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록 1
행록(行錄)
강의 ; 임제스님의 행장에 대한 기록이다. 어떻게 공부하고 어떻게 깨닫고 어떤 사람들과 어떤 법담을 나누고 누구를 어떻게 교화하였는가를 자세히 기록한 내용이다. 기록은 사실보다 더 중요하다. 아무리 그와 같은 사실이 그 때에 있었다 하더라도 그 사실을 기록하지 않았다면 뒷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금석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팔만장경도 또한 그 기록이다.
40-1 세 번 묻고 세 번 맞다 師初在黃檗會下하야 行業純一이어늘 首座乃歎曰, 雖是後生이나 與衆有異로다 遂問, 上座在此多少時오 師云, 三年이니다 首座云, 曾參問也無아 師云, 不曾參問이니 不知問箇什麻오 首座云, 汝何不去問堂頭和尙호되 如何是佛法的的大意오
임제스님이 처음 황벽스님의 회하에 있을 때 공부하는 자세가 매우 순일하였다. 수좌 소임을 보는 목주(睦州)스님이 찬탄하여 말하기를, “비록 후배이긴 하나 다른 대중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라고 하였다. 그리고 묻기를, “스님이 여기에 있은 지 얼마나 되는가?” “3년 됩니다.” “공부에 대하여 물은 적이 있는가?” “아직 묻지 못했습니다. 무엇을 물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방장스님을 찾아뵙고 ‘무엇이 불법의 분명한 대의입니까?’ 하고 왜 묻지 않는가?”
강의 ; 수좌스님은 자신의 소임을 매우 훌륭하게 이행하였다. 7, 8백 명이 모여 공부하는 대중들 중에 그릇이 빼어난 사람을 잘 살펴서 방장스님에게로 인도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목주스님은 일평생 수좌 소임을 보면서 임제스님을 놓치지 않고 알아보았다는 사실은 불교의 역사를 바꿔놓은 계기가 되었다. 대중들 속에 섞여있을 때 지금 같은 임제스님을 상상이나 했겠는가. 목주스님의 사람을 알아보는 무서운 안목과 황벽스님의 사람을 단련하는 뛰어난 솜씨가 오늘날의 임제를 있게 하였다. 그와 같은 극적인 만남은 인류역사상 흔치 않다.
師便去問한대 聲未絶에 黃檗便打하다 師下來에 首座云, 問話作麽生고 師云, 某甲問聲未絶에 和尙便打하니 某甲不會니다 首座云, 但更去問하라하니 師又去問이라 黃檗又打하야 如是三度發問하고 三度被打하니라 師來白首座云, 幸蒙慈悲하야 令某甲問訊和尙하야 三度發問에 三度被打니다 自恨障緣으로 不領深旨하니 今且辭去하노이다 首座云, 汝若去時에는 須辭和尙去하라 師禮拜退하니라
임제스님이 바로 가서 물으니 묻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황벽스님께서 대뜸 후려쳤다. 임제스님이 내려오자 수좌가 물었다. “법을 물으러 갔던 일은 어떻게 되었는가?” “내가 묻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화상이 느닷없이 때리니 저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다시 가서 묻도록 하게.” 임제스님이 다시 가서 물으니, 황벽스님이 또 때렸다. 이렇게 세 번 묻고 세 번 맞았다[三度發問 三度被打]. 임제스님이 와서 수좌에게 말하였다. “다행히 자비하심을 입어서 제가 큰스님께 가서 불법을 물었는데 세 번 묻고, 세 번 맞았습니다.” “장애로 인하여 깊은 뜻을 깨닫지 못하는 것을 스스로 한탄하고 지금 떠나려고 합니다.” “그대가 만약 떠나려거든 큰스님께 가서 하직 인사나 꼭 하고 가게.” 임제스님은 예배하고 물러났다.
강의 ; 불법의 대의를 묻는 말이 체 끝나기도 전에 황벽스님의 몽둥이가 날아왔다. 그것도 무려 20방망이씩 세 번이나. 불법치고는 기상천외의 불법이다. 그러나 그것은 불법의 분명한 대의임에 틀림없다. 임제가 어떻게 이해를 하든 황벽스님은 자신의 불법에 대해서 소신껏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팔만장경은 무엇인가? 이 임제록을 포함하여 모두가 금강산 안내문이다. 그러면 금강산은 무엇인가? 때리고 맞는 그 사실이다. 즉 대기대용(大機大用)이며 전체작용(全體作用)이다. 이 말도 그 사실은 아니고 한갓 설명이다. 선과 교의 다른 점을 굳이 말한다면 이와 같이 나누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임제스님은 여기서 삼도발문 삼도피타(三度發問 三度被打), 즉 세 번 묻고 세 번 맞은 그것이 세존의 6년 고행이 되고, 달마의 9년 면벽이 되고, 조주의 80년 부잡용심(不雜用心)이 되었다. 다시 말해서 임제스님 자신의 모든 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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