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조단경(六祖壇經)

[제10장 부촉유통] 十. 법을 부촉하고 유통케 하다

通達無我法者 2007. 2. 17. 13:03
十. 법을 부촉咐囑하고 유통流通케 하다(1)

 



   대사께서 드디어 문인인 법해ㆍ지성ㆍ법달ㆍ지상ㆍ지통ㆍ지철ㆍ지도ㆍ

법진ㆍ법여ㆍ신회 등을 불렀다.

   대사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들 열 명의 제자들은 앞으로 가까이 오도록 하라. 그대들은 다른

사람들과 같지 않으니, 내가 세상을 떠난 뒤에 그대들은 각각 한 곳의 어른

이 될 것이니라. 그러니 내가 그대들에게 법문 설하는 법을 가르쳐서 근본

종지를 잃지 않게 하리라.

   *삼과의 법문(三科法門)을 들고 *동용삼십육대(動用三十六對)를 들어서

나오고 *들어감에 바로 양변을 여의(출몰즉리양변,出沒卽離兩邊)도록 하여

라.

   모든 법을 설하되, 성품과 모양(성상,性相)을 떠나지 말지니라. 만약 사람

들이 법을 묻거든 말을 다 쌍()으로 해서 모두 대법(對法)을 취할지니, 가

고 오는 것이 서로 인연한 것이니 필경에는 두 가지 법을 다 없애고 다시 가

는 곳 마저 없게 할지니라.

   삼과법문(三科法門)이란 음()ㆍ계()ㆍ입()이고, 음은 오음(五陰)이

며 계는 십팔계(十八界)요 입은 십이입(十二入)이니라.

   어떤 것을 오음이라고 하는가?

   색음ㆍ수음ㆍ상음ㆍ행음ㆍ식음이니라.

   어떤 것을 십팔계라고 하는가?

   육진(六塵)ㆍ육문(六門)ㆍ육식(六識)이니라.

   어떤 것을 십이입(十二入)이라고 하는가?

   바깥의 육진과 안의 육문이니라.

   어떤 것을 육진이라 하는가?

   색ㆍ성ㆍ향ㆍ미ㆍ촉ㆍ법이니라.

   어떤 것을 육문이라고 하는가?

   눈ㆍ귀ㆍ코ㆍ혀ㆍ몸ㆍ뜻이니라.

   법의 성품이 육식인 안식ㆍ이식ㆍ비식ㆍ설식ㆍ신식ㆍ의식의 육식과 육

문과 육진을 일으키고 *자성(自性)은 만법을 포함하나니, 함장식(含藏識)

이라고 이름하느니라. 생각을 하면 바로 식(識)이 작용하여 육식이 생겨 육

문으로 나와 육진을 보나니, 이것이 삼()ㆍ육(六)은 십팔(十八)이니라.

   자성이 삿되기 때문에 열여덟 가지 삿됨이 일어나고, 자성이 바름(,)

을 포함하면 열여덟 가지 바름이 일어나느니라.

   악()의 작용을 지니면 곧 중생이요, 선()이 작용하면 바로 부처이니

라.

   작용은 무엇들로 말미암는가?

   자성(自性)의 대법(對法)으로 말미암느니라.

   바깥 경계인 무정(無情)에 다섯 대법이 있으니, 하늘과 땅이 상대요 해와

달이 상대이며 어둠과 밝음이 상대이며 음과 양이 상대이며 물과 불이 상대

이니라.

   논란하는 말(,)과 직언하는 말(,)의 대법과 법과 현상의 대법에

열두 가지가 있나니, 유위와 무위ㆍ유색과 무색이 상대이며, 유상과 무상이

상대이며, 유루와 무루가 상대이며, 현상(,)과 공()이 상대이며, 움직

임과 고요함이 상대이며, 맑음과 흐림이 상대이며, 범()과 성()이 상대

이며, 승()과 속()이 상대이며, 늙음과 젊음이 상대이며, 큼과 작음이

상대이며, 긺(,)과 짧음(,)이 상대이며, 높음과 낮음이 상대이니라.

