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잡아함경(雜阿含經)

잡아함경 제 50 권

通達無我法者 2007. 12. 24. 10:33
[2083 / 2145] 쪽
  
잡아함경 제 50 권
  
  송 천축삼장 구나발타라 한역
  
  
  
1325. 수재경(受齋經)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어떤 우바이(優婆夷)의 아들이 여덟 가지 재(齋)를 받아 가졌다가 금방 그 계율을 범하여 귀신에게 잡히게 되었다.
  그 때 우바이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열 나흘과 또 보름과
   그리고 매달 초여드렛날과
   신통의 상서가 응하는 달2)
   여덟 가지를 바르게 잘 받으며
  
   재계(齋戒)를 잘 받들어 가지면
   저 귀신에게 잡히지 않는다고
   나는 옛날에 자주 들었는데
   그 말은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이라네.
  
  
  
  
1)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5권 27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2) 신족월(神足月)을 뜻하는 것으로 즉, 3장재월(長齋月)인 1월·5월·9월을 말한다. 이 달에는 모든 하늘이 신통력으로 온 천하를 순행(巡行)하므로 혹은 신변월(神變月)이라고도 한다.
[2084 / 2145] 쪽
  그 때 그 귀신이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열 나흘과 또 그 보름날과
   그리고 매달 초여드렛날과
   신통의 상서 응하는 달에
   여덟 가지를 바르게 닦아 받으며
  
   재계하고 엄숙히 청정하게 머물고
   계율과 덕을 잘 지켜 보호하면
   귀신에게 놀림을 당하지 않는다고
   부처님에게서 그런 말 들었다니 장하구나.
   네가 놓아달라고 내게 말하면
   나는 너의 아들을 놓아주리라.
  
   거만하고 느슨한 모든 그 업(業)과
   더럽고 괴로운 행에 물든 것과
   범행이 청정하지 못한 것 등은
   마침내 대과(大果)를 얻지 못하네.
  
   비유하면 골풀[菅草]을 잡아 뽑을 때
   느슨하게 잡으면 손을 다치는 것처럼
   사문이 나쁜 것과 접촉한다면
   틀림없이 지옥에 떨어지게 되리라.
  
   비유하면 골풀을 잡아 뽑을 때
   다잡으면 손을 다치지 않는 것처럼
   사문이 잘 거두어 지킨다면
   이내 반열반(般涅槃)에 들게 되리라.
  
  
[2085 / 2145] 쪽
  그 때 그 귀신은 우바이의 아들을 즉시 놓아주었다.
  그러자 우바이는 게송으로 그 아들에게 말하였다.
  
   아들아, 너는 지금 내 말을 들어라.
   저 귀신이 한 말을 말해주리라.
  
   만약 거만하고 느슨한 모든 그 업과
   더러움에 물들고 괴로운 행 닦는 것과
   범행이 청정하지 못한 것 등은
   마침내 대과를 얻지 못하네.
  
   비유하면 골풀을 잡아 뽑을 때
   느슨하게 잡으면 손을 다치는 것처럼
   사문이 나쁜 것과 접촉한다면
   틀림없이 지옥에 떨어지게 되리라.
  
   비유하면 골풀을 잡아 뽑을 때
   다잡으면 손을 다치지 않는 것처럼
   사문이 잘 거두어 지키면
   이내 반열반(般涅槃)에 들게 되리라.
  
  그 때 저 우바이의 아들은 이렇게 깨닫고 나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바른 믿음으로 집 아닌 데로 출가하여 도를 배웠지만, 마음에 즐거움을 얻지 못해 도로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그 어머니는 멀리서 그 아들을 보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세상을 돌보지 않고 출가하더니
   어찌하여 다시 마을로 돌아오느냐?
   집에 불이 났을 때 재물을 들어내더니
  
[2086 / 2145] 쪽
   어찌하여 다시 불 속에 던지느냐?
  
  그의 아들인 비구가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다만 어머니 목숨 마칠 때
   서로 보지 못할까 생각하였소.
   그래서 이제 돌아와 뵙는데
   어째서 아들보고 기뻐하지 않습니까?
  
  그 때 그 어머니 우바이가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탐욕 버리고 출가하더니
   도로 그 탐욕을 누리려 하느냐?
   그러므로 나는 슬퍼하나니
   악마가 하고싶은 대로 될까 두렵다.
  
  그 때 그 우바이는 이렇게 그 아들을 깨우쳐주었다. 그래서 그 아들은 텅 비고 고요한 곳으로 돌아가, 부지런히 정근하고 사색하여 모든 번뇌의 결박을 끊어버리고 아라한과를 증득(證得)하였다.
  
  
1326. 아랍귀경(阿랍鬼經)3)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마갈제국 인간 세상을 유행하시다가, 아랍(阿랍) 귀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밤에 묵으시게 되었다.
  그 때 아랍 귀신이 여러 귀신들과 모임을 가지고 있었다.
  그 때 갈담(竭曇) 귀신은 세존께서 아랍 귀신이 사는 곳에서 밤을 지내시
  
  
  
3)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5권 28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2087 / 2145] 쪽
  게 된 것을 보고 귀신에게 가서 말하였다.
  "마을 주인이여, 그대는 큰 이익을 얻었다. 여래께서 그대가 사는 곳에서 주무시고 계신다."
  아랍 귀신이 말하였다.
  "살아있는 사람이 오늘 우리 집에 머무른단 말인가? 내가 지금 그가 여래인지, 아닌지를 알아볼 것이다."
  그 때 아랍 귀신은 여러 귀신들과의 모임이 끝난 뒤에 자기 집에 돌아와 세존께 말하였다.
  "사문아, 나가거라."
  그 때 세존께서는 남의 집이었기 때문에 곧 그 집에서 나오셨다. 아랍 귀신이 다시 말하였다.
  "사문아, 들어 오라."
  부처님께서 곧 들어가셨다. 교만함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두 번 세 번 되풀이하였다. 그 때 아랍 귀신은 네 번째로 세존께 말하였다.
  "사문아, 나가거라."
  그 때 세존께서 아랍 귀신에게 말씀하셨다.
  "마을 주인아, 내 이미 세 번씩이나 청을 들어주었다. 이제는 더 이상 나가지 않겠노라."
  아랍 귀신이 말하였다.
  "사문이여, 나는 이제 너에게 물으리니 사문은 내게 대답하라. 만일 나를 기쁘게 하면 아무 탈이 없겠지만, 나를 기쁘게 하지 못하면 나는 네 가슴을 찢어 네 심장을 부수어 버릴 것이다. 그래서 네 얼굴에서 뜨거운 피가 흐르게 하고 네 두 손을 묶어 항하 저쪽 언덕으로 던져버릴 것이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마을 주인이여, 나는 아직 어떤 하늘이나 악마·범·사문·바라문 등 천신이나 세상 사람 중에서 내 심장을 부수거나 가슴을 찢고, 또 얼굴에서 뜨거운 피를 흘리게 하거나, 두 손을 잡고 강가 저쪽 언덕으로 던질 수 있는 이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마을 주인아, 너는 뭐든지 물어 보라. 너를 위해 설명하여 너를 기쁘게 해주리라."
  
[2088 / 2145] 쪽
  그 때 아랍 귀신이 게송으로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 어떤 것을 일컬어
   훌륭한 사람의 재산이라 하는가?
   어떤 법을 행하여야
   편하고 즐거운 과보를 얻는가?
   어떤 것을 훌륭한 맛이라 하고
   어떤 것을 목숨 중의 제일이라 하는가?
  
  그 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저 깨끗한 믿음을 일컬어
   사람의 가장 훌륭한 재산이라 한다.
   법을 행하면 즐거운 과보 얻고
   해탈은 맛 중에서 으뜸이니라.
   지혜로써 늙고 죽음 없애버리면
   그것은 목숨 중의 제일이니라.
  
  아랍 귀신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어떻게 하면 좋은 이름 얻는가?
   ……(이 아래의 자세한 내용은 앞에서 설한 게송과 같다.)
  
  그 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계율 지키면 좋은 이름 떨치리라.
   ……(이 아래의 자세한 내용은 앞에서 설한 게송과 같다.)
  
  그 때 아랍 귀신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2089 / 2145] 쪽
   몇 가지 법이 세간에 일어나고
   몇 가지 법이 서로 따르는가?
   세상에 몇 가지 법이 느낌이 되고
   세상에 몇 가지 법이 손상하고 멸하는가?
  
  그 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세간에 여섯 가지 법이 함께 일어나고
   여섯 가지 법이 서로 따르고 있다.
   세간에 여섯 가지 법이 느낌이 되며
   세간에 여섯 가지 법이 멸하느니라.
  
  아랍 귀신이 다시 게송으로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 누가 능히 모든 흐름 건너기 위해
   밤낮으로 부지런히 방편을 쓰며
   붙잡을 것도 없고 머무를 곳도 없는데
   어느 누군들 가라앉지 않겠는가?
  
  그 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모든 계율 완전히 갖추고
   지혜롭고 선정을 잘 닦으며
   바른 기억으로 마음 속에서 깊이 사색하면
   건너기 어려운 흐름 건널 수 있다.
  
   다섯 가지 욕심을 좋아하지 않고
   빛깔의 애욕을 뛰어 넘으면
   붙잡을 것 없고 머무를 곳 없어도
  
[2090 / 2145] 쪽
   그는 빠지지 않을 수 있다.
  
  그 때 아랍 귀신이 다시 게송으로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떤 법으로써 흐름을 건너고
   무엇으로써 큰 바다 건너는가?
   무엇으로써 괴로움을 여의고
   무엇으로써 청정해질 수 있는가?
  
  그 때 세존께서 다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믿음으로써 강의 흐름 건너고
   방일하지 않음으로 바다를 건넌다.
   정진(精進)으로써 괴로움 끊고
   지혜로써 청정함을 얻느니라.
  
