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잡아함경(雜阿含經)

잡아함경 제 8 권

通達無我法者 2007. 12. 1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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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함경 제 8 권
  
  송 천축삼장 구나발타라 한역
  
  
188. 이희탐경(離喜貪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마땅히 눈을 무상한 것이라고 관찰하라. 이와 같이 관찰하면 이것을 바른 관찰이라 하느니라. 바르게 관찰하기 때문에 싫어하는 마음이 생기고, 싫어하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에 기쁨과 탐욕을 떠나며, 기쁨과 탐욕을 떠나기 때문에 마음이 바르게 해탈한다고 나는 말하느니라. 이와 같이 귀·코·혀·몸·뜻에 대해서 기쁨과 탐욕을 떠나면 기쁨과 탐욕을 떠나기 때문에 비구들은 마음이 바르게 해탈한다고 나는 말하느니라. 마음이 바르게 해탈한 사람은 능히 스스로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마쳐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라고 스스로 안다'고 스스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무상(無常)한 것이라고 관찰하라'고 말씀하신 것에서와 마찬가지로, 고(苦)·공(空)·비아(非我)에 대해서도 똑같이 설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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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이욕탐경(離欲貪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이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눈에 대해서 바르게 사유해 무상한 것이라고 관찰하라. 무슨 까닭인가? 눈에 대해서 바르게 사유해 무상한 것이라고 관찰하기 때문에 눈에 대한 욕망과 탐욕(欲貪)이 끊어지고, 욕망과 탐욕이 끊어지기 때문에 마음이 바르게 해탈한다고 나는 말하기 때문이다. 또 귀·코·혀·몸·뜻에 대해서 바르게 사유하고 관찰하기 때문에 욕망과 탐욕이 끊어지고, 욕망과 탐욕이 끊어진 사람은 마음이 바르게 해탈한다고 나는 말하느니라.
  이와 같이 비구들아, 마음이 바르게 해탈한 사람은 능히 스스로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마쳐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라고 스스로 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90. 지경(知經) ①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눈에 대해서 분별하지 못하고, 알지 못하며, 끊지 못하고, 탐욕을 떠나지 못한다면 바르게 괴로움을 다하지 못할 것이다. 귀·코·혀·몸·뜻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모든 비구들아, 만일 눈에 대해서 분별하고, 알며, 끊고, 탐욕을 떠나면, 그는 바르게 괴로움을 다할 수 있을 것이요, 귀·코·혀·몸·뜻에 대해서도 만일 분별하고, 알며, 끊고, 탐욕을 떠나면, 바르게 괴로움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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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91. 지경 ②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눈에 대해서 분별하지 못하고, 알지 못하며, 끊지 못하고, 탐욕을 떠나지 못한다면, 그는 태어남·늙음·병듦·죽음의 괴로움을 초월하지 못할 것이요, 귀·코·혀·몸·뜻에 대해서 분별하지 못하고, 알지 못하며, 끊지 못하고, 탐욕을 떠나지 못한다면, 그는 태어남·늙음·병듦·죽음의 괴로움을 초월하지 못할 것이다.
  모든 비구들아, 만일 빛깔[色]에 대해서 분별하고, 알며, 끊고, 탐욕을 떠난다면, 그는 태어남·늙음·병듦·죽음의 괴로움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요, 귀·코·혀·몸·뜻에 대해서 분별하고, 알며, 끊고, 탐욕을 떠난다면, 그는 태어남·늙음·병듦·죽음의 괴로움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92. 불이욕경(不離欲經) ①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눈에 대해서 탐욕을 떠나지 못하고 마음이 해탈하지 못한다면 그는 바르게 괴로움을 다하지 못할 것이요, 귀·코·혀·몸·뜻에 대해서 탐욕을 떠나지 못하고 마음이 해탈하지 못한다면 그는 바르게 괴로움을 다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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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비구들아, 만일 눈에 대해서 탐욕을 떠나고 해탈한다면 그는 바르게 괴로움을 다할 수 있을 것이요, 귀·코·혀·몸·뜻에 대해서 탐욕을 떠나고 해탈한다면 그는 바르게 괴로움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93. 불이욕경 ②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눈과 빛깔에 대해서 탐욕을 떠나지 못하고 마음이 해탈하지 못한다면 그는 태어남·늙음·병듦·죽음의 괴로움을 초월하지 못할 것이요, 귀·코·혀·몸·뜻에 대해서 탐욕을 떠나지 못하고 마음이 해탈하지 못한다면 그는 태어남·늙음·병듦·죽음의 괴로움을 초월하지 못할 것이다.
  모든 비구들아, 만일 눈과 빛깔에 대해서 탐욕을 떠나고 마음이 해탈한다면 그는 태어남·늙음·병듦·죽음의 괴로움을 초월할 수 있고, 귀·코·혀·몸·뜻에 대해서 탐욕을 떠나고 해탈한다면 그는 태어남·늙음·병듦·죽음의 괴로움을 초월할 수 있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94. 생희경(生喜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눈에 대해서 기쁨을 낸다면 그는 곧 괴로움에 대해서 기쁨을 내는 것이요, 만일 괴로움에 대해서 기쁨을 낸다면 그는 괴로움에서 해탈하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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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다고 나는 말한다. 귀·코·혀·몸·뜻에 대해서 기쁨을 낸다면 그는 곧 괴로움에 대해서 기쁨을 내는 것이요, 괴로움에 대해서 기쁨을 낸다면 그는 괴로움에서 해탈하지 못한다고 나는 말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만일 눈에 대해서 기쁨을 내지 않는다면 그는 곧 괴로움에 대해서 기쁨을 내지 않을 것이요, 괴로움에 대해서 기쁨을 내지 않는다면 그는 괴로움에서 해탈하리라고 나는 말한다. 귀·코·혀·몸·뜻에 대해서 기쁨을 내지 않는다면 그는 곧 괴로움에 대해서 기쁨을 내지 않을 것이요, 괴로움에 대해서 기쁨을 내지 않는다면 그는 괴로움에서 해탈하리라고 나는 말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95. 무상경(無常經) ①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것은 무상하다. 모든 것이 무상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른바 눈[眼]이 무상한 것이요, 빛깔[色], 안식(眼識), 안촉(眼觸)과 안촉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受], 즉 괴로운 느낌·즐거운 느낌·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 또한 무상한 것이다. 귀·코·혀·몸·뜻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그러므로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로서 이렇게 관찰하는 사람은 눈에 대해서 싫어하는 마음을 내고, 빛깔과 안식과 안촉과 안촉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 즉 괴롭다는 느낌·즐겁다는 느낌·괴롭지도 즐겁지도 않다는 느낌에 대해서 싫어하는 마음을 낸다.
  귀[耳]·코[鼻]·혀[舌]·몸[身]과 소리[聲]·냄새[香]·맛[味]·감촉[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며, 뜻[意]과 법(法)과 의식(意識)과 의촉(意觸)과 의촉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 즉 괴로운 느낌·즐거운 느낌·괴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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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에 대해서도 또한 싫어하는 마음을 낸다. 싫어하기 때문에 즐거워하지 않고, 즐거워하지 않기 때문에 해탈하며, 해탈지견이 생겨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마쳐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라고 스스로 아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무상경(無常經)에서 설하신 것과 마찬가지로, 고(苦)·공(空)·비아(非我)에 대해서도 똑 같이 설하셨다.
  