   자성이 일으켜 작용하는 대법에 열아홉 가지 있나니, 삿됨과 바름이 상대

요, 어리석음과 지혜가 상대이며, 미련함과 슬기로움이 상대요, 어지러움과

선정(禪定)이 상대이며, 계율과 잘못됨이 상대이며, 곧음과 굽음이 상대이

며, 실()과 허()가 상대이며, 험함과 평탄함이 상대이며, 번뇌와 보리가

상대이며, 사랑과 해침이 상대이며, 기쁨과 성냄이 상대이며, 주는 것과 아

낌이 상대이며, 나아감과 물러남이 상대이며, 남(,)과 없어짐(,滅)이

상대이며, 항상함과 덧없음이 상대이며, 법신(法身)과 색신(色身)이 상대이

며, 화신(化身)과 보신(報身)이 상대이며, 본체와 작용이 상대이며, 성품과

모양(성상,性相)이 상대이니라.

   유정ㆍ무정의 대법인 어()ㆍ언()과 법()ㆍ상()에 열두 가지 대법

이 있고, 바깥 경계인 무정(無情)에 다섯 가지 대법이 있으며, 자성을 일으

켜 작용하는데 열아홉 가지의 대법이 있어서 모두 서른여섯 가지 대법을 이

루니라.

   이 삼십육 대법(對法)을 알아서 쓰면 일체의 경전에 통달하고 출입에 *

로 양변을 떠나(즉리양변,卽離兩邊)니라. 어떻게 자성이 기용(起用)하는가?

   삼십육 대법이 사람의 언어와 더불어 함께하나 밖으로 나와서는 모양에

서 모양을 떠나고, 안으로 들어와서는 공()에서 공을 떠나나니, 공에 집

착하면 다만 무명만 기르고 모양에 집착하면 오직 사견(邪見)만 기르느니

라.

   더러는 법()을 비방하면서 말하기를 「문자(文字)를 쓰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녕 문자를 쓰지 않는다(불립문자,不立文字 또는 불용문

,不用文字)고 말한다면 사람이 말하지도 않아야만 옳을 것이니, 언어가

바로 문자이기 때문이다.

   자성에 대하여 공()을 말하나, 바로 말하면 본래의 성품은 공()하지

않으니, 미혹하여 스스로 현혹됨은 말들이 삿된 까닭이니라.

   어둠이 스스로 어둡지 아니하나, 밝음 때문에 어두운 것이니라. 어둠이

스스로 어둡지 아니하나 밝음이 변화함으로써 어둡고, 어둠으로써 밝음이

나타나나니, 오고 감이 서로 인연한 것이며 삼십육 대법도 또한 이와 같으

니라.』



[주해註解]

*삼과법문三科法門 : 오음(五陰)ㆍ십이입(十二入)ㆍ십팔계(十八界)를 삼과(三科)라 함. 오

온(五蘊)ㆍ십이처(十二處)ㆍ십팔계(十八界)라고도 함.

*동용삼십육대動用三十六對 : 외경(外境)의 무정오대(無情五對)와 법상(法相)의 십이대(十

二對)와 자성(自性)의 십구대(十九對)로서 합계(合計) 삼십육대(三十六對)를 자성(自性)의

작용(作用)에 의(依)하여 운용(運用)해야 함을 말함.

*출몰즉리양변出沒卽離兩邊 : 삼십육대(三十六對)의 대법(對法)은 그 일대(一對)가 모두

상대(相對)의 관계에 있음을 깨닫게 하기 위하여 일방(一方)을 취사(取捨)함으로써 상대(相

對)를 초월(超越)한 절대(絶對)를 깨닫게 하기 위함.

*자성함만법명함장식自性含萬法名含藏識 : 아뢰야식(阿賴耶識 -Alayavijnana)을 말함. 유

정(有情)ㆍ무정(無情) 모든 것을 생기(生起)하는 종자(種子)를 함장(含藏)한 식(識). 제팔식

(第八識) 또는 잠재의식(潛在意識)을 말함.

