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제록(臨濟錄)

임제록강설/행록18/무비스님

通達無我法者 2007. 9. 10. 15:20
행록 18 

 

 

49-1 천하 사람들의 입을 막으리라

師一日

辭黃檗하니

檗問, 什麽處去

師云, 不是河南이면

便歸河北이니다

黃檗便打한대

師約住與一掌이라

黃檗大笑하고

乃喚侍者호되

將百丈先師禪版机案來하라

師云, 侍者將火來하라

黃檗云, 雖然如是

汝但將去하라

已後

坐却天下人舌頭去在리라

임제스님이 어느 날 황벽스님을 하직하니, 황벽스님께서 물었다.

“어디로 가려 하느냐?”

“하남이 아니면 하북으로 돌아갈까 합니다.”

황벽스님이 곧바로 후려치자, 임제스님이 그를 잡고 손바닥으로 한 대 때렸다. 이에 황벽스님이 큰 소리로 웃으며 시자를 불렀다.

“백장 큰스님이 물려준 선판과 경상을 가져오너라.” 하시니

임제스님이 “시자야! 그것을 불을 질러라.” 하였다.

황벽스님이 말하였다.

“비록 그렇긴 하지만 그냥 가져가거라.

나중에 앉은 자리에서 천하 사람들의 입을 막게 할 것이다.”

 

강의 ; 스승과 하직할 때의 일이다.

하남을 가든지 하북을 가든지 확실하게 정해서 말하지 않고 ‘인연 닿는 곳으로 가게 되겠지.’하는 식이다.

또 한편으로는 본래 가고 옴이 어디 있는가.

늘 그 자리인 것을.

묻기는 새삼스럽게 왜 물어? 맞는 말이긴 하다.

하지만 말투가 그게 뭔가.

황벽스님도 질 리가 없는 분이다.

제법부동본래적(諸法不動本來寂)의 촌보도 본래 옮기지 않는 모습을 좋이 서로 드날려 보였다.

그리고는 일상으로 돌아와서 이제 법을 주고받은 신표(信標)를 갖고 떠나라는데 그것마저 거절한다.

거절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그따위 같은 것은 불살라버리란다.

옷과 발우는 육조스님 대에서 이미 끝난 일인데 다시 무슨 짓거리인가?

그리고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걸망만 무거울 뿐이다.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스승 황벽스님도 도저히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제자다.

스승이 주는 신표를 스승 앞에서 불사르게 하는 일은 오직 임제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도저히 넘을 수 없는 태산준령이다.

그 깊이를 알 수 없고 그 높이를 알 수 없다.

아예 입이 떼 지지도 않는다.

혀를 내두를 수도 없다.

뒷날 법을 받았느니, 받지 않았느니 하는 시시비비에 대해서 입을 틀어막게 하라는 황벽스님의 염려도 아랑곳없다.

신표를 불사르게 한 이 사건이야말로 온 천하를 먼 미래에 까지 진동시키고도 남은 일이다.

무슨 신표가 굳이 필요하겠는가.

이 사건 보다 더 확실한 신표가 어디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