  그 때 아랍 귀신이 다시 게송으로 부처님께 여쭈었다.
  
   다른 사문이나 범지(梵志)의 법을
   어찌 번거롭게 다시 물으랴.
   오늘에 가장 훌륭한 선비님은
   큰 법의 횃불을 높이 밝혔네.
  
   나는 저 갈담마(竭曇摩)에게
   언제나 그 은혜를 갚아야 하리.
   나는 이제 등정각이시며
   위없는 길잡이 스승님께 아룁니다.
  
   저는 오늘 당장 떠날 것입니다.
  
[2091 / 2145] 쪽
   마을에서 마을로 돌아다니며
   등정각을 친히 모시고
   말씀하시는 그 법을 들어 받들리.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아랍 귀신은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1327. 숙가라경(叔迦羅經)4)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숙가라(叔迦羅) 비구니는 임금의 공원 안에 살고 있는 비구니들과 함께 지내면서, 왕사성의 여러 사람들에게 아라한처럼 공경과 공양을 받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왕사성 사람들이 좋은 날을 택하여 즐거운 큰 모임을 가졌다. 그래서 그 날은 그 비구니에게 공양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자 어떤 귀신이 그 비구니를 존경하는 까닭에 왕사성 거리로 나아가 집집마다 다니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왕사성의 모든 사람들아,
   술에 취해 누워 자는가?
   저 숙가라 비구니에게
   공양하기를 힘쓰지 않는구나.
  
   모든 감관을 잘 닦았기 때문에
   그 이름을 숙가라라고 한다.
   그는 번뇌를 여의는 법과
   열반의 청량한 곳을 잘 설하나니
  
  
  
4)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5권 30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2092 / 2145] 쪽
   만일 그를 따라 그 말 들으면
   온 종일 즐겁고 싫지 않으리.
  
   법을 듣고서 그 지혜를 타면
   나고 죽음의 흐름을 건널 수 있다.
   그것은 마치 저 바다 상인이
   힘센 말을 붙들어 의지하는 것과 같다.
  
  그 때 어떤 우바새가 숙가라 비구니에게 옷을 보시하고, 또 어떤 우바새는 음식을 공양하였다.
  그 때 그 귀신은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저 지혜로운 우바새는
   복과 이익을 많이 얻으리.
   숙가라에게 옷을 보시함으로써
   모든 번뇌를 여의었기 때문이다.
  
   저 지혜로운 우바새는
   복과 이익을 많이 얻으리.
   숙가라에게 음식을 보시함으로써
   모든 번뇌를 여의었기 때문이다.
  
  그 때 그 귀신은 이 게송을 마치고 이내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1328. 비람경(毘藍經)5)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5)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5권 29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2093 / 2145] 쪽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비라(毘羅) 비구니는 왕사성 임금의 공원 안에 살고 있는 비구니들과 함께 지내면서, 왕사성의 여러 사람들을 위해 좋은 날을 점쳐 택일하여 큰 모임을 열었다. 그러나 그 날 비라 비구니에게는 공양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 때 어떤 귀신이 비라 비구니를 존경하여, 곧 왕사성에 들어가 골목마다 다니며 게송을 읊고 네 거리에서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왕사성의 모든 사람들아,
   술에 취해 누워 자는가?
   저 비라 비구니에게
   공양하는 이가 아무도 없구나.
  
   저 비라 비구니는
   모든 감관을 용감하게 닦았고
   그는 번뇌를 여의는 법과
   열반의 청량한 곳을 잘 설한다.
  
   만일 그를 따라 그 말 들으면
   온 종일 즐겁고 싫지 않으리.
   법을 듣고서 그 지혜를 타면
   나고 죽음의 흐름을 건널 수 있다.
  
  그 때 어떤 우바새는 비라 비구니에게 옷을 가져와 보시하고, 또 어떤 우바새는 음식을 공양하였다. 그 때 그 귀신이 게송으로 말하였다.
  
   저 지혜로운 우바새는
   복과 이익을 많이 얻으리.
   비라 비구니에게 옷을 보시함으로써
  
[2094 / 2145] 쪽
   모든 결박을 끊었기 때문이다.
  
   저 지혜로운 우바새는
   복과 이익을 많이 얻으리.
   비라 비구니에게 음식을 보시함으로써
   모든 번뇌를 여의었기 때문이다.
  
  그 때 그 귀신은 이 게송을 마치고 이내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1329. 혜마파저경(醯魔波低經)6)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사다기리(娑多耆利) 천신과 혜마파저(醯魔波低) 천신이 서로 약속하였다.
  '만일 자기 궁중에 어떤 보물이 생기면 반드시 서로 알리자. 만일 알리지 않으면 약속을 어긴 죄를 받기로 하자.'
  그 때 혜마파저 천신의 궁중에서 일찍이 보지 못했던 보배인 파담마화(波曇摩華 : 푸른색 연꽃)가 나왔는데 꽃에는 천 개의 꽃잎이 있고 크기는 수레바퀴만 하였으며, 금빛 찬란한 보배 줄기가 있었다. 그 때 혜마파저 천신은 사람을 보내 사다기리에게 알렸다.
  "마을 주인이여, 지금 내 궁중에서 일찍이 없었던 보배 파담마꽃이 갑자기 피었는데, 그 꽃은 천 개의 꽃잎에 크기가 수레바퀴만 하며, 금빛 찬란한 보배 줄기로 이루어져 있다. 어서 와서 보라."
  사다기리 천신은 혜마파저 천신에게 사람을 보내 말하였다.
  "마을 주인이여, 그까짓 파담마꽃이 백 천 개인들 무엇에 쓰랴. 지금 내 궁중에는 일찍이 없었던 보배인 아주 커다란 파담마가 출현하였으니, 이른바
  
  
  
6)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5권 31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2095 / 2145] 쪽
  여래·응공·등정각·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세존이 그분이시다. 너는 어서 와서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라."
  그 때 혜마파저 천신이 곧 5백 권속들과 함께 사다기리 천신에게 가서 게송으로 물었다.
  
   보름날 좋은 날
   좋은 밤 즐겁게 모였다네.
   말해보라, 어떤 재(齋)를 받아야 하며
   어느 아라한께 받아야 하는가?
  
  그 때 사다기리가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오늘 불세존(佛世尊)께서
   훌륭한 나라 마갈제의
   저 왕사성에 있는
   가란다죽원에 머무시며
   미묘한 법을 연설하시어
   중생들의 괴로움 멸해주시네.
  
   괴로움과 괴로움의 발생과
   괴로움의 소멸을 증득함과
   8성도(聖道)로 괴로움을 벗어나
   안온히 열반으로 나아감을 설하시니
   마땅히 나아가 공양 베풀어라
   우리 아라한 세존께.
  
  혜마파저가 게송으로 물었다.
  
   그는 마음에 소원이 있어
  
[2096 / 2145] 쪽
   사랑으로 중생을 구제하는가?
   그는 받거나 받지 않거나
   그 마음 평등해 다름이 없는가?
  
  사다기리가 게송으로 대답했다.
  
   그는 묘한 원과 사랑하는 마음으로
   모든 중생을 제도하시고
   받거나 또 받지 않거나 간에
   그 마음 언제나 평등하니라.
  
  그 때 혜마파저가 게송으로 물었다.
  
   밝게 통함을 두루 갖추어
   그 행을 이미 성취했는가?
   모든 번뇌가 아주 사라져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가?
  
  사다기리가 게송으로 대답했다.
  
   밝게 통함을 두루 갖추고
   바른 행 이미 성취하였으며
   모든 번뇌가 영원히 다 끊어져
   다시는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
  
  혜마파저가 게송으로 물었다.
  
   모니(牟尼)께선 뜻의 행이 원만하시고
   몸과 입으로 짓는 업도 원만하신가?
  
[2097 / 2145] 쪽
   지혜와 행을 완전히 갖추시고
   그 법을 찬탄하는가?
  
  사다기리가 게송으로 대답했다.
  
   모니의 마음은 완전하게 갖추어졌고
   몸과 입이 짓는 업도 원만하시다.
   지혜와 행을 두루 갖추셨고
   법에 대해 찬탄하셨다.
  
  혜마파저가 게송으로 물었다.
  
   산목숨 해치는 일 멀리 여의고
   주지 않는 것은 가지지 않는가?
   방탕한 짓을 멀리 여의고
   선정에 대한 생각 떠나지 않는가?
  
  사다기리가 게송으로 말하였다.
  
   언제나 중생을 해치지 않고
   주지 않는 것 함부로 가지지 않네.
   방탕한 짓을 멀리 여의고
   밤낮으로 언제나 선정을 생각한다.
  
  혜마파저가 게송으로 물었다.
  
   다섯 가지 욕심을 즐기지 않고
   그 마음 흐리거나 어지럽지 않은가?
   맑고 깨끗한 법안(法眼)이 있어
  
[2098 / 2145] 쪽
   어리석음을 모조리 없앴는가?
  
  사다기리가 게송으로 대답했다.
  
   마음은 언제나 탐욕을 좋아하지 않고
   또한 흐리거나 어지러운 마음 없다.
   부처님의 법안은 맑고 깨끗해
   어리석음 다하여 남음이 없으시다.
  
  혜마파저가 게송으로 물었다.
  
   지극히 성실하여 거짓말 않고
   추하거나 껄끄러운 말 없으며
   이간하는 말 또한 없고
   성실하지 않은 말은 없는가?
  
  사다기리가 게송으로 대답했다.
  
   지극히 성실하여 거짓말 않고
   또한 추하거나 껄끄러운 말 없으며
   다른 사람 친한 사이 이간질 않고
   언제나 법다운 말을 하신다.
  
  혜마파저가 게송으로 물었다.
  
