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보장록(禪門寶藏錄)

홍인의 회심

通達無我法者 2007. 12. 10. 14:06

“알음알이 버리고 길 떠나라”

 

홍인이라는 소승은 경전의 강론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런 홍인에게 감종선사가 말했다. “불조의 정법은 간명직절한 것으로 굳이 설명이 필요가 없다. 그대는 바닷가의 모래만 헤아리고 있으니 진리를 터득하는데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그러므로 단지 지해를 갖지 말고 외연을 버리며 일체심을 여읜다면 그것이 곧 그대의 진성이다.” 이에 홍인은 그 말을 듣고 크게 느낀 바가 있었다. 이에 작별의 인사를 드리고 유행의 길을 떠났다. 후에 위산에 이르러 깨침을 터득하였다.

 

홍인(洪忍 813~895 혹은 901)은 속성이 오(吳)씨로서 절강성 오흥 사람이다. 19세 때 개원사의 무상대사(鑑宗)에게 출가하였다. 23세 때 구족계를 받고 경전공부에 힘썼다. 운암과 위산을 참하였다. 50세가 넘어 경산으로 가서 감종의 법석을 이어 크게 교화하였다. 오월왕(吳越王) 전류로부터 법제대사(法濟大師)라는 호를 받았다.

 

은사 감종 “수행집착 떨치라” 충고

오월왕 전류 ‘법제대사’로 호칭

 

홍인의 스승이었던 감종대사(鑑宗大師 793~866)는 마조의 제자였던 염관제안의 법을 잇고 경산에 주석하였다. 정강성 오흥 사람으로 개원사의 고한(高閑)에게 출가하였고 27세 때 구족계를 받았다. 유마경과 사익경에 정통하였는데 염관제안을 참하고 그 선법을 이었다. 오월왕(吳越王) 전류로부터 무상대사(無上大師)라는 호를 받았다.

 

젊어서부터 경전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던 홍인은 무엇하나 두려울 바가 없었다. 그처럼 기고만장하던 모습에 대하여 은사였던 감종은 참으로 자상한 가르침으로 제자를 다음과 같이 일깨워주었다.

 

‘정법안장의 소식이란 언전문자의 방편을 떠나 있는 것으로 대단히 간명직절하고 단도직입의 단적인 소식이다. 그것은 깨침을 얻고서 언전문자의 방편을 잊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그대가 경전의 글이나 새기면서 진리를 파악했다고 자랑하는 것은 마치 바다속의 모래를 헤아리는 택으로 참으로 답답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이제부터는 그와 같은 알음알이일랑은 그만두고 멀리 만행의 길을 떠나거라. 반드시 크게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다. 그때 다시 돌아오너라.’ 곧 명상(名相)에 대한 분별에 빠져 있는 것으로는 끝내 깨우치지 못하기 때문에 그와 같은 지해를 지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세 가지를 부탁하였다.

 

첫째는 지해를 버리라는 것이었다. 막존지해(莫存知解)란 경문의 가르침과 자신의 수행경력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초발심의 마음으로 출발하라는 충고였다. 이것이야말로 선문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경전의 강사로서의 기득권과 아만을 털어버리고 오직 일심으로 진심을 향하라는 것이었다. 둘째는 외연을 여의라는 것이었다. 일찍이 달마대사는 벽관(壁觀) 수행을 가르치면서 밖으로 향하는 일체의 외연을 벗어나고 안으로 마음에 분별망상이 없어 마치 벽처럼 마음을 굳건히 지니면 도에 계합할 수 있다고 가르쳤다.

 

감종은 홍인에게 외관의 경계에 끄달리지 말고 안으로 섭수할 것을 권하였다. 셋째는 일체의 심의식을 벗어나라는 것이었다. 일찍이 혜능은 부처님께서 일체법을 설한 것은 일체의 분별심을 여의라는 가르침이었다고 말하였다. 여기에서 감종은 분별과 망상을 벗어나 자신을 바로 돌아보라는 자성의 가르침을 제시하였다.

 

이 세 가지의 가르침은 각각 분별의 지해과 증상의 아만과 고정관념의 의식을 벗어나지 않고는 끝내 진심을 터득하지 못한다는 가르침이었다. 이에 홍인은 스승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제방을 유행하였다.

때로는 찬물을 마시고 도토리를 주워먹으며 차디찬데서 잠을 자면서 강호를 유행하다가 운암담성을 참하고 나아가서 위산영우를 참하여 마침내 깨침을 터득하였다. 만년에 경산으로 돌아가 감종스님의 법석을 이어 경산의 제3세가 되었다.

 

 현각스님 / 동국대 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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