*즉리양변卽離兩邊 : 양변(兩邊)은 이법(二法)이 대립(對立)한 일대(一對)의 개념(槪念)으

로서 유위(有爲)와 무위(無位), 유루(有漏)와 무루(無漏), 진제(眞諦)와 속제(俗諦) 등을 말하

는데, 중도(中道)란 서로 대립(對立)하는 두 입장(立場)을 여읜 중정(中正)의 도(道)임. 【대

지도론(大智度論)】 사십삼(四十三)에 『상(常)은 시일변(是一邊)이며 단멸(斷滅)은 시일변

(是一邊)이다. 시이변((是二邊)을 리(離)하여 중도(中道)를 행(行)함을 바로 반야바라밀(般若

波羅蜜)이라』함.

 

 

十. 법을 부촉咐囑하고 유통流通케 하다(2)



   대사께서는 열 명의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이후에 법을 전하되 서로가 번갈아 이 한 권의 단경을 가르쳐 주어 본

래의 종지를 잃어버리지 않게 할지니, 단경을 이어 받지 않는다면 나의 종

지가 아니니라. 이제 얻었으니 대대로 유포하여 행하게 할지니라. 단경을

만나 얻은 이는 내가 친히 만나서 주는 것과 같으니라.』

   열 분의 스님들이 가르침을 받아가지고 단경을 베껴 써서 대대로 널리 퍼

지게 하니, 얻은 이는 반드시 자성(自性)을 깨달을 것이니라.

   대사께서 선천 이년 팔월 삼일에 돌아가셨다. 칠월 팔일에 문인들을 불러

고별하시고, *선천(先天) 원년(元年)에 *신주(新州) 국은사(國恩寺)에 *

을 조성(조탑,造塔)하고 선천 이년 칠월에 이르러 작별을 고하셨다.


   대사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앞으로 가까이 오너라. 나는 팔월이 되면 세상을 떠나고자 하

니, 그대들은 의심이 있으면 빨리 묻도록 하여라. 그대들을 위하여 의심을

깨우쳐 미혹을 다 없애고 그대들로 하여금 안락하게 하리라. 내가 떠난 뒤

에는 그대들을 가르쳐 줄 사람이 없으리라.』

   법해를 비롯한 여러 스님들이 이 말씀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였으

나, 오직 신회만이 잠자코 있으며 슬피 울지도 않으니, 육조대사께서 말씀

하셨다.

   『나이 어린 신회는 도리어 좋고 그름에 대하여 평정함을 얻어서 헐뜯고

칭찬함에 동요하지 않으나, 나머지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는구나. 그렇다면

여러 해 동안 산중에서 무슨 수도를 하였는가?

   그대들이 지금 슬피 우는 것은 또한 누구를 위함인가? 나의 가는 곳을 그

대들이 몰라서 근심하는 것인가? 만약 내가 나가는 곳을 모른다면 그대들

에게 고별을 하겠는가?

   그대들이 슬퍼하는 것은 바로 나의 가는 곳을 몰라서이니, 만약 가는 곳

을 안다면 슬퍼하지 않으리라.

   자성(自性)의 본체는 남(,)도 없고 없어짐(,)도 없으며 감(,)

도 없고 옴(,)도 없느니라.

   그대들은 모두 앉거라. 내 이제 그대들에게 한 게송(偈頌)을 주노니, [진

가동정게(眞假動靜偈)]니라. 그대들이 다 외워 이 게송의 뜻을 알면 그대들

은 나와 더불어 같을 것이니, 게송을 의지하여 수행해서 종지를 잃지 않도

록 하여라.』

   스님들이 예배하고 대사께 게송 남기시기를 청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받아 가졌다.

   게송에 말씀하셨다.

       모든 모양 있는 것에 진실이 없나니 진실을 보려 하지 말라.

       진실이라 보인다 해도 그것은 바로 진실이 아니니라.

       만약 능히 자기에게 진실이 있다면 거짓을 떠나는 것이 바로 마음

    의 진실이니라.

