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제록(臨濟錄)

임제록강설/시중65/무비스님

通達無我法者 2007. 9. 5. 11:19
 시중 65

 

 

14-42 주리면 밥을 먹고 졸리면 잠을 잔다

大德

莫錯하라

我且不取儞解經論하며

我亦不取儞國王大臣하며

我亦不取儞辯似懸河하며

我亦不取儞聰明智慧하고

唯要儞眞正見解니라

“큰스님들이여! 착각하지 말라.

나는 그대들이 경과 논을 잘 알고 있는 것을 높이 사지 않는다.

나는 또 그대들이 국왕이나 대신이라 하더라도 높이 사지 않는다.

나는 또 그대들이 폭포수처럼 유창한 말솜씨를 가졌더라도 높이 사지 않는다. 나는 또 그대들이 총명하고 지혜롭다 하더라도 높이 사지 않는다.

오직 그대들이 진정한 안목을 가지기를 바랄 뿐이다.”

 

강의 ; 살림에는 눈이 보배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무엇보다 안목이 제일이다.

진정견해(眞正見解)야 말로 사람이 살아가는 일에 있어서 제일 우선하는 일이다. ‘그대의 행동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대의 견해를 나는 소중하게 생각할 뿐이다.’

라는 옛 선지식의 말씀이 있다.

올바른 안목이 없으면 팔만대장경을 다 외운다하더라도 아무런 쓸데가 없는 것이 되고 만다.

동서고금의 모든 학설을 다 꿰뚫고 있다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설법을 아무리 잘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총명 영리하여 하루에 백 권의 책을 외운다 하더라도 참되고 바른 안목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평생을 일종식하고 장좌불와로 살았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하루에 25시간을 좌선으로 살았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종정을 열 번 백번 지내고 대통령을 또 그렇게 지냈다 하더라도 인생에 대한 안목이 없으면 그 인생 헛산 것이다.

본산 주지를 백 번 했다 하더라도 인생에 대한 안목이 없으면 헛산 것이다.

오직 가치 있고 중요한 것은 진정견해다.

바른 안목이다.

道流

設解得百本經論하여도

不如一箇無事底阿師

儞解得하면

卽輕懱他人하야

勝負修羅

人我無明

長地獄業이니라

如善星比丘

解十二分敎호되

生身陷地獄하야

大地不容하니

不如無事休歇去니라

飢來喫飯이요

睡來合眼이라

愚人笑我

智乃知焉이로다

道流

莫向文字中求

心動疲勞하고

吸冷氣無益하니

不如一念緣起無生하야

超出三乘權學菩薩이니라

“도를 배우는 벗들이여! 설사 백 권의 경과 논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일개 일 없는 스님만 같지 못하다.

대들이 그런 것들을 안다하더라도 곧 다른 사람들을 경멸하여 승부를 다투는 아수라가 될 뿐이고 나와 남을 분별하는 무명 번뇌로 지옥의 업을 기를 뿐이다. 예컨대 선성비구가 십이분교를 잘 알면서도 산 채로 지옥에 떨어져서 대지도 용납하지 않았다.

차라리 아무 일없이 쉬고 쉬느니만 같지 못하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잠이 오면 눈을 감으면 된다.

어리석은 사람은 나를 보고 비웃겠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알 것이다.

도를 배우는 벗들이여!

문자 속에서 찾지 말라.

마음이 움직이면 피곤하고 찬 기운을 마시면 좋을 것이 없다.

차라리 한 생각 인연으로 일어난 법이 본래 생멸이 없음을 깨달아 삼승의 방편 학설을 공부하는 보살들을 뛰어넘는 것만 같지 못하니라.”

 

강의 ; 대개의 사람들은 많이 알면 교만하기 마련이다.

지위가 높아도 그렇고 재산이 많아도 그렇다.

나이가 많아도 그렇다.

아는 것이 많고 재산이 많고 지위가 높고 나이가 많아도 마음을 비우고 아무 것도 없는 양 소박하고 순수하면 한없이 아름다우련만 사람들은 그렇지가 못하다. 불교공부란 다른 말로하면 마음 비우는 일이다.

한없이 겸손하고 하심(下心)하는 사람을 보면 참으로 존경스럽다.

나주 다보사의 우화(雨華)스님이 바로 그런 분이었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잠이 오면 잠을 자는 분이었다.

해인사에서 온 객승이라고 여쭈니 당신이 해인사에 가거든 방부를 꼭 받아달라고 진심으로 간청을 하셨다.

그것도 3, 40년 어린 사람에게.

어리석은 사람들은 비웃었지만 지혜로운 사람들은 그를 한없이 존경하였다.

어리석은 사람들이여,

도를 문자 속에서 찾지 말라.

문자와 도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글이란 이름자만 쓸 줄 알면 넉넉하다.

더 배워야 이미 죽은 사람들의 말이나 글로 공연히 머리만 썩일 뿐이다.’

하물며 정치에 야욕을 품은 유비도 이런 말을 했다.

스승 조식이 써준 추천서를 찢어 버리고 더 이상 학문을 하지 않았다.

부처가 되고 조사가 되고 도를 이루려는 출세 대장부야 말해 무엇 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