   맑고 깨끗하게 계율 지키고
   바른 기억으로써 적멸(寂滅)한가?
   평등한 해탈과 또 여래의
   큰 지혜를 두루 갖추었는가?
  
[2099 / 2145] 쪽
  사다기리가 게송으로 대답했다.
  
   깨끗한 계율 완전히 갖추셨고
   바른 기억으로 언제나 고요하다.
   평등한 해탈 성취하셨고
   여래의 큰 지혜 얻었느니라.
  
  혜마파저가 게송으로 물었다.
  
   밝게 통함을 다 갖추었고
   바른 행 이미 맑고 깨끗해
   여러 가지 번뇌가 모두 다하여
   후세에 다시는 몸을 받지 않는가?
  
  사다기리가 게송으로 대답했다.
  
   밝게 통함을 완전히 갖추었고
   바른 행 이미 맑고 깨끗해
   여러 가지 번뇌가 모두 다하여
   다시는 후세에 몸을 받지 않는다.
  
  혜마파저가 게송으로 물었다.
  
   모니(牟尼)는 착한 마음 이미 갖추고
   그리고 그 몸과 또 입이 짓는 업과
   지혜와 행을 모두 이룩하시고
   그로 인해 그 법을 찬탄하는가?
  
  사다기리가 게송으로 대답했다.
  
[2100 / 2145] 쪽
   모니는 착한 마음 이미 갖추셨고
   그리고 그 몸과 또 입이 짓는 업과
   지혜와 행을 모두 이루셨으니
   그러므로 그 법을 찬탄하노라.
  
  혜마파저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니연(伊尼延)사슴의 장딴지 같은
   선인의 그 훌륭한 상호
   적게 먹어 그 몸의 탐욕 버렸네.
   모니는 숲 속에서 좌선하나니
   너는 나와 함께 그곳으로 가
   저 구담께 공경히 예를 올리자.
  
  그 때 백 천 귀신의 권속들에 둘러싸여 사다기리와 혜마파저가 함께 부처님께 나아가 예배하고 공양하였다. 그리고 옷을 바르게 여미고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합장해 경례하고는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니연 사슴의 장딴지 같은
   선인의 그 훌륭한 상호
   적게 먹어서 탐욕이 없으시네.
   모니는 숲 속에서 선정을 즐기시니
   저희들 이제 일부러 나아와
   구담(瞿曇)께 청해 묻사옵니다.
  
   사자는 혼자서 마음대로 노닐고
   큰 용은 아무런 두려움 없네.
   이제 일부러 찾아와 묻사오니
   원하건대 모니시여, 의심 풀어 주소서.
  
[2101 / 2145] 쪽
   어떻게 해야 괴로움을 벗어나고
   어떻게 해야 괴로움에서 해탈합니까?
   원컨대 그 해탈을 설명하소서.
   괴로움은 어떡해야 사라집니까?
  
  그 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이 세상의 다섯 가지 욕망과
   여섯 번째로 의식을 말하노라.
   저 욕심에 대하여 탐욕 없으면
   일체의 괴로움에서 벗어나리라.
  
   그렇게 하여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고
   그렇게 하여 괴로움으로부터 해탈한다.
   이제 너의 물음에 대답하나니
   괴로움은 이로부터 소멸되느니라.
  
  사다기리와 혜마파저는 다시 게송으로 부처님께 여쭈었다.
  
   샘물은 무엇으로부터 전환(轉還)하고
   악한 길에는 어찌해야 윤회하지 않습니까?
   세상의 온갖 괴로움과 즐거움
   어디서 모조리 사라집니까?
  
  그 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눈과 귀와 코, 또 혀와 몸
   그리고 저 의입처(意入處)와
   저 명(名)과 또 모든 색(色)이
  
[2102 / 2145] 쪽
   아주 사라져 남음 없으면
  
   거기에서 샘물이 전환하고
   저 길에 윤회하지 않으며
   거기서 괴로움과 또 즐거움은
   남김없이 모조리 사라지리라.
  
  사다기리와 혜마파저가 다시 게송으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간은 몇 가지 법이 일으켰고
   세상에는 몇 가지 법이 화합하며
   몇 가지 법이 세간의 느낌이 되고
   몇 가지 법이 세상을 멸하게 합니까?
  
  그 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여섯 가지 법이 세간을 일으키고
   여섯 가지 법이 세간에 화합하며
   여섯 가지 법이 세상의 느낌이 되고
   여섯 가지 법으로 세간이 멸하느니라.
  
  사다기리와 혜마파저가 다시 게송으로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떻게 해야 모든 흐름을 건너고
   밤낮으로 부지런히 방편을 써서
   반연함도 없고 머무르는 곳도 없이
   저 깊은 못에 빠지지 않겠습니까?
  
  그 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2103 / 2145] 쪽
   모든 계율을 원만하게 갖추고
   지혜로 선정에 잘 들어가서
   깊이 사색하고 생각을 잡아매면
   그러면 깊은 못을 건널 수 있으리라.
  
   온갖 탐욕스런 생각 좋아하지 말고
   물질의 모든 결박 뛰어 넘으면
   반연도 없고 머무를 곳도 없어
   저 깊은 못에 빠지지 않으리라.
  
  사다기리와 혜마파저가 다시 게송으로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떤 법으로 모든 흐름 건너고
   무엇으로써 큰 바다 건넙니까?
   어떻게 하면 괴로움을 여의고
   어떻게 하면 청정해질 수 있습니까?
  
  그 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바른 믿음이라야 모든 흐름 건너고
   방일하지 않아야 바다를 건너리라.
   열심히 정진하면 괴로움이 끊어지고
   지혜로써 청정해질 수 있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너는 다시 다른 바라문이나
   사문의 법을 물어 보아라.
   진실한 보시와 항복 받는 것
  
[2104 / 2145] 쪽
   이것 이외에 다른 법이 없느니라.
  
  혜마파저는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사문이나 또 바라문의 법
   다시 따로 물어서 무엇하리요
   오늘 대정진(大精進 : 부처님)께서
   이미 갖추어 잘 열어 인도하셨네.
  
   나는 이제 마땅히 사다기리의
   그 은혜를 갚아야 하리.
   그가 도어사(導御師 : 부처님)를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기 때문이네.
  
   나는 이제 마땅히 마을 마을마다
   또 집집마다 부처님을 따라다니며
   받들어 섬기고 예배하고 공양하고
   부처님의 바른 법을 들으리라.
  
   여기에 모인 백 천 귀신이
   모두 합장하고 공경하고
   부처님께 모두 다 귀의하고
   모니(牟尼) 대사에게 귀의하네.
  
   다시 위없는 이름을 얻고
   반드시 진실한 이치를 보며
   그 큰 지혜를 성취함으로 인해
   탐욕에 물들거나 집착하지 않네.
  
  
[2105 / 2145] 쪽
   지혜로운 이는 마땅히 관찰하라.
   이 분은 세상을 구호하는 분이시다.
   성현의 길 자취를 얻으셨으니
   이 분은 바로 큰 선인이시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사다기리와 혜마파저 및 그 권속 5백 귀신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모두 매우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1330. 가타경(伽吒經)7)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사리불과 존자 대목건련은 기사굴산(耆闍崛山)에 있었다. 그 때 존자 사리불은 수염과 머리를 막 새로 깎았다. 그 때 가타(伽吒)와 우파가타(優波伽吒) 귀신이 있었는데, 우파가타 귀신은 존자 사리불이 막 새로 수염과 머리를 깎은 것을 보고 가타 귀신에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저곳에 가서 저 사문의 머리를 때려주리라."
  가타 귀신이 말하였다.
  "우파가타여, 너는 그런 말을 하지 말라. 저 사문은 큰 덕과 큰 힘이 있다. 너는 오랜 세월 동안 크게 유익하지 못한 괴로움을 키우지 말라."
  이렇게 두 번 세 번 말하였으나 우파가타는 두 번 세 번 가타 귀신의 말을 듣지 않고, 곧 손으로 존자 사리불의 머리를 때렸다. 그렇게 때리고 나서는 이내 스스로 부르짖었다.
  "나를 태운다. 가타여, 나를 삶는다. 가타여."
  이렇게 두 번 세 번 부르짖고 나서는 땅 속으로 빠져 들어가 아비지옥에 떨어졌다.
  존자 대목건련은 존자 사리불이 귀신에게 맞았다는 말을 듣고, 곧 사리불
  
  
  
7)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5권 32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2106 / 2145] 쪽
  의 처소에 가서 존자 사리불에게 물었다.
  "어떻소. 존자여, 고통은 견딜 만합니까?"
  존자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존자 목건련이여, 비록 좀 아프기는 하지만, 마음 속으로 참고 있으면 큰 고통은 없소."
  존자 대목건련이 존자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신기합니다. 존자 사리불이여, 참으로 큰 덕과 큰 힘이 있소. 만일 그 귀신이 손으로 기사굴산을 치면 그 산도 겨처럼 부서진다고 하는데, 더구나 사람을 때렸는데 어찌 고통이 없겠소.'
  그 때 존자 사리불이 존자 대목건련에게 말하였다.
  "나는 정말 크게 고통스럽지 않소."
  존자 사리불과 존자 대목건련은 서로 위로하였다.
  그 때 세존께서 천이(天耳)로 그 말을 들으시고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그 마음 금강석(金剛石)과 같아서
   굳건히 머물러 움직이지 않거니
   집착하는 마음을 이미 여의어
   성내는 자에게도 되 갚지 않는구나.
   만일 이와 같이 마음 닦으면
   무슨 고통과 근심 있으리.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331. 우척경(憂戚經)8)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8)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6권 22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2107 / 2145] 쪽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많은 비구들은 구살라국 인간 세상을 유행하다가 어떤 숲 속에서 여름 안거(安居)에 들어갔다. 그 숲 속에는 천신(天神)이 살고 있었다. 그는 여러 비구들이 보름날에 안거를 마친다[受歲]9)는 말을 듣고 매우 근심하고 슬퍼하였다. 다른 천신들이 그에게 물었다.
  "너는 왜 갑자기 슬퍼하고 괴로워하는가? 너는 마땅히 기뻐해야 한다. 여러 비구들이 계율을 깨끗하게 잘 지켜 오늘 안거를 마치지 않는가?"
  숲 속의 천신이 대답하였다.
  "나도 오늘 비구들이 안거를 마친다는 것을 안다. 그것은 저 뻔뻔스런 외도들이 안거를 마치는 것과는 다르다. 열심히 정진한 비구들은 안거를 마치고 나면 가사와 발우를 가지고 내일 다른 곳으로 떠날 것이고 이 숲은 텅 빌 것이다."
  비구들이 떠난 뒤에 숲 속의 천신이 게송으로 말하였다.
  