       자기 마음의 거짓을 여의지 않으면 진실이 없거니 어느 곳에 진실

    이 있을 것인가?

       유정은 움직일 줄 알고 무정은 움직이지 않나니

       만약 움직이지 않는 행을 닦는다면 무정의 움직이지 않음과 같으

    니라.

       만약 참으로 움직이지 않음을 깨달으면 움직임 위에 움직이지 않

    음이 있나니

       다만 움직이지 않음만 집착하면 뜻도 없고 부처의 씨앗도 없도다.

       능히 모양을 잘 분별하여 근본 뜻은 움직이지 말지니

       만약 깨달아서 이 견해를 지으면 바로 진여의 작용이니라.

       도를 배우는 모든 이에게 말하노니 힘써 뜻을 세우고

       대승의 문에서 도리어 *생사(生死)의 견해(,)에 집착하지 말라.

       앞 사람과 서로 응하면 함께 부처님 말씀을 의논할지나

       서로 응하지 않으면 합장하여 선()을 짓도록 권하여라.

       이 가르침은 본래 다툼이 없음이니, 다툼이 있으면 도의 뜻을 잃으

    리니

       미혹에 집착하여 법문을 다투면 자성(自性)이 생사(生死)에 들어가

    느니라.



[주해註解]

*선천원년先天元年 : 서기칠일이년(西紀七一二年). 혜능대사(惠能大師)는 선천이년(先天二

年 - 서기西紀 칠일삼년七一三年) 팔월삼일(八月三日) 향년(享年) 칠육세(七六世)로 멸도

(滅度)하였다.

*신주新州 국은사國恩寺 : 광동성(廣東省) 신흥현(新興縣)의 혜능대사(惠能大師) 거주사

(居住寺). 혜능대사(惠能大師)는 소주(韶州) 조계사(曹溪寺)에서 국은사(國恩寺)로 돌아와

입적(入寂)하였다.

*조탑造塔 : 혜능대사(惠能大師)는 사기(死期)가 가까움을 알고 미리 탑(塔)을 조성(造成)케

했음. 그 당시 고승(高僧)들이 생전(生前)에 미리 탑(塔)을 조성(造成)함은 전통적인 관례였

음.

*생사지生死智 : 상대적(相對的)인 현상(現象)에 집착하는 미정(迷情)을 말함.

 

 

  十. 법을 부촉咐囑하고 유통流通케 하다(3)

 



   대중스님들은 다들 듣고 대사의 뜻을 알았으며, 다시는 감히 다투지 아니

하고 법을 의지하여 수행하기를 다짐하였다. 대중은 모두 함께 예배하였으

며 바로 대사께서 세상에 오래 머물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상좌인 법해가 앞으로 나와 여쭈었다.

   『대사님이시여, 대사님께서 가신 뒤에 가사와 법을 마땅히 누구에게 부

촉하시겠습니까?』

   대사께서 말씀하셨다.

   『법은 전하여 마쳤으니 그대들은 다시 묻지 말아라. 내가 떠난 뒤 이십여

년에 삿된 법이 요란하여 나의 종지를 혹란하게 할 것이니, 그러나 어떤 사

람이 나와서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 불법(佛法)의 옳고 그름을 결정하여

종지를 세우리니, 이것이 바로 나의 바른 법이니라. 그러므로 가사를 전하

는 것은 옳지 않으니라. 그대들이 믿지 않는다면 내가 선대(先代)의 다섯

조사께서 가사를 전하고 법을 부촉하신 게송들을 외워 주리라.

   만약 제일조 달마대사의 게송의 뜻에 따르면 가사를 전하는 것은 합당하

지 않나니, 잘 들을지니 내가 그대들을 위하여 게송을 외우리라.』


   제일조 달마대사의 게송에 말씀하셨다.

     내 본시 당나라에 와서,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여 미혹한 중생을 구하

   노니

     한 꽃에 다섯 잎이 열리어, 그 결과가 자연히 이루리로다.


   제이조 혜가스님의 게송에 말씀하셨다.