  
196. 무상경 ②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것은 무상하다. 모든 것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눈은 무상한 것이요, 빛깔과 안식과 안촉과 안촉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 즉 괴로운 느낌·즐거운 느낌·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도 또한 무상한 것이다. 이와 같이 귀·코·혀·몸도 마찬가지이며, 의식(意識)1)과 법(法)과 의식(意識)과 의촉(意觸)과 의촉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受], 즉 괴로운 느낌·즐거운 느낌·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 또한 무상한 것이니라.
  그러므로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로서 이와 같이 관찰하는 사람은 눈에서 해탈하고, 빛깔과 안식과 안촉과 안촉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 즉 괴로운 느낌·즐거운 느낌·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에서 해탈할 것이다. 귀·코·혀·몸도 마찬가지이며, 뜻과 법과 의식과 의촉과 의촉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 즉 괴로운 느낌·즐거운 느낌·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에서도 또한 해탈하나니, 그러면 나는 '그는 태어남·늙음·병듦·죽음·근심·슬
  
1) 문맥으로 보아 6근(根)의 하나인 뜻[意]이 거론되었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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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픔·번민·괴로움에서 해탈하였다'고 말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모든 것은 무상하다[一切無常]'고 말씀하신 것에서와 마찬가지로, 모든 것은 괴롭고[一切苦], 모든 것은 공하며[一切空], 모든 것은 나가 아님[一切非我]·모든 것은 허망한 업의 법[一切虛業法]·일체 부서지는 법[一切破壞法]·모든 태어나는 법[一切生法]·모든 늙는 법[一切老法]·모든 병드는 법[一切病法]·모든 죽는 법[一切死法]·모든 것은 근심스러운 법[一切憂愁法]·모든 것은 번뇌의 법[一切煩惱法]·모든 것은 발생하는 법[一切集法]·모든 것은 멸하는 법[一切滅法]·모든 것은 알아야 할 법[一切知法]·모든 것은 분별해야 할 법[一切識法]·모든 것은 끊어야 할 법[一切斷法]·모든 것은 깨달아야 할 법[一切覺法]·모든 것은 증득해야 할 법[一切作證]·모든 것은 악마[一切魔]·모든 것은 악마의 세력[一切魔勢]·모든 것은 악마의 무기[一切魔器]·모든 것은 타고[一切然]·모든 것은 거세게 타며[一切熾然]·모든 것은 타서 사라지는 것[一切燒]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앞의 두 경에서 자세히 말씀하신 것과 같다.
  
  
197. 시현경(示現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가사시리사(伽闍尸利沙)의 지제(支提)2)에서 1천 비구들과 함께 계셨는데 그들은 다 옛날에 머리를 꼬는 바라문이었다. 그 때 세존께서는 1천 비구들을 위해 세 가지를 나타내 보여 교화하셨다. 어떤 것이 세 가지인가? 신통변화를 나타내 보이고, 남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신통을 나타내 보이며, 가르침을 나타내 보이셨다. 신통을 나타내 보이셨다는 것은
  
2) 범어로는 caitya이고 적취(積聚)의 뜻으로 흙과 돌을 쌓아 무더기를 이룬 것이란 뜻이다. 지제(支帝)·지제(脂帝)·지징(支徵)·제다(制多)·제저(制底)·제저야(制底耶)로도 음역하고, 영묘(靈廟) 혹은 가공양처(可供養處)로 의역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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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인가? 세존께서는 그 응하는 바를 따라 선정의 정수(正受;三昧)에 드는 모습을 보이셨으니, 허공을 날아 동방으로 가서 다니고 머무르며 앉고 눕는 네 가지 위의를 짓고, 화삼매(火三昧)에 들어 파랑·노랑·빨강·하양·주홍과 파리(頗梨)빛의 여러 가지 불빛을 내며, 물과 불을 함께 나타냈는데 혹 몸 아래로 불을 뿜고 몸 위로 물을 뿜기도 하고, 몸 위로 불을 뿜고 몸 밑으로 물을 뿜기도 하였으며, 두루 사방에서도 또한 이와 같이 하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여러 가지 신변을 나타내신 뒤에 다시 대중 가운데 앉으셨으니, 이것이 신족(神足)을 나타내 보이셨다는 것이다.
  남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신통을 나타내 보이셨다는 것은 무엇인가? 남의 마음[心]과 같이, 남의 뜻[意]과 같이, 남의 분별[識]과 같이, '저 사람은 분명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분명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저 사람은 분명 이렇게 버릴 것이다. 저 사람은 분명 이렇게 몸으로 증득하여 머무를 것이다'라고 아셨으니, 이것이 남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신통을 나타내 보이셨다는 것이다.
  가르침을 나타내 보이셨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세존께서 하신 말씀이다.
  "비구들아, 모든 것이 불타고 있다. 모든 것이 불타고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른바 눈이 불타고 있고, 빛깔과 안식과 안촉과 안촉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 즉 괴로운 느낌·즐거운 느낌·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도 또한 불타고 있다.
  귀·코·혀·몸도 마찬가지이며, 이와 같이 뜻도 불타고 있고, 법과 의식과 의촉과 의촉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 즉 괴로운 느낌·즐거운 느낌·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도 또한 불타고 있다.
  무엇에 의해 불타고 있는가? 탐욕의 불로 불타고 있고, 성냄의 불로 불타고 있으며, 어리석음의 불로 불타고 있고, 태어남·늙음·병듦·죽음·근심·슬픔·번민·괴로움의 불로 불타고 있느니라."
  그 때 1천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는 모든 번뇌를 일으키지 않고 마음이 해탈하였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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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98. 라후라경(羅羅經) ①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기사굴산(耆闍崛山)에 계셨다.
  그 때 존자 라후라는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쪽에 물러서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의 이 식을 갖춘 몸과 또 바깥의 모든 대상을 어떻게 알고 어떻게 보아야 '나[我]다. 내 것[我所]이다'라는 소견, 아만(我慢)과 같은 번뇌의 얽매임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그 때 세존께서 라후라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라후라야, 네가 여래에게 매우 깊은 이치를 묻는구나."
  부처님께서는 라후라에게 말씀하셨다.
  "네 눈은 과거에 속한 것이건 미래에 속한 것이건 현재에 속한 것이건, 안에 있는 것이건 밖에 있는 것이건, 거칠건 미세하건, 아름답건 추하건, 멀리 있는 것이건 가까이 있는 것이건, 그 일체는 나가 아니요, 나와 다른 것도 아니며,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도 아니라고 사실 그대로 보라. 귀·코·혀·몸·뜻에 있어서도 또한 그러하니라.
  라후라야, 이 식을 갖춘 몸과 또 바깥의 모든 대상을 이렇게 알고 이렇게 보면 '나[我]다. 내 것[我所]이다'라는 소견, 아만(我慢)과 같은 번뇌의 얽매임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라후라야, 이와 같이 '나다. 내 것이다'라는 소견, 아만(我慢)과 같은 번뇌의 얽매임이 생기지 않으면 라후라야, 이것을 애욕의 탁한 소견을 끊고 바르고 빈틈없는 한결같음[無間等]으로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난 것이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존자 라후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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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의 감각기관에 대해 말씀하신 것과 마찬가지로, 바깥에서 들어오는 경계인 색(色)·성(聲)·향(香)·미(味)·촉(觸)·법(法)·안식(眼識)·이식(耳識)·비식(鼻識)·설식(舌識)·신식(身識)·의식(意識)과 안촉(眼觸)·이촉(耳觸)·비촉(鼻觸)·설촉(舌觸)·신촉(身觸)·의촉(意觸)·안촉으로 생기는 느낌[眼觸受]·이촉(耳觸)·비촉(鼻觸)·설촉(舌觸)·신촉(身觸)·의촉(意觸)으로 생기는 느낌·안촉에서 생기는 생각[眼觸想]·이촉·비촉·설촉·신촉·의촉에서 생기는 생각·안촉에서 생기는 의도[思]·이촉·비촉·설촉·신촉·의촉에서 생기는 의도·안촉에서 생기는 애욕[愛]·이촉·비촉·설촉·신촉·의촉에서 생기는 애욕에 대해서도 또한 이와 같이 자세히 말씀하셨다.
  