   지금 내 마음 즐겁지 않고
   그저 쓸쓸히 텅 빈 숲만 보고 있네.
   청정한 마음으로 법을 설하고
   많이 들어 아는 여러 비구들
   구담(瞿曇)의 제자들이여
   지금은 모두 어디로들 갔는가?
  
  그 때 또 다른 천자가 게송으로 말하였다.
  
   혹 어떤 이는 마가다(摩伽陀)로 갔고
   혹 어떤 이는 구살라(拘薩羅)로 갔으며
   또 혹 어떤 이는 금강지(金剛地)로 가는 등
   곳곳으로 멀리 떠나 수행하는 모습이
  
  
  
9) 여름 안거를 마치게 되면 승랍(僧臘) 1세가 더하게 되므로 여름 안거 마치는 것을 수세(受歲)로 표기한 것이다.
[2108 / 2145] 쪽
   비유하면 마치 들판의 새와 짐승들이
   제 좋을 대로 뛰노는 것 같네.
  
  
1332. 수면경(睡眠經)10)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어떤 비구는 구살라국 인간 세상을 유행하면서 어떤 숲 속에 머물렀는데 낮이면 선정에 들었다가 몸이 매우 피로해져 밤이면 금방 잠이 들곤 하였다.
  그 때 그 숲 속에 살고 있던 천신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것은 비구의 법이 아니다. 텅 빈 숲 속에서 낮에는 선정에 들었다가 밤에는 금방 잠에 빠지곤 한다. 내가 지금 가서 깨우리라.'
  천신은 비구 앞으로 가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비구여, 그대는 일어나라, 일어나라.
   무슨 이유로 그렇게 잠에 빠지는가?
   잠이나 자면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병에 걸렸을 때 왜 실컷 자지 않았느냐?
  
   뾰족하게 생긴 가시로 네 몸을 찌르면
   어떻게 그리 깊은 잠에 빠질 수 있겠느냐?
   너는 일찍이 출가하여 집을 버렸다.
   출가한 것이 너의 소원이 아니었더냐?
  
   네가 일찍이 원하던 그대로
   밤낮으로 증진(增進)하기 구하라.
  
  
  
10)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6권 23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2109 / 2145] 쪽
   너는 부디 깊은 잠에 떨어져
   마음이 자유롭지 않게 하지 말라.
  
   무상하여 항상 존재할 수 없는 것이
   어리석은 사람을 미혹에 빠지게 하나니
   다른 사람은 모두 묶여 있어도
   너는 이제 거기서 이미 해탈하였다.
   바른 믿음으로 출가했거늘
   어찌하여 그렇게 잠에 빠져있는가?
  
   탐욕을 이미 항복 받아서
   그 마음이 이미 해탈하였고
   훌륭하고 묘한 지혜 갖추었거늘
   출가한 이로서 왜 잠만 자는가?
  
   열심히 정진하여 선정을 닦고
   언제나 견고한 그 힘을 닦아
   오로지 반열반을 구해야 하겠거늘
   어찌하여 그렇게 잠에 빠져 있는가?
  
   지혜를 일으켜 무명(無明)을 끊고
   모든 번뇌를 모조리 없애 버리며
   최후의 몸을 다루어야 하겠거늘
   어찌하여 그렇게 잠에 빠져 있는가?
  
  그 때 그 천신이 이 게송을 외우자, 그 비구는 그 말을 듣고 전일하게 정진하고 사색하여 아라한이 되었다.
  
[2110 / 2145] 쪽
  
1333. 원리경(遠離經)1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어떤 비구가 구살라국에 있는 어떤 숲 속에 머물면서 낮에 선정에 들었다가, 마음에 선하지 못한 생각이 일어나 나쁜 탐욕에 빠져들었다.
  그 때 그 숲 속에 살고 있던 천신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것은 비구의 법이 아니다. 낮에 선정에 들었다가 마음에 선하지 못한 생각이 일어나 나쁜 탐욕에 빠져 있다. 내가 지금 가서 깨우쳐 주리라.'
  그 때 그 천신이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멀리 여의고자 마음을 먹고
   비고 고요한 숲 속에 머물면서도
   마음을 놓아 바깥 경계를 따라서
   어지러운 생각으로 치달리고 있구나.
  
   세상을 좋아하는 마음을 항복 받고
   언제나 마음의 해탈을 즐거워하라.
   마땅히 즐거워하지 않는 마음 버리고
   안락을 굳게 지키며 살아야 한다.
  
   바른 생각 아니라 생각한다면
   나니 내 것이니 집착하지 말라.
   티끌로 머리를 물들인 것 같아서
   그 집착 버리기 몹시 어려우리.
   즐거움에 물들어 집착하지 말라.
  
  
  
11)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6권 24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2111 / 2145] 쪽
   그 마음이 흐려지고 어지럽게 된다.
  
   이 석씨는 달리는 코끼리처럼
   몸을 떨쳐 더러운 티끌 버렸다.
   비구는 모름지기 바른 생각으로써
   제 몸의 더러운 때 버려야 한다.
  
   티끌이란 탐욕을 말하는 것
   이 세상의 흙먼지를 말하는 게 아니다.
   슬기롭고 밝은 지혜 있는 사람은
   마땅히 그 온갖 티끌 깨닫고
   이 여래의 바른 법과 율 안에서
   마음을 지켜 방일하지 말라.
  
   티끌이란 성냄을 말하는 것
   이 세상의 흙먼지를 말하는 게 아니다.
   슬기롭고 밝은 지혜 있는 사람은
   마땅히 그 온갖 티끌 깨닫고
   이 여래의 바른 법과 율 안에서
   마음을 지켜 방일하지 말라.
  
   티끌이란 어리석음을 말하는 것
   이 세상의 흙먼지를 말하는 게 아니다.
   슬기롭고 밝은 지혜 있는 사람은
   마땅히 그 온갖 티끌 깨닫고
   이 여래의 바른 법과 율 안에서
   마음을 지켜 방일하지 말라.
  
  그 때 그 천신이 이 게송을 설하여 마치자, 그 비구는 그 말을 듣고 한결
  
[2112 / 2145] 쪽
  같이 정진하고 사색하여 온갖 번뇌의 마음을 끊고 아라한이 되었다.
  
  
1334. 부정경(不正經)12)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어떤 비구가 구살라국에 있는 어떤 숲 속에 머물면서 낮에 선정에 들었다가, 마음에 선하지 못한 생각이 일어나 나쁜 탐욕에 빠져 있었다.
  그 때 그 숲 속에 살고 있던 천신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것은 비구의 법이 아니다. 낮에 선정에 들었다가 마음에 선하지 못한 생각이 일어나 나쁜 탐욕에 빠져 있다. 내가 지금 가서 깨우쳐 주리라.'
  그 때 그 천신이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어찌하여 바르지 않은 생각으로써
   각(覺)과 관(觀) 속에서 먹고 자는가?
   바르지 않은 생각 마땅히 버려
   오로지 바른 선정 닦아야 한다.
  
   부처님과 법과 승가를 높이 받들고
   깨끗한 계율을 스스로 가져
   항상 따라 기뻐하는 마음을 내어
   기뻐하고 좋아하며 정진해 나아가야 한다.
   마음이 기뻐하고 즐겨하기 때문에
   마침내는 괴로움에서 속히 벗어나리라.
  
  그 때 그 천신은 이렇게 게송으로 격려하였다. 그 비구는 그 말을 듣고 한결같이 정진하고 사색하여 온갖 번뇌의 마음을 끊고 아라한이 되었다.
  
  
  
12)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6권 25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2113 / 2145] 쪽
  
1335. 차일중경(此日中經)13)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어떤 비구가 구살라국에 있는 어떤 숲 속에서 선정에 들었다.
  그 때 그 비구는 한낮에 불쾌한 마음이 생겨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 한낮에
   새들도 모두 잠잠한데
   빈들에 갑자기 소리 있어
   내 마음을 두렵게 하네.
  
  그 때 그 숲 속에 살고 있던 천신이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 한낮에
   새들도 모두 잠잠한데
   빈들에 갑자기 소리 있었으니
   네 마음 응당 불쾌했으리라.
   그러나 너는 불쾌한 맘 버리고
   오로지 선정 닦기 즐겨하여라.
  
  그 때 그 천자는 이렇게 게송을 설하여 그 비구를 깨우쳤다.
  그 비구는 한결같이 정진하고 사색하여 온갖 번뇌의 마음을 끊고 아라한이 되었다.
  
  
  
13)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6권 26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2114 / 2145] 쪽
  
1336. 사린니경(闍隣尼經)14)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아나율타(阿那律陀)는 구살라국 인간 세상에 있는 어떤 숲 속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그 때 사린니(闍隣尼) 천신도 그곳에 있었는데, 그는 존자 아나율타와 본래부터 좋은 벗이었다. 그는 존자 아나율타의 처소에 찾아가 게송으로 말하였다.
  
   너는 지금 곧 서원을 세워
   본래 있던 곳에 다시 태어나기를 원하라.
   바로 그곳 삼십삼천에는
   다섯 가지 욕락(欲樂)이 모두 갖추어 있다.
  