     본래 땅으로 인연하여, 땅에서 씨앗과 꽃 피나니

     만약 본래 땅이 없다면, 꽃이 어느 殆【?피어나리오.


   제삼조 승찬대사의 게송에 말씀하셨다.

     꽃씨가 비록 땅을 인연하여, 땅 위에 씨와 꽃을 피우나

     꽃씨는 나는 성품이 없고, 땅에도 또한 남[,]이 없도다.


   제사조 도신대사의 게송에 말씀하셨다.

     꽃씨에 나는 성품이 있어, 땅을 인연하여 씨앗이 꽃이 피나

     앞의 인연이 화합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다 나지 않는도다.


   제오조 홍인대사의 게송에 말씀하셨다.

     뜻이 있는 이 와서 씨를 뿌리니, 뜻이 없는 꽃이 피어나고

     뜻도 없고 씨앗도 없으니, 마음바탕에 또한 나[,]는 것도 없도다.


   제육조 혜능의 게송을 말한다.

     마음 바탕에 뜻의 씨앗을 머금으니, 법의 비가 꽃을 피우고

     스스로 꽃의 뜻과 씨앗을 깨달으니, 보리의 열매가 저절로 이루어지

   는도다.

   혜능대사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또한 내가 지은 두 게송을 들으라. 달마대사의 게송의 뜻을

하였으니, 그대들 미혹한 사람들은 이 게송을 의지하여 수행하면 반드시

성(自性)을 깨달으리라.』

   첫째 게송에 말씀하셨다.

     마음 바탕에 삿된 꽃이 피니, 다섯 잎이 뿌리를 좇아 따르고

     함께 무명의 업을 지어, 업의 바람에 나부낌을 보는도다.

   둘째 게송에 말씀하셨다.

     마음 바탕에 바른 꽃이 피니, 다섯 잎이 뿌리를 좇아 따르고

     함께 반야의 지혜를 닦으니, 장차 올 부처님의 지혜로다.

   육조대사께서 게송을 말씀하여 마치시고 대중을 해산시켰다.

   밖으로 나온 문인들은 생각하였으니, 대사께서 세상에 오래 머물지 않으

실 것임을 알았다.

   그 뒤 육조대사께서는 팔월 초삼일에 이르러 공양 끝에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차례를 따라 앉으라. 내 이제 그대들과 작별하리라.』

   법해가 여쭈었다.

   『이 돈교법의 전수는 옛부터 지금까지 몇 대입니까?』

   육조대사께서 말씀하셨다.

   『처음은 일곱 부처님으로부터 전수되었으니, 석가모니불은 그 일곱째이

시다.

   대가섭은 제 팔,

   아난은 제 구,

   말전지는 제 십,

   상나화수는 제 십일,

   우바국다는 제 십이,

   제다가는 제 십삼,

   불타난제는 제 십사,

   불타밀다는 제 십오,

   협비구는 제 십육,

   부나사는 제 십칠,

   마명은 제 십팔,

   비라장자는 제 십구,

   용수는 제 이십,

   가나제바는 제 이십일,

   라후라는 제 이십이,

   승가나제는 제 이십삼,

   승가야사는 제 이십사,

   구마라타는 제 이십오,

   사야다는 제 이십육,

   바수반다는 제 이십칠,

   마나라는 제 이십팔,

   학륵나는 제 이십구,

   사자비구는 제 삼십,

   사나바사는 제 삼십일,

   우바굴은 제 삼십이,

   승가라는 제 삼십삼,

   수바밀다는 제 삼십사,

   남천축국 왕자 셋째아들

   보리달마는 제 삼십오,

   당나라 스님 혜가는 제 삼십육,

   승찬은 제 삼십칠,

   도신은 제 삼십팔,

   홍인은 제 삼십구,

   나 혜능이 지금 법을 받은 것은 제 사십대이니라.』

   대사께서 말씀하셨다.

   『오늘 이후로는 서로서로 전수하여 모름지기 서로 의지하고 믿어서 종

지를 잃지 말도록 하여라.』

   법해가 또 여쭈었다.