  
199. 라후라경 ②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라후라에게 말씀하셨다.
  "어떻게 알고 어떻게 보아야 식을 갖춘 이 몸과 또 바깥의 모든 대상에서 '나[我]다. 내 것[我所]이다'라는 소견, 아만(我慢)과 같은 번뇌의 얽매임이 없어지겠느냐?"
  라후라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법의 근본이요, 법의 눈이며, 법의 의지처이십니다. 훌륭하신 세존이시여, 모든 비구들을 위하여 그 이치를 자세히 말씀해 주소서. 모든 비구들은 그 말씀을 듣고 마땅히 받아 받들어 행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라후라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자세히 들어라. 마땅히 너를 위해 설명하리라. 존재하는 모든 눈은 과거에 속한 것이건 미래에 속한 것이건 현재에 속한 것이건, 안에 있는 것이건 밖에 있는 것이건, 거칠건 미세하건, 아름답건 추하건, 멀리 있는 것이건 가까이 있는 것이건, 그 일체는 나가 아니요, 나와 다른 것도 아니며,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도 아니라고 사실 그대로 바르게 관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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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 라후라야, 귀·코·혀·몸·뜻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라후라야, 이렇게 알고 이렇게 보면 너 자신의 식을 갖춘 그 몸과 또 바깥의 모든 대상에서 '나다. 내 것이다'라는 소견, 아만(我慢)과 같은 번뇌의 얽매임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라후라야, 그러한 비구는 두 가지를 뛰어넘고 모든 대상을 떠나 적멸하고 해탈하리라. 라후라야, 그러한 비구는 모든 애욕을 끊고 모든 결박을 풀어버려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날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라후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안의 감각기관에 대해 말씀하신 것과 마찬가지로, 바깥에서 들어오는……(내지)……의촉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에 대해서도 또한 이와 같이 자세히 말씀하셨다.
  
  
200. 라후라경 ③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라후라는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쪽에 물러앉아 아뢰었다.
  "훌륭하신 세존이시여, 저를 위해 설법하여 주소서. 저는 그 법을 듣고는 홀로 어느 고요한 곳에서 골똘히 정밀하게 사유하면서 방일하지 않겠습니다. 홀로 어느 고요한 곳에서 골똘히 정밀하게 사유하면서 방일하지 않은 뒤에, '족성자들이 수염과 머리를 깎고 바른 믿음으로 집에서 집 아닌 데로 출가해 도를 배우는 목적대로, 범행을 닦고 지키며 법을 보아 스스로 알고 스스로 증득하여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마쳐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안다'라고 이와 같이 사유하겠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는 라후라의 마음에 해탈의 지혜가 아직 익지 않아 증상법(增上法)을 감당할 수 없음을 관찰하시고 라후라에게 물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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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다른 사람에게 5수음(受陰)을 가르친 적이 있느냐?"
  라후라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아직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너는 마땅히 다른 사람에게 5수음을 연설해야 한다."
  그 때 라후라는 부처님 분부를 받고 다른 날 다른 사람에게 5수음을 연설하였다. 그리고 다시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쪽에 물러서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미 다른 사람에게 5수음을 설명하였습니다.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저를 위해 설법하여 주소서. 저는 그 법을 들은 뒤에 홀로 어느 고요한 곳에서 골똘히 정밀하게 사유하면서 방일하지 않으며 지낼 것이고,'……(내지)……(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안다'라고 사유하겠습니다.3)"
  그 때 세존께서는 라후라의 마음에 해탈의 지혜가 아직 익지 않아 증상법을 감당할 수 없음을 관찰하시고 라후라에게 물으셨다.
  "너는 다른 사람에게 여섯 가지 감각기관[六根]을 설명한 적이 있는가?"
  라후라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아직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너는 마땅히 다른 사람에게 여섯 가지 감각기관을 연설해야 한다."
  라후라는 다른 날 다른 사람을 위해 여섯 가지 감각기관을 연설하였다. 그리고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서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미 남들에게 여섯 가지 감각기관을 연설하였습니다.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저를 위해 설법하여 주소서. 저는 그 법을 들은 뒤에 마땅히 홀로 어느 고요한 곳에서 골똘히 정밀하게 사유하면서 방일하지 않으
  
3) 이 문장은 앞에 나온 라후라의 질문이 그대로 반복되면서 '족성자들이 수염과 머리를 깎고 바른 믿음으로 집에서 집 아닌 데로 출가해 도를 배우는 목적대로 범행을 닦고 지키며 법을 보아 스스로 알고 스스로 증득하여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마쳐)'라는 부분이 '내지(乃至)'로 축약된 것이다. 따라서 원문에는 없지만 '사유하겠습니다'라는 동사를 넣어서 번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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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 지낼 것이고,'……(내지)……(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안다'라고 사유하겠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는 라후라의 마음에 해탈의 지혜가 아직 익지 않아 증상법을 감당할 수 없음을 관찰하시고 라후라에게 물으셨다.
  "너는 일찍이 다른 사람에게 니다나법(尼陀那法)4)을 설명한 적이 있느냐?"
  라후라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아직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너는 마땅히 다른 사람에게 니다나법을 연설해야 한다."
  라후라는 다른 날 다른 사람에게 니다나법을 자세히 설명하였다. 그리고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서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를 위해 설법하여 주소서. 저는 그 법을 들은 뒤에 홀로 어느 고요한 곳에서 골똘히 정밀하게 사유하면서 방일하지 않으며 지낼 것이고,'……(내지)……(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안다'라고 사유하겠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는 다시 라후라의 마음에 해탈의 지혜가 아직 익지 않은 것을 관찰하시고 자세히 말씀하셨으며……(내지)……라후라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마땅히 위에서 말한 모든 법에 대해 홀로 고요한 곳에서 골똘히 정밀하게 사유하고 그 뜻을 관찰해야 한다."
  그 때 라후라는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위에서 들은 법과 말한 법을 사유하고 헤아리며 그 뜻을 관찰하였다. 그리고 '이 모든 법은 다 열반(涅槃)으로 나아가고, 열반으로 흘러 모여, 마침내 열반에 머무르는 것이다'고 생각하였다.
  그 때 라후라는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서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미 위에서 들은 법과 말씀하신 법에 대해, 홀로 어느 고요한 곳에서 사유하고 헤아리며 그 뜻을 관찰하여 '이 모든 법은 다 열반으
  
4) 팔리어로는 nidana이고 곧 인연법(因緣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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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 나아가고, 열반으로 흘러 모여, 마침내는 열반에 머무르는 것이다'고 알았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는 라후라의 마음에 해탈한 지혜가 성숙하여 증상법을 감당할 수 있음을 관찰하시고 라후라에게 말씀하셨다.
  "라후라야, 모든 것은 무상하다. 어떤 법이 무상한가? 이른바 눈은 무상한 것이요, 빛깔과 안식과 안촉도 무상하며……(이 사이에 자세한 내용은 앞에서 자세히 설한 내용과 같다.)"
  그 때 라후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물러갔다.
  그 때 라후라는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홀로 어느 고요한 곳에서 골똘히 정밀하게 사유하면서 방일하지 않고 지냈다. 그리하여 족성자들이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걸치고서 바른 믿음으로 집 아닌 데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목적대로 범행을 순수하게 닦았고, 나아가 법을 보아 스스로 알고 스스로 증득하여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마쳐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라고 스스로 알았다. 그는 아라한이 되어 마음이 잘 해탈하였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라후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01. 누진경(漏盡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어떤 비구가 부처님 계신 곳으로 찾아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쪽에 물러서서 여쭈었다.
  "어떻게 알고 어떻게 보아야 차례로 빨리 번뇌가 다하게 되겠습니까?"
  그 때 세존께서는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무상함을 바르게 관찰해야 하느니라. 어떤 법이 무상한가? 이른바 눈은 무상한 것이요, 빛깔과 안식과 안촉과 안촉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 즉 괴로운 느낌·즐거운 느낌·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도 무상하다고 관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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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한다.
  귀·코·혀·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며, 뜻도 무상하다고 관찰해야 하고 법과 의식과 의촉과 의촉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 즉 괴로운 느낌·즐거운 느낌·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도 또한 무상하다고 관찰해야 한다.
  비구야, 이렇게 알고 이렇게 보면 차례로 번뇌를 다하게 될 것이다."
  이 때 그 비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예배하고 물러갔다.
  
