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제록(臨濟錄)

임제록강설/행록2/무비스님

通達無我法者 2007. 9. 7. 16:12

행록 2

 

 

 

40-2 황벽의 불법이 별것이 아니다

首座先到和尙處云, 問話底後生方便接他하소서

向後穿鑿하야

成一株大樹하야

與天下人作廕凉去在리이다

師去辭한대

黃檗云, 不得往別處去

汝向高安灘頭大愚處去하라

必爲汝說하리라

수좌가 먼저 황벽스님의 처소에 가서 말하였다.

“법을 물으러 왔던 후배가 대단히 여법(如法)합니다.

만약 와서 하직 인사를 드리거든 방편으로 그를 이끌어 주십시오.

앞으로 잘 다듬으면 한 그루의 큰 나무가 되어 천하 사람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드리울 것입니다.”

임제스님이 가서 하직 인사를 드리니 황벽스님이 말씀하였다.

“다른 곳으로 가지 말고 자네는 고안의 물가에 사는 대우스님 처소에 가도록 하여라. 반드시 너를 위하여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강의 ; 임제의 그릇됨을 알아보고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시는 목주스님의 안타까워하는 마음과 그 노력이 눈에 선하다.

선정후교(先情後敎)라고 했던가.

사람을 제도함에 있어서 먼저 뜨거운 애정을 가지고 그 뒤에 가르쳐야 한다는 뜻이다.

임제라는 걸출한 선지식을 만들기까지 황벽스님 못지않은 목주스님의 밝은 안목과 후배를 위한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임제를 논한다면 반드시 목주스님을 잊어서는 안된다.

누군가가 있어서 사람을 이렇게 이끌어 주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목주스님에게 모든 것을 다 동원해서 공양, 공경, 존중, 찬탄해 드리고 싶다.

師到大愚한대

大愚問, 什麽處來

師云, 黃檗處來니다

大愚云, 黃檗有何言句

師云, 某甲

三度問佛法的的大意라가

三度被打하니

不知某甲

有過無過닛가

大愚云, 黃檗與麽老婆하야

爲汝得徹困이어늘

更來這裏하야

問有過無過

임제스님이 대우스님에게 이르자 대우스님이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황벽스님의 처소에서 왔습니다.”

“황벽스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던가?” 

“저가 세 번이나 불법의 분명한 대의를 물었다가 세 번 얻어맞기만 했습니다. 저는 알지 못하겠습니다.

저에게 허물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황벽스님이 그토록 노파심이 간절하여 그대를 위해 뼈에 사무치게 하였거늘 여기까지 와서 허물이 있는지 없는지를 묻는가?

 

강의 ; 임제는 이렇게 착하고 순수하고 선량한 사람이다.

불법에 대해서 있는 정성을 다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자신을 화반탁출(和盤托出)하여 선지식에게 드러내는 사람이다.

“단지 불법을 물었을 뿐인데 저를 그토록 때리니 저에게 무슨 잘못이 있습니까?”

이러한 마음의 청정무구하고 순일무잡하며 더없이 순수한 임제를 한번 상상해보자.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가을 하늘이요,

이른 봄의 여리고 여린 새싹이다.

갓 태어난 어린 아기다.

그런데 대우스님의 대답은 너무나도 기상천외하다.

그렇게 두들겨 맞고도 아직 그 잘못을 몰라 마냥 죄송한 마음으로 전전긍긍할 뿐인데,

“황벽스님이 그렇게도 노파심절로 그대를 위하여 뼈에 사무치는 사랑을 베풀었단 말인가?

그런데 그것도 모르고 여기까지 와서 잘못이 있고 없는 것을 묻는가?”

참으로 어느 정도 정진을 한 사람이면 여기서는 눈을 뜨게 될 곳이다.

어찌 임제뿐이겠는가?

師於言下

大悟云, 元來黃檗佛法

無多子니다

大愚搊住云這尿牀鬼子

適來道有過無過러니

如今却道黃檗佛法

無多子라하니

儞見箇什麽道理

速道速道하라

師於大愚脅下

築三拳한대

大愚托開云, 汝師黃檗이요

非干我事니라

임제스님이 그 말끝에 크게 깨달았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황벽의 불법이 간단하구나.”

대우스님이 멱살을 움켜쥐며,

“이 오줌싸개 같은 놈! 방금 허물이 있느니 없느니 하더니 이제 와서는 도리어 황벽스님의 불법이 간단하다고 하느냐?

그래 너는 무슨 도리를 보았느냐?

빨리 말해봐라, 빨리 말해!” 하였다.

이에 임제스님이 대우스님의 옆구리를 주먹으로 세 번이나 쥐어박았다.

대우스님이 임제스님을 밀쳐 버리면서 말하였다.

“그대의 스승은 황벽이다.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다.”

 

강의 ; “황벽의 불법이 간단하구나.” 그렇다.

황벽의 불법만 간단 것이 아니라 부처님의 불법도 간단하다.

엉터리 부연 설명을 하면,

아무런 조작이 없다는 뜻이다.

닦은 것도 아니고 깨달은 것도 아니고 증득한 것도 아니다.

오랜 세월동안 육도만행을 닦아서 이루어 진 것이 아니다.

본래 그 자리에 그렇게 있는 것이다.

전혀 손을 댈 것이 없는 물건이다.

그저 사물을 보고 소리를 듣는 일이다.

느끼고 아는 일이다.

식사하고 대소변 보는 일이다.

웃을 때 웃고 울 때 우는 일이다.

즐거우면 즐거워하고 아프면 아파하는 일이다.

세존이 꽃을 드니 가섭이 미소하는 일이다.

그 사실 외에 다른 별 것은 아니다.

대우스님이 다그치는 질문에 임제의 대답이 또한 걸작이다.

대우스님의 옆구리를 주먹으로 세 번 쥐어박았다.

임제스님의 불법은 더 간단하다.

스승에게서 간단하게 깨달아서 일까?

본래로 불법은 간명직절하다.

시끄럽지 않고 매우 고요하다.

저절로 그러하다.

그러면서 유현하다.

고고하다.

선문답에서 이처럼 철두철미하게 맞아 떨어진 일은 보기 드물다.

황벽스님에게서 흠씬 얻어맞은 값을 이렇게 멋지게 하였다.

참으로 총명하고 영리한 사람이다.

영혼이 밝은 거울처럼 환한 사람이다.

가을 하늘처럼 끝없이 툭 트여있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