   『대사님께서 이제 가시면 무슨 법을 부촉하여 남기시어, 뒷세상 사람으

로 하여금 어떻게 부처님을 보게 하시렵니까?』

   육조대사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들으라. 뒷세상에 미혹한 사람들이 중생을 바로 알면 바로 능

히 부처를 볼 것이니라. 만약 중생을 바로 알지 못하면 만겁토록 부처를

아도 보지 못하리라. 내가 지금 그대들로 하여금 중생을 바로 알아서 부

를 보게 하려고 다시 [참부처를 보는 해탈의 노래(견진불해탈송,見眞佛

脫頌)]를 남기리니, 미혹하면 부처를 보지 못하고 깨달은 이는 바로 보느

라.』

   법해가 여쭙기를 『법해는 듣기를 바라오며 대대로 유전하여 세세생생에

끊어지지 않게 하리이다.』

   대사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들으라. 내 그대들을 위하여 말하여 주

리라. 만약 뒷세상 사람들이 부처를 찾고자 한다면 오직 자기 마음의 중생

을 알지니, 그러면 바로 능히 부처를 알게 되는 것이니, 본래로 중생과 인연

이 있기 때문이며 중생을 떠나서는 부처의 마음이 없느니라.

     미혹하면 부처가 중생이요

     깨달으면 중생이 부처니라

     어리석으면 부처가 중생이요

     지혜로우면 중생이 부처이니라

     마음이 험악하면 부처가 중생이요

     마음 평정(平正)하면 중생이 부처이니라.

     한평생 마음이 험악하면

     부처가 중생 속에 있도다.

     한 생각 깨달아 마음 평정하면

     바로 중생 스스로 부처며

     내 마음에 스스로 부처가 있음이라.

     자기 부처가 참부처이니

     만약 자기에게 부처의 마음이 없다면

     어느 곳을 향하여 부처를 구하리오.』

   대사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들 문인(門人)들은 잘 있거라. 내가 게송 하나를 남기리니 [자성진

불해탈송,自性眞佛解脫頌]이라고 이름하느니라. 뒷세상에 미혹한 사람들

이 게송의 뜻을 들으면 바로 자기의 마음, 자기 성품의 참부처를 보리라.

대들에게 이 게송을 주면서 내 그대들과 작별하리라.』

   게송을 말씀하셨다.

     진여의 깨끗한 성품이 참부처요

     삿된 견해의 삼독()이 곧 참마군(魔軍)이니라.

     삿된 생각 가진 사람은 마군이 집에 있고,

     바른 생각 가진 사람은 바로 부처가 들르는도다.

     성품 가운데서 삿된 생각인 삼독이 나나니,

     곧 마왕이 와서 집에 살고

     바른 생각이 삼독의 마음을 스스로 없애면

     마군이 변하여 부처되나니, 참되어 거짓이 없도다.

     화신과 보신과 정신(淨身)이여

     세 몸이 원래로 한 몸이니

     만약 자신(自身)에서 스스로 깨달음을 찾는다면

     곧 부처님의 깨달음을 성취하는 씨앗이니라.

     본래 화신으로부터 깨끗한 성품이 나나니,

     깨끗한 성품은 항상 화신 속에 있고

     성품이 화신으로 하여금 바른 길을 행하게 하면

     장차 원만하여 참됨이 다함 없도다.

     음욕의 성품은 본래 몸의 깨끗한 씨앗이니,

     음욕을 없애고는 깨끗한 성품의 몸도 없느니라.

     다만 성품 가운데 있는 다섯 가지 욕심을 스스로 여의면

     찰나에 성품을 깨치나니 그것이 바로 참(,)이로다.

     만약 금생에 돈교(頓敎)의 법문을 깨달으면

     바로 눈 앞에 세존을 보려니와

     만약 점차로 수행하여 부처를 찾는다면

     어디서 참됨을 구할지 모르는도다.