  (비구소설경(比丘所說經)의 내용도 이와 같고, 다만 다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어떻게 알고 어떻게 보아야 차례로 일체의 결박[結]을 다하고, 일체의 얽맴[縛]·번뇌[使]·상번뇌(上煩惱)·결박을 끊고, 모든 흐름[流]을 끊으며, 모든 멍에[]·취함[取]·접촉[觸]·덮개[蓋]·동여맴[纏]·때[垢]·애욕[愛]·뜻[意]을 끊으며, 삿된 소견[邪見]을 끊고 바른 소견[正見]을 내며, 무명(無明)을 끊고 밝음[明]을 낼 수 있겠습니까?"
  "비구야, 이와 같이 눈은 무상한 것이라고 관찰하고……(내지)……이렇게 알고 이렇게 보면 차례로 무명이 끊어지고 밝음이 생길 것이다."
  그 때 그 비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였고, 기뻐한 뒤에 예배하고 물러갔다.
  
  
202. 아견단경(我見斷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어떤 비구가 부처님 계신 곳으로 찾아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알고 어떻게 보아야 나라는 소견[我見]이 차례로 끊어지고, 나는 없다는 소견[無我見]이 생기겠습니까?"
  부처님께서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눈에 대해서 무상한 것이라고 바르게 관찰하고, 빛깔과 안식과 안촉과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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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촉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 즉 괴로운 느낌·즐거운 느낌·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에 대해서도 또한 '나는 없다'고 바르게 관찰하라.
  이와 같이……(내지)……의촉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 즉 괴로운 느낌·즐거운 느낌·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에 대해서도 또한 '나는 없다'고 바르게 관찰하라. 비구야, 이와 같이 알고 이와 같이 보면 나라는 소견은 차례로 끊어지고 나는 없다는 소견이 생기게 될 것이다."
  이 때 그 비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였고, 기뻐한 뒤에 예배하고 물러갔다.
  
  
203. 능단일법경(能斷一法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비사리(毘舍離)의 기바구마라약사암라원(耆婆拘摩羅藥師菴羅園)5)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능히 한 법을 끊는 비구가 있다면 그는 곧 바른 지혜를 얻어 스스로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마쳐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안다'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비구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법의 근본이요, 법의 눈이며, 법의 의지처이십니다.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연설하여 주소서. 모든 비구들은 그 말씀을 듣고 마땅히 받들어 행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잘 사유하라. 내 너희를 위해 설명하리라. 비구들아, 어떤 한 법을 끊으면……(내지)……'(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안다'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겠는가? 그것은 이른바 무명(無明)이니라. 탐욕을 떠나 밝음[明]이 생기면 그는 바른 지혜를 얻어, 능히 스스로 '(나의 생은 이미 다하
  
5) 의사 Jivaka가 부처님께 보시한 망고 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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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마쳐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안다'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느니라."
  이 때 어떤 비구가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여미고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부처님께 예배한 뒤, 오른쪽 무릎을 땅에 붙이고는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무명을 어떻게 알고 어떻게 보아야 탐욕을 떠나 밝음이 생기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마땅히 눈은 무상하다고 바르게 관찰하고, 빛깔과 안식과 안촉과 안촉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 즉 괴로운 느낌·즐거운 느낌·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 또한 무상하다고 바르게 관찰하라. 귀·코·혀·몸·뜻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비구야, 무명을 이렇게 알고 이렇게 보면 탐욕을 떠나 밝음[明]이 생기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04. 여실지견경(如實知見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비사리의 기바구마라약사암라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존자 아난(阿難)에게 말씀하셨다.
  "눈에 대해서 마땅히 사실 그대로 알고 사실 그대로 보아야 한다. 눈과 마찬가지로 눈으로 보는 빛깔과 안식과 안촉과 안촉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 즉 괴로운 느낌·즐거운 느낌·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에 대해서도 또한 사실 그대로 알고 사실 그대로 보아야 하나니, 귀·코·혀·몸·뜻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그는 사실 그대로 알고 사실 그대로 본 뒤에는 눈에 대해서 싫어하는 마음을 내고, 빛깔과 안식과 안촉과 안촉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 즉 괴로운 느낌·즐거운 느낌·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에 대해서도 또한 싫어하는 마음을 낼 것이니, 귀·코·혀·몸·뜻에 있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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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그와 같으니라.
  싫어한 뒤에는 즐거워하지 않고, 즐거워하지 않은 뒤에는 해탈하며, 해탈지견이 생겨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마쳐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라고 스스로 아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05. 우다나경(優陀那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비사리의 기바구마라약사암라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여러 우다나게(優陀那偈)6)를 말씀하신 뒤에 존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눈은 무상하고 괴로우며 다른 것으로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 빛깔과 안식과 안촉과 안촉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 즉 괴로운 느낌·즐거운 느낌·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 또한 무상하고 괴로우며 다른 것으로 변하고 바뀌는 법이니, 귀·코·혀·몸·뜻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그러므로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로서 이와 같이 관찰하는 사람은 눈에서 해탈을 얻고, 빛깔과 안식과 안촉과 안촉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에서도 또한 해탈하느니라.
  귀·코·혀·몸도 마찬가지이며, 뜻과 법과 의식과 의촉과 의촉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 즉 괴로운 느낌·즐거운 느낌·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에서도 그는 해탈하나니, '그는 태어남·늙음·병듦·죽음·근심·슬픔·번민·괴로움에서 해탈하였다'고 나는 말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존자 아난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6) 팔리어로는 Udana이고 감흥어(感興語) 또는 자설경(自說經)이라 하며, 12부경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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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여실지경(如實知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비사리(毘舍離)의 기바구마라약사암라원(耆婆拘摩羅藥師菴羅園)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마땅히 부지런히 방편을 써서 선사(禪思)하고, 안으로 그 마음을 고요히 하라. 무슨 까닭인가? 비구들아, 방편을 써서 선사하고 안으로 그 마음을 고요히 하면, 참다운 앎[如實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무엇에 대한 참다운 앎이 나타나는가? 눈에 대한 참다운 앎이 나타나고, 혹 빛깔과 안식과 안촉과 안촉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 즉 괴로운 느낌·즐거운 느낌·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에 대한 참다운 앎이 나타나나니, 귀·코·혀·몸·뜻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이러한 모든 법의 무상함과 함이 있음[有爲]에 대해서도 또한 이와 같이 참다운 앎이 나타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07. 삼마제경(三摩提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비사리의 기바구마라약사암라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마땅히 한량이 없는 삼마제(三摩提)7)를 닦고 꾸준히 힘써 생각을 잡아매어야 한다. 무슨 까닭인가? 한량이 없는 삼마제를 닦고 꾸준히 힘써 생각을 잡아매면 곧 사실 그대로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어떤 것에 있어서 사실 그대로가 나타나는가? 눈에 있어서 사실 그대로가 나타나고……(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앞의 경에서 말씀하신 것과 같다)……이 모든 법은 무상하고 함이
  
7) 삼마제는 삼마지(三摩地)라고도 하며 정(定)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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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는 것이니, 이것이 사실 그대로가 나타나는 것이니라. 이러한 모든 법의 무상함과 함이 있음[有爲]에 대해서도 또한 이와 같이 참다운 앎이 나타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08. 무상경(無常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비사리의 기바구마라약사암라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와 미래의 눈도 무상하거늘 하물며 현재의 눈이겠느냐. 그러므로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로서 이와 같이 관찰하는 사람은 과거의 눈도 돌아보지 않고, 미래의 눈도 기뻐하지 않으며, 현재의 눈에 대해서는 싫어하여 즐거워하지 않고, 탐욕을 떠나 싫어하는 길로 나아가나니, 귀·코·혀·몸·뜻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무상하다고 말씀하신 것과 마찬가지로, 괴로움[苦]이고, 공하며[空], 나가 없는 것[無我]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자세한 내용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
  내입처(內入處)에 대해 말씀하신 4경과 마찬가지로, 외입처(外入處), 즉 빛깔·소리·냄새·맛들임·감촉·법에 대해 말씀하신 4경과 내외입처(內外入處)에 대해 말씀하신 4경의 자세한 내용도 또한 이와 같다.)
  
