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제록(臨濟錄)

인제록강설/감변23/무비스님

通達無我法者 2007. 9. 5. 21:59
 

감변 23

33 정상좌가 크게 깨닫다

有定上座하야

到參問, 如何是佛法大意

師下繩床하야

擒住與一掌하고

便托開하니

定佇立이라

傍僧云, 定上座

何不禮拜

定方禮拜

忽然大悟하니라

정상좌(定上座)가 임제스님을 뵙고 “무엇이 불법의 대의입니까?”라고 물으니, 임제스님이 자리에서 내려와 멱살을 움켜쥐고 한 대 후려갈기며 밀쳐버렸다.

정상좌가 멍하여 우두커니 서 있으니 곁에 있던 스님이 말하였다.

“정 상좌여! 왜 절을 올리지 않는가?”

정상좌가 절을 하려는 순간 홀연히 크게 깨달았다.

 

강의 ; 무엇이 불법의 대의인가?

라는 질문은 임제스님이 가장 원수처럼 여기는 것이다.

이 질문을 황벽스님에게 했다가 실컷 얻어맞았기 때문이다.

런데 인생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이 의문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불교에 뜻이 있는 사람들은 역시 이 의문을 가지고 있다.

모든 불교인들의 천형과 같은 것이다.

얻어맞을 때 얻어맞더라도 안가질 수 없는 의문이다.

석가세존으로부터 역대 조사들이 모두 그 소중한 인생을 바쳐 찾고 궁구하였던 문제이기 때문이다.

착하고 순수하고 진실하고 성실하고 열심히 정진하는 정상좌는 이 질문을 임제스님에게 하였다.

제대로 임자를 만난 것이다.

이 질문을 마치 몇 십 년을 기다리기라도 한 사람처럼 대뜸 멱살을 잡고 후려갈기며 또 밀쳐버렸다.

넘어진 사람을 사정없이 밟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사정없이 밟았더라면 그 때 깨달았을 텐데 곁에 있던 스님들의 말을 빌어서 깨달았다.

정상좌와의 관계는 마치 임제스님과 황벽스님과의 관계를 생략해서 그려 논 작은 그림 같다.

간략하면서도 아름답다.

추사의 세한도 같다.

선은 고고(枯槁)하고 간소(簡素)하다.

소위 선서(禪書)니 선화(禪畵)니 하는 것은 이래야 하는데 요즘 선서나 선화는 너무 칙칙하다.

번뇌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단진범정(但盡凡情) 별무성해(別無聖解).

범부의 감정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별달리 성인의 견해도 있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