   여러 가지 음악으로써
   언제나 스스로 즐기고
   매양 잠을 자고 있으면
   음악으로 깨워 준다네.
   여러 하늘의 옥 같은 여자들
   밤낮으로 좌우에 모시고 있다.
  
  존자 아나율타가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여러 하늘의 옥 같은 여자들
   이것은 모두 큰 괴로움의 무더기
   그런데 뒤바뀐 생각으로 이 몸을
  
  
  
14)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6권 27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2115 / 2145] 쪽
   영원히 존재한다고 집착해 얽매이나니
   그곳에 태어나기를 바라는 사람들
   그것도 또한 큰 고통이다.
  
   사린니여, 마땅히 알아야 한다.
   나는 거기 태어나길 원치 않는다.
   나고 죽음이 아주 다하여
   후세의 몸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존자 아나율타가 이렇게 말했을 때, 사린니 천자는 존자 아나율타의 말을 듣고 기뻐하면서 이내 사라지고 나타나지 않았다.
  
  
1337. 송습경(誦習經)15)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어떤 비구는 구살라국 인간 세상의 숲 속에 있으면서, 부지런히 경전을 독송하고 강설하며 열심히 정근하고 사색하여 아라한과를 얻었다. 그러나 그 과(果)를 얻고 난 다음부터는, 부지런히 경전을 독송하거나 강설하지 않았다.
  그 때 그 숲 속에 살고 있던 어떤 천신이 게송으로 말하였다.
  
   비구여, 너는 이전에는
   밤낮으로 부지런히 외워 익히고
   언제나 여러 비구들을 위하여
   결정된 이치를 함께 논했었다.
  
  
15)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6권 28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2116 / 2145] 쪽
   그런데 지금 너는 법구(法句)에 대해
   고요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여러 비구들과 더불어
   결정된 이치를 논하는 일도 없구나.
  
  그 때 그 비구가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전에는 탐욕을 여의지 못해
   마음으로 항상 법구를 좋아했다.
   이제는 탐욕을 여의어 법에 상응하니
   외우고 강설하는 일이 이미 끝났다.
  
   벌써 도를 알아 갖추었거니
   듣고 보는 길 무엇에 쓰랴.
   이 세간에 듣고 보는 모든 것
   아는 체 않고 모두 놓아버렸다.
  
  그 때 그 천신은 이 비구의 말을 듣고 기뻐하고 따라 기뻐하면서 이내 사라져 나타나지 않았다.
  
  
1338. 화경(花經)16)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다른 어떤 비구가 구살라국 인간 세상에 있는 어떤 숲 속에 머물고 있었다.
  그 비구는 눈병을 앓고 있었는데 스승에게서 발담마(鉢曇摩)꽃의 향기를
  
  
  
16)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6권 29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2117 / 2145] 쪽
  맡으라는 가르침을 받았다.
  그 때 그 비구는 스승의 가르침을 받고 나서 발담마꽃이 핀 못 가로 가 못 언덕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쪽을 향하고 앉아 꽃향기를 맡고 있었다.
  그 때 그 못을 맡고 있던 천신(天神)이 비구에게 말하였다.
  "왜 꽃을 훔치는가? 너는 곧 향기를 훔치는 도적이다."
  그 때 비구가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꺾지도 않았고 빼앗지도 않았으며
   그저 멀리서 꽃향기만 맡았을 뿐인데
   나를 향기 훔치는 도적이라고
   너는 지금 어찌해서 그런 말을 하는가?
  
  그 때 천신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구하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는 것17)
   세상에서는 도적이라고 부른다.
   너는 지금 사람이 주지 않는데
   스스로 한결같이 갖기만 하네.
   이야말로 진실로 이 세상에서
   향기 훔치는 도적이라 하리라.
  
  그 때 어떤 장정이 연뿌리를 캐어 한 짐 잔뜩 무겁게 짊어지고 갔다. 그 때 비구는 그 천신을 위해 게송으로 말하였다.
  
   지금 저 장정 같은 이는
  
  
  
17) 이 부분의 글 내용이 좀 이상하다. 고려대장경 원문의 "불구이불사(不求而不捨)"에서 맨 앞의 불(不)자가 송(宋)본에는 자(自)자로 되어있고, 『별역잡아함경』 제16권 29번째 소경에는 "주인에게 묻지도 않고 취하거나 시주가 주지도 않은 것을 취하면[不問其主取 檀越不施與]"로 되어 있다.
[2118 / 2145] 쪽
   저렇게 분다리(分陀利)꽃을 꺾고
   뿌리를 캐어 무겁게 지고 갔으니
   그는 곧 간사하고 교활한 사람이다.
   너는 어째서 저것은 막지 않고
   나더러 향기를 훔친 도적이라고 하는가?
  
  그 때 그 천신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미치고 어지럽고 간교한 사람은
   마치 유모의 검은 옷과 같거늘
   구태여 그에게 말해서 무엇하리
   마땅히 너에게나 해당되는 말이니라.
  
   그의 가사(袈裟) 더러움이 잘 나타나지 않고
   검은 옷은 먹물을 칠해도 더러워지지 않네.18)
   간사하고 교활하며 흉악한 사람에 대해서는
   세상 사람들은 그와 더불어 말하지 않네.
  
   파리 다리로도 흰 비단은 더럽혀지니
   밝은 이에겐 적은 허물도 나타나는 법
   마치 먹으로 흰 구슬에 점을 찍듯이
   아무리 작아도 모두 다 드러나네.
  
   항상 그를 좇아 깨끗하기 구하고
   결박 없애고 번뇌를 여읜 이에겐
   비록 털끝 만한 나쁜 일이라 해도
   사람들은 그것을 태산처럼 크게 보네.
  
  
  
18) 이 부분이 『별역잡아함경』에서는 "그대는 깨끗한 옷과 같아서 조그만 점 하나만 찍어도 쉽게 더러워진다[汝如白淨衣 易受其点汙]"라고 되어 있다.
[2119 / 2145] 쪽
  그 때 그 비구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그 말이여
   이치 있는 말로써 나를 편안케 하네.
   너는 부디 언제나 나를 위하여
   자주자주 그런 게송을 말해다오.
  
  그 때 그 천신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는 네가 산 하인도 아니요
   또한 남이 너에게 준 자도 아니거늘
   무엇 때문에 항상 너를 따를 것이며
   자주자주 너에게 말해야 하리.
   너는 이제 스스로 여러 가지의
   이익 되는 일을 알아야 한다.
  
  그 때 그 천자가 이 게송을 말하자, 그 비구는 이 말을 듣고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그는 혼자 고요한 곳에서 정신을 집중하여 사색한 끝에 온갖 번뇌를 끊고 아라한이 되었다.
  
  
1339. 가섭경(迦葉經)19)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십력가섭(十力迦葉)은 왕사성에 있는 선인굴 속에 있었다. 그 때 척지(尺只)라고 하는 사냥꾼이 십력가섭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그물을 치고 사슴을 잡고 있었다. 그 때 십력가섭은 그 사냥꾼을 가엾이 여
  
  
  
19)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6권 30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2120 / 2145] 쪽
  겨 설법하였다. 그러나 사냥꾼은 그 말을 알아듣지 못하였다. 그 때 십력가섭은 곧 신통력으로 손가락 끝에 불을 붙였으나 그는 그래도 깨닫지 못하였다.
  그 때 선인굴 속에 살고 있던 천신이 게송으로 말하였다.
  
   깊은 산 속의 저 사냥꾼은
   지혜가 적어 눈 없는 장님 같거늘
   무엇 때문에 적절하지 못한 설법을 하는가?
   덕이 엷고 분별하는 지혜도 없고
   들어도 또한 이해하지 못하며
   밝음 속에서도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
  
   착하고 훌륭한 여러 가지 법
   어리석은 사람은 깨달을 수 없나니
   비록 열 손가락을 불에 태워도
   그는 끝내 참 이치 보지 못하리.
  
  그 때 그 천신이 이 게송을 말하자, 존자 십력가섭은 곧 잠자코 있었다.
  
  
1340. 금강자경(金剛子經)20)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금강자(金剛子)는 파련불(巴連弗)읍에 있는 어떤 숲 속에 있었다. 그 때 파련불읍 사람들은 여름 넉 달을 지내고 교모니대회(憍牟尼大會 : 終夜行祭)를 열었다. 그 때 존자 금강자는 세간에 큰 법회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불쾌한 마음이 생겨 게송으로 말하였다.
  
  
  
20)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6권 31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2121 / 2145] 쪽
   나 혼자 쓸쓸한 숲 속에 있으니
   마치 버려진 마른 나무 같네.
   여름철 넉 달을 모두 채우면
   세상의 즐거움으로 장엄하리.
   이 세상 모든 것 두루 관찰하여도
   그 괴로움 나보다 더한 것 없네.
  
  그 때 그 숲 속에 살고 있던 천신이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혼자 쓸쓸한 숲 속에 사는 것
   마치 버려진 마른 나무 같네.
   저 삼십삼천(三十三天)에 태어나기를
   마음으로 항상 원하고 바라는 것이
   마치 저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이
   인간으로 태어나기를 사모하는 것과 같다.
  
  그 때 금강자는 저 천신의 격려를 받은 뒤에, 한결같은 마음으로 사색하여 모든 번뇌를 끊고 아라한이 되었다.
  