  
209. 육촉입처경(六觸入處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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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때 부처님께서 비사리의 기바구마라약사암라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6촉입처(觸入處)가 있다. 어떤 것이 여섯 가지인가? 안촉입처(眼觸入處)와 이촉입처(耳觸入處)·비촉입처(鼻觸入處)·설촉입처(舌觸入處)·신촉입처(身觸入處)·의촉입처(意觸入處)이다. 사문 바라문이 이 6촉입처의 발생·소멸·맛들임·재앙·벗어남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한다면, 마땅히 알라. 그런 사문 바라문은 나의 법(法)과 율(律)에서 허공과 땅 사이처럼 멀리 떨어져 있느니라."
  이 때 어떤 비구가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여미고 부처님께 예배한 뒤에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그 6촉입처의 발생·소멸·맛들임·재앙·벗어남에 대해 낱낱이 사실 그대로 알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내 이제 너에게 물으리니 묻는 대로 나에게 대답하라. 비구야, 너는 안촉입처(眼觸入處)에 대해 '이것은 나다. 나와 다르다.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이다'라고 보는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이 안촉입처에 대해 '나도 아니고, 나와 다른 것도 아니며,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사실 그대로 알고 보는 사람은 모든 번뇌를 일으키지 않아 마음이 물들거나 집착하지 않고 마음이 해탈하게 되나니, 이것을 첫째 촉입처를 이미 끊고 이미 알아 그 근본을 끊은 것이라 한다. 이는 마치 다라(多羅)나무 밑동을 끊는 것과 같아서, 미래의 법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나니, 이른바 안식(眼識)과 빛깔[色]이 그것이니라. 너는 이촉입처·비촉입처·설촉입처·신촉입처·의촉입처에 대해서 '이것은 나다. 나와 다르다.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이다'라고 보느냐?"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이촉입처·비촉입처·설촉입처·신촉입처도 마찬가지이며, 의촉입처에 대해 '나도 아니고, 나와 다른 것도 아니며,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이렇게 사실 그대로 알고 보는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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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번뇌를 일으키지 않아 마음이 물들거나 집착하지 않고 마음이 해탈하게 되나니, 비구야, 이것을 여섯째 촉입처(觸入處)을 이미 끊고 이미 알아 그 근본을 끊은 것이라 한다. 이는 마치 다라 나무 밑동을 끊는 것과 같아서 미래의 탐욕이 다시는 생기지 않나니, 이른바 의식(意識)과 법(法)이 그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10. 지옥경(地獄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비사리의 기바구마라약사암라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즐거워하지도 말고 괴로워하지도 말라. 무슨 까닭인가?
  6촉입처(觸入處)라는 지옥이 있다. 중생이 그 지옥에 태어나면 눈에 사랑할 만하지 않은 것만 보고 사랑할 만한 빛깔은 보지 못하며, 생각할 만하지 않은 빛깔만 보고 생각할 만한 빛깔은 보지 못하며, 좋지 않은 빛깔만 보고 좋은 빛깔은 보지 못한다. 이런 인연으로 그는 한결같이 근심과 괴로움을 받느니라. 귀로 듣는 소리·코로 맡는 냄새·혀로 보는 맛·몸으로 느끼는 감촉·뜻으로 아는 법에 있어서도 사랑할 만하지 않은 것만 보고 사랑할 만한 것은 보지 못하며, 생각할 만하지 않은 것만 보고 생각할 만한 것은 보지 못하며, 좋지 않은 법만 보고 좋은 법은 보지 못한다. 이 인연으로 길이 근심과 괴로움을 받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6촉입처라는 하늘8)이 있다. 어떤 중생이 그 하늘에 태어나면 눈으로 사랑할 만한 빛깔만 보고 사랑할 만하지 않은 빛깔은 보지 않으며, 생각할 만한 빛깔만 보고 생각할 만하지 않은 빛깔은 보지 않으며, 좋은 빛깔
  
8) 고려대장경에 '기(其)자'로 되어 있으나 팔리본에는 하늘[天]을 뜻하는 sagga로 되어 있다. 문장의 내용으로 보아도 앞에서 설명한 6촉입처 지옥에 상대되는 것이 나와야 마땅하다. 따라서 팔리본에 따라 '천(天)'자로 바꾸어 번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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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 보고 좋지 않은 빛깔은 보지 않는다. 이런 인연으로 그는 한결같이 기쁨과 즐거움을 누린다. 귀로 듣는 소리·코로 맡는 냄새·혀로 보는 맛·몸으로 느끼는 감촉·뜻으로 아는 법들도 사랑할 만한 것으로서 사랑할 만하지 않은 것이 아니며, 생각할 만한 것으로서 생각할 만하지 않은 것은 아니며, 좋은 것으로서 좋지 않은 것이 아니리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11. 세간오욕경(世間五欲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비사리의 기바구마라약사암라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옛날 바른 깨달음을 이루지 못하였을 때, 홀로 어느 고요한 곳에서 선정에 들어 내 마음이 어느 곳으로 향하는가를 사유해 보았다. 그래서 내 마음이 과거의 다섯 가지 욕망(欲功德)9)을 많이 좇고, 현재의 다섯 가지 욕망은 조금 좇으며, 미래 세상을 좇는 것은 더욱 적다는 것을 관찰하였다. 나는 내가 과거의 다섯 가지 욕망을 많이 좇고 있는 것을 관찰한 뒤에는 지극히 방편을 써서, 꾸준히 힘쓰고 스스로 단속하여 다시는 과거의 다섯 가지 욕망을 따르지 않게 하였다. 그렇게 꾸준히 힘써 스스로 단속함으로 말미암아 나는 점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가까워졌느니라.
  너희 비구들도 과거의 다섯 가지 욕망을 많이 좇고 또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는 좇는 것이 그보다 적을 것이다. 너희들 역시 마음이 과거의 다섯 가지 욕망을 많이 좇고 있으니 스스로 단속하기를 더욱 더해야 하느니라. 그리하
  
