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제록(臨濟錄)

임제록강설/마방의서문/무비스님

通達無我法者 2007. 8. 29. 11:33
마방의 서문  10


拂衣南邁하야 戾止大名하니 興化師承이라 東堂迎侍로다

불의남매      려지대명      흥화사승     동당영시

 

옷깃을 가다듬고 남쪽으로 내려가 대명부에 머무르니,

흥화스님은 임제스님의 법을 이어받은 사람이라 스님을 동당에 모시니라.


강의 ; 임제스님 말년 어느 날 병란이 일어나서 자리를 옮겼다.

남쪽 대명부라는 곳의 흥화사였다.

그곳에는 이미 제자 흥화존장스님이 교화를 펴고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는 흥화스님이 방장이었고,

임제스님은 동당에 모셔서 한주(閑住)로 잘 받들었다.


銅󰜃�鐵鉢이요 掩室杜詞하니 松老雲閑하야 曠然自適이로다

동병철발      엄실두사      송노운한     광연자적

 

구리로 된 물병과 쇠로 만든 발우뿐이요,

방문을 닫아걸고 말을 하지 않았다.

소나무는 이미 늙었고 구름은 한가하여 시원스레 유유자적하도다. 


강의 ; 흥화사에 온 후로 가진 것 없고 하는 일도 없어서 노년을 보내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가진 것이라곤 기껏해야 구리로 된 물병과 밥을 담는 철발우 뿐이다.

제자 흥화스님이 대중들을 훈도하니 할 일도 없다.

문을 닫고 사니 할 말도 없다.

마치 부처님이 마갈타에서 성도하시고도 언어도단(言語道斷)의 경지를 뜻하는 문을 닫은 일[摩竭掩室]과 같다. 달마대사의 소림면벽과도 같으며, 유마대사가 비야리성에서 입을 닫은 일과도 같다.

교화의 일이 모두 끝난 것이다.

늙으신 노년의 모습은 운치 있는 노송처럼 너무 멋있다.

푸른 하늘 저 멀리 흘러가는 흰 구름같이 그렇게 한가롭고 여유로울 수 없다.

세상사나 자신의 인생에 대하여 솜털처럼 홀가분하다.

텅 비고 시원스러워 유유자적, 자유자재할 뿐이다.

노선사로서, 수행자로서 가장 이상적인 노년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생각하게 한다.

“지팡이에 늙은 몸 의지하며 발길 멎는 대로 쉬다가

때때로 머리 들어 먼 하늘을 바라본다.

구름은 무심히 산골짜기를 돌아 나오고,

날다가 지친 새들은 둥지로 돌아올 줄 안다.

서산에 해는 지고 저녁 빛은 어두워지려 하는데,

나는 외로운 소나무를 어루만지며 서성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