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제록(臨濟錄)

임제록강설/시중53/무비스님

通達無我法者 2007. 9. 3. 17:13
 

시중 53

14-31 명자를 잘못 알고 있다

今時學人不得

蓋爲認名字爲解니라

大策子上

抄死老漢語하야

三重五重으로

複子裏하야

不敎人見하고

道是玄旨라하야

以爲保重하나니

大錯이로다

瞎屢生이여

儞向枯骨上하야

覓什麽汁

“오늘날 학인들이 깨닫지 못하는 것은 대개가 이름과 문자를 잘못 알아서 알음아리를 내기 때문이다.

큰 노트에다가 죽은 노인들의 말씀을 베껴 가지고 세 겹 다섯 겹 보자기에 싸서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하고 그것을 오묘한 이치라 하며,

애지중지 하는데 아주 잘못된 일이다.

눈멀고 어리석은 바보들아!

그대들은 말라빠진 뼈다귀에서 무슨 국물을 찾고 있는가?”

 

강의 ; 모든 사람들이 불교를 공부하지만 불교를 알지 못하는 것은 불교를 설명한 책이나 경전들을 바르게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트에다 돌아가신 노인들의 말씀을 기록하여 세 겹 네 겹 싸서 애지중지한다고 하는데 여기서 노인들이란 부처님과 역대 조사들을 함께 일컫는 말이다.

그러므로 일체 경전과 어록들을 사람들이 잘 못 알고 있는 것을 꾸짖는 말이다. 경전의 문자란 단지 말에 불과하다.

말을 기록한 먹과 종이에 불과하다.

사과를 설명한 책을 아무리 들려다 봐야 사과는 아니다.

불 이야기를 아무리 해 봐야 말이 입을 태우지는 않는다.

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고 불이 나오겠는가?

사과 이야기를 아무리 해 봐야 사과가 나오겠는가?

눈멀고 어리석은 이들이여,

마른 뼈다귀에서 국물을 기대하지 말라.

정나미 떨어지는 표현이다.

임제는 결코 점잖은 선지식은 아니다.

고골상 멱십마즙(枯骨上 覓什麽汁). 비정한 표현이다.

이렇게 까지 말했는데도 그 마른 뼈다귀를 물고 빨고 있는가?

有一般不識好惡하야

向敎中하야

取意度商量하야

成於句義하나니

如把屎塊子하야

向口裏含了라가

吐過與別人하며

猶如俗人

打傳口令相似하야

一生虛過로다

也道我出家라하나

被他問著佛法하면

便卽杜口無詞하야

眼似漆突하며

口如楄擔하니라

如此之類

逢彌勒出世호대

移置他方世界하야

寄地獄受苦니라

“좋고 나쁜 것도 모르는 어떤 무리들이 있어서 경전을 자기 나름대로 이리저리 따져서 의미를 만들어낸다.

이것은 마치 똥 덩어리를 입 속에 넣었다가 다시 뱉어서 다른 사람에게 먹여주는 것과도 같다.

또 속인들이 비밀한 말을 입에서 입으로 전하는 것과 같으니 일생을 헛되이 보내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는 출가한 사람이다.’ 라고 떠벌리지만 불법에 대해서 질문을 받으면 입을 꾹 다물고 한마디도 못한다.

멍하니 처다 보는 눈은 새까만 굴뚝같고 입은 서까래를 건 것 같구나.

이와 같은 무리들은 미륵 부처님이 나오시더라도 다른 세계로 옮겨가서 지옥에 살면서 고통을 받을 것이다.”

 

강의 ; 불교를 강의하고 경전을 설하는 사람들이 꼭 들어 두어야할 말씀이다.

똥 덩어리를 입 속에 넣었다가 다시 뱉어서 다른 사람에게 먹여주는 일이란 것을 알고 하자.

꼭 꼭 씹고 잘게 씹어서 세상을 향하여 냄새를 더욱 독하게 풍기면서 말이다.

불교를 강의하고 경전을 설하는 것을 업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모두가 똥을 씹는 업이다.

온 세상에 악취를 풍기는 일이다.

필자도 예외는 아니다.

이것은 좀 다른 뜻이지만 실은 불교를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더욱 더 많아야 한다.

온 세상을 똥 세상으로 만들어서 모든 사람들을 악취에 질식하도록 해야 한다.

불교의 진실은 어디가고 터무니없이 와전된 것을 꾸짖는 말씀이다.

말을 소리 내지 않고 입이 움직이는 모양만 보고 짐작하여 그 짐작한 것을 또 다른 사람에게 입 모양만 보여주고 한다.

이렇게 전하고 또 전하여 많은 사람에게 전했을 때 그 본의가 얼마나 와전되었을까? 얼마나 헛된 일일까?

그러면서도 입만 벌리면 ‘나는 출가하여 불교를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사람이다.’라고 떠든다.

하지만 진정한 불교를 물으면 눈은 멍하니 초점을 잃어서 혼이 나간 사람 같다. 입은 꼭 다문 것이 한일자[一] 입을 하고 있다. 미륵불이 출세하더라도 불교를 깨칠 날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