     만약 자기 몸 가운데 본래로 참됨 있다면

     그 참됨 있음이 바로 성불하는 씨앗이니라.

     스스로 참됨을 구하지 않고 밖으로 부처를 찾으면

     가서 찾는 모두가 크게 어리석은 사람이로다.

     돈교의 법문을 이제 남겼나니

     세상 사람들 구제하고 모름지기 스스로 닦으라.

     이제 세간의 도()를 배우는 이에게 알리노니,

     이러한 가르침에 의지하지 않으면 실로 부질없는 일이로다.

   대사께서 게송을 말씀해 마치시고 드디어 문인들에게 알리셨다.

   『그대들은 잘 있거라. 이제 그대들과 작별하리라. 내가 떠난 뒤에 세속

인정으로 슬피 울거나, 사람들의 조문과 돈과 비단을 받지 말며, 상복을

지 말라. 그런 짓은 성인의 법이 아니며 나의 제자가 아니니라.

   내가 살아있던 때와 한가지로 모두 단정히 앉아서 움직임도 없고 고요함

도 없으며, 남[,]도 없고 없어짐[,]도 없으며, 감[,]도 없고 옴

[,]도 없으며, 옳음도 없고 그름도 없으며, 머무름도 없고 감도 없어서

탄연(坦然)히 적정(寂靜)하면 이것이 큰 도()이니라.

   내가 떠난 뒤에 오직 법에 의지하여 수행하면 내가 있던 날과 한가지일

이나, 내가 만약 세상에 있더라도 그대들이 가르침을 어기면 내가 있은들

이익이 없느니라.』 

   대사께서 이 말씀을 마치시고 밤 삼경에 이르러 문득 돌아가시니, 대사의

춘추는 일흔여섯이었다.

   대사께서 돌아가신 날, 절 안은 기이한 향내가 가득하여 여러 날이 지나

흩어지지 않았고, 산이 무너지고 땅이 진동하며 숲의 나무가 희게 변하

해와 달은 광채가 없고 바람과 구름이 빛을 잃었나니라.

   팔월 삼일에 돌아가시고 동짓달에 이르러 대사의 영구를 모시어 조계산

에 장사지내니 대사의 용감(龍龕) 속에서 흰 빛이 나타나 곧게 하늘 위로

구치다가 이틀만에 비로소 흩어졌으며, 소주 자사 위거는 비()를 세우

지금까지 공양하니라.

   이 단경은 상좌인 법해스님이 모아 기록한 것이다. 법해스님이 돌아가니

같이 배운 도제스님에게 부촉하였고, 도제스님이 돌아가니 문인 오진스님

에게 부촉하였는데, 오진스님은 영남 조계산 법흥사에서 지금 이 법을 전수

하니라.

   만약 이 법을 부촉하려면 모름지기 상근기의 지혜라야 하며, 마음으로 불

법을 믿어 큰 자비를 세우고 이 경을 의지 삼아 이어받아서 지금까지 끊이

지 않느니라.

   법해스님은 본래 소주 곡강현 사람이다. 여래께서 열반하시고 법의 가르

침이 동쪽 땅으로 흘러서 머무름이 없이 함께 전하니, 바로 나의 마음[아상

,我相]이 없음이로다.

   이 진정한 보살이 참된 종지를 설하고 진실한 비유를 행하여 오직 큰 지

의 사람만을 가르치나니, 이것은 근본 뜻을 의지하는 바이니라.

   무릇, 중생을 제도하기를 서원하고 많은 수행을 거듭하여 어려움을 만나

서 물러서지 않고, 괴로움을 만나서도 능히 참아 복과 덕이 깊고 두터워야

만 떳떳하게 이 법을 전할 것이니라.

   만약 근성이 감내하지 못하고 재량(才量)이 좋지 못하면 모름지기 이 법

구하더라도 율법(律法)을 어긴 덕없는 이에게는 함부로 【단경】을 부

촉하지 말 것이니, 도를 같이 하는 모든 이에게 알려 비밀한 뜻을 알게 하노

라.



                                                                            (마침) 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