9) 팔리어로는 Pannca Kamaguna이며 5묘욕(妙欲) 또는 5욕(欲)이라고도 한다. 안(眼)·이(耳)·비(鼻)·설(舌)·신(身)의 5근(根)이 색(色)·성(聲)·향(香)·미(味)·촉(觸)의 5경(境)을 만나 색욕(色欲)·성욕(聲欲)·향욕(香欲)·미욕(味欲)·촉욕(觸欲)의 다섯 가지 욕망을 유발하는 것을 가리킴. guna는 공덕(功德)·덕성(德性)·성질(性質)·종류(種類) 등의 뜻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에 경전 중에서는 5욕(欲)을 5욕공덕(欲功德)으로 번역하여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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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 너희들 또한 오래지 않아 모든 번뇌를 다하게 되어, 번뇌가 없어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로 해탈하여, 현세에서 스스로 알고 스스로 증득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마쳐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라고 스스로 알게 될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눈이 빛깔을 보는 인연으로 안의 느낌, 즉 괴로운 느낌·즐거운 느낌·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을 내고, 귀·코·혀·몸도 마찬가지이며, 뜻과 법을 인연하여 안의 느낌, 즉 괴로운 느낌·즐거운 느낌·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을 내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아, 그 입처(入處)를 마땅히 깨닫고 알아야 하나니, 만일 눈이 소멸하면 빛깔이라는 생각에서 곧 벗어나고, 귀·코·혀·몸도 마찬가지이며, 뜻이 소멸하면 법이라는 생각에서 곧 벗어나게 되느니라."
  부처님께서는 '마땅히 6입처(入處)를 깨달아야 한다'고 말씀하신 뒤에 방으로 들어가 좌선하셨다.
  이 때 많은 비구들은 세존께서 떠나신 뒤 이렇게 의논하였다.
  '세존께서는 우리들에게 (마땅히 6입처를 깨달아야 한다. 만일 이 눈이 소멸하면 빛깔이라는 생각에서 곧 벗어나고, 귀·코·혀·몸도 마찬가지이며, 뜻이 소멸하면 법이라는 생각이 곧 벗어난다)고 이렇게 간략히 설법하시고는, 널리 분별하지 않으신 채 방으로 들어가 좌선하신다. 우리들은 오늘 세존께서 간략히 말씀하신 법을 아직 이해하지 못했다. 이제 이 대중 가운데 누가 지혜의 힘이 있어, 우리들을 위해 세존께서 간략히 말씀하신 법 가운데서 그 뜻을 자세히 설명할 수 있을까?'
  그리고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존자 아난은 항상 세존을 모시고 있고, 총명하고 지혜로우며 범행을 갖추었다고 스승으로부터 항상 칭찬 받는다. 오직 존자 아난만이 우리를 위해 세존께서 간략히 말씀하신 법 가운데서 그 뜻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지금 다 같이 존자 아난께 찾아가서 그 요긴한 뜻을 물어 보고, 그 말대로 다 받들어 가지자.'
  그 때 많은 비구들은 존자 아난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 서로 인사한 뒤에 한쪽에 앉아, 존자 아난에게 '존자여, 세존께서는 저희들을 위해 간략히 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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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씀하셨습니다' 하고는 위에서 말씀하신 그대로 말하고, 아난에게 그 뜻을 자세히 물으면서 말하였다.
  "저희들을 위하여 그 뜻을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존자 아난은 모든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자세히 듣고 잘 사유하십시오. 그대들을 위하여 세존께서 간략히 말씀하신 법 가운데서 그 뜻을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세존께서 간략히 말씀하신 것은 곧 이 6입처(入處)를 소멸하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나머지를 말씀하시기 위하여 '안입처(眼入處)가 소멸하면 빛깔이라는 생각[色想]에서 곧 벗어난다. 이입처(耳入處)·비입처(鼻入處)·설입처(舌入處)·신입처(身入處)도 마찬가지이며, 의입처(意入處)가 소멸하면 법이라는 생각[法想]에서 곧 벗어난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이 법을 간략히 말씀하신 뒤에 방으로 들어가 좌선하셨고, 저는 이미 그대들을 위하여 그 뜻을 설명하였습니다."
  존자 아난이 그 뜻을 설명하자, 모든 비구들은 그 말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12. 불방일경(不放逸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모든 비구들에게 '방일하지 않는 행[不放逸行]'을 말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모든 비구들에게 방일하지 않는 행을 말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어떤 부류의 비구들에게 방일하지 않는 행을 말하지 않는가?
  만일 비구가 아라한이 되어 모든 번뇌를 다하고, 모든 무거운 짐을 벗어버리고, 자기의 이익을 이미 얻고, 모든 존재의 결박[有結]을 다하여 마음이 바르게 해탈하였다면, 그런 부류의 비구들에게 나는 방일하지 않는 행을 말하지 않는다. 왜냐 하면 그런 비구들은 이미 방일하지 않게 되었으므로 다시는 방일한 짓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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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지금 저 모든 존자들이 방일하지 않는 과보를 얻은 것을 알고 있다. 그러므로 그들에게는 방일하지 않는 행을 말하지 않느니라.
  어떤 부류의 비구들에게 방일하지 않는 행을 말하는가? 만일 배우는 지위에 있는 비구라면 그들은 모두 마음이 아직 위없는 안온함을 얻지 못해 열반을 향해 머무르는 자들이다. 그런 부류의 비구들이라면 나는 그들에게 방일하지 않는 행을 말한다. 왜냐 하면 그런 비구들은 모든 근(根)을 배워 익히고, 성장을 돕는 여러 방법들을 마음으로 좋아하고, 착한 벗을 가까이 하면 오래지 않아 모든 번뇌를 다하게 되고 번뇌가 없어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로 해탈하며, 현세에서 스스로 알고 스스로 증득하여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마쳐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라고 스스로 알 것이기 때문이니라.
  무슨 까닭인가? 안식(眼識)이 사랑하고 즐거워하며 물들어 집착할 만한 빛깔이라도, 그 비구는 그것을 본 뒤에 기뻐하지 않고 찬탄하지 않으며, 물들지 않고 매이고 집착하여 머무르지 않기 때문이다. 기뻐하지 않고 찬탄하지 않으며, 물들지 않고 집착하여 머무르지 않기 때문에, 오로지 훌륭하게 정진하여 몸과 마음이 그치고 쉬며 마음이 편안하고 지극히 머물러 잊지 않는다. 그리하여 언제나 고요한 한마음이 되어 한량이 없는 법의 기쁨을 누리고, 첫째 가는 삼매 즉 정수(正受)를 얻어, 마침내 물러나 눈과 빛깔을 따르지는 않는다. 이식(耳識)·비식(鼻識)·설식(舌識)·신식(身識)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며, 의식(意識)과 법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13. 법경(法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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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희들을 위하여 두 가지 법을 연설하리니 자세히 듣고 잘 사유하라. 어떤 것이 두 가지인가? 눈과 빛깔이 둘이요, 귀와 소리, 코와 냄새, 혀와 맛, 몸과 감촉, 뜻과 법이 둘이니, 이것을 두 가지 법이라 하느니라. 혹 어떤 사문 바라문은 '이것은 둘이 아니다. 사문 구담이 말한 두 가지 법은 둘이라 할 수 없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마음대로 말하는 두 가지 법은 그저 말로만 있을 뿐이어서 물어 보아도 알지 못하여 의혹만 더할 것이니, 그것은 경계가 아니기 때문이니라.
  무슨 까닭인가? 눈[眼]과 빛깔[色]을 인연하여 안식(眼識)이 생기고, 이 세 가지가 화합하는 것이 접촉[觸]이며, 접촉을 인연하여 괴롭거나 즐겁거나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느낌[受]이 생긴다. 만일 이 느낌의 발생·느낌의 소멸·느낌에 맛들임·느낌의 재앙·느낌에서 벗어남을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한다면, 탐욕신(貪欲身)의 접촉을 심고, 진에신(瞋恚身)의 접촉을 심으며, 계취신(戒取身)의 접촉을 심고, 아견신(我見身)의 접촉을 심으며, 또한 모든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심어서 자라게 할 것이니, 이렇게 하여 완전 괴로움뿐인 큰 무더기가 모두 발생하게 되느니라. 귀·코·혀·몸도 마찬가지이며, 뜻과 법을 인연하여 의식이 생기고, 세 가지가 화합한 것이 접촉이며……(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앞에서 말씀하신 것과 같다.)
  다시 눈은 빛깔을 인연하여 안식을 일으키고, 이 세 가지가 화합하는 것이 접촉이며, 접촉을 인연하여 괴롭거나 즐겁거나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느낌이 생긴다. 이 모든 느낌의 발생·소멸·맛들임·재앙·벗어남에 대해서 사실 그대로 안다면, 이렇게 안 뒤에는 탐욕신의 접촉을 심지 않고, 진에신의 접촉을 심지 않으며, 계취신의 접촉을 심지 않고, 아견신의 접촉을 심지 않으며, 모든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심지 않는다. 이렇게 하여 모든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이 소멸하면 완전 괴로움뿐인 큰 무더기가 소멸하나니, 귀·코·혀·몸도 마찬가지이며, 뜻과 법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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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이법경(二法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두 가지 인연이 있어서 식(識)이 생긴다. 어떤 것이 두 가지인가? 이른바 눈과 빛깔, 귀와 소리, 코와 냄새, 혀와 맛, 몸과 감촉, 뜻과 법이니라.……(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앞에서 말씀하신 것과 같다)……경계가 아니기 때문이니라. 무슨 까닭인가? 눈[眼]과 빛깔[色]을 인연하여 안식(眼識)이 생기나니, 그것은 무상하고 함이 있으며 마음을 인연하여 생긴 것이다. 만일 빛깔과 눈과 식이 무상하고 함이 있으며 마음을 인연하여 생긴 것이라면, 이 세 가지 법이 화합하는 접촉[觸], 접촉 뒤의 느낌[受], 느낌 뒤의 의도[思], 의도 뒤의 생각[想], 이러한 모든 법도 다 무상하고 함이 있으며 마음을 인연하여 생긴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이른바 접촉[觸]·생각[想]·의도[思]이다. 귀·코·혀·몸·뜻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15. 부류나경(富留那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부류나(富留那) 비구가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쪽에 물러서서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현재의 법[現法]을 말씀하시고, 불꽃의 소멸[滅熾然]을 말씀하시며, 때를 기다리지 않음[不待時]을 말씀하시고, 바르게 향함[正向]을 말씀하시며, 곧 이러한 소견[卽此見]을 말씀하시고, 인연하여 스스로 깨달음[緣自覺]을 말씀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어떤 것을 현재의 법이라 하며……(내지)……인연하여 스스로 깨달음이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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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처님께서 부류나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부류나야, 능히 그렇게 물을 줄 아는구나. 부류나야, 자세히 듣고 잘 사유하라. 너를 위하여 설명하리라. 부류나 비구야, 눈으로 빛깔을 본 뒤에는 빛깔을 깨달아 알고, 빛깔에 대한 탐욕을 깨달아 알아 '내 안에는 안식(眼識)의 빛깔에 대한 탐욕이 있고, 내 안에는 안식의 빛깔에 대한 탐욕이 있다'고 사실 그대로 알라.
  부류나야, 만일 눈으로 빛깔을 본 뒤에 빛깔을 깨달아 알고, 빛깔에 대한 탐욕을 깨달아 알아 '내 안에는 안식의 빛깔에 대한 탐욕이 있다'고 사실 그대로 안다면 이것을 현재에 법을 봄[現見法]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것이 불꽃의 소멸이고, 어떤 것이 때를 기다리지 않음이며, 어떤 것이 바르게 향함이고, 어떤 것이 곧 이러한 소견이며, 어떤 것이 인연하여 스스로 깨달음인가?
  부류나 비구야, 눈으로 빛깔을 본 뒤에 빛깔을 깨달아 알더라도 빛깔에 대한 탐욕의 감각을 일으키지 말고 '내 안에는 안식의 빛깔에 대한 탐욕이 있지만 빛깔에 대한 탐욕의 감각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사실 그대로 알라.
  부류나 비구야, 만일 눈으로 빛깔을 본 뒤에 빛깔을 깨달아 알더라도 빛깔에 대한 탐욕의 감각을 일으키지 않고, 빛깔을 사실 그대로 알아 '빛깔에 대한 탐욕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사실 그대로 알면, 이것을 불꽃의 소멸, 때를 기다리지 않음, 바르게 향함, 곧 이러한 소견, 인연하여 스스로 깨달음이라 하나니, 귀·코·혀·몸·뜻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부류나 비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16. 대해경(大海經) ①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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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라고들 말하지만 그것은 어리석은 사람들이 하는 말이지 성인이 하는 말은 아니다. 그들이 말하는 바다는 물이 많고 적은 것일 뿐이다. 어떤 것이 성인이 말하는 바다인가? 이른바 눈이 빛깔을 분별한 뒤에 사랑하고 생각하며, 물들고 집착하며, 탐하고 즐거워하는 몸과 입과 뜻의 업이니, 이것을 바다라 한다. 일체 세간의 아수라 무리들과 나아가 하늘과 사람들도 다 그 가운데에서 탐하고 즐거워하며 빠지는 것이 개의 창자와 같고 어지러운 풀 무더기와 같나니, 이 세상과 다른 세상에 묶이고 얽히는 것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귀가 소리를 분별하고, 코가 냄새를 분별하며, 혀가 맛을 분별하고, 몸이 감촉을 분별하여, 이 세상과 다른 세상에 묶이고 얽히는 것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몸과 입과 뜻의 업을 바다라 한다고 설하신 경에서와 마찬가지로 탐욕·성냄·어리석음·늙음·병듦·죽음을 큰바다라고 말씀하신 자세한 내용도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
  
