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문관(無門關)

제28칙 구향용담(久響龍潭)

通達無我法者 2008. 2. 20. 09:16

제28칙 구향용담(久響龍潭)

 

용담 숭신 선사께 덕산이 가르침을 청하여 듣다가 밤이 깊었다.

용담 선사께서 "밤이 깊었는데 왜 물러가지 않는가?"라고 하시니

덕산이 드디어 인사를 하고 발(簾)을 들고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서 "캄캄합니다"라고 하였다.

용담 선사께서 초에 불을 붙여 주시고는 덕산이 받으려고 하는 찰나에 이를 불어 꺼버리셨다.

덕산이 이때 곧 깨닫고 절하였다.

용담 선사께서 "그대가 어떤 도리를 보았는가?"라고 물으시니

덕산이 "제가 오늘부터 천하(天下)의 노화상(老和尙)들의 말씀을 의심치 않겠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그 다음날 용담 선사께서 설법좌(說法座)에 올라 "이 가운데 대장부가 있으니 이빨은 칼숲과 같고 입은 쇳덩이와 같아서 때려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훗날 높은 봉우리 정상에서 나의 도를 크게 일으키리라."고 하셨다.

덕산은 금강경소초를 법당 앞에서 불사르며 "모든 깊은 진리의 말을 다할지라도 털끝 하나를 허공에 놓은 것과 같고 세상의 중요함을 다한다 할지라도 물 한 방울을 깊은 골짜기에 떨어뜨린 것과 같다."고 외치고 인사를 드린 후 떠났다.

 

龍潭 因 德山請益 抵夜 潭云 夜深 子何不下去 山 遂珍重 揭簾而出 見外面黑 却回云 外面黑 潭 乃點紙燭 度與 山 擬接 潭 便吹滅 山 於此忽然有省 便作禮 潭云 子見箇甚?道理 山云 某甲 從今日去 不疑天下老和尙舌頭也 至明日 龍潭陞堂云 可中 有箇漢 牙如劍樹 口似血盆 一棒 打不回頭 他時異日 向孤峰頂上 立吾道在 山 遂取疏抄 於法堂前 將一炬火 提起云 窮諸玄變 若一毫致於太虛 竭世樞機 似一滴投於巨壑 將疏抄便燒 於是禮辭

 

무문 선사 평창

 

덕산 선사가 깨치지 못하였을 때 입으로 다 말할 수 없이 마음에 분하고 분하여 남방(南方)에 가서 교리(敎理) 밖에 특별히 전했다는 뜻을 쓸어 없애 버리려고 예주 땅에 이르렀다.

때가 되어 길가의 떡집 노파에게 점심을 사려고 하니 노파가 "스님의 바랑 속에는 무슨 글이 들어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덕산 선사가 금강경소초라고 대답하니 노파가 "금강경 가운데 과거의 마음도 얻을 수 없고 현재의 마음도 얻을 수 없고 미래의 마음도 얻을 수 없다고 했는데 스님은 어느 마음으로 점심을 드시렵니까?"라고 물었다.

이 물음에 덕산 선사의 입이 콱 막혀 버렸다.

이렇게 노파에게 지기는 했으나 그냥 물러나지 않고 근처에 어떤 큰 선지식이 계시냐고 물어 오 리 밖에 용담 선사께서 계신다고 하자 용담 선사를 찾아 뵙고 노파와의 대담을 이야기했다.

용담 선사께서 덕산 선사에게 아직 불씨가 남아 있는 것을 보시고 덕산 선사를 가여운 어린 아이처럼 여겨 급히 물을 가져다가 불씨마저 없애 버렸다.

그 찬 땅을 본다면 한바탕 크게 웃으리라.

 

無門曰 德山 未出關時 心憤憤 口 得得來南方 要滅却敎外別傳之旨 及到澧州路上 問婆子買點心 婆云 大德 車子內 是甚?文字 山云 金剛經疏抄 婆云 只如經中道 過去心不可得 現在心不可得 未來心不可得 大德 要點那箇心 德山 被者一問 直得口似 擔 然雖如是 未肯向婆子句下死却 遂問婆子 近處有甚?宗師 婆云 五里外 有龍潭和尙 及到龍潭 納盡敗闕 可謂是前言 不應後語 龍潭大似憐兒 不覺醜 見他有些子火種 郞忙將惡水 驀頭一 殺 冷地看來 一場好笑

 

무문 선사 송

 

이름 듣는 것이 얼굴 보는 것만 못하다는데

얼굴을 보니 이름 듣는 것만 못하다

비록 그러하나, 구하던 콧구멍을 얻어서

눈이 멀어 버렸으니 어찌하랴

 

聞名不如見面

見面不如聞名

雖然求得鼻孔

爭奈 却眼晴