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제록(臨濟錄)

임제록강설/감변29/무비스님

通達無我法者 2007. 9. 7. 15:43

감변 29

 

 

39 보화스님의 열반

普化一日 於街市中

就人乞直裰하니

人皆與之호대

普化俱不要

師令院主

買棺一具하고

普化歸來

師云, 我與汝做得箇直裰了也로다

普化便自擔去하야

繞街市叫云, 臨濟與我做直裰了也

我往東門遷化去하리라

市人競隨看之하니

普化云, 我今日未

來日往南門遷化去하리라

如是三日하니

人皆不信이라

至第四日하야

無人隨看이어늘

獨出城外하야

自入棺內하야

倩路行人釘之하니라

卽時傳布하야

市人

競往開棺하니

乃見全身脫去하고

祇聞空中鈴響

隱隱而去하니라

보화스님이 어느 날 거리에 나가 사람들에게 장삼[直裰] 한 벌을 달라고 하였다.

사람들이 매번 장삼을 주었으나 보화스님은 그때마다 필요 없다고 하였다.

임제스님이 원주를 시켜 관을 하나 사오게 한 뒤 보화스님이 들어오자 말씀하였다.

“내가 그대를 위해 장삼을 장만해 두었네.”

보화스님이 관을 짊어지고 나가서 온 거리를 돌면서 “임제스님이 나에게 장삼을 만들어 주셨다.

나는 동문으로 가서 열반에 들겠다.”하고 외쳤다.

사람들이 너도 나도 따라가서 보니 보화스님이

“오늘은 아니다. 내일 남문에서 열반에 들리라.”

이렇게 사흘을 하니 사람들이 아무도 믿지 않았다.

나흘째 되던 날은 따라와서 보려는 사람이 없었다.

혼자 성 밖으로 나가 스스로 관 속으로 들어가서 길가는 행인에게 관 뚜껑에 못을 치게 하였다.

삽시간에 말이 퍼져서 시내 사람들이 쫓아가서 관을 열고 보았다.

그런데 몸은 이미 어디론가 사라지고 다만 공중에서 요령소리만 은은히 울릴 뿐이었다.

 

강의 ; 보화스님은 정말 불가사의한 인물이다.

인류역사상 이렇게 살다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렇게 멋있는 열반은 없을 것이다.

본래 출신성분도 묘연하고 평소에 이상한 행동으로 이름이 나 있는 스님이다. 다른 데 기록이 있어도 임제록의 내용 그대로다.

이 단락은 열 번 스무 번을 읽어도 재미가 있고 신기하다.

마음대로 살다가 마음대로 갔다.

법을 쓰는데도 천하의 임제마저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자유자재하였다.

어떤 상황에서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얼마나 활발발하고 활달무애한가.

원효의 무애가(無碍歌)와 무애행(無碍行)이 어찌 보화를 따를 수 있겠는가.

그렇게 살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죽을 때 아프지도 않고,

죽고 나서도 그 거추장스러운 몸뚱이를 감쪽같이 해결해 버렸다.

사람이 죽을 때 얼마나 고통스러운가.

또 죽고 나서는 또 얼마나 복잡한가.

참으로 부럽다.

부처님보다도 더 부럽다.

이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이다.

삼국지에는 장비가 있어서 재미가 있고 수호지에는 흑선풍 이규가 있어서 재미가 있다.

임제록에는 보화스님이 있어서 그 재미와 깊이를 더한다.

그리고 임제스님을 더욱 환하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