  '다섯 감각기관[五根]이 대상을 분별한 뒤에 사랑하고 생각하며, 물들고 집착하며, 탐하고 즐거워하는 ∼을 바다라 한다'는 형식으로 말씀하신 3경에서와 마찬가지로 같이, '여섯 감각기관[六根]이 대상을 분별한 뒤에 사랑하고 생각하며, 물들고 집착하며, 탐하고 즐거워하는 ∼을 바다라 한다'는 형식으로 3경을 말씀하신 자세한 내용도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
  
  
217. 대해경 ②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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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바 바다라고들 말하지만 그것은 세간의 어리석은 사람들이 하는 말이지 성인이 하는 말은 아니니라. 그들이 말하는 바다란 물이 많고 적은 것일 뿐이다. 눈이 사람의 바다요 저 빛깔은 물결이니, 만일 빛깔의 물결을 견뎌낼 수 있다면 그는 눈의 바다를 건너, 소용돌이치는 모든 물결과 물에 사는 모든 나쁜 짐승과 여자나찰들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귀·코·혀·몸·뜻이 사람의 큰 바다요, 소리·냄새·맛·감촉·법은 물결이니, 만일 저 법의 물결을 참고 견뎌낸다면 그는 뜻의 바다를 건너, 소용돌이치는 모든 물결과 나쁜 짐등들과 여자나찰들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 때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큰 바다의 큰 물결과
   나쁜 짐승과 나찰의 두려움
   건너기 어려운 것 능히 건너면
   고통의 발생을 떠나 영원히 남김 없네.
  