  
1341. 비비구법경(非比丘法經)2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또 다른 비구는 구살라국 인간 세상에 있는 어떤 숲 속에서 지내며, 계율 지키기만을 좋아하였고 공덕을 늘이고 향상시키지는 못하였다.
  그 때 그 숲 속에 살고 있던 천신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21)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6권 32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2122 / 2145] 쪽
  '이것은 비구의 법이 아니다. 숲 속에 머물고 있으면서 계율 지키기만 좋아하고 공덕을 더욱 닦고 향상시키지는 않는구나. 내가 지금 방편을 써서 그를 깨우쳐 주어야겠다.'
  그리고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한결같이 계율만 지킬 것이 아니라
   많이 듣기를 닦아 익혀야 하리.
   혼자 고요히 삼매에 들어
   한가히 지내면서 멀리 여의기를 닦아라.
  
   만일 비구가 휴식에만 치우치면
   마침내 번뇌를 다하지 못하리니
   평등하고 바르게 깨달은 즐거움은
   멀리 초월하여 범부의 무리가 아니니라.
  
  그 때 그 비구는 천신의 격려를 받고 나서 오로지 사색에만 몰두한 끝에 모든 번뇌를 끊고 아라한이 되었다.
  
  
1342. 나가달다경(那迦達多經)22)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존자 나가달다(那迦達多)는 구살라국 인간 세상에 있는 어떤 숲 속에 머물며, 속인들과 출가한 사람들과 항상 친근하게 지내고 있었다.
  그 때 그 숲 속에 살고 있던 어떤 천신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것은 비구의 법이 아니다. 숲 속에 살면서 속인들과 비구들과 서로 어울려 친근히 지내고 있다. 내가 지금 가서 방편을 써서 깨우쳐 주어야겠다.'
  
  
  
22)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6권 33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2123 / 2145] 쪽
  그리고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비구가 아침에 일찍이 나가
   저물어야 숲으로 돌아오면서
   속인과 비구들과 서로 친근히 하여
   괴로움과 즐거움을 같이 나누는구나.
   가정에서 방일한 행동 일으켜
   악마의 마음대로 되지 않을까 두려워라.
  
  그 때 나가달다 비구는 저 천신의 이와 같은 깨우침을 받고는 그와 같이 한결같이 정진하고 사색한 끝에 모든 번뇌를 끊고 아라한이 되었다.
  
  
1343. 종근문경(縱根門經)23)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많은 비구들이 구살라국 인간 세상에 있는 어떤 숲 속에 머물러 있으면서, 지껄이고 장난질 치며 온 종일 산란하게 지내면서 마음에 안정을 얻지 못하고, 모든 감관을 함부로 내버려두어 여섯 경계로 치달리고 있었다.
  그 때 그 숲 속에 살고 있던 어떤 천신은 이 비구들이 위의(威儀)를 거두지 못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불쾌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전에는 여기에 구담(瞿曇)의
   바르게 생활하는 제자들이 살았는데
   그들은 무상(無常)한 마음으로 밥을 빌었고
   무상하다는 마음으로 침구를 받았으며
   세상의 무상함을 관하였기 때문에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났었다.
  
  
  
23)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6권 34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2124 / 2145] 쪽
   지금은 보양하기 어려운 무리들이
   저 사문들이 살던 곳에 머무르면서
   곳곳으로 다니며 음식이나 구하고
   남의 집으로 두루 돌아다니고 있다.
  
   재물을 바라고 출가하였으므로
   참된 사문의 의욕이 없고
   승가리(僧伽梨)를 몸에 걸친 모습은
   늙은 소가 꼬리를 끄는 것과 같구나.
  
  그 때 비구들은 천신에게 말하였다.
  "너는 우리들을 싫어하는가?"
  그 때 그 천신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그 성과 이름을 가리킴도 아니요
   그 사람을 지칭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대들 무리 전부를 향해
   착하지 못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덤비고 날뛰는 꼴 보이는 자에겐
   방편으로써 그 허물을 말하고
   부지런히 노력해 닦는 이에겐
   귀의해 공경하고 예배하노라.
  
  그 여러 비구들은 천신의 격려를 받고 나서 한결같이 정진하고 사색한 끝에 모든 번뇌를 끊고 아라한이 되었다.
  
[2125 / 2145] 쪽
  
1344. 희희경(嬉戱經)24)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어떤 비구가 구살라국 인간 세상에 있는 어떤 숲 속에 머물고 있었다. 그는 어떤 장자의 아내와 장난하다가 나쁜 소문이 퍼졌다.
  그 때 그 비구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조심하지 못하고 남의 아내와 장난치다가 나쁜 소문을 일으켰다. 나는 이제 이 숲에서 자살하고 싶다.'
  그 때 그 숲 속에 살고 있던 어떤 천신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착하지 못한 사람과 어울린 것이 아니다. 저 비구는 계를 무너트리지 않았다. 아무 허물도 없다. 그런데 이 숲에서 자살하려 한다. 나는 이제 방편으로써 깨우쳐 주리라.'
  그 때 그 천신은 장자 여인의 몸으로 변하여 비구에게 말하였다.
  "당신과 저 사이에 나쁜 소문이 생겨 세상 거리마다 퍼지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그들은 당신과 제가 서로 가까이하며 나쁜 짓을 저질렀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미 나쁜 소문이 퍼졌으니 이제 차라리 속세로 돌아가 서로 즐기며 삽시다."
  비구가 대답하였다.
  "그대와 나 사이에 나쁜 소문이 생겨 세상 거리마다 퍼지지 않은 곳이 없다. 그대와 내가 서로 가까이하며 나쁜 짓을 저질렀다고 그들이 말하고 있다니 나는 이제 자살하려고 한다."
  그 때 그 천신은 본래 천신의 몸으로 돌아와 게송으로 말하였다.
  
   비록 나쁜 소문이 퍼졌다 해도
  
  
  
24)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6권 35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2126 / 2145] 쪽
   고행하는 이는 그것을 참아내야 한다.
   괴롭다고 제 자신을 해쳐서는 안 된다.
   또한 번뇌를 일으키지도 말라.
  
   소문을 듣고 두려워하는 것
   그것은 숲 속의 짐승이니라.
   이는 경솔하고 성급한 중생으로
   출가했어도 법을 이루지 못하리라.
  
   그대는 마땅히 견뎌내야 한다.
   그 나쁜 소문 마음 속에 두지 말라.
   마음을 잡아 굳건히 머무는 것
   그것이 곧 출가한 이의 법이니라.
  
   함부로 떠드는 다른 이의 말로 말미암아
   네 몸을 나쁜 도적으로 만들지 말라.
   떠드는 남의 말에 흔들리지 않으면
   너로 스스로를 아라한이 되게 하리.
   네가 네 스스로를 아는 것처럼
   여러 하늘도 그렇게 알고 있다.
  
  그 때 그 비구는 천신의 깨우침을 받고 나서 한결같이 정진하고 사색한 끝에 모든 번뇌를 끊고 아라한이 되었다.
  
  
1345. 견다경(見多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견다(見多) 비구는 구살라국 인간 세상에 있는 어떤 숲 속에
  
[2127 / 2145] 쪽
  머물고 있었는데, 그는 누더기 옷을 입고 있었다.
  그 때 범천왕이 7백 범천(梵天)들과 함께 그 궁전을 타고 존자 건다 비구의 처소로 찾아와 공경하고 예로써 섬겼다. 그 때 그 숲 속에 살고 있던 천신이 게송으로 말하였다.
  
   저 고요한 모든 감관을 보라.
   좋은 공양을 감응할 수 있게 되었구나.
   세 가지 밝음을 완전히 갖추고
   흔들리지 않는 법을 이루었으며
   일체의 방편에서 벗어났고
   가진 것이라곤 누더기 옷뿐이네.
  
   저 7백의 범천의 하늘들이
   그 궁전을 타고 모두 찾아와
   나고 죽는 존재의 최후를 보고
   존재의 언덕을 건넌 분께 예배하네.
  
  그 때 저 천신은 존자 견다 비구를 게송으로 찬탄한 뒤에 이내 사라지고는 나타나지 않았다.
  
  
1346. 수면경(睡眠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어떤 비구는 구살라국 인간 세상에 있는 어떤 숲 속에 머물고 있었다. 그는 몸이 매우 피곤하여 밤에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 때 그 숲 속에 살고 있던 천신이 그를 깨우려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일어나야 된다. 일어나라. 비구여,
  
[2128 / 2145] 쪽
   어찌하여 잠 속에 빠져 있는가?
   잠을 많이 자서 무슨 이익이 있는가?
   잠자지 말고 선정을 닦아라.
  
  그 때 그 비구가 게송으로 대답했다.
  
   즐기지 않는 걸 어떻게 하리.
   게으른 것은 적은 방편이니라.
   인연은 다하고 몸은 여위어
   밤이면 잠 속에 빠져 있노라.
  
  그 때 그 천신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너는 마땅히 마음을 굳게 잡아
   함부로 큰 소리 치지 말라.
   너는 이미 한가함을 닦아 얻었으니
   부디 거기에서 물러나지 말라.
  
  그 비구가 게송으로 대답했다.
  
   나는 마땅히 네 말을 따라
   정근하고 방편을 닦을 것이며
   지금부터는 잠을 많이 자
   자주 내 마음을 덮게 하는 일 없으리.
  
  그 천신은 이와 같이 하여 그 비구를 깨우쳤다. 이때 그 비구는 한결같이 정진하고 사색한 끝에 모든 번뇌를 끊고 아라한이 되었다.
  그 때 그 천신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2129 / 2145] 쪽
   너는 어떻게 스스로 일어나
   열심히 정근하고 방편을 힘썼기에
   저 악마 군사들 너를 싫어해
   너를 잠들게 하지 못했는가?
  
  그 비구가 게송으로 대답했다.
  
   나는 지금부터 일곱 밤 동안
   언제나 앉아 바르게 생각하고
   그 몸에 기쁨과 즐거움 생겨
   차지 않는 곳 한 곳도 없게 하리.
  
