가 있거늘

       도를 떠나 따로 도()를 찾는데

       도를 찾아도 도를 보지 못하나니

       도리어 스스로 고뇌만 하는도다.

       만약 애써 도를 찾고자 한다면

       행동의 바름이 바로 도()이니

       스스로에게 바른 마음 없으면

       어둠 속 길이라 도를 보지 못하리라.

       만약 참으로 도를 닦는 사람이라면

       세간의 어리석음 보지 않나니

       만약 세간의 잘못 보는 것은

       자기의 잘못이니 도리어 허물이로다.

       남의 잘못은 나의 허물이요

       나의 잘못은 스스로 죄 지음이니

       오직 스스로 잘못된 생각 버리고

       번뇌를 물리쳐 부수는도다.

       만약 어리석은 사람을 교화하고자 하면

       모름지기 방편이 있어야 하나니

       그들로 하여금 의심을 깨뜨리게 할지니

       바로 보리가 나타남이로다.

       법은 원래 세간에 있으며

       세간에서 세간을 벗어나나니

       세간 일을 떠나지 말며

       밖에서 출세간(出世間)의 법을 구하지 말라.

       삿된 견해가 세간이요

       바른 견해는 세간을 벗어남이니

       삿됨과 바름을 다 물리쳐 버리면

       보리의 성품이 완연하리로다.

       이는 오직 단번에 깨닫는 가르침이며

       또한 대승이라 이름하나니

       미혹하면 수많은 세월을 경과하나

       깨달으면 찰나의 사이로다.


   대사께서 말씀하셨다.

   『선지식들이여, 그대들은 다들 이 게송을 외어 가질지니, 이 게송을 의

지하여 수행을 하면 천 리를 혜능과 떨어져 있더라도 항상 혜능의 곁에 있

는 것이요, 이를 수행하지 않으면 얼굴을 마주하여도 천 리를 떨어져 있는

것이니, 각기 스스로 수행할 것이요, *법이 상대를 기다리지 않느니라.(

불상대法不相待)

   여러분들은 그만 흩어질지니 혜능은 조계산으로 돌아가리라. 만약 대중

가운데 큰 의심이 있으면 저 산중으로 오면 그대들 의심을 없애고 같이 부

처의 성품을 보게 하리라.』

   함께 앉아 있던 관료ㆍ스님ㆍ속인들이 대사께 예배하며 찬탄하여 마지

않았으며 『참으로 훌륭하십니다. 크게 깨달으심이여, 일찍이 미처 듣지 못

한 말씀이로다. 영남에 복이 있어 산 부처가 여기 계심을 누가 능히 알았으

리오』하며 모두들 흩어져 돌아갔다.


[주해註解]

*설통급심통說通及心通 : 설통(說通)은 설법(說法)에 통달(通達)하는 것이며 심통즉종통

(心通卽宗通)은 근본체성(根本體性)에 통달(通達)함을 말함. 【능가경楞伽經】 권삼(卷三)

[일체불어품(一切佛語品)]에 있음.

*무여無餘 : 무여열반(無餘涅槃)을 말함. 완전(完全)한 진실(眞實)한 열반(涅槃)으로서 번뇌

(煩惱)를 모조리 없앤 영원(永遠)히 평안(平安)한 경계.

*삼장三障 : 정도(正道)와 선심(善心)을 장해(障害)하는 세 가지 해악(害惡). 일(一)은 번뇌

장(煩惱障)으로서 탐(貪)ㆍ진(瞋)ㆍ치(痴)의 미혹(迷惑). 이(二)는 업장(業障)으로서 오역(五

逆)ㆍ십악(十惡) 등의 행위(行爲). 삼(三)은 보장(報障)으로서 지옥(地獄)ㆍ아귀(餓鬼)ㆍ축

생(畜生) 등의 고보(苦報).

*색류色類 : 물질적(物質的) 존재(存在)의 총칭(總稱).

*법불상대法不相待 : 【유마경維摩經】[제자품弟子品]에 『법(法)에는 상대(相待)가 없

다』고 말한 것은 일체법(一切法)은 본래(本來)로 상대성(相待性)을 초월함을 의미한 것이

나, 여기서는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뜻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