   모든 괴로움을 능히 끊어서
   다시는 다른 몸을 받지 않으며
   영원히 저 반열반(般涅槃)으로 나아가
   다시는 방일로 돌아오지 않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18. 고집멸경(苦集滅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298 / 2145] 쪽
  "내 이제 너희들을 위하여 괴로움이 발생하는 길과 괴로움이 소멸하는 길을 말하리니 자세히 듣고 잘 사유하라. 너희들을 위하여 설명하리라. 어떤 것이 괴로움이 발생하는 길인가? 눈[眼]과 빛깔[色]을 인연하여 안식(眼識)이 생기고, 이 세 가지가 화합한 것이 접촉[觸]이며, 접촉을 인연하여 느낌[受]이 있고, 느낌을 인연하여 애욕[愛]이 있으며, 애욕을 인연하여 취함[取]이 있고, 취함을 인연하여 존재[有]가 있으며, 존재를 인연하여 태어남[生]이 있고, 태어남을 인연하여 늙음·병듦·죽음·근심·슬픔·번민·괴로움이 발생한다. 이와 같이 귀·코·혀·몸·뜻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나니, 이것을 괴로움이 발생하는 길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이 괴로움이 소멸하는 길인가? 눈과 빛깔을 인연하여 안식이 생기고, 이 세 가지가 화합한 것이 접촉이다. 접촉이 소멸하면 느낌이 소멸하고, 느낌이 소멸하면 애욕이 소멸하며, 애욕이 소멸하면 취함이 소멸하고, 취함이 소멸하면 존재가 소멸하며, 존재가 소멸하면 태어남이 소멸하고, 태어남이 소멸하면 늙음·병듦·죽음·근심·슬픔·번민·괴로움이 소멸하나니, 이렇게 완전 괴로움뿐인 큰 무더기가 소멸한다. 귀·코·혀·몸·뜻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나니, 이것을 괴로움이 소멸하는 길이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19. 열반도적경(涅槃道跡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열반으로 가는 길을 설명하리라. 어떤 것이 열반으로 가는 길인가? 이른바 눈[眼]은 무상한 것이요, 빛깔[色]과 안식(眼識)과 안촉(眼觸)과 그것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受], 즉 괴롭거나 즐겁거나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안의 감각, 그것도 또한 무상하다고 관찰하라. 귀·코·혀·몸·뜻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나니 이것을 열반으로 가는 길이라 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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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20. 사취열반도적경(似趣涅槃道跡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열반에 걸맞은 길이 있다. 어떤 것이 열반에 걸맞은 길인가? 눈은 나[我]가 아니라고 관찰하고, 빛깔과 안식과 안촉과 그것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 즉 괴롭거나 즐겁거나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안의 감각, 그것도 또한 무상하다고 관찰하라. 귀·코·혀·몸·뜻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나니, 이것을 열반에 걸맞은 길이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21. 취경(取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취함[取]으로 나아가는 길이 있다. 어떤 것이 모든 취함으로 나아가는 길인가? 눈과 빛깔을 인연하여 안식이 생기고, 이 세 가지가 화합한 것이 접촉이다. 접촉을 인연하여 느낌이 있고, 느낌을 인연하여 애욕이 있으며, 애욕을 인연하여 취함이 있으니, 취할 것을 취하기 때문이니라. 귀·코·혀·몸·뜻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나니, 취할 것을 취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모든 취함으로 나아가는 길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이 모든 취함을 끊는 길인가? 눈과 빛깔을 인연하여 안식이 생기고, 세 가지가 화합한 것이 접촉이다. 접촉이 소멸하면 느낌이 소멸하고,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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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낌이 소멸하면 애욕이 소멸하며, 애욕이 소멸하면 취함이 소멸하나니, 이와 같이 귀·코·혀·몸·뜻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은 줄을 알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22. 지식경(知識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마땅히 일체의 알아야 할 법과 일체의 분별해야 할 법을 알아야 하나니, 자세히 듣고 잘 사유하라. 너희들을 위하여 설명하리라. 어떤 것이 일체의 알아야 할 법이며, 일체의 분별해야 할 법인가?
  모든 비구들아, 눈[眼]이 곧 알아야 할 법이요 분별해야 할 법이며, 빛깔[色]과 안식(眼識)과 안촉(眼觸)과 안촉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受], 즉 괴롭거나 즐겁거나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안의 감각, 그 일체도 알아야 할 법이요 분별해야 할 법이다. 귀·코·혀·몸·뜻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23. 단경(斷經) ①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한 법을 알지 못하고 분별하지 못하고도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한 법을 알지 못하고 분별하지 못하고도 괴로움을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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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히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른바 '눈에 대해 알지 못하고 분별하지 못하고도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하지 않으며, '빛깔과 안식과 안촉과 안촉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 즉 괴롭거나 즐겁거나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안의 감각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분별하지 못하고도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귀·코·혀·몸·뜻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24. 단경 ②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일체 탐욕의 법은 마땅히 끊어야 하느니라. '일체 탐욕의 법은 마땅히 끊어야 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른바 눈은 일체 탐욕의 법이니 끊어야 하며, 빛깔과 안식과 안촉과 안촉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 즉 괴롭거나 즐겁거나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안의 감각, 그 일체 탐욕의 법을 마땅히 끊어야 한다. 귀·코·혀·몸·뜻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25. 단경 ③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한 법을 알지 못하고 끊지 못하고도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난다'고 말하지 않는다. '한 법을 알지 못하고 끊지 못하고도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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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말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른바 '눈을 알지 못하고 끊지 못하고도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난다'고 말하지 않으며, 혹은 '빛깔과 안식과 안촉과 안촉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 즉 괴롭거나 즐겁거나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안의 감각, 그 일체를 알지 못하고 끊지 못하고도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난다'고도 말하지 않는다. 귀·코·혀·몸·뜻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26. 계경(計經) ①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너희들을 위하여 일체 헤아림을 끊는 것에 대해 말하리니 자세히 듣고 잘 사유하라. 마땅히 너희들을 위해 설명하리라. 어떻게 헤아리지 않는가? 이른바 '나는 빛깔을 본다'고 헤아리지 않고, '눈은 내 것이다'라고 헤아리지 않으며, '서로 접촉한다'고 헤아리지도 않는다. 혹은 빛깔과 안식과 안촉과 안촉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 즉 괴롭거나 즐겁거나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안의 감각, 그것들에 대해서도 또한 '즐겁다. 나다. 내 것이다'라고 헤아리지 않으며, '즐겁다, 함께 즐겁다'고 헤아리지도 않는다. 귀·코·혀·몸·뜻을 헤아리지 않는데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이와 같이 헤아리지 않으면 그는 모든 세간에 대해서 항상 취할 것이 없고, 취할 것이 없기 때문에 집착할 것이 없으며, 집착할 것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열반을 깨닫는다. 그래서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마쳐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라고 스스로 아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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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眼] 등에 대해서 말씀하신 것에서와 마찬가지로, 나머지 하나하나의 일에 대해서도 앞 경에서와 같이 말씀하셨다.
  
  
227. 계경 ②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헤아림은 병이요, 헤아림은 종기며, 헤아림은 가시니, 여래는 헤아림에 머무르지 않기 때문에 병을 떠나고 종기를 떠나고 가시를 떠났느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아, 헤아림에 머무르지 않아 병을 떠나고 종기를 떠나고 가시를 떠나기를 바라는 비구라면 '눈은 나다. 내 것이다'라고 헤아리지 말고, '눈과 서로 접촉한다'고 헤아리지 말며, 빛깔과 안식과 안촉과 안촉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 즉 괴롭거나 즐겁거나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안의 감각, 그것들에 대해서도 또한 '이것은 나다. 내 것이다.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이다'라고 헤아리지 말라. 귀·코·혀·몸·뜻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비구들아, 이와 같이 헤아리지 않으면 그는 취할 것이 없고, 취할 것이 없기 때문에 집착할 것이 없으며, 집착할 것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열반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마쳐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라고 스스로 아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눈[眼] 등에 대해서 말씀하신 것에서와 마찬가지로, 나머지 하나하나의 일에 대해서도 앞 경에서와 같이 말씀하셨다.
  
  
228. 증장법경(增長法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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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늘게 하는 법[增長法]과 줄게 하는 법[損減法]을 설명하리라.
  어떤 것이 늘게 하는 법인가? 이른바 눈과 빛깔을 인연하여 안식이 생기고, 이 세 가지가 화합한 것이 접촉이며, 접촉을 인연하여 느낌이 있고……(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앞에서 말씀하신 것과 같다)……완전 괴로움뿐인 큰 무더기가 발생하나니, 이것을 늘게 하는 법이라 한다. 귀·코·혀·몸·뜻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나니, 이것을 늘게 하는 법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이 줄게 하는 법인가? 눈과 빛깔을 인연하여 안식이 생기고, 이 세 가지가 화합한 것이 접촉이다. 이때 접촉이 소멸하면 느낌이 소멸하고……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앞에서 말씀하신 것과 같다)……완전 괴로움뿐인 큰 무더기가 소멸한다. 귀·코·혀·몸·뜻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나니, 이것을 줄게 하는 법이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늘고 줄게 하는 법을 설명하신 것에서와 마찬가지로 일어나는 법[起法]·처하고 변화하는 법[處變易法]·발생하는 법[集法]·소멸하는 법[滅法]에 대해 설하신 자세한 내용도 앞 경에서 말한 것과 같다.
  
  
229. 유루무루경(有漏無漏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번뇌가 있는 법[有漏法]과 번뇌가 없는 법[無漏法]을 설명하리라.
  어떤 것이 번뇌가 있는 법인가? 이른바 눈[眼]과 빛깔[色]과 안식(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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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識)과 안촉(眼觸)과 안촉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受], 즉 괴롭거나 즐겁거나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안의 감각, 그리고 귀[耳]·코[鼻]·혀[舌]·몸[身]도 마찬가지이며, 뜻[意]과 법(法)과 의식(意識)과 의촉(意觸)과 의촉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 즉 괴롭거나 즐겁거나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안의 감각이 세속스러운 것이면, 이것을 번뇌가 있는 법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이 번뇌가 없는 법인가? 이른바 세간을 벗어난 것이니, 뜻[意]과 법(法)과 의식(意識)과 의촉(意觸)과 의촉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受], 즉 괴롭거나 즐겁거나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안의 감각이 세간을 벗어난 것이면, 이것을 번뇌가 없는 법이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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