   초저녁에는 전생 일 관찰하고
   한밤중에는 천안(天眼)을 깨끗이 하고
   그리고 새벽에는 무명(無明)을 없애
   저 중생들의 괴로움과 즐거움이며,
  
   상·중·하의 모양들과
   좋고 또 나쁜 빛깔을 살펴보리라.
   그리고 어떤 업의 인연으로
   그런 과보 받는 지도 알아보리라.
  
   만일 사람이 제 한 일에서
   제가 한 일을 스스로 볼 땐
   착한 사람은 그 착한 것을 보고
   나쁜 사람은 그 나쁜 것을 볼 것이다.
  
  그 때 그 천신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2130 / 2145] 쪽
   나는 이전의 그들을 안다.
   열네 명의 저 비구들
   그들은 모두 수다원으로서
   모두 다 선정을 얻은 이었다.
   여기 이 숲 속에 와 있으면서
   반드시 아라한이 될 이들이었다.
  
   그런데 너는 혼자 게으름을 피면서
   번듯이 누워 잠에 빠져 있기에
   범부로 머무르지 않게 하려고
   방편을 써서 깨우쳐 준 것이다.
  
  그 때 그 비구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훌륭합니다. 그대 천신이여,
   의리로써 나를 편하게 해주고
   지극한 정성으로 나를 깨우쳐
   모든 번뇌를 끊게 했구려.
  
  그 때 그 천신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비구는 마땅히 이래야 한다.
   바른 믿음으로 집 아닌 데로 출가하고
   어리석음을 안고 출가해서는
   소견이 청정해짐을 체득했구나.
  
   나는 이제부터 그대를 거두어
   목숨이 다하도록 보살피리니
   만일 네가 병이 든다면 그때
  
[2131 / 2145] 쪽
   나는 너에게 좋은 약을 주리라.
  그 때 그 천신은 이 게송을 설한 뒤에 이내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1347. 미경(味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사리불(舍利弗)은 구살라국 인간 세계 어떤 마을의 밭가에 머물고 있었다. 그 때 존자 사리불이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였다. 그 때 어떤 니건자(尼揵子)가 술에 잔뜩 취해 술병을 들고 마을에서 나오다가 존자 사리불을 보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쌀로 빚은 술로 내 몸을 데우고
   쌀로 빚은 술 한 병을 들고 있으니
   산과 들의 모든 풀과 나무들
   모두 똑같이 금빛처럼 보이네.
  
  그 때 존자 사리불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것은 나쁜 말이다. 이는 아마도 악하고 사특한 사람이 이런 게송을 읊고 있는 것이리라. 내 어찌 게송으로 답하지 않을 수 있으리.'
  그 때 존자 사리불이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생각 없음[無想]의 맛에 몸을 쪼이고
   공삼매(空三昧)의 병을 들고 있으니
   산과 들의 모든 풀과 나무들
   모두 똑같이 눈물과 가래처럼 보이네.
  
  
1348. 이림경(離林經)
  
  
[2132 / 2145] 쪽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어떤 비구가 구살라국 인간 세상에 있는 어떤 숲 속에 머물고 있었는데, 그는 타심지(他心智)를 얻었다. 그러나 아직 번뇌가 남아 있었다.
  그 숲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우물이 있었는데, 어떤 여우가 그 물을 마시려다가 두레박줄에 목이 걸렸다. 그 여우는 여러 가지 방편으로 그 줄을 벗기려고 하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날이 밝아오고 있다. 혹 농부가 나오면 당연히 나를 위협할 것이다. 이 두레박아, 너는 나를 두렵게 한 지 이미 오래 되었다. 나로 하여금 벗어나게 해다오.'
  그 때 그 비구는 여우의 마음속 생각을 알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여래의 혜일(慧日)이 솟아서
   숲을 떠나 공의 법을 연설하신다.
   마음은 나를 두렵게 한 지 오래이니
   이제 놓아주어 떠나게 하리라.
  
  그 때 그 비구는 스스로 이렇게 가르치고 나서 모든 결박을 여의고 아라한이 되었다.
  
  
1349. 우루조경(優樓鳥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살라국 인간 세상을 유행하시다가 어느 숲 속에 계셨다.
  그 때 그 숲을 의지해서 살아가고 있던 어떤 천신이 부처님의 행적(行跡)을 발견하고 머리를 숙여 자세히 관찰하면서, 부처님 대한 생각을 닦았다.
  그 때 우루조(優樓鳥)가 길을 가다가 부처님의 발자국을 밟으려고 하였다. 그 때 천신이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2133 / 2145] 쪽
   동그란 눈으로 숲 속에 사는
   우루조야, 너는 지금 제발
   부처님의 발자국을 어지럽혀서
   내가 부처님 경계 생각하는 것을 깨지 말라.
  
  그 때 그 천신은 이 게송을 외우고는 잠자코 부처님을 생각하였다.
  
  
1350. 파타리경(波吒利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살라국 인간 세상을 유행하시다가 어느 숲 속에 계셨다.
  그 때 그 숲 속을 의지해서 살아가고 있던 어떤 천신이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오늘 갑자기 바람이 일어
   이 파타리나무에 불어와
   파타리꽃을 떨어뜨려
   여래를 받들어 공양하는구나.
  
  그 때 그 천신은 이 게송을 읊고 나서 잠자코 머물러 있었다.
  
  
1351. 공작경(孔雀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迦蘭陀竹園)에 계셨다.
  그 때 많은 비구들이 지제산(支提山) 곁에 머물고 있었다. 그들은 다 아련야(阿練若) 비구로서 누더기 옷을 입고 항상 걸식하였다. 그 때 그 산을
  
[2134 / 2145] 쪽
  의지해서 살아가던 천신이 게송으로 말하였다.
  
   문채로 수놓은 저 공작새가
   비제혜산(鞞提醯山)에 깃들고 있네.
   수시로 아름다운 소리를 내어
   걸식하는 비구들 깨우쳐 주네.
  
   문채로 수놓은 저 공작새가
   비제혜산에 깃들고 있네.
   수시로 아름다운 소리를 내어
   분소의(糞掃衣)를 입은 이를 깨우쳐 주네.
  
   문채로 수놓은 저 공작새가
   비제혜산에 깃들고 있네.
   수시로 아름다운 소리를 내어
   나무 밑에 앉은 이를 깨우쳐 주네.
  
  그 때 그 천신은 이 게송을 설하고는 곧 잠자코 있었다.
  
  
1352. 나사가다경(那娑佉多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많은 비구들이 지제산 곁에 머물고 있었다. 그들은 다 아련야행을 닦는 이들로서 누더기 옷을 입고 항상 걸식하였다.
  그 때 나사가다(那娑佉多)강이 무너져 내리면서 공사하던 세 비구가 죽었다. 그 때 지제산에 살고 있던 천신이 게송으로 말하였다.
  
   걸식하는 아련야 비구여,
   부디 공사 일 경영하지 말라.
   나사가다강 언덕이
   갑자기 무너져 내리면서
   저 비구들 일하던 곳을 덮쳐
   세 비구가 죽은 것을 보지 못했느냐?
  
[2135 / 2145] 쪽
   누더기 옷 입은 비구들이여,
   부디 공사 일 경영하지 말라.
   나사가다강 언덕이
   갑자기 무너져 내리면서
   저 비구들 일하던 곳을 덮쳐
   세 비구가 죽은 것을 보지 못했느냐?
  
   나무 밑을 의지한 비구들이여
   부디 공사 일 경영하지 말라.
   나사가다강 언덕이
   갑자기 무너져 내리면서
   저 비구들 일하던 곳을 덮쳐
   세 비구가 죽은 것을 보지 못했느냐?
  
  그 때 그 천신은 이 게송을 설하고는 곧 잠자코 있었다.
  
  
1353. 빈타경(頻陀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어떤 다른 비구가 빈타산(頻陀山)에 머물고 있었다. 그 때 그 산에 갑자기 큰불이 일어나 온 산이 다 탔다. 어떤 속인은 게송으로 말하였다
  
   지금 저 빈타산에
   큰불이 일어나 다 타고 있다.
   저 대숲을 모두 태우고
   그 대밭의 열매도 다 태운다.
  
  그 비구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2136 / 2145] 쪽
  '지금 저 속인도 이런 게송을 외우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게송으로 답하지 않을 수 있으랴.'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일체가 모두 불타고 있는데
   저 불을 끌 지혜가 없구나
   만일 감관의 탐욕 태운다면
   그것은 다 타도 괴롭지 않으리.
  
  그 때 그 비구는 이 게송을 외우고는 잠자코 있었다.
  
  
1354. 항하경(恒河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어떤 다른 비구가 항하강 옆에 있는 어떤 숲 속에 머물고 있었다. 그 때 어떤 족성(族姓)의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늘 시부모에게 꾸지람을 듣곤 했는데, 그 때마다 그녀는 항하 강가에 와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강물이여, 나는 지금 흐름을 따라
   천천히 저 바다로 흘러가고 싶구나.
   그러면 다시는 시부모로부터
   잦은 꾸지람을 듣지 않으리.
  
  그 비구는 저 족성의 여인이 읊는 게송을 듣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저 착한 족성의 여인도 오히려 게송을 읊을 수 있다. 그러니 내 어찌 게송으로 답하지 않을 수 있으랴.'
  그리고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2137 / 2145] 쪽
   나는 지금 깨끗한 믿음으로
   저 여덟 가지 거룩한 물을 따라
   천천히 열반으로 흘러들고 싶구나.
   그러면 악마의 구박을 받지 않으리.
  
  그 때 그 비구는 이 게송을 외우고는 잠자코 있었다.
  
  
1355. 과경(瓜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또 다른 비구가 구살라국 인간 세상에 있는 어느 숲 속에 머물고 있었는데, 그 숲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오이 밭이 있었다. 어떤 도둑이 밤에 그 밭에서 오이를 훔치다가 달이 뜨려고 하는 것을 보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밝은 달이여, 너 제발 뜨지 말아라.
   내가 이 오이를 다 딸 때까지만 기다려라.
   내가 오이를 가지고 떠난 뒤에는
   네가 뜨건 말건 네 뜻대로 하라.
  
  그 때 그 비구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저 오이 도둑도 게송을 외우는데 내가 어찌 게송으로 답하지 않을 수가 있으랴.
  그리고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악마여, 너는 제발 나오지 말라.
   내가 번뇌를 끊을 때까지 기다려라.
  
[2138 / 2145] 쪽
   내가 이 번뇌를 끊은 뒤엔
   네가 나오든 말든 네 뜻대로 하라.
  
  그 때 그 비구는 이 게송을 외우고는 잠자코 있었다.
  
  
1356. 사미경(沙彌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또 다른 어떤 비구가 구살라국 인간 세상에 있는 어느 숲 속에 머물고 있었다.
  그 때 어떤 사미가 게송으로 말하였다.
  
   무엇을 항상한 것이라고 하는가?
   걸식이 곧 항상한 것이다.
   무엇을 무상(無常)한 것이라고 하는가?
   스님의 밥을 무상한 것이라고 하네.
  
   무엇을 이름하여 곧다고 하는가?
   오직 인다라(因陀羅) 당기뿐이다.
   무엇을 이름하여 굽었다고 하는가?
   굽은 것은 오직 갈고리라네.
  
  그 때 저 비구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저 사미도 이런 게송을 읊었는데, 내 어찌 게송으로 대답하지 않을 수 있으랴.'
  그리고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무엇을 항상한 것이라고 하는가?
  
[2139 / 2145] 쪽
   항상한 것은 오직 열반뿐이라네.
   무엇을 무상한 것이라고 하는가?
   그것은 모든 유위법(有爲法)이다.
  
   무엇을 이름하여 곧다고 하는가?
   거룩한 여덟 가지 바른 법이다.
   무엇을 이름하여 굽었다고 하는가?
   굽은 것은 오직 나쁜 길이다.
  
  그 때 그 비구는 이 게송을 외우고는 잠자코 있었다.
  
  
1357. 와사경(瓦師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사리불의 제자가 약을 먹고 나서 곧 죽을 먹으려고 하였다. 존자 사리불이 질그릇을 만드는 집에 가서 사발 하나를 달라고 간청하였다.
  그 때 옹기장이가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어떻게 하면 한 푼 주지 않고도
   좋은 이름을 얻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재물을 축내지 않고
   훌륭한 덕이 쌓일 수 있을까?
  
  그 때 존자 사리불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만약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이면
   그에게 고기를 보시하고
   범행(梵行)을 닦는 사람들에게
  
[2140 / 2145] 쪽
   여색(女色)을 보시하라.
   높은 자리에 앉지 않는 이에게
   높고 넓은 자리를 보시하고
   길을 떠나는 사람에게
   쉴 곳을 만들어 보시하라.
   이와 같은 방법으로 보시한다면
   재물은 조금도 축나지 않으리라.
  
   그것은 곧 좋은 이름 얻고도
   돈 한 푼 쓰지 않는 일이요
   덕이 쌓이고 명성이 퍼지면서도
   재물에 있어서는 손해 없으리라.
  
  그 때 그 옹기장이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제 그대 사리불이여
   그대의 말 참으로 훌륭하구려.
   이제 그대에게 백 개의 사발을 줄 것이요
   그밖에 어떤 물건도 얻지 못할 것 없으리.
  
  존자 사리불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저 삼십삼천(三十三天)이나
   염마천(炎摩天)이나 도솔타천(兜率陀天)이나
   화락천(化樂天) 등 여러 천신과
   또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의 신도
   믿음으로 옹기발우 보시하면 될 수 있거늘
   그런데 너는 믿음을 일으키지 않는구나.
  
  존자 사리불은 이 게송을 외우고 그 옹기장이의 집에서 묵묵히 나왔다.
  
[2141 / 2145] 쪽
  
1358. 빈사경(貧士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어떤 비구가 구살라국 인간 세상의 어떤 숲 속에 머물고 있었는데, 어떤 가난한 사람이 그 숲 곁에서 이와 같은 희망을 생각하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만일 돼지 한 마리를 얻을 수 있고
   좋은 술을 병에 가득 채우며
   음식을 사발에 가득 채워서
   사람들이 수시로 가져다 준다면
   만일 이와 같이 될 수만 있다면
   거기에 또 무슨 근심 있으랴.
  
  그 때 그 비구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저 가난한 사람도 오히려 게송을 읊는데, 내 어찌 게송으로 말하지 않으랴.'
  그리고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만일 부처님과 법과 승가와
   법을 잘 연설하는 비구를 만나
   내가 병 없이 늘 들을 수만 있다면
   숱한 악마의 미움도 두렵지 않으리.
  
  그 때 그 비구는 이 게송을 외우고는 잠자코 있었다.
  
[2142 / 2145] 쪽
  
1359. 겁패경(劫貝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또 다른 어떤 비구가 구살라국 인간 세상의 어떤 숲 속에 머물고 있었다. 그 비구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만일 길이 7주(肘)에 너비가 2주쯤 되는 무명베를 얻는다면 옷을 지어 입고 즐거운 마음으로 훌륭한 법을 닦을텐데.'
  그 때 그 숲에 살고 있던 어떤 천신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것은 비구의 법이 아니다. 숲 속에 살면서 저렇게 좋은 옷을 희망하고 있구나.'
  그는 온 몸을 해골로 변화해 가지고 그 비구 앞에서 춤을 추며 게송으로 말하였다.
  
   비구가 생각하고 있는 무명옷
   길이가 7주에 너비는 6척
   낮부터 저런 생각을 하는 것 보니
   밤에도 무슨 생각을 할지 알겠다.
  
  그 때 그 비구는 두려움이 생겨 온 몸을 떨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중지해라, 중지해라. 그런 천 필요 없다.
   나에겐 지금 누더기 옷이 있다.
   낮에 해골의 춤을 보았으니
   밤엔 또 무엇을 볼지 알겠네.
  
  그 때 그 비구는 마음에 두려움이 그치고 곧 바른 사색을 하면서 열심히 닦고 익혀, 모든 번뇌를 끊고 아라한이 되었다.
  
 
[2143 / 2145] 쪽
  
1360. 환천경(環釧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또 다른 어떤 비구가 구살라국 인간 세상 어느 숲 속에 머물고 있으면서 아라한이 되었다. 그래서 모든 번뇌가 이미 다 끊어지고 할 일을 이미 마쳤으며, 무거운 짐을 이미 버렸고 모든 존재의 결박을 끊었으며, 바른 지혜로 마음이 잘 해탈하였다.
  그 때 어떤 여인이 보슬비가 내리고 번갯불이 번쩍이는 어두운 밤에, 숲 속을 지나 어떤 남자에게 가다가 진흙탕에 넘어져, 팔찌가 깨지고 꽃 영락이 땅바닥에 떨어져 흩어졌다. 그 여자가 게송으로 말하였다.
  
   머리칼은 모두 흐트러지고
   꽃 영락은 진흙탕 속에 떨어졌으며
   옥팔찌도 산산이 부서졌으니
   남자여, 무엇을 입어야 합니까?
  
  그 때 그 비구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여인도 게송을 외우는데 내 어찌 게송으로 대답하지 않을 수가 있으랴.'
  
   번뇌가 모두 끊어져 부서지고
   나고 죽음의 진흙탕을 건넜네.
   묶었던 끈 모두 풀려 떨어졌으니
   시방의 거룩한 이 나를 보시네.
  
  그 때 그 비구는 이 게송을 외우고는 곧 잠자코 있었다.
  
  
[2144 / 2145] 쪽
  
1361. 탄금경(彈琴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또 다른 어떤 비구가 구살라국 인간 세상 어느 강가 숲 속에 머물고 있었다.
  그 때 어떤 사람이 제 아내와 함께 강을 건너 언덕에 와서 거문고를 타고 서로 즐기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서로 사랑해 거리낌 없이
   푸른 나무 사이를 돌아다니네.
   흐르는 물은 맑게도 흐르는데
   거문고 소리 너무도 아름다워라.
   노닐기에 알맞은 이 봄기운
   그 어떤 쾌락인들 예서 더하랴.
  
  그 때 그 비구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저 사내도 오히려 게송을 외우는데 내 어찌 게송으로 답하지 않을 수 있으랴.'
  
   청정한 계율을 받들어 지키고
   등정각(等正覺)을 늘 그리워하며
   세 가지 해탈에 목욕하면서
   착함으로써 시원함을 다하네.
   인간 세계에서 장엄을 갖추었으니
   그 어떤 쾌락인들 예서 더하랴.
  
  그 때 그 비구는 이 게송을 읊고는 잠자코 있었다.
  
[2145 / 2145] 쪽
  
  
1362. 합조경(鴿鳥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또 다른 어떤 비구가 구살라국 인간 세상의 어느 숲 속에 머물고 있었다.
  그 때 어떤 천신이 비둘기들을 보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비둘기야, 마땅히 쌓아두거라
   깨와 쌀과 좁쌀 따위를
   그리고 산꼭대기 나무 위에
   높다랗게 둥지를 틀거라.
   그래야 혹 비가 올 때를 당해도
   아주 편히 먹고 자고 할 수 있으리.
  
  그 때 그 비구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저 사람이 나를 깨우쳐 주었다.'
  그리고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범부들아, 착한 법을 쌓고
   삼보를 공경하라.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마칠 때
   정신과 마음이 안락해지는 바탕이 되리.
  
 

'經典 > 잡아함경(雜阿含經)'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잡아함경 제 49 권  (0) 2007.12.24
잡아함경 제 48 권  (0) 2007.12.24
잡아함경 제 47 권  (0) 2007.12.24
잡아함경 제 46 권  (0) 2007.12.24
잡아함경 제 45 